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지요





                김 용택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가봐야지 가봐야지

다음에는 꼭가봐야지



이러는 동안에

여수 영취산 흥국사의 진달래도

달성 비슬산 유가사의 철쭉도

다 시들어버렸습니다



이번주마저 놓치면

봄꽃속에 안겨있는 절구경은 다했겠구나 싶어

비온다는 소리도 한귀로 흘려버리고

보성 제암산 철쭉을 찾아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고흥 능가사와 금탑사를 들러

녹차밭과 제암산이나 일림산 철쭉을 보고

대원사를 거쳐 돌아올 예정으로 이른 새벽 길을 나섰습니다.

 

보성차밭



회현면 봇재





순천을 지나 나로도 소록도가 보이는 고흥으로 들어서려는데

빗방물이 떨어졌다. 능가사 금탑사는 햇살 맑은 날

다시 한번 들러 푸른 바다와 함께 바라보리라 마음 먹으며

벌교를 지나 보성으로 향했다.



보성에서 율포 쪽으로 활성산 봇재를 넘으면 갑자기 경관이 바뀌어

녹색 물결이 눈앞으로 밀려들어오는 장관을 맛볼수 있다.



대한다원





부산에서 가기는  도로 여건상으로는 대원사를 거쳐 

차밭으로 가는게 편하나 유명 관광지는 

조금만 늦어도  사람들로 워낙 붐벼 

삼나무가 도열한 황토길을 조용히 초록을 즐기며 

조용히 걷기 힘들어 차밭을 먼저 들러보기로 했다.







보성 봇재 고개 넘어서기전  우회전하며 대한다업 주차장이나온다.

주차장 앞으로 난 거목의 메타스퀘어(삼나무)사이를 어느 CF의

한장면처럼 걸어 올라가면 삼나무 숲 길 끝나는 산허리에서부터 

봉우리까지 가파르게 이어지는 층층의 차밭이 장관으로 펼쳐진다

가지런하게 골을 지어 펼쳐진 초록은 싱그럽기 그지 없다





이랑과 이랑사이에 내려 앉은 비안개는

향기담은 아지랭이처럼 찻잔 위로 피어오르는 듯 하고

찻잎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은 마치 녹차인냥 푸르름이 가득하다

이랑사이를 거니노라면 몸과 마음이 촉촉히  녹차에 젖어 들며 

차밭의 싱그러움과 청아한 모습에 점점 물들게 된다

비오는 날 보성은 입보다는 몸이 먼저 차를 마시게 된다.





보성 대원사





 

- 평화로 가는 길 위에서 -



이해인 수녀





세계는 하나

이 세상은 한 꽃이라지요.



우리는 하나

사람들도 한 송이 꽃이라지요



너와 내가

모두 제 자리에서 

하나의 꽃술이 되고 꽃잎이 되고

꽃받침을 이루며 뿌리를 내리는 꽃이라지요



천봉산 대원사로 들어오는 벚꽃터널처럼

길게 이어지는 평화의 꽃길을 만들려고 

아름다운 마음의 사람들이 

벚꽃을 닮은 연분홍 인연 속에 만났습니다.



대원사 연못에 피어나는 하얀 연꽃처럼

둥글고 깨끗한 마음으로

우리는 모두 평화로 가는 길 위에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벗이 되려 합니다.



서로 다른 종교

서로 다른 문화

서로 다른 민족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면서

정답게 손잡고 웃는 벗이 되려합니다.



---- 후략 ----







벛나무 터널





주암호변인 문덕면 죽산리에 소재한  대원사는 들어가는 길이

아름답기 그지 없다 주암호를 구비 구비 따라 가는길도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지만 끝 없는 

벛나무 터널사이를  달리는 기분은 상쾌하기 그지 없다.



아깝다! 조금만 빨리 왔더라면 흰꽃잎 속을 거닐어 봤을텐데...

벛꽃 한창일때 한번 더 와봐야할 곳중 한곳이다 





수미광명탑





터널끝에는  티벳 박물관과 불탑이 있는 주차장이 나타난다.

박물관 건물은 흡사 포탈라 궁을 연상시키듯 석조 기단위에 

높게 자리잡고 입으며 사찰 입구에는 15m의 티베트양식인 

수미광명탑 세워져 있다. 박물관 내의 밀교나 라마교의 형식이 짙은

특이하고 정교한 작품이나 유물들이 많다.



 만다라의 화려함과 보석화의 세밀함도 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죽음이라는 것이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라는 허무가 베여 있고

사람이 죽으면 살은 새에게 먹이고  남은 뼈들은 다시 새들이 

먹기 좋도록 잘게 빻아서 뿌려주는데, 장례 후 시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을수록 행복한 내세를 맞이한다는 믿음이 있다. 

시신이 새들에게 뜯기고 해체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천장은 영혼이 떠난 육체는 자연의 일부일 뿐, 

육신의 헛되고 덧없음을 깨달아 육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한다.



대원사 일주문











世界一花 (이 세상은 한 송이 꽃이며)

萬生一家 (모든 생명은 나의 가족입니다.)

爲他爲己 (남을 위한 일이 자기를 위한 일이니)

自他不二 (나와 남은 둘이 아닌 까닭입니다.)



 

일주문에 들어서기 전 \'세계일화(世界一花)\'라는 

현판이 걸린 문을 건넌다. 문 양쪽 주련에는 \'이 세상은 한송이 꽃\' 

\'모든 생명 나의 가족\' 이라 씌어 있다. 

이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큰 꽃을 이루고 있는 

꽃잎 한송이 한송이이므로 외로움과 고통속의 이웃들을 

한꽃으로 보살피고 가꾸어가자는 뜻이 담겨 있다. 

