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복천동 고분군 공원 전경. 지난 1월말 부산시 문화재위원회가 주변 복산 1지구 대단위 아파트단지 재개발 계획을 통과시켜 고분공원 일대가 아파트숲에로 둘러싸여 역사경관이 크게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자료 사진
초고층 아파트단지 건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부산 동래구 복천동 고분군(국가사적)과 인근 동래읍성의 경관 보존 문제(<한겨레>3월5일치 12면 단독보도)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내 학계의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고대 가야를 대표하는 유적이자 세계유산등재 후보로도 꼽히는 복천동 고분군 주위의 대단위 아파트 재개발 사업이 역사 환경을 훼손할 뿐 아니라 주민들에게도 피해를 입힐 것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역사고고학계에서 잇따라 나오는 중이다.
부경역사연구소, 부산경남사학회, 부산고고학연구회는 7일 성명을 내어 “복천동고분군 주변과 동래읍성 내부 주택재개발사업을 재검토해 문화유적 보존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은 부산 지역 역사학, 고고학 관련 연구기관과 학회들이 연대해 낸 것이다. 앞서 지난달 16일 영남고고학회는 “고분군 성격과 가치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주변 경관 파괴가 우려된다”며 부산시와 문화재청이 초고층 아파트 건설 허가를 재고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세 단체는 이날 성명에서 “가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중요 유적들이 복천동고분군과 동래읍성처럼 면면히 이어져 오면서 공존하는 곳은 우리나라 전체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다”면서 “주변 일대가 모두 보존돼야 할 유적지대인데도, 개발사업이 원안대로 추진된다면 부산의 역사적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은 물론 역사적 자산이 급속도로 훼손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단체들은 이어 “개발대상 지역에는 변한과 가야시대, 조선시대에 이르는 각종 유적이 밀집분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재개발 전 해야하는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결과에 따라 많은 곳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확대 지정될 것이란 예측이 일찍부터 거론되어 왔다”며 “문화재청과 부산시의 한심한 보호대책과 인식으로 문화유적과 대상 지역 주민들 모두 막대한 피해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복천동 고분군은 4~5세기께 만들어진 가야권 최대 규모의 무덤떼다. 70~80년대 발굴조사를 통해 무덤 40여기와 철제 갑옷, 철정(쇳덩이), 말갖춤, 토기류들이 대량 출토됐으며, 1996년 10월 복천박물관이 개관하고 고분군 일대가 공원화하면서 부산을 대표하는 고고역사유적지로 떠올랐다. 그러나 올해 1월 열린 부산시문화재위원회에서 5~32층 고층아파트 단지 건립을 허용하는 현상변경 심의안이 통과된 사실이 <한겨레>보도로 알려지면서 학계에서는 역사경관 훼손으로 고분군이 세계유산 등재대상에서 빠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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