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망월산악회 
| 제목 | 키나바루① 등정대원들 |
|---|---|
| 글쓴이 | 이준흥(51) [ 2378jhyi@hanmail.net ] |
| 작성일 | 2002-08-19 |
졸필의 변
이번 일정 중 어느 날 저녁 먹으러 식당에 모여앉은 자리에서 최 고문님이 누군가는 이번 산행의 후기를 써야할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 시선을 내게 주는 것이었습니다. 일전에 제가 산악회 게시판에 졸필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이 날 이전의 그 글을 읽었던 분들은 '너, 글을 잘 쓰더라'라며 게으른 초등학생 일시켜먹는 빤한 수법으로 저를 지목했고, 다른 분들은 '막내니까 당연히...'라는 생각으로 그랬을 겁니다. 사실 출발하기 전부터 산행기를 맡게되리라고 짐작을 못한 것은 아니였습니다. 그래서 출발 며칠 전 재곤 선배님이랑 통화할 때도 궁금하기는 했지만 일부러 누구누구 가는지 또는 산행기는 누가 써야하는지 따위를 물어 보지도 않았습니다. 미리부터 제가 써야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가봤자 득이 될 게 없다는 생각이였습니다. 혹시나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나타나서 자청을 한다면 얼마나 쭈글스러웠겠습니까.
어쨌거나 제가 쓰기로 정해졌습니다.
그러자 그 때부터 갑자기 제가 기자나 된 듯 주문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것은 꼭 써라, 저런 것은 어떻게 써라는 등등...
고민이 팍팍 들어왔습니다.
'내가 쓰고싶은 내용을 내가 쓰고싶은 방식으로 쓸 것인가?'
'아니면 이런 주문을 모두 받아 들여서 신문기사나 출장보고서처럼 써야할 것인가?'
답은 간단하게 나왔습니다.
기록 될 만한 사건의 진행이나 다른 분의 생각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보행 중이나 차량으로 이동 중에 발생됩니다.
그 때문에 걷다말고 수첩을 꺼내들고 기록한다? 그거 쉽지 않더라고요.
흔들리는 차 중에서는 글씨를 쓰기도 어렵지만 졸려서 가이드 설명을 듣지 못한 때도 한 두 번이 아니였습니다.
할 수없이 한가한 시간에 한꺼번에 정리를 하려 해봤습니다. 이번에는 제 머리의 한계가 문제였습니다. 머리가 나빠 몇 시간만 지나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기록에서 빠트리는 게 많더군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제 머리에 저장된 것을 바탕으로, 그리고 조금씩 기록해 놓은 것과 자료의 도움을 받아서 편한대로 기술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산행은 외견상 갖추고 있는 구색은 엄홍길 대장의 에베레스트 등정과 다를 게 없습니다. 등산허가를 받아서 입산한다는 것과 세르파가 따라붙는다는 것도 그렇고 산행 중 1박을 해야하는 라반라타 산장은 엄홍길의 베이스캠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거기다 산악회장님께서 거리도 만만치 않은 인천공항까지 교통체증을 뚫고 그 이른 아침시간에 전송까지 나와 주신 것 아니겠습니까. 회장님의 전송은 자칫 이번 산행이 그냥 개개인의 여가활동 차원으로 간주해 버릴 수도 있었던 일행에게 망월산악회를 대표하는 등정대원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에서 이번 산행의 참가자를 등정대원이라고 호칭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의 등정대원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 이였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누구보다도 인상깊었던 분들 이였으며 일반적으로 추측하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능력과 경력을 가진 분들 이였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라도 이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좀 하고 들어가야겠습니다.
등정대원들
모두 9명입니다.
여자 1명. 홍일점 재곤 형수님을 포함하여 평균 연령이 56세입니다.
