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제대로 피우기 위하여

- 담배를 끊을 것을 심각히 고려한다는 친구에게 -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신념을 가지고 하는 행동은 아름답고, 마지못해 하는 행동은 구질구질하다. 그래서 윤봉길 의사의 행동은 비록 테러였을지언정 찬미받을 가치가 있지만, 선배의 강압에 못이겨 운동했노라고 ‘참회’하는 인간은 하루의 짜증을 더할 뿐이다. (담배 피는 얘기하면서 웬 윤봉길 의사와 청산주의자 이야기가 나오냐고 흥분할 사람이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쓰는 사람 마음이니까 냅두기 바란다. 고까운 사람은 더 거창한 예를 들어가면서 다른 글을 쓰시면 되겠다) 여하튼 담배 피우는데도 가능하면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피우면 좋겠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이다.

그럼 어떻게 그런 경지로 올라서게 되는 지에 대해 잠시 언급하고 지나가도록 하자.

첫째, 흡연이 해롭다는 항간의 소문을 전면 부인하자.

세상에 해로운 것이 어디 한둘이랴? 날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리 부러지고, 인사불성 되고, 심지어 사망하는 교통사고나 배기가스의 문제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담배보다 훨씬 심각하게 우리의 운명을 헤까닥 바꾸어 놓을 요소는 길거리에 널렸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놈의 인생에서 그깟 담배 좀 피운다고 비명횡사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담배와의 전쟁’으로 스트레스만 늘어가느니 속 편하게 피우고 마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좋으리라. 내 생각에 담배를 피워서 늘어날 불확정한 사망 확률보다, 끊기 위해 노심초사하면서 ‘난 안돼!’를 연발하는 것이 인생에 더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극기할 일은 금연 말고도 많다. 이 땅의 청년으로 태어나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담배 끊자고 금연침 맞고 목캔디 먹고 과자 부스러기 줏어먹고 있으랴. 담배도 끊으려는 마음 없이만 피우면 정신건강에 참 좋은 기호식품이다.

둘째, 일단 피우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우아하고 멋있고 쾌적하게 피우자.

지저분하게 피우면 주위의 탄압도 심해지고, 스스로도 혐오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참고로 내가 쓰고 있는 방법을 먼저 이야기한다. 나는 주로 대부분의 담배를 내 방에서 피우는데, 하루에 약 한 갑에서 한 갑 반 정도를 피우는 편이다. 우선 쾌적한 흡연을 위해서 창을 열어두는 것은 필수적이고 담뱃재가 이리저리 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보통보다 더 큰 재떨이를 내 손이 닿는 곳 여기저기에 배치해둔다. 물론 재떨이는 도자기로 만든 아름다운 것일수록 흡연의 쾌감에 좋다. 그리고 불 붙이는 즐거움을 위하여 예쁘고 견고한 지포 라이터를 장만한다. 한 번 불 붙일 때마다 내가 담배를 피움으로서 이 예쁜 라이터를 켤 수 있게 됨을 감사해 본다. 담배를 끊는다면 이 아까운 라이터도 무용지물로 녹슬겠다는 생각을 하면 여간해서 담배를 끊고자 하는 마음을 먹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담배를 끊고 싶은 유혹에 빠질 것 같은 사람은 좋은 라이터를 장만해두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 다음 담배 냄새가 방안에 배서 속칭 ‘홀아비 냄새’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방안에 좋은 향이나 공기정화기를 준비해둔다. 공기정화기는 비싸니 가능하면 내가 쓰는 방식대로 향을 구비해 두기를 권한다. 향은 종로 조계사 앞이나 인사동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가능하면 좀 좋은 향을 구하는 게 좋다. 그래서 가끔 향을 피워두면 홀아비 냄새가 사라지고 향긋한 내음이 방을 가득 채우기 때문에 외출해서 돌아왔을 때 피우고 싶은 욕구가 자연히 생겨난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지난밤의 흡연 때문에 목이 칼칼하여 흡연 행위를 후회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럴 경우를 마주하면 신속하게 담배와 어울리는 음료를 마신다. 흡연자는 다 알겠지만 콜라나 커피 등 카페인이 많은 음료가 좋다. 그런 음료가 없으면 물이라도 마셔두는 게 아침 흡연을 위해 좋다. 여기서 금물은 오렌지 주스류의 과일음료인데, 이런 음식물은 담배와 상극이라 흡연의욕을 상실시킨다.

