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에 범일동 거래처에서 손님을 만나기로 하고....
12시 30분 발 고속철도에 몸을 실었습니다
일박이일의 출장길...
외박한다는 것은.. 특히 다른 지방에서의 그것은 왠지 특별한 일이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으로
항상 설레임으로 출발을 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날 즐거워하라고 내버려두질 않는군요
모레 오기로 한 중국 공장의 사장이 내일 아침에 사무실로 들어 온다는 연락이 왔다고..
회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 밤차로 올라 와야겠군... 투덜투덜,,,

거래처와 상담을 서둘러 마치곤,,,
그 분들을 그대로 이끌고...
국제시장으로 향했지요
국제시장 가방골목의 국제가방점 2층.

신창국밥...
수육 한접시와 국밥4개..소주 한병을 시켜 놓곤...
그 아주머니가 있나..하고 둘러 보았으나...
보이질 않고...
나중에 물어보니..
초장동에 분점이 있어 거기에 계신다네...

소주가 두어병 비워지고 난 다음에 내 앞에 놓인 국밥...
내 마음을 설레게 하던 돼지 국밥...
첫술을 떠.. 입에 넣으니...
이십년 전의 그맛이 살아 있군요..
돼지 국물인데도.. 느끼하지 아니하고..
뻑뻑하지도 아니하고...
짙은 황토빛 국물은 오히려 담백하고...
순대랑 돼지 내장은 야들야들 씹히는 맛이...
소주를 곁들여 한그릇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비우고...
일행의 눈치를 살핀다
다들 맛있어 하며 그릇을 비운다..
내가 주인도 아닌데.. 잘 먹어 주는게 고맙다..

그래도.. 뭔가 대단한게 있을 것 같은 예감은..약간.. 빗나가고...
추억은 자신에게만 소중한 추억일뿐...
내 추억을 알아줄 사람도 없고..
관심가져주는 사람도 없어...
혼자만이.. 가슴 벅차 했나 보다..

식당을 나와 일행들과 인사하고 헤어져서..
혼자 광복동 거리를 여기저기 기웃거렸지요..
부산 사람들은 아시나?
원산면옥골목 옆의 길거리 국수집을...
길에서 그냥 국수를 삶아서 양푼이에 담아주는 싸구려 국수가...
학창시절의 단골 메뉴였었지...
아직... 길에서 국수를 삶고 있더군....
한그릇 먹을까...

거기서 몇걸음만 가면 할머니 회국수집...
매운 고추장 양념에 회 몇조각과 비빔국수...
연신 물을 들이켜 가면서..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먹던 회국수...
여름이라선지.. 손님이 거의 없어...

광복동 거리의 로얄호텔...
대학 다닐때.. 몇층이던가.. 부산에서 제일 좋다는 고고장이 있던 곳..
숫한 작업과 그 열매들이 주렁주렁 한곳..
언젠가..거기 갈 때..
누군가의 제의로.. 탁구공을 주머니에 넣어가서...
생면부지의 여자와 부르스를 추면서 탁구공이 든 주머니로 상대방에게 밀착했던곳..
참..뭔짓인지...ㅋㅋ

미화당 뒷길의 고갈비집도 여전하고...요즘도 물김치를 파인애플이라고 부를까...
가야밀면도 먹고 가얄텐데...
배는 부르고 열차 시간은 다가오고..

다음을 기약하고...부산역으로 향했어요...

짧은 시간의 추억여행...
아쉬움은 많지만...
그래도 즐거웠지요...
내 젊음이 거기에 남아 있으니....
거기엔.. 대머리에 쉰을 훌쩍 넘긴배불때기 중년은 없고...
생기 넘치는 청년이..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활기있게 살아 있으니...

난.. 오늘... 내 젊음을.. 보고 돌아 왔습니다
 (2004.8.20)

여름이 오니..지난 여름의 일이 생각나서...작년에 썼던걸.. 옮겨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