막내인 저도 가기 전에는 체력이 달리면 어떻하나, 고산증세가 오면 어떻하나, 벼라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 분들은 겁도 없이 4,000m가 넘는 산을 오르겠다고 나선 사람들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이 분들이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박영진.(32회)
대선배님 입니다. 인상이 마치 나이 지긋한 동네 한의원 의사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제게 삼촌이 있었으면 저런 분 이였을 것 같은 그런 온화한 얼굴에 당당한 체구를 가진 분입니다. 일행들과 함께 한 5박6일 내내 그러한 첫인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후배를 대하는 모든 언행이 삼촌이 이뻐하는 조카들을 대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식사 중 반주로 시켜서 나누어 마신 술값은 꼭 자신이 내야만 마음이 편한 것 같았습니다. 어린 조카가 돈 쓰는 게 안쓰러운 삼촌의 마음이 그럴 것입니다. 아마 이 때문에 꽤 많은 돈을 썼을 겁니다.
때로는 조카를 놀려먹는 개구쟁이 삼촌같이 풍부한 유머가 담긴 농담을 스스럼없이 주고받기도 합니다. 산행 중에는 행여 자기의 체력이 모자라 전체 등반을 어렵게 만들지 않으려고 마음을 무척 썼습니다. 그런 때는 주로 44회 김문성 선배에게
"문성씨하고 내만 성공하면 전체가 성공이다." 라고 농을 걸곤 했습니다.
문성 선배가 전체대원 중에 몸집이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전날 조금 과했던 술과 유난히 무거운 배낭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빗대며 이렇게 농을 걸때는 꼭 조카를 놀려먹는 개구쟁이 삼촌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본인 이 혹시 다른 사람의 짐이 되면 어쩌나하는 마음씀이 그대로 묻어 나옵니다. 그러나 등반의 매 단계마다 이러한 우려는 단지 기우였을 뿐 이였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며 후배들을 무색케 하곤 했습니다. 전체 등반과정에서 체력 때문에 뒤처진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이야깁니다. 등반이 끝난 후 우리 후배들의 하나같은 생각은 저 정도 나이에 저런 체력만 유지하고 살 수 있다면 성공적인 삶이라는 거였습니다.
현재는 망월산악회의 회원은 아니나 산행에 나와서 후배들 귀감이 되어 줄 것을 요청하자 귀감이 될 것까지는 없다고 겸손해 하시며 기회가 닿는 대로 산행에 나가겠노라고 했습니다. 아마 망월산행에서 이 분을 뵐 수 있을 겁니다.
이 분에 대해 또 하나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는 틈만 나면 33회 최홍식 선배님을 추켜세우며 인물자랑을 하였고 최홍식 선배님도 이 분에게 깍듯이 선배 대우를 하며 추켜세우는 게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다음의 최 선배님 이야기의 대부분은 이 선배님의 증언으로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최홍식(33회)
망월산악회 회원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뒤늦게 망월산악회에 참여한 제만 이 분이 어떤 분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망월산악회를 이분이 만들었다고 과언이 아니랍니다. 회장도 역임하시면서 망월산악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남다른 분이십니다.
이분 또한 체력이나 등반 실력이 위의 박영진 선배님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첫날 목적지인 라반라타 산장에는 선두로 도착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분에 대해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유창한 영어실력 이였습니다. Kota Kinabalu 공항에서부터 현지인 가이드로 니콜이라는 중국계 아가씨가 동행을 했는데 예쁘장하게 생겼댔습니다. 호텔 로비에서나 버스 속에서 이 친구를 보기만 하면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 아가씨도 이 분의 유창한 영어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헤어질 때는 이 아가씨가 한국에 가면 연락하겠다며 연락처를 달라고 하더라고요. 영어실력보다 여자 꼬시는 실력이 더 좋은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도 현지인 가이드가 41살의 차도르를 쓰고 다니는 말레이시아인 처녀였는데 이 여자도 공항에서 헤어질 때 이분에게 포옹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박영진 선배님이 이분에 대한 일화를 하나 소개했습니다. 