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김동해선배님, 송승기 동기의 부친상에 다시한번 심심한 애도를 표하면서 이글이  
그 분위기를 혹시 해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에 올립니다.

어제 저녁엔 10시에 잠자리에 들엤다. 아무래도 생전 처음 참가하는 마라톤 대회라 마음이
싱숭생숭 한편으론 긴장되고 한편으론  기대도 된다. 과연 완주 할수 있을까?
올해 5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암벽등반을 하면서 몸무게를 좀 줄였으면 좋겠는데 등산으론
쉽게 몸무게가 줄지 않는다. 등산후 그놈의 뒤풀이 때문에  언제나 도로아미타불….그렇다고
뒤풀이를 모른체하고  물리칠 수 있을만큼  모질지는 못하다. 등산의 또다른 재미인데….
처음엔  집앞 운동장에서 10분부터 시작했다.  꾸준히 등산을 해온 덕분인지  그렇게  숨이차진 않았다. 분당 탄천으로 나가  일주일에 2Km씩 거리를  늘려나가서  6월말에 10Km정도 달릴 수 있었다. 11월3일  중앙일보 하프코스에 신청을 하고나니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는건 아닌지약간 걱정도 되었지만  목표가 생겨서인지 연습을  집중하는데는 도움이되었다. 8월중순엔 20Km 정도  달릴수 있었다 . 분당 탄천은 100m마다 표시가 되어 있고 편도 15Km 정도 된다.
주중엔 일주일에 2~3일정도 밤 10시정도에 나가서 약 1시간 정도 달린다. 자기전에  운동하는 것이  몸무게를 줄이는데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처음 나가보니 밤늦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탄천에 나와서 운동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몸매가  괜찮은  아가씨,아줌마,학생들이  간혹 땀복 같은 옷을 입고  열심히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몸이 뚱뚱한 사람이 오히려 적어보였다.
열심히 자신의 몸매나 건강에 투자를  해서 모두다 날씬하게 되었나 ???
아뭏튼  눈을 즐겁게 해주는 이들이 더 자신의 몸매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이것도 욕심인가?
8월말 경에  이근해선배님(42회)으로부터  강화마라톤 32.195Km 를  뛰어보라는 전화를 받고 덥석
뛰겠다고 대답해버렸다. 인터넷을 통해서  강화마라톤 싸이트에 접속해보니  “해병대와 함께하는…”이라는 문구가  예사롭지않고 심장파열 언덕이니, 크고 작은 언덕이 많은 구간이라  제한
시간도 길고 딴 대회의 풀코스와 맞먹는다고 하니, 무식한 놈이 용감하다는 말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는 느낌이들었다. 날이 갈수록 점점 스트레스가  쌓여간다. 거기다 9월초부터 시작된 아폴로 눈병은 거의 추석전까지 지속되며 평소보다 연습량을 줄여버렸다.아무래도 2주전까지는
긴거리를 뛰어봐야 자신감이 붙을 것 같아  9월 15일로 날짜를 잡았다. 그날은 달리는 의사회 성남 합동연습날이라  아침 일찍 모임장소에 가서  10Km를 뛰었다. 오후에 비가 부슬 부슬 오는데 3시쯤 박수진 선배님께(42회) 전화를 드렸더니 비와도 상관없다,오늘아니면 시간이 촉박해서 연습할 시간이 없다고 하신다. 강화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 선배분님을 만나서 선배님이 개발한 수지 14Km구간(산길도 포함되어 있슴)을 2바퀴 뛰었다. 28Km에 3시간 10분정도 걸렸다. 그날 뛴것이  총 38Km 였는데  다음날 일어나니 몸이 크게 아픈곳은 없었으나  오후에  비를 좀 맞고 뛰어서인지 감기에 걸렸다. 이후 한 10일간 감기로 고생은 했으나 어느정도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은 들었다.
