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기고) 물위기, 곧온다......유재명(2003.1.20)
지금 지구는 인구 증가와 난개발로 인한 물수요의 증가와 수질오염으로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만성적인 물 부족을 겪고 있다. 요르단강, 나일강, 메콩강 등의 주변 국가에서는 수자원 확보를 위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평균 강수량이 세계 평균의 1.3배이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1인당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5%에 불과하다. 더욱이 인구의 45.3%가 수도권에 밀집돼 있고 연간 강수량의 66%가 여름 홍수기에 집중돼 있어 물관리가 아주 어렵게 돼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이용 가능한 수자원이 1500㎥에 불과해 ‘물부족 국가’로 분류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35년 동안 전체 용수 수요는 6.5배, 그중 생활용수 수요는 32배로 크게 늘었다. 이러한 증가세는 20년 이상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 수자원 장기 종합 계획에 따르면, 2006년부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연간 4억ｔ의 물이 부족하게 되고 2011년에는 연간 20억ｔ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물환경의 악화로 우리나라에서도 지역개발로 인한 수질문제 때문에 용담댐과 낙동강의 상·하류 지역 간 이해관계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년 동안 경제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물이 부족하면 댐을 만들고 택지가 부족하면 산을 헐고 바다를 매립하는 공급 위주의 정책을 추구해 강과 산, 바다 어느 하나 성한 곳이 없다.

더욱이 1993년도 국토이용 관리법 개정 이후 토지 규제가 대폭 완화됨에 따라 상수원 주변의 개발이 가속화됐다. 1991년 지자체 이후에는 보존과 보호보다는 허물고 파헤쳐 무엇을 만들어야 업적을 이루는 것인 양 경쟁적으로 자연을 훼손시켰고,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지도 단속 및 처분에 미온적 자세로 대처해 왔다. 그 결과 조그만 환경 변화에도 몸살을 앓게 됐다.

식단의 대부분이 수질오염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간장, 된장을 이용한 국물 위주인 탕과 김치류인 데다가 반찬의 종류도 많아 버리는 음식물만 식단의 24%나 된다. 그래서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가 생활 쓰레기의 30%에 달하고 그 양은 연간 483만2000ｔ, 경제적 가치는 14조7000억원으로 수질관리에 나쁜 식생활 구조를 갖고 있다. 휴식 문화를 보면 강수량 집중으로 수질관리를 가장 엄격히 해야 할 여름철에 휴가가 시작돼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사람들이 찾아들어 음식물을 버리고 세제로 빨래하며 목욕까지 한다. 매스컴에서 안내하는 숨어 있는 계곡에 대해서도 주말, 휴가철 가리지 않고 수시로 찾아 오염시켜 버린다. 동강이 오염에 시달린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4대강 수질이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갈수기에는 여전히 3급수 수질을 보이고 있다. 이제 우리 국민도 ‘물쓰듯 하는’ 생활에서 벗어나 불편을 각오해야 한다. 정화 처리 시설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사후관리에서 예방 정책으로 전환해야 하며, 수질과 수량을 통합 관리하는 관련 기구의 일원화도 이뤄져야 한다. 수질 관련 환경 영향 평가도 사업 결정 이전에 이뤄지고, 공급 위주의 수도 행정에서 물수요 억제의 절수 행정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물환경 국민 의식의 대전환을 위한 범국민 운동도 벌여 환경친화적 소비생활로 바꿔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개발·건설 위주의 정책을 펼쳐 왔다면 이젠 보존·보호를 위한 정책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노무현 당선자가 자연을 사랑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기를 기대한다.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