장소는 LA의 한 나이트 클럽이였답니다. 제가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들어서 경위를 정확하게 듣지는 못했지만 미국인 젊은이와 약간의 실랑이가 붙었는데 이 친구가 올림픽 역도종목의 금메달인가 은메달리스트였답니다. 어찌어찌 해서 이 친구와 팔씨름 대결이 붙었으며 결과는 최홍식 선배님의 완승으로 끝났답니다. 처음에는 이 친구가 속임수라며 승복을 않다가 몇 판을 내리 지고는 패배를 인정했답니다. 팔뚝 굵기가 저랑 비슷한 정도라 모두들 믿기지 않는 눈치였고, 때문에 몸집이 가장 큰 44회 김문성 선배랑 즉석 팔씨름 대결이 벌어졌습니다. 요즘은 힘이 옛날같지 않다면서도 문성 선배를 쉽게 이겨버렸습니다. 수월치 않은 나이에도 젊은 사람 못지 않은 산행실력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번 등정의 공식일정을 끝내고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같이 탄 덕에 이분의 과거 이력에 대한 또 하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분이 KOTRA의 아프리카 무역관을 책임지고 나이로비에 나가 있을 때 사냥에 심취해서 6개월 간 열심히 공부하여 사냥면허를 취득했답니다. 그 때부터 주말만 되면 랜드로바를 끌고 사냥을 다녔답니다. 사자며 코끼리를 잡았던 이야기며 총을 맞고 도망가는 짐승을 뒤쫓다가 타고 온 차를 못 찾아 고생했던 이야기 등 정말 환상적인 이야기가 버스를 내릴 때까지 계속됐었습니다. 이후에 자연보호를 위해 사냥면허 내주는 걸 중지했다니 아마 한국에서 유일하게 아프리카 사냥면허를 가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분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지만 이 정도에서 줄여야겠습니다.
이재곤, 김홍국(41회)
이분들은 망월산악회 회원들이 너무 잘 알고 계셔서 제가 여기서 따로 소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색합니다. 우리나라 국토를 이분들만큼 샅샅이 훑고 다닌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렇게 많은 산행을 했음에도 아직 외국산행이 없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순 조선토종인 셈입니다. 재곤 선배님은 모습에 걸맞게 학교시절 그림을 그렸던 예술가이기도 합니다.
지도제작에 대한 전문지식은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몸으로 체득한 산행요령과 우리나라 산에 대한 체험적 지식이 막걸리 한잔을 사이에 두고 앉으면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쏟아져 나올 분입니다. 제가 등정 중에 이 분과 같이 걷다 주변에 난초는 지천으로 널렸는데 야생화들이 별로 보이지 않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예의 해박한 지식으로 의문을 풀어줍니다. 키 큰 나무들이 많으면 야생화들이 자라기 어렵다는 겁니다.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없는 점과 포자를 멀리 날려보낼 수 없어서 그렇다는 겁니다. 역시 산에 관한 한 움직이는 백과사전입니다.
전임 산행대장답게 후배들에게 술을 자제하라고 일러 주거나, 노선배님의 컨디션을 꼼꼼히 살피는 등 성공적인 등정을 위하여 애를 많이 씁니다.
재곤 선배님의 형수이신 김홍식, 이름을 처음 듣는 분 많을 겁니다. 동고인보다 더 동고인다운 여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 별로 없을 겁니다. 스스럼없고 걸걸한 입담이나 술 실력은 너무 잘 알고 있으니 언급을 않겠습니다. 산 타는 능력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어지간히 산을 잘 탄다는 남자들도 이 분과 보조를 맞추기는 어렵답니다. 암벽에만 붙으면 자신있다는 게 본인의 말입니다. 이번 등정에서도 고산증세가 와서 두통에 시달리면서도 정상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이 분입니다. 너무 빨리 올라간 바람에 추워서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내려와 버려 정상에서 찍은 단체사진에 얼굴이 없습니다.
한원호, 김문성, 정덕영, 홍순형(44회)
이번 등정이 44회 동기 산행으로 착각될 만큼 다수당입니다. 제가 망월산악회 가방끈이 짧아서 그런지 산행대장인 한원호 선배님을 제외하고는 처음 뵙는 얼굴들입니다. 등정전날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시고도 끄떡없이 등정을 해낸 무쇠 체력을 가진 팀입니다. 물론 그것 때문에 힘이 들어 일반적으로 후미 그룹을 형성했던 팀이기도 합니다.
