새벽에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니...

새벽 2시반...!!

샤워하고 산행준비물 좀 챙기고 나니....
세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그 때부터 자기 시작해서 7시에 일어났으니...
저번 월악산 산행때보다 좋은 컨디션이었죠.
더구나 시간이 여유가 있어...
아침까지 먹었답니다.

지하철 역까지 담배를 한 대 피면서 느긋하게  걸었습니다.
일요일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군요.

지하철을 타자마자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여자가 유심히 절 쳐다 봅니다. 저한테 관심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제 얼굴에 뭐가 묻었을까요?  ㅡㅡㅋ

계속 쳐다 봅니다. 민망하군요.
예전엔 여자들이 남자 얼굴을 저리 빤히 쳐다 보지 못헸는데...
세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

눈이 크고 얼굴이 괜찮게 생겼습니다.
어휴~!! 산행만 아니면 차라도 한잔 하자고 아니면 언제 만나자고 말할텐데...  ^^;;

눈을 감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수서역에서 갈아타고.....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눈을 떠 보니... 홍제 역~!!

맞은 편에 낯익은 얼굴이 있는데...
선배님이신가? 아닌가?   ㅡㅡㅋ

그 분은 불광역에서 내리는군요.
난 구파발까지 가는데...   !!!

구파발에 내려 올라 갔더니...
산행을 하러 온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얼굴은 하나도 없네요.. ㅡㅡ;;

내가 너무 일찍 왔나? ^^;;

제 동기 이지경 군에게 전화를 해 봅니다.
갑자기 장인 장모님이 올라 오셔서 부득이 산행에 참석하지 못하겠다더군요.
그런데 지경이가 하는 말...
모이는 장소가 불광역 만남의 광장이라는 겁니다.  ㅡㅡ;;
그런데 저는 왜 구파발이라고 생각했을까요?

다시 지하철을 돌려 타고 불광에 내려 올라가 보니...
많은 분들이 와계십니다.

아~!! 저기 저번 산행 때 뵈었던 선배님들도 보이는군요. ^^*
아주 반가웠습니다.

아직 한 번도 뵙지 못한 선배님들이 절 알아 봐 주십니다.
" 니가 중하가? 반갑데이~!!!  "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맨 나중에 출발했습니다.

몸이 가볍습니다.
산을 뛰어 오르고 싶네요.

그 때 아침에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떠 오릅니다.

" 산에 가거든 ... 산을 가벼이 보지 말고 항상 겸허한 마음을 갖도록  해라. 위험한 곳엔 가지 말고......  "

그래~!! 천천히 오르는 거야.

이 번 산행은 올해 마지막이고 서울 가까운 곳이라 나이 드신 선배님들도 많이 참석해 주셨군요.

천천히 가는데도 많이 따라 잡았습니다.

가끔 몸을 돌려 아래를 내려다 봅니다.
많은 사람들의 행렬이 마치 성지를 찾는 순례자 행렬처럼 길기만 합니다.

경치는 어찌 저리도 아름다운거야~?!

요 며칠 고민하고 잠 못자고 밤새워 담배 핀 날들이 많아...
얼마 못가서 헉헉 댑니다.
그러다 중턱 쯤에서 가슴이 열리는군요. 다행입니다.

기후가 불순하여 산 정상에 오르지 못한 게 좀 아쉽습니다.

중간에 치원이 형이 준 초콜릿이랑 과자... 그리고 김창민 형님이 주신 오이는 참 맛있더군요.
아침을 먹었는데도 산을 오르면 배는 여지없이 먹을 걸 달라고 절 졸라 댑니다.   ㅡㅡ;;
거지 같은 배 같으니라구~~~~!!!  쩝~!!

산마루에 도착 ...
선배님들이 점심을 펼칩니다.
일부 다른 분들은 바로 내려 가신다 합니다.
날씨가 점심 먹기에 적당치 않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우물쭈물 거리고 있는데....

저편에서 창민 형님과 진진하 선배님이 절 부릅니다.
형수님도 절 부르구요.
다가갑니다.
맛난 음식들이 즐비합니다.
ㅎㅎㅎ
즐겁습니다.
걸신들린 사람마냥 마구 집어 넣습니다.
아니 쑤셔 박는다고 해야 적당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배가 부릅니다. ^^*

먼저 내려가서 뒷풀이 자리를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ㅡㅡ;;

맛 난 거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일어서는 저를 붙잡고 사과를 제 손에 쥐어 주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선배님들의 후배 사랑은 끝이 없습니다. (감동감동)

먼저 내려와서 가게에서 소주를 삽니다.
김정걸 선배님의 알뜰함이 엿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음~!! 저런 부분은 배워야지~!!  ^^* 나도 총문데...

본격적으로 뒷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동동주가 이리저리 몇 순배 돌고 돌고........
아까 사 가지고 온 소주가 다음으로 사라집니다.
가끔 선배님들이 직접 담궈서 싸 가지고 온 술들도 돌아다닙니다.

