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 아우님들, 그리고 형수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당일 같은 세석산장에서 6시간을 늘어지게 잔것이 꼭 무슨 죄를 지은것만 같아 이렇게 뻘쭘하게 인사드립니다.

6월 7일 아침 식사도중 원호형 한테서 대충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진하형 산행기를 접하니 그 처절했던 지리산과의 투혼이 최근 우리 대한민국 축구를 보는것만 같습니다. 정말 장하십니다.

사실 저희 48 아아들 5명은 여학생 2명 꼬셔서 6월 5일 22:50 서울발 무궁화 열차를 탔었지요. 김성수를 제외하곤 대부분 지리산 종주가 처음인것 같아 다들 들뜬 마음으로 깡맥주를 마셔대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어요.

자는듯 마는듯 하는사이 구례구역에 도착하니 반갑게도 부산에서 동기들이 6명이나 기다리고 있더군요. 무리를 이루려는 벌떼의 생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인근 식당에서 때이른 아침식사를 재첩국으로 해결하고 나니 67회 김현태 후배가 손수 운전하는 궁전같은 이스타나로 바로 성삼재까지 데려다 주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저희들은 순조롭게 웃고 떠들며 걸쭉한 와이담까지 걸쳐가며 연하천대피소에 이르러 부산 친구들이 준비해온 도시락을 정말 푸짐하게 소주까지 걸치는 통에 우리 서울 아아들은 통 짐을 줄일 수가 없었었습니다.

물경 1시간 10분간의 점심식사를 마치고 벽소령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하산하는 부산친구들과의 작별이 아쉬워 발걸음을 제때에 떼지 못한 탓으로 세석산장엔 계획보다 40분 늦은 18:40에 도착하였지요. 당연히 형님네들께서 17:00에 도착하여 밥해놓고 저희들을 기다리실줄 알고 우리가 할일은 김성수가 힘들여 업고온 2Kg짜리 삼겹살 굽고 소주며 고량주 파티할 일 뿐이리라 생각했었는데...

그래도 남은 쌀로 밥까지 지어놓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남은 고기는 상할까봐 옆에서 보채는 어만넘 한테 주뿌고, 혹시 무슨일이라도 하는 불길한 생각을 김성수가 "어이 그사람들은 프로야 프로" 하는 말로 떨쳐버리고 일어서기로 하였습니다.

싸늘함마저 느끼게하는 밤공기속에서 다들 몸은 파김치가 되어있었지만 초롱초롱한 별이 무수히 쏟아지는 밤하늘을 우러러보며 형님네들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시한번 그 고난도산행 성공을 경하드리며, 언젠가 동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