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극락암











산사에서 부치는 편지 





-경봉스님- 





인생이란 늦은 시간, 촛불을 앞에 두고서 

한 잔 차를 끓여 마시는 것과 같습니다. 

어쩌면 부질없는 것이 인생이며 

한 번즘 살아 볼 가치가 있는 것이 또한 인생입니다. 



아이가 어머니의 젖꼭지를 물고 젖을 빠는 순간부터 

세상의 인연이 시작되듯이 

삶은 어쩌면 자신과는 연연하지 않게 

오고 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이란 티끌이며 허공입니다. 

이 이치를 깨달으면 욕망과 악이 사라집니다. 

곧 성불이 되는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생의 참된 화두입니다. 

이 깊은 화두를 깨달으면 

마음길이 끊어지지 않고 곧게 이어져 갑니다. 

이 화두를 앉으나서나 끊임없이 생각하십시오. 

그러면 모든 것이 편안해지며 

마음의 병 또한 나아질 것입니다. 



그러니 때론 세상의 모든 일에 

한 번쯤 무심하는 것도 몸에 좋은 것입니다. 

무심이란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자신과의 단절을 말하는 것입니다. 

무심의 강은 자신을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욕망과 사악을 버리는 강이기 때문입니다. 

아아, 무심하라. 










경봉스님의 거처였던 삼소굴(三笑窟)






세수 91세 되던 1982년 어느날 스님이 입적을 하게 되자 효상좌 명정이

 \"스님이 가신 뒤 스님을 뵈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야반삼경(夜半三更)에 대문 빗장을 만져보거라\"는 말을 남기고 

이승과의 인연을 접었다



인생은 찰라요 죽음은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요

만물은 항상 변해 가는 것이니 눈에 보이는 것에 연연 하지말라

사람은 본래 맑은 거울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자라면서 

번뇌망상에 빠져 본래 거울의 환한 빛은 사라지고 

점점 자기 자신도 비추지 못할 만큼 어두워져 버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거울에 쌓인 먼지와 같은 망상을 다 털어내고 

자기자신을 다닦아내면 환한 거울이 다시 나타나

말할 수 없이 맑고 밝은 광명이 나타나서 자신은 물론 일체 만물을 

다 비춘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경지가 무심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완전히 성취하면  니르바나에 든다고 하니 

구도자들도 쉽게 성취할 경지는 아니죠 



극락암 여여문(如如門)






하물며 제같은 속인이야 감히 넘보지도 못하는 경지겠죠

다만 너무 욕심내지 않고 집착하지않고

조금씩 비우고 놓아버리며 살려고 노력해왔습니다만

요즘에 와서는  무심해지기는 커녕 

부모님이 편찮으셔도 자식의 입시 앞에서도 나도모르게

부처님의 가피(加被)와 구복(求福)을 빌고 있으니

아마 이런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감은 사라지고

그자리에 욕심과 망상이 대신 자리 잡은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버리고 비워서 새털처럼 가벼이 저 여여문을 들어서야 할텐데

무심 무소유는 커녕 가슴에 들어선 욕심으로 발때기 조차

더욱 힘들어 지는 것 같습니다.



영월루






그런 의미에서 극락암 영지에 핀 연꽃은 좋은 가르침을 주는 듯합니다

더러운 곳에서 피어나면서도 자신의 꽃이나 잎에는 

그 더러움을 묻히지 않는 것이다. 주위의 환경에 무심하고

오로지 밝은 빛에 의해서만 정결한 아름다움을 꽃피우기 때문이죠



극락영지




극락영지 위에는 경봉 큰스님께서 놓고 이름도 지었다는 

무지개 같은 홍운교 다리가 놓여져 있었고 

영지에 피어난 연꽃과 수면위로 어우러지는

홍운교와 영월루의 반영은 아름답기 그지 없어

와서 보면 왜 여기를 극락이라 하였는지  알게됩니다.







연꽃이 불교의 상징적인 꽃으로 된 것은 

첫째, 처렴상정(處染常淨)입니다. 연꽃은 깨끗한 물에서는 살지 않지만 

자신의 꽃이나 잎에는 묻히지 않습니다





둘째, 화과동시(花果同時)이기 때문입니다. 연꽃은 꽃이 핌과 동시에 열매가 

그 속에 자리를 잡는데, 이 꽃과 열매의 관계를 인과의 관계라 할 수 있으며 

인과의 도리는 곧 부처님의 가르침인 것입니다





셋째 연꽃의 봉오리는 부처님 앞에 합장하고 경건히 서 있는 

불자의 모습은 마치 한 송이 연꽃이 막 피어오르는 것과 흡사합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연꽃은 불교의 상징적인 꽃으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연꽃의 꽃잎은 축을 중심으로 방사되는 바퀴살과 비슷하다고하여, 

연꽃은 윤회(輪廻)의 가르침을 나타내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또한 연꽃은 바퀴같이 생긴(法輪) 꽃 모양과 진흙 수렁에 뿌리를 

내리고 맑은 꽃을 피우므로 부처 또는 그 대좌의 상징으로도 쓰입니다.





요즘은 주말마다 비가 내리는 것 같습니다. 

비오는 날 멀리 떠나기는 힘들테고 가까운 통도사 극락암으로

한번 떠나 보시죠! 영월루에 올라 앉아 영지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만 들어도 일상의 혼잡함은 잊어 버릴겁니다.

혹 더 큰 용기가 있으시면 원주 스님께 시원한 차한잔 청해 보시죠

차향에 젖어 바라보는 수국과 나리, 꽃잎위에 부서지는 빗방울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심해지고 말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