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매니저에서 물러나는 김대업 과장이 전하는 월드컵 뒷이야기

"우리 선수들, 정말 한국 축구를 고민합니다."

한국 축구의 A매치를 볼때마다 감독, 코치, 선수들의 얼굴 만큼이나 낯익은 얼굴. 바로 지난 1999년 말부터 2006 독일월드컵에 이르기까지 한국 축구대표팀의 매니저로 활약해 온 김대업 매니저(34 · 대외협력국 과장)이다. 오랫동안 국가대표팀의 매니저로 일하며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온 김대업 매니저가 31일, 7년간의 대표팀 살림꾼 역할을 조준헌 대리(경기국)에게 넘겼다.

국가대표팀의 매니저로 일하면서 2002 한일월드컵과 2006 독일월드컵을 치른 김 매니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못다한 선수들에 대한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좀 더 베푸는 아량을 보여야 한다"는 따끔한 한마디도 빼놓지 않았지만 김 매니저에게 있어 모든 선수들은 자랑스럽기만한 태극전사들. 김대업 매니저가 털어놓는 뒷이야기를 살짝 들어보자.

◎ 안정환(30)

지난 2006 독일월드컵 당시 주전 원톱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인 것은 안정환과 조재진(시미즈). 결국 주전자리는 조재진이 꿰찼고 이에 대해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선배인 안정환이 조재진에게 밀린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안정환 역시 이에 대해 불만을 가질법 했다. 그러나 김 매니저가 털어 놓은 후일담은 팬들의 상상과는 달랐다. 안정환은 사석에서 "나보다는 재진이가 주전으로 나오는게 낫다", "나는 조커로 나와서 흐름을 푸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며 쿨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

◎ 이운재(33 ·수원) 최진철(35 ·전북)

김 매니저는 항상 고참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번 2006 독일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 이번 월드컵에서 주장을 맡았던 이운재는 항상 김 매니저의 구세주 역할을 했다. 축구용품이 모자라거나 스케줄이 어그러져 김 매니저가 곤란을 겪을 때마다 이운재는 '조용히' 이를 처리해줬다. 또 2006 독일월드컵 당시 팀 분위기가 산만해질 때면 언제나 최진철의 소집 명령이 떨어졌다. 조용하고 과묵하지만 후배들을 따끔하게도 다그칠 줄 안다는 것이 김매니저의 전언.

◎ 김남일(29· 수원)

말이 없어 '미스테리 대상'이지만 정말 잔정이 많다. 그래서 박지성, 송종국 등 유난히 후배들이 많이 따른다. 말도 별로 없는데 후배들이 따르는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라고. 모든 사람들이 말없이 보여주는 '강렬한' 눈빛에 통하는 무엇인가를 느낀다고 한다. 또한 가끔 용돈이 생길 때마다 김남일은 대표팀에서 장비를 챙기며 궂은일을 돌봐주는 자신보다 나이 어린 축구협회 직원들에게 돈을 쥐어 주기도 할만큼 정이 많다.

◎ 박지성(2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김 매니저도, 박지성도 '막내'인 시절이 있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시절이다. 이 당시 김 매니저는 팀 스탭에서. 박지성은 선수들사이에서 막내였고 두 사람은 모여 "언제 막내를 벗어날까"하며 신세 한탄을 했고, 한 때는 공을 들고 함께 방마다 전전하며 선수들과 감독의 사인을 받기 위해 한 시간씩 돌아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너무도 커버린 박지성이 김 매니저에게 챔피언스리그에서 직접 입고 뛰었던 유니폼을 선사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