한원호 선배는 재곤 선배님과 마찬가지로 여기서 소개할 필요가 없는 분입니다. 보면 볼수록 이 분은 타고난 산행대장입니다. 다른 대원들이 사피섬에서 해수욕을 즐기며 등산의 피로를 씻어내고 있는 동안 잠시 안보인다 싶더니 그사이에 사피섬을 이루고 있는 높이 100m 가량 되는 산을 종주하고 왔습니다. 산엘 들어갔더니 다리통 만한 도마뱀이 발 앞을 지나가는 바람에 혼이 나서 나뭇가지를 주워 무기삼아 들고 다녔답니다. 코스가 아주 괜찮더라며 식사 후 안내할테니 갔다오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해변정담이 길어져 시간관계상 갈 수가 없었습니다.
김문성 선배 이 분은 단독산행이 취미랍니다. 비박을 즐기며 주로 설악산을 다닌답니다. 설악산을 하도 많이 다녀서 산장지기들과 친분이 돈독하답니다. 그뿐 아니라 비선대 근처의 식당 주인도 잘 알고 있어 하산할 때 그 지루한 설악동 평지길을 봉고차를 타고 다닐 수 있다 했습니다. 이 분의 산행지론은 안전제일주의로 근교산을 가더라도 20m짜리 로프정도는 꼭 가지고 다닌답니다. 비박장비에 안전장구까지 챙기니 이 분의 배낭은 항상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등정에도 이런 것들을 모두 챙겨와서 배낭이 가장 무거웠고 이 때문에 고생을 가장 많이 했습니다.
정덕영 선배님은 등산을 매우 좋아하지만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교회를 빠질 수 없어 망월산악회 산행에 나올 수 없었답니다. 이 분과는 소주 한 잔 놓고 약재나 과실로 술 담는 방법강의를 들으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크리스찬임에도 불구하고 집에는 직접 담근 약주와 과실주가 엄청나답니다. 술 담그는 소주 값만 한해에 3-40만원씩 들어간답니다. 이번 등정에도 직접 담근 음양곽 술을 가져와서 사피섬에서 해물 바비큐로 식사할 때 내놓아 대히트를 쳤습니다.
홍순형 선배님은 여러 가지로 특이한 점이 많은 분입니다. 동래고 출신인데 억양이 우리와 조금은 다르다 싶었더니 고향은 충청도랍니다. 이 분이 얼마냐 엉뚱하냐면 CAD 등 컴퓨터 출력전문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도 디지털카메라 사진을 출력하려면 메모리를 뽑아서 사진관에 갖다줘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사장이 그런 것까지 알아야할 필요는 없다는 게 이분의 지론입니다. 산행 좋아하는거요? 14일 우리의 등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다음날인 15일 점심 때 쯤 핸드폰으로 전화를 드렸더니 청계산에 올라가 있다고 하더군요.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었습니다.
처음 뵙는 선배님들 이였지만 하나같이 산에 대한 대단한 열정과 경력을 가진 분들 이였으며 막내인 저를 각별하게 챙겨주신 분들도 이분들입니다.
임형운(전문가이드, 56세)
이분은 재곤 선배님의 20지기 친구로 캐나다에선가 암벽등반 자격도 취득한 바 있는 산꾼입니다. 키나바루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올랐고, 킬리만자로도 4번을 올랐으며, 네팔도 여러 번 갔었답니다. 해외산행 경력을 바탕으로 여행사를 크게 한 적이 있어 이때 백두산, 중국 황산 등은 수도 없이 갔었답니다. 말레이시아와의 첫 인연은 학생시절 권투선수 자격으로 권투시합을 위해 갔던 것이랍니다. 그래서 아직도 권투심판위원회 위원으로 종사하고 있답니다. 이 분으로부터 고산지 등정요령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이번의 성공적인 등정은 이분의 노련한 가이드에 힘입은 바가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준흥(51회)
바로 접니다. 이번 등정 대원 중에 막내로 가장 젊다고는 하나 제대로 산에 다닌 지 일년 조금 넘는 초보입니다. 그래서 출발을 앞두고 두려움이 가장 컸던 게 저였을 겁니다. 그 때문에 성공적인 등정으로 가장 가슴 뿌듯했던 사람 또한 저였을 겁니다.