29일 오전 6시에 일어나서 가볍게 된장국에 아침을먹고  7시에 박 선배님을 만나러 약속장소에 갔다.  선배님은 나와 계셨으나  간밤에 설사로  대회 참가는 포기하고 칩반환을 부탁하신다. 풀코스만 12회 완주하신 분인데…   컨디션 조절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상기시킨다. 대회장에 9시에 도착하여  이근해 선배님을 찾았으나 만나지 못하고, 전화로 허락을 받고  참가포기하신
박 선배분의 배번을  달고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처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보니 인파의
규모에 놀라왔다. 강화도라는 지방도시에 그리고 같은날 딴 곳에서도 몇몇대회가 열린다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수 있다는 것이  우리사회의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생동감을
느끼게 해준다. 수많은 동호회며 회사팀이며 서로를 격려하며 출전준비를 하고 있다. 이 많은
인파속에 처음 달아보는 배번을 달고 혼자서  출전준비를 하려니 어색하기도하고 또 외롭기도 하다. 이럴줄 알았으면 마누라라도 같이 올걸…마누라는 애들 중간고사준비로 바쁘다.애들이 공부하느건지  어른들이 공부하는건지 헷갈리는 세상이다. 아니지 마라톤은 고독한 나 자신과의  싸움이질 않나,  오늘 낙오하지 말고 완주해보자. 스스로 다짐해 본다.
21Km 하프 코스 지점이 보인다. 옆에는 버스도 있고  여기서 그만두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시계를 보니 2시간 3분 정도이다. 보통 1Km에 5분 40초 내외였는데 비슷하게 뛴 것 같다.
처음 출발에선 사람들이 많아서 제대로 뛸수가 없었다.처음 1Km가 6분 30초 정도 였다. 1시간에 10Km씩 계산해서 3시간 15분 정도로 예상하고 뛰었다. 3시간 35분 페이스 메이커 주위에서 뛰다가  5Km부근에서 앞서 달려본다. 10Km까지 기록이 57분 평상시와 비슷하다. 오르막에선 보폭을 줄이고 내리막에선 탄력으로 속도가  붙는다. 일산호수마라톤인가 하는 몇몇분들이
무리지어 같이 뛰는데  오르막에선 나를 앞질러가고 내리막에선 내가 앞질러 가곤 했다. 몇고개를 같이 넘었는데 똑 같은 현상이 되풀이 되었다. 그분들은 오르막이나 내리막이나 속도가 비슷한  모양이다. 내가 지금 잘못 뛰고 있나 슬그머니 걱정이되었다. 식수대는 있는곳마다 들러서
한컵이상씩 꼭마셨다. 쵸코파이,바나나,이온음료등도 충분히 먹으며 뛰니 피니쉬라인에  들어오고 나서도 배고픈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노오란 황금들녁에 이어 바다가 바라보이니 가슴도 시원하고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물이 쭉 빠진 갯펄을 바라보니 집에 있는 애들 생각이 난다.조만간 다시와서 갯펄에서 조개도 줍고 낙지도 잡고 한가로이 놀아보자. 주로변 풍광이 아름다운 코스라지만 아직 경험이 적어서인지 그런 여유로움도 잠시뿐. 심장파열언덕은 생각만큼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그때만 해도 전코스를 걷지않고 뛰리라  작정하고 심장이 파열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천천히 뛰어 넘어갔다. 그러나 24~5Km 쯤  동막해수욕장인가 부근을 지나고 부터는  어느순간  뛰기를 멈추고 걷기 시작했다. 왼쪽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는지 쓰리기도 했지만
무릎이하 전체가 피곤한 것 같았다. 슬슬 장단지가 아파오기 시작하고 무엇 때문에 이고생을
사서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뒤에서 사람들이 추월해서 지나간다. 아까 내가 추월했던 아줌마도 이제 나를 추월해 뛰어 나간다. 페이스 조절이 이래서 필요한 거로구나. 앞으로 7Km정도만
뛰면 되는데… 빨리 뛰어야 빨리 쉬지…이후로 오르막은 대개는 걷고  꼭대기 올라가선 장단지
스트레칭을하고  내리막,평지는 뛰기를 반복했다. 나중엔 1Km를 9분 30초대까지 뛰게 되었다.
30Km정도에서 3시간 35분 페이스메이커를 다시 만나서  꾸준히  따라간 덕분에 3시간 33분 46초의 기록으로 완주하게 되었다. 비록 나를 알아보고 박수쳐 주는 이  없었으나  주로변이나
피니쉬라인에서  많은 사람들의 격려는 고마웠다. 칩을 반납하고 완주메달을 만져보았다.이
메달을 위해서 뛴건 아니지만 소중히 느껴진다. 차로 돌아와 이근해 선배님,김용환 선배님께
통화를 시도해 보았으나 모두 불통. 그냥  차 막히기전에 분당으로 돌아왔다. 목욕탕에서 몸무게를 재어보니 58.5Kg.  5개월만에  7Kg이 빠진 셈이다. 몸은 피곤하지만 기분 좋은 하루다.
내년엔 풀코스를 걷지 않고 도전해 봐야지…계기를 마련해주신 이근해 선배님,박수진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