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저희회사 계룡산 소풍후 회사 홈피에 올렸던 것을 망설이다 여기에 한번 올려 봅니다.


021025 (Fri) Flakt Woods Korea 계룡산 트레킹

10:48 동학사 입구 매표소 --> 11:00 동학사 --> 11:30 은선폭포 전망대 --> 12:02 관음봉 (정자에서 중식) --> 자연성능 --> 14:20 삼불봉 --> 14:28 삼불봉 삼거리 --> 15:10 갑사 --> 15:15 갑사 주차장 식당촌 (민속촌 식당에서 뒷풀이) --> 17:57 갑사 주차장 출발


은선대피소를 지나자 제법 길이 가팔라지면서 발아래 밟히는 거친 돌계단이 내딛는 발길을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다. 2주전 코스답사차 왔을때와 비교해서 주변의 산색은 크게 달라진게 없는 것 같다. 지금쯤 은선계곡의 단풍이 절정을 이루었을 것이란 나의 예상을 참 뻘쭘하게 만든다. 오늘 아침 만남의 광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맛보았던 경부고속도로의 그 칼칼하던 공기완 냄새가 많이 다르다. 공기가 달라지면 기분이 달라지는 것일까 생각은 이내 꼬리를 물고 두서없이 멀지않은 과거의 나락으로 참 쉽게도 빠져든다.

걸쭉한 와이담을 주고 받으며 오학년 머스마 5명과 사학년 아줌마 2명은 그렇게 청량한 걸음으로 성삼재를 출발했었다. 유월초였지만 해발 1507 미터의 노고단을 향한 그 길에는 오싹함을 느끼게 하는 싸늘함과 아무나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자연의 꼿꼿함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오랜 기간동안 느껴왔던 일상과 확실히 다르다는 그 느낌 때문에 약간은 흥분된 기분으로 삼도봉에서 잠깐 쉬고 이어지는 화개재까지 내려가는 길에서는 방금 마신 그 막걸리의 맛이 최고였다고 떠들었지만 토끼봉을 향한 약 2Km의 오르막에선 지리산처럼 큰산 종주에선 내려가면 반드시 올라와야 한다는 처절한 山中眞理를 땀을 무진장 쏟으며 몸으로 체험해야만 했었다.

은선폭포 전망대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지루하게 돌계단을 오른다. 사람들은 왜 기를 쓰고 남보다 앞서 더 높이 더 빨리 오르려고만 할까? 정상에 이르면 물한잔 마시고 땀 식히며 발아래 경치 내려다 보다가 결국 내려와야 하는 것을. 그건 오르면서 흘린 땀이 많을수록 정상에서 마음이 그만큼 많이 비워졌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이 비우려면 우선 많이 채우지 말아야 한다. 최인호가 “商道”에서 말했던가. 적당히 채워라. 지나치게 채우고자 하면 곧 넘치고 말 것이다. 모든 불행은 스스로 만족함을 모르는데서 비롯된다.

내가 柔能制剛과 함께 무지 좋아하는 말.

“欲剛 必以柔守之,     欲强 必以弱保之”

(굳세어 지려면 부드러움으로 지켜야 하고, 강해지려면 연약함으로 보존해야 한다). 列子의 “黃帝”에 있는 이 말이 무조건 앞으로만 또는 위로만 향하려는 우리에게 잠시 생각할 틈을 주는 것 같다. 수영 처음 배울 때 물에 뜨려고 하면 할수록 가라앉다가, 나중에 잠수 배우려고 하면 왜 그렇게 가라앉는 것이 어려운지… 멀리 보내려고 있는힘 다해 때린 골프공은 어째 코앞에서 떼굴떼굴 굴러가고, 왜 그린 앞 20 미터에서 친 볼은 온탕 냉탕을 반복하는지…

우리에겐 잠시 지나온 인생여정을 가끔씩 뒤돌아 볼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 힘을 빼자.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 머리론 생각하며 발은 그저 몸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코로 내뿜는 허걱 소리에 마음이 비워진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으면 더욱 좋고.

난 내가 맨 앞에서 가고 있다 생각하고 그렇게 터벅터벅 돌계단을 올라 관음봉에 당도했다. 놀랍게도 홍종완 과장이 먼저 와 있다. 아뿔사,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발을 빨리 놀릴 것을… 이어 송영준 상무가 모습을 나타내고. 어, 놀랍게도 몇분 뒤 곽사장님이 올라 오신다. 이를수가… 4년여 전과는 너무 딴판이다. 그때 그 태조산에선 무지 고생하고 사경을 헤메셨는데 우째 이런 일이… 6개월째 아침 런닝을 한시간씩 하신단다. 그럼 그렇지…

갑자기 26년 전 군대시절이 생각난다. 12 Km 무장구보대표팀에서 호루라기 불던 때 그땐 참 내겐 별명도 많았었지. 깡(마른, 소주, 다구, 패)하사 단풍하사 개판하사 호루라기하사 해병이하사…. 이때 생각을 하면서 힘을 내어 지리산 천왕봉 통천문을 올랐었지… 이제 곧 잔차를 탈 수 없을 정도의 칼바람이 마빡을 때리면 잔차 집에두고 또 년중행사인 새벽 달리기에 들어갈 때가 올 것이다. 이번에는 기필코 봄이 와도 계속하여 내년엔 마라톤 풀코스 한번 뛰어야지…

관음봉 위 정자에서 제법 푸짐하게 점심식사를 끝내고 나도 마지막 팀이 도착하지 않는다. 늦어도 30분이면 선두와 후미가 만날 것이라 생각 했었는데, 45분이나 걸렸다. 배를 채웠으니 나도 시조나 한번 읊어볼까…


아쇼님하 어서오소 내술한잔 받아보소
동학사앞 생생함은 어디가고  파김치가 왠말이오

천안김밥 물로 봤더니 그맛한번 끝내주네
정상주에다 오뎅국물 준비한번 탄탄하네

뒷풀이가 있다는데 여기에서 퍼질쏘냐
가세가세 어서가세 칼바위능선 넘어가세

영숙은정 안보이고 박건미만 혼자걷네
기사도정신 어데갔노 손잡아주는넘 하나없네

힘든넘은 금잔디령으로 아닌넘은 삼불봉으로
카메라맨 믿었다가 앞에간넘 낭패일쎄

내친김에 터벅터벅 갑사까지 내달았네
일등으로 예약식당 당도하나 강차장은 간곳없네

조깝데기 아니라도 동동주맛 죽여주네
갖은약재 다들어간 오리탕이 별미일세

받으시오 나도한잔 바쁜넘은 지부지처
올해들어 처음자리 어찌아니 기쁠소냐

두시간이 지나서야 마지막팀 들어오네
수고했소 한잔하소 출발시간 다되었소

모두모두 수고했소 종종이렇게 모입시다
날씨까지 받쳐주니 기분한번 대낄이네

강구왕과 이정섭의 막판대결 장관일세
박건미의 부모님이 한숨지며 가셨다네

충청도에서 젤로 겁난말 “되것지유”가 아니라
모든일이 정말 자알 되어야 할낀데…


세개 팽하와 대한민국의 갱제발전을 이하여 간강사업을 유치하자시던 어느 전직 대통령의 말씀을 되새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