이번 일정 중 어느 날 저녁 먹으러 식당에 모여앉은 자리에서 최 고문님이 누군가는 이번 산행의 후기를 써야할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 시선을 내게 주는 것이었습니다. 일전에 제가 산악회 게시판에 졸필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이 날 이전의 그 글을 읽었던 분들은 '너, 글을 잘 쓰더라'라며 게으른 초등학생 일시켜먹는 빤한 수법으로 저를 지목했고, 다른 분들은 '막내니까 당연히...'라는 생각으로 그랬을 겁니다. 사실 출발하기 전부터 산행기를 맡게되리라고 짐작을 못한 것은 아니였습니다. 그래서 출발 며칠 전 재곤 선배님이랑 통화할 때도 궁금하기는 했지만 일부러 누구누구 가는지 또는 산행기는 누가 써야하는지 따위를 물어 보지도 않았습니다. 미리부터 제가 써야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가봤자 득이 될 게 없다는 생각이였습니다. 혹시나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나타나서 자청을 한다면 얼마나 쭈글스러웠겠습니까.
어쨌거나 제가 쓰기로 정해졌습니다.
그러자 그 때부터 갑자기 제가 기자나 된 듯 주문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것은 꼭 써라, 저런 것은 어떻게 써라는 등등...
고민이 팍팍 들어왔습니다.
'내가 쓰고싶은 내용을 내가 쓰고싶은 방식으로 쓸 것인가?'
'아니면 이런 주문을 모두 받아 들여서 신문기사나 출장보고서처럼 써야할 것인가?'
답은 간단하게 나왔습니다.
기록 될 만한 사건의 진행이나 다른 분의 생각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보행 중이나 차량으로 이동 중에 발생됩니다.
그 때문에 걷다말고 수첩을 꺼내들고 기록한다? 그거 쉽지 않더라고요.
흔들리는 차 중에서는 글씨를 쓰기도 어렵지만 졸려서 가이드 설명을 듣지 못한 때도 한 두 번이 아니였습니다.
할 수없이 한가한 시간에 한꺼번에 정리를 하려 해봤습니다. 이번에는 제 머리의 한계가 문제였습니다. 머리가 나빠 몇 시간만 지나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기록에서 빠트리는 게 많더군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제 머리에 저장된 것을 바탕으로, 그리고 조금씩 기록해 놓은 것과 자료의 도움을 받아서 편한대로 기술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산행은 외견상 갖추고 있는 구색은 엄홍길 대장의 에베레스트 등정과 다를 게 없습니다. 등산허가를 받아서 입산한다는 것과 세르파가 따라붙는다는 것도 그렇고 산행 중 1박을 해야하는 라반라타 산장은 엄홍길의 베이스캠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거기다 산악회장님께서 거리도 만만치 않은 인천공항까지 교통체증을 뚫고 그 이른 아침시간에 전송까지 나와 주신 것 아니겠습니까. 회장님의 전송은 자칫 이번 산행이 그냥 개개인의 여가활동 차원으로 간주해 버릴 수도 있었던 일행에게 망월산악회를 대표하는 등정대원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에서 이번 산행의 참가자를 등정대원이라고 호칭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의 등정대원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 이였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누구보다도 인상깊었던 분들 이였으며 일반적으로 추측하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능력과 경력을 가진 분들 이였습니다. 그래서 간단하게라도 이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좀 하고 들어가야겠습니다.
등정대원들
모두 9명입니다.
여자 1명. 홍일점 재곤 형수님을 포함하여 평균 연령이 56세입니다.
