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오일 남았지만

  

물러가는 더위는 당당했습니다.

 

  

지난 19일 古刹 표충사에 갔습니다.

  

山寺 방문은 도회지에 사는 사람에겐

  

설레임일 수밖에 없습니다.

  

  

달리는 차창에 몰려드는 영남 알프스 자락에

  

모진 더위를 견뎌낸 생명들

  

소리없는 함성이 가슴에 너울대는 들판

  

산빛 역시 파랗게 익었습니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표충사에 도착합니다.

  

마음에 꽃이 피면 어느 것인들 아름답지 않겠냐만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은 한가롭고 품위가 있습니다.

  

산허리를 감도는 그림자에 푸르름이 함께 떠가고

  

반쯤 핀 백일홍 그림자가 붉게 일렁거립니다.

  

  

오백년의 세월에도 또 다른 오백년의 약속을 기다리는 고목

  

사명대사의 푸른 혼이 기왓골에 흐릅니다.

  

한참 仙景에 취해 있다가 합장하고 물러납니다.

  

  

여름의 끝자락에 서서

  

또 다시 마음이 자유롭고 아름다운 나들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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