막내는 이리저리 불려 다닙니다.
술도 많이 얻어먹습니다.
안주 먹을 시간을 주지 않을 정도로......  ^^;;

얼큰해 집니다.
그러나 취하지 않습니다.
올릴지언정 취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올리는 것은 더 못할 짓입니다.
애써 먹은 걸 다시 토해 내는 건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

아래로 내려 와서 2차가 시작됩니다.
이번에는 맥주입니다. ㅡㅡ;;
오늘도 어김없이 네댓가지 술이 위에서 섞입니다.
오늘은 차량운행이 없어 맘껏 술을 마십니다.

많이 먹으면 온 몸이 아플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래도 선배님이 권하신 술인데..  마십니다.  ㅠㅠ
군대 있을 때 몸을 심하게 혹사해서...
제대 후에 술을 많이 먹으면 통증이 무릎에서 시작해서 척추까지 타고 오르다가 이내 전신으로 퍼지는 이상한 증상이 생겼습니다.

유영만(36회)(함자가 맞는지 모르겠다.)  대 선배님을  저더러 챙기라는 밀명이 떨어졌습니다. 55회 김영대 선배님이 제게 내린 밀명입니다. 그 전에는 김 근 선배님이 그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셨다는데...

얼마나 술을 드시길래? 얼마나 취하시길래?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

2차 맥주집에서 다른 선배님들은 빨리 대선배님을 모시고 가라는 눈짓을 줍니다. 그러나 우리 대선배님은 꼬옥 3차가서 맥주 마시며 노랠  불러야 가시겠다 하십니다.

결국 대선배님의 뜻대로 됩니다. ^^:
노래방엘 갔습니다.

역쉬이 봉짝입니다.
제가 또 누굽니까?
10대 부터 60대 까지 온갖 노래를 다 커버하는 황 한량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땀이 나도록 소리지르고 몸을 흔들고....
다른 분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마구 흔들어 댑니다.
웃음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후배가 잘 노니 선배님들이 즐거우신 모양입니다. 귀여운 모양입니다. 히히~!!

노래방엘 나와서 택시를 잡을려고 하는데...
택시는 잡히지 않고.....
대 선배님은 존체가 말을 안 듣습니다.
제 손에 힘이 들어 갑니다.

아까 보다 눈발은 더 굵어지고 더 세게 내립니다.
술을 많이 먹은 것 같습니다.
머리가 지끈 거립니다. 담배도 많이 피운 것 같고...

다행이 택시를 잡았습니다.
바로 분당까지 직행할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대선배님께서는 세종문화회관까지 가서 거기서 분당가는 버스를 타자 하십니다. 아~~~~ 안 취하셨습니다. 역시 저보다 생각이 깊으십니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선배님과 저는 27년의 벽을 허물고 맞담배를 피웁니다.  ^^;;

아~~ 저기 마침 버스가 오네요.

버스를 타자마자 눈이 감깁니다. 선배님 눈 감으시는 걸 보고 저도 눈을 감습니다.

엇?

눈을 떴더니.... 우리 동네 바로 앞입니다.
하마트면 지나칠 뻔 했습니다. 지나쳤으면 큰 일인데... 아시져?

선배님을 깨워 버스에서 내립니다.
눈발은 목화송이 크기만하게 내립니다.  온세상이 눈 투성이입니다. 다행이 날씨가 따뜻해 눈은 반쯤은 내리자마자 녹습니다.

선배님은 이제 되었으니 그만 가보라 하십니다.
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막강 최강 정찰부대 출신 아니겠습니까?

선배님을 댁까지 모셔다 드렸더니...
들어 와서 차나 한잔 하고 가라 하십니다.
대형수님도 보이십니다. 생각보다 젊으십니다.
생강차인 것 같은데..... 맛있게 먹고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선배님 사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

그만 들어 가시라 해도 극구 문밖까지 나와서 절 배웅해 줍니다.
이 말 한마디를 잊지 않으시더군요.
" 황 후배~!! 다음에 나랑 또 술한잔 하재이 잉? "

  " 네~!! 언제든지 불러 주십시오."

선배님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은 서럽기만 합니다.
헤어진 그녀가 생각난 때문입니다.
정말 좋아했는데....
처음부터 맺어질 정도로 깊은 인연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래도 가슴이 아픕니다.
그녀가 미치도록 보고 싶습니다. ㅠㅠ

눈발은 가늘어질 줄을 모릅니다.
머리가 아픕니다. 배고 고프고..... ㅡㅡ;;

집에 가서 너구리라면에 밥 말아서 신김치랑 먹었습니다.
지금은 독서실인데....  속도 쓰리고 배도 고프고...

술만 먹으면 왜 이리 배가 고픈지....  ㅡㅡ;;

오늘도 보람찬(하지만... 배고픈/사랑에 배고프고 진짜 배도 고프고 ㅠㅠ ) 하루는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