막내인 저도 가기 전에는 체력이 달리면 어떻하나, 고산증세가 오면 어떻하나, 벼라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 분들은 겁도 없이 4,000m가 넘는 산을 오르겠다고 나선 사람들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이 분들이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박영진.(32회)
대선배님 입니다. 인상이 마치 나이 지긋한 동네 한의원 의사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제게 삼촌이 있었으면 저런 분 이였을 것 같은 그런 온화한 얼굴에 당당한 체구를 가진 분입니다. 일행들과 함께 한 5박6일 내내 그러한 첫인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후배를 대하는 모든 언행이 삼촌이 이뻐하는 조카들을 대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식사 중 반주로 시켜서 나누어 마신 술값은 꼭 자신이 내야만 마음이 편한 것 같았습니다. 어린 조카가 돈 쓰는 게 안쓰러운 삼촌의 마음이 그럴 것입니다. 아마 이 때문에 꽤 많은 돈을 썼을 겁니다.
때로는 조카를 놀려먹는 개구쟁이 삼촌같이 풍부한 유머가 담긴 농담을 스스럼없이 주고받기도 합니다. 산행 중에는 행여 자기의 체력이 모자라 전체 등반을 어렵게 만들지 않으려고 마음을 무척 썼습니다. 그런 때는 주로 44회 김문성 선배에게
"문성씨하고 내만 성공하면 전체가 성공이다." 라고 농을 걸곤 했습니다.
문성 선배가 전체대원 중에 몸집이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전날 조금 과했던 술과 유난히 무거운 배낭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빗대며 이렇게 농을 걸때는 꼭 조카를 놀려먹는 개구쟁이 삼촌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본인 이 혹시 다른 사람의 짐이 되면 어쩌나하는 마음씀이 그대로 묻어 나옵니다. 그러나 등반의 매 단계마다 이러한 우려는 단지 기우였을 뿐 이였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며 후배들을 무색케 하곤 했습니다. 전체 등반과정에서 체력 때문에 뒤처진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이야깁니다. 등반이 끝난 후 우리 후배들의 하나같은 생각은 저 정도 나이에 저런 체력만 유지하고 살 수 있다면 성공적인 삶이라는 거였습니다.
현재는 망월산악회의 회원은 아니나 산행에 나와서 후배들 귀감이 되어 줄 것을 요청하자 귀감이 될 것까지는 없다고 겸손해 하시며 기회가 닿는 대로 산행에 나가겠노라고 했습니다. 아마 망월산행에서 이 분을 뵐 수 있을 겁니다.
이 분에 대해 또 하나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는 틈만 나면 33회 최홍식 선배님을 추켜세우며 인물자랑을 하였고 최홍식 선배님도 이 분에게 깍듯이 선배 대우를 하며 추켜세우는 게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다음의 최 선배님 이야기의 대부분은 이 선배님의 증언으로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최홍식(33회)
망월산악회 회원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뒤늦게 망월산악회에 참여한 제만 이 분이 어떤 분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망월산악회를 이분이 만들었다고 과언이 아니랍니다. 회장도 역임하시면서 망월산악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남다른 분이십니다.
이분 또한 체력이나 등반 실력이 위의 박영진 선배님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첫날 목적지인 라반라타 산장에는 선두로 도착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분에 대해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유창한 영어실력 이였습니다. Kota Kinabalu 공항에서부터 현지인 가이드로 니콜이라는 중국계 아가씨가 동행을 했는데 예쁘장하게 생겼댔습니다. 호텔 로비에서나 버스 속에서 이 친구를 보기만 하면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 아가씨도 이 분의 유창한 영어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헤어질 때는 이 아가씨가 한국에 가면 연락하겠다며 연락처를 달라고 하더라고요. 영어실력보다 여자 꼬시는 실력이 더 좋은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쿠알라룸푸르에서도 현지인 가이드가 41살의 차도르를 쓰고 다니는 말레이시아인 처녀였는데 이 여자도 공항에서 헤어질 때 이분에게 포옹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박영진 선배님이 이분에 대한 일화를 하나 소개했습니다. 