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포먼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북한에서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왔던 1994년, 부부는 처음으로 전쟁반대를 외치며 강원도 고성에서 백령도까지 휴전선 155마일(250㎞)을 20일간 걸어서 완주했다. 이후 13년 동안 65차례에 걸쳐 위도 38도선을 자동차·자전거·도보 등으로 횡단했다. 2000년엔 뉴욕부터 LA까지 미국 대륙 4000㎞를 자동차로 건넜고, 그 해 인천부터 중국 베이징까지 철도로 횡단하며 ‘조국 평화’를 외쳤다. 거리로 환산하면 3만9000㎞. 거의 지구 한 바퀴(4만75㎞)를 돈 셈이다. 그래서 유씨 부부에겐 ‘38선 부부’란 별명까지 생겼다.
  
  어떻게 이런 일을 시작했을까. 유씨의 아버지 유귀용씨는 한국전쟁 발발 한 해 전인 1949년, 경주경찰서 안강지서장으로 재직하던 중 빨치산과 교전하다가 27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유씨는 유복자로 태어난 뒤 어머니마저 일찍 여의고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다. 유씨가 보여준 코팅된 한 장의 빛 바랜 사진 속엔 장총을 들고 근무를 서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가 살아계셨더라면 제가 지금 이렇게 기자를 만나고 있지도 않았을 텐데….” 유 씨가 말을 채 잇지 못했다. 아내 이씨의 친오빠도 학도병으로 전장에 나섰다가 부상을 입어 왼쪽 팔을 남은 평생 사용하지 못한 채 10년 전 세상을 떴다. “생각 같아선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더 이상 우리와 같은 불행이 생겨선 안 된다는 생각에 남편과 함께 다니고 있어요.”
  
  경제적으로도 넉넉한 사정은 아니지만, ‘평화’에 대한 일념으로 부부는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매달 보훈처에서 지급되는 43만9000원 수당을 꼬박꼬박 모아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 유씨는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38선을 오가며 국민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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