셋째,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흡연을 위해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적극적으로 흡연을 권하자.

특히, 이성친구처럼 자주 만나는 사람이 비흡연자라면 곤란하다. 이런 경우 담배의 효능과 유익함을 널리 선전하고 가능하면 담배를 멋있게 피워 상대방의 흡연욕구를 자극하고 상대방이 일단 흡연을 시작하면 라이터 등 흡연 악세사리를 선물하여 미안해서라도 못 끊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방식은 결혼 이후의 생활을 감안해서라도 필수적이다. 함께 생활할 사람이 흡연에 혐오감을 가지고 있어서야 원만한 결혼생활이 이루어지겠는가?

넷째, 종교적인 문제와 충돌할 경우의 문제이다.

이 경우 역시 약간의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충돌하는 경우가 개신교의 경우인데, 이 경우 성서 원리주의의 입장에서 접근해 본다. 먼저 흡연이라는 행위는 콜롬부스가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비로소 유럽과 아시아권에 전해진 것임을 명심하자. 따라서 서기 1년경 팔레스타인에는 담배가 없었으며, 따라서 성서에는 단 한 구절도 담배에 관한 구절이 없었음을 상기하자. 만약 있었더라면 골고다 언덕에서 분명히 멋있게 한 대 피웠을 예수의 모습도 머리 속에 그려본다. ‘아버지 거둘 수만 있다면 이 잔을 거두어 주소서’ 하면서 고뇌에 찬 청년 예수는 쌈지에서 담배를 꺼내 베드로가 부셔준 부싯돌에 불을 붙였으리라. 이렇게 종교적인 문제는 해결하면 되겠는데 그렇다고 이 주장을 목사님 같은 분에게 설득하려 하지는 말라. 세상에서 말 제일 안 통하는 사람이 목사라지 않던가. 그냥 자기 마음에 새기고 혼자 피우면 되겠다. 2000년 역사의 카톨릭에서도 담배 피우는 것은 암말도 않지 않던가. 심지어 장가도 안갈 정도의 금욕적인 신부들이 담배는 피우지 않는가.

이상으로 담배를 제대로 피우기 위한 여러 가지를 다루어 보았다. 부디 이 글을 보신 분들의 가정에 담배 연기가 그득하기를 기원해본다.

마지막으로 담배의 대용품으로 널리 선전되는 껌보다 담배가 더 좋은 9가지 이유를 적고 마치도록 하겠다.

1. 껌은 하루 종일 씹을 수 없지만, 담배는 하루 종일 피울 수 있다.

2. 껌은 자본가의 배를 불리지만, 담배는 나라의 재정을 튼튼하게 한다.

3. 껌은 보도 블럭에 한번 떨어지면 여간해서는 안 떨어지지만, 담배는 살짝 쓸기만 해도 된다.

4. 벤치에 붙은 껌은 옷을 세탁소로 보내게 만들지만, 담배는 럭키 한 스푼으로도 충분하다.

5. 껌이 옷에 묻었다고 옷을 버리지는 않지만, 담배 때문에 구멍이 뚫어진 옷은 새 옷 하나로 바뀌어진다.

6. 담배는 술 마시면서도 피울 수 있지만, 껌은 술 마시면서 씹기가 곤욕스럽다.

7. 담배를 예찬한 공초 오상순이나 임어당 같은 대문호는 봤어도 껌을 예찬한 문호는 본 적이 없다.

8. 담배는 흡연과 관련된 연관산업(예, 라이터 제조업, 석유화학, 환기시설, 공기정화장치, 요업공업) 등의 발전을 촉진시키지만, 껌은 연관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적다.

9. 마지막으로, 껌과 달리 담배는 청소년과 부모와의 대화를 촉진시킨다.(그 이유는 상상에 맡긴다. 그 이유를 알고 싶은 청소년은 그냥 자기 책상에 디스 한갑만 놓아두면 그 이유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 이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