장소는 LA의 한 나이트 클럽이였답니다. 제가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들어서 경위를 정확하게 듣지는 못했지만 미국인 젊은이와 약간의 실랑이가 붙었는데 이 친구가 올림픽 역도종목의 금메달인가 은메달리스트였답니다. 어찌어찌 해서 이 친구와 팔씨름 대결이 붙었으며 결과는 최홍식 선배님의 완승으로 끝났답니다. 처음에는 이 친구가 속임수라며 승복을 않다가 몇 판을 내리 지고는 패배를 인정했답니다. 팔뚝 굵기가 저랑 비슷한 정도라 모두들 믿기지 않는 눈치였고, 때문에 몸집이 가장 큰 44회 김문성 선배랑 즉석 팔씨름 대결이 벌어졌습니다. 요즘은 힘이 옛날같지 않다면서도 문성 선배를 쉽게 이겨버렸습니다. 수월치 않은 나이에도 젊은 사람 못지 않은 산행실력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번 등정의 공식일정을 끝내고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같이 탄 덕에 이분의 과거 이력에 대한 또 하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분이 KOTRA의 아프리카 무역관을 책임지고 나이로비에 나가 있을 때 사냥에 심취해서 6개월 간 열심히 공부하여 사냥면허를 취득했답니다. 그 때부터 주말만 되면 랜드로바를 끌고 사냥을 다녔답니다. 사자며 코끼리를 잡았던 이야기며 총을 맞고 도망가는 짐승을 뒤쫓다가 타고 온 차를 못 찾아 고생했던 이야기 등 정말 환상적인 이야기가 버스를 내릴 때까지 계속됐었습니다. 이후에 자연보호를 위해 사냥면허 내주는 걸 중지했다니 아마 한국에서 유일하게 아프리카 사냥면허를 가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분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지만 이 정도에서 줄여야겠습니다.
이재곤, 김홍국(41회)
이분들은 망월산악회 회원들이 너무 잘 알고 계셔서 제가 여기서 따로 소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색합니다. 우리나라 국토를 이분들만큼 샅샅이 훑고 다닌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렇게 많은 산행을 했음에도 아직 외국산행이 없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순 조선토종인 셈입니다. 재곤 선배님은 모습에 걸맞게 학교시절 그림을 그렸던 예술가이기도 합니다.
지도제작에 대한 전문지식은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몸으로 체득한 산행요령과 우리나라 산에 대한 체험적 지식이 막걸리 한잔을 사이에 두고 앉으면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쏟아져 나올 분입니다. 제가 등정 중에 이 분과 같이 걷다 주변에 난초는 지천으로 널렸는데 야생화들이 별로 보이지 않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예의 해박한 지식으로 의문을 풀어줍니다. 키 큰 나무들이 많으면 야생화들이 자라기 어렵다는 겁니다.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없는 점과 포자를 멀리 날려보낼 수 없어서 그렇다는 겁니다. 역시 산에 관한 한 움직이는 백과사전입니다.
전임 산행대장답게 후배들에게 술을 자제하라고 일러 주거나, 노선배님의 컨디션을 꼼꼼히 살피는 등 성공적인 등정을 위하여 애를 많이 씁니다.
재곤 선배님의 형수이신 김홍식, 이름을 처음 듣는 분 많을 겁니다. 동고인보다 더 동고인다운 여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 별로 없을 겁니다. 스스럼없고 걸걸한 입담이나 술 실력은 너무 잘 알고 있으니 언급을 않겠습니다. 산 타는 능력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어지간히 산을 잘 탄다는 남자들도 이 분과 보조를 맞추기는 어렵답니다. 암벽에만 붙으면 자신있다는 게 본인의 말입니다. 이번 등정에서도 고산증세가 와서 두통에 시달리면서도 정상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이 분입니다. 너무 빨리 올라간 바람에 추워서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내려와 버려 정상에서 찍은 단체사진에 얼굴이 없습니다.
한원호, 김문성, 정덕영, 홍순형(44회)
이번 등정이 44회 동기 산행으로 착각될 만큼 다수당입니다. 제가 망월산악회 가방끈이 짧아서 그런지 산행대장인 한원호 선배님을 제외하고는 처음 뵙는 얼굴들입니다. 등정전날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시고도 끄떡없이 등정을 해낸 무쇠 체력을 가진 팀입니다. 물론 그것 때문에 힘이 들어 일반적으로 후미 그룹을 형성했던 팀이기도 합니다.