\'너\'와 \'나\'가 따로 없는 것이다. 이 세상이 한송이 꽃임을 

아는 것을 지혜라 하고 모든 생명을 한 가족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것을 자비라 한다. 



부모 공덕불







일주문을 뒤로하고 조금 올라가면 봉황이 종각 위에 내려앉은 

황금 범종루가 보이고 그 아래 부모 공덕불을 만난다.

\"집안에 부처님이 계시니 바로 부모님입니다\" 

성철 큰스님의 가르침에 이 부모공덕불을

 만든 의미가 깃들어있다. 부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가까이 있는 부모님이라는 것. 

나무한테 뿌리가 얼마나 중요한가. 

그렇듯 사람의 뿌리를 부모님과 조상으로 보는 것이다.

 

부모공덕불은 그런 부모님에 대한 불효를 뉘우치고

 은혜에 눈뜨게 하는 지혜를 가르치는 부처님인 것이다. 

화순 운주사에 있는 석조불감의 형태로 만들어진 

이 부모공덕불의 앞면은 눈물 흘리는 아버지불이고 

뒷면은 가슴에 맺힌 것이 많은 어머니불이다. 

들여다보면 두 분 모두 눈 아래 눈물길이 나있다. 

이세상 모든 자식은 부모님의 눈물로 크는 것이니...



연지문






부모공덕불을 지나면 연지문(蓮池門) 아래 닿는다. 

연못가 나뭇가지에는 보통의 염주보다 몇배는 큰 

염주와 큰 목탁이 걸려 있다.보통의 절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나뭇가지에 걸린 염주와 목탁은 

일상속에 염불을 생활화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장보살




대원사는 다른 절과 달리 특이한 점이 있다. 

천봉산 자락의 대원사는 지세로 보아 여성의 자궁에 

해당된다 하는데 바로 그 중심에 지장보살상이 있다.



극락전 오른쪽 옆으로는 태안지장보살을 모시고 있는데, 

태아령을 위한 기도도량으로 소문난 곳이다. 

태아령이란 태아 귀신 즉, 낙태아를 말한다. 

태안지장보살은 그중에서도 태아의 영혼을 고통과 원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자비의 어머니이다. 





아도화상






김지장전






대웅전 옆에는 대원사를 창건한 백제의 아도화상을 모신 전각이 있고

뒷편 푸르고 서늘한 대나무 숲아래로는 김교각스님을 모신 김지장전이 있다



주암 고인돌 공원




대원사를 물러나와 잠시 고인돌 공원을 둘렀다가 

조계산 선암사를 찾아 나섰다 근처의 송광사는 종종 들렀으나

아름답기 그지 없다는 선암사를 이제야 찾은 것은

종파가 다른 태고종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울일이 없어서였을까?







선암사



 



                        - 정호승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순천 선암사



강선루







선암사 입구 주차장에서 일주문에 이르는  울창한 숲길을 

아름답기 그지 없다 수정같이 맑은 계곡수는 세상의 번뇌를 

모두 씻어 주는 것만 같고 물소리 청량한 계곡을 따라 걷는 

오솔길위로는  연두색 새순이 봄으로 물들고 있다 

하늘로 쭉쭉 뻗은 나무와 나뭇잎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속세의 잡념은 하나 둘 사라진다.



선녀가 승천했을 정도로  가장 예쁜 돌다리라는 

승선교와 선녀가 내려 온 강선루를 차례로 만나는데

안타깝지만 승선교는 현재 보수 공사중이라 볼수가 없다



일주문







범종루







육조고사





강선대를 지나 계속 올라가면 일주문이 나오고 그 산문을 지나자

범종루, 만세전등 선암사의 건물들이 모습을 내 보인다. 



대웅전









보물 1311호인선암사 대웅전은 다포계의 일반적인 수법을 따랐지만 정면 기둥머리에 

용머리 장식과 건물 내부에 연봉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하여

부안의 내소사대웅보전(보물 제291호), 개암사 대웅전(보물 제292호)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으며, 화려한 건축양식과 가구의 수법 및 포작의 

장식성이 뛰어나며 중건 당시의 면모를 잘 간직하고 있어 

역사적, 학술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다.









꽃속에 숨어든 전각들







옛 목조건축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간직한 것으로 손꼽히는 

봄비 내리는 선암사에는 각종 꽃들이 만발했다.

이곳 선암사에는 부처님께 차와 꽃을 올리기 위해

일년 내내 꽃을 가꾼다고 한다









\"사군자 가운데 으뜸으로 치는 매화를 필두로 

동백과 산수유,영산홍과 자산홍 ,왕벚꽃이 

연초부터 봄까지 잇달아 핍니다. 

5월에는 불두화라고도 불리는 설토 화,

여름에는 수국,여름부터 가을까지는 상사화가 피고,

11~12월에는 하얀 차꽃이 도량을 장엄하지요\" 



선암사 주지 겸 태고선원장 지허(63) 스님은 

\"그야말로 화엄세계\"라고 했다.





정말 선암사는 \'산사의 모범답안 같이 청정하고 아름다운 절\'이다. 

여기에 매화·동백과 300년 묵은 철쭉이며 영산홍·목련·벚나무·

파초·부용·작약·옥잠화·상사화 등 온갖 가지 꽃들로 꾸며진 

경내는 마치 화려한 듯하면서도 순박하고

수줍은 듯하면서 매력을 끄는 멋진 도량임에 틀림없다







내리는 비에 연분홍 벚꽃잎은 이리저리 빗물에 떠내려가고

그위에 피어난 영산홍 자산홍이 고운 자태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또 이끼낀 돌담위에 곱게 핀 금낭화를 타고 내리는 

빗방울은 비내리는 와중의 산사 탐방에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듯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