한원호 선배는 재곤 선배님과 마찬가지로 여기서 소개할 필요가 없는 분입니다. 보면 볼수록 이 분은 타고난 산행대장입니다. 다른 대원들이 사피섬에서 해수욕을 즐기며 등산의 피로를 씻어내고 있는 동안 잠시 안보인다 싶더니 그사이에 사피섬을 이루고 있는 높이 100m 가량 되는 산을 종주하고 왔습니다. 산엘 들어갔더니 다리통 만한 도마뱀이 발 앞을 지나가는 바람에 혼이 나서 나뭇가지를 주워 무기삼아 들고 다녔답니다. 코스가 아주 괜찮더라며 식사 후 안내할테니 갔다오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해변정담이 길어져 시간관계상 갈 수가 없었습니다.
김문성 선배 이 분은 단독산행이 취미랍니다. 비박을 즐기며 주로 설악산을 다닌답니다. 설악산을 하도 많이 다녀서 산장지기들과 친분이 돈독하답니다. 그뿐 아니라 비선대 근처의 식당 주인도 잘 알고 있어 하산할 때 그 지루한 설악동 평지길을 봉고차를 타고 다닐 수 있다 했습니다. 이 분의 산행지론은 안전제일주의로 근교산을 가더라도 20m짜리 로프정도는 꼭 가지고 다닌답니다. 비박장비에 안전장구까지 챙기니 이 분의 배낭은 항상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등정에도 이런 것들을 모두 챙겨와서 배낭이 가장 무거웠고 이 때문에 고생을 가장 많이 했습니다.
정덕영 선배님은 등산을 매우 좋아하지만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교회를 빠질 수 없어 망월산악회 산행에 나올 수 없었답니다. 이 분과는 소주 한 잔 놓고 약재나 과실로 술 담는 방법강의를 들으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크리스찬임에도 불구하고 집에는 직접 담근 약주와 과실주가 엄청나답니다. 술 담그는 소주 값만 한해에 3-40만원씩 들어간답니다. 이번 등정에도 직접 담근 음양곽 술을 가져와서 사피섬에서 해물 바비큐로 식사할 때 내놓아 대히트를 쳤습니다.
홍순형 선배님은 여러 가지로 특이한 점이 많은 분입니다. 동래고 출신인데 억양이 우리와 조금은 다르다 싶었더니 고향은 충청도랍니다. 이 분이 얼마냐 엉뚱하냐면 CAD 등 컴퓨터 출력전문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도 디지털카메라 사진을 출력하려면 메모리를 뽑아서 사진관에 갖다줘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사장이 그런 것까지 알아야할 필요는 없다는 게 이분의 지론입니다. 산행 좋아하는거요? 14일 우리의 등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다음날인 15일 점심 때 쯤 핸드폰으로 전화를 드렸더니 청계산에 올라가 있다고 하더군요.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었습니다.
처음 뵙는 선배님들 이였지만 하나같이 산에 대한 대단한 열정과 경력을 가진 분들 이였으며 막내인 저를 각별하게 챙겨주신 분들도 이분들입니다.
임형운(전문가이드, 56세)
이분은 재곤 선배님의 20지기 친구로 캐나다에선가 암벽등반 자격도 취득한 바 있는 산꾼입니다. 키나바루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올랐고, 킬리만자로도 4번을 올랐으며, 네팔도 여러 번 갔었답니다. 해외산행 경력을 바탕으로 여행사를 크게 한 적이 있어 이때 백두산, 중국 황산 등은 수도 없이 갔었답니다. 말레이시아와의 첫 인연은 학생시절 권투선수 자격으로 권투시합을 위해 갔던 것이랍니다. 그래서 아직도 권투심판위원회 위원으로 종사하고 있답니다. 이 분으로부터 고산지 등정요령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이번의 성공적인 등정은 이분의 노련한 가이드에 힘입은 바가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준흥(51회)
바로 접니다. 이번 등정 대원 중에 막내로 가장 젊다고는 하나 제대로 산에 다닌 지 일년 조금 넘는 초보입니다. 그래서 출발을 앞두고 두려움이 가장 컸던 게 저였을 겁니다. 그 때문에 성공적인 등정으로 가장 가슴 뿌듯했던 사람 또한 저였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