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한국인의 입에 와 닿은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에 우리에게 친숙해진 술이며, 이를 중심으로 굉장히 넓은 와인 문화가 형성되었다. 어느새 와인 애호가와 전문가뿐 아니라 와인에 관련된 직업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찍부터 와인에 관심을 갖고 마시며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와인 문화에 쉽게 섞일 수 있지만 지금 와인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은 간혹 ‘너무 늦어버렸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욕심 내지 말고 일단 굵은 줄기부터 짚어 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와인은 우연의 산물

와인wine을 쉽게 말하면 ‘포도 주스를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넓게 보면 포도를 포함한 기타 과실, 곡물까지도 포함되는 발효주지만 포도주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영어로는 와인wine, 불어로는 뱅vin, 이탈리아어로는 비노vino, 독일어로는 바인wein이라고 한다.

와인의 유래를 살펴보면 기원전 6천년 경 메소포타미아 지방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에 관련된 최초의 기록이 이집트에서 발견되었다. 좀 더 구체적인 기록과 역사는 그리스에서 로마시대로 이어져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로 확산된다. 전해지는 기록과 문헌들을 보면 와인은 인류가 의도적으로 생산한 것은 아니다. 포도를 좀 더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큰 통에 담아 신선한 지하 창고에 놓아 두었더니 농익은 포도들이 서로 부딪혀 으깨지며 흘러나온 즙이 발효돼 탄생한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알코올과 독특한 발효 냄새를 풍겼을 것이며 낯선 냄새와 맛은 인류가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알코올이 가져다주는 취기와 포도주의 아름다운 빛깔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게 만든 것이다. 와인의 발견에 관한 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공통적인 점이라면 와인은 우연의 산물이라는 것.

와인을 분류할 땐 색과 용도로

가장 기본적인 분류는 색상에 의한 분류로 레드와인, 화이트와인, 로제와인으로 나뉜다. 적포도를 사용해 씨와 껍질을 함께 넣어 발효시킨 것으로 껍질의 붉은색과 함께 타닌의 떫은 성분이 포함된 것이 레드와인. 타닌 성분이 거의 없어 상큼한 맛을 내는 화이트와인은 청포도를 사용하여 바로 압착해 껍질과 씨를 분리, 포도즙만 발효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적포도주 발효 과정 중에 원하는 색상을 압착한 뒤 화이트와인 제조 방식으로 만든 것이 핑크빛 장미색을 띤 로제와인이다. 성질은 화이트와인에 가까우며 맛이 순하다.

와인을 분류하는 큰 기준 중 다른 하나는 용도에 의한 분류다. 대부분의 와인이 식사와 함께 곁들이는 식중주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외에 식전주와 식후주도 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전주는 불어로 아페르티프라고 불리며 식사 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한 목적으로 마신다. 샴페인, 스푸만테, 까바 등을 비롯한 스파클링 와인이나 간단한 칵테일과 달지 않은 스페인의 셰리 등도 여기에 속한다.

식중주는 앞서 말했듯 거의 모든 와인에 해당된다. 식중주의 경우 와인과 음식의 어우러짐이 주요 관건이다. 식중주로 마시게 되는 와인은 식탁의 분위기를 돋우고 음식의 맛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식후주는 입 안을 개운하고 상큼하게 만들어주는데, 달콤한 맛이나 알코올 도수가 높은 것을 많이 마신다. 프랑스의 소테른, 이탈리아의 모스카토 등이 이에 속한다. 모스카토는 식전주로도 많이 쓰이며 스페인의 셰리 역시 식후주로 사용된다.

모르면 물어보고 마신 것은 기억하기

초보자의 입장에서 와인을 주문할 때 모른다고 긴장하거나 주눅들 필요는 없다. 숍에 갔다면 숍 매니저에게, 바나 레스토랑에 갔다면 소믈리에(sommelier)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면 된다.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를 때는 누구와 함께 왔고, 어떤 상황이며 음식은 어떻게 주문할 것인지 그렇다면 무엇을 먹을 것인지를 차근차근 이야기하면 된다.
비싼 와인이라고 다 맛있다거나 모든 사람의 입에 맞는 것은 아니다. 초보자가 키워야 할 것은 자신이 무엇을 맛있게 먹었는지 기억하는 것과 비슷한 와인들에 대해 알아보는 습관이다. 최근에는 잔으로 마실 수 있는 와인도 여러 가지가 있으니 굳이 병으로 마시려 하지 말고 잔으로 맛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와인을 마실 때는 평가보다는 즐거움으로

와인을 마시는 법은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글과 말의 표현이 어렵고 낯설 뿐이니 초보자들은 섣불리 긴장하지 말도록.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와인 잔을 들여다보고 냄새를 맡는 것일까. 이유는 색을 보고 향을 맡기 위함이며 목적은 와인 감정, 즉 평가다. 간혹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마시는 와인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로 그럴 필요가 없다. 물론 궁금하고 알고 싶다면 색을 익히고 향을 분석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단지 모든 사람이 와인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마실 필요는 없다.

오히려 초대받은 경우에 와인의 색과 향을 감별하려 들면 호스트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으니 염두에 두도록 한다. 물론 호스트가 귀한 와인을 준비했다면 그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와인에 대해 묻기도 하고 색과 향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말. 이렇게 와인을 즐기는 데 규칙이 있다기보다는 상황에 따른 변수가 있으니 와인을 하나의 문화로 보고크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와인 잔을 잡을 때도 볼이나 스템(잔의 다리) 어디를 잡아도 크게 상관은 없다. 오랫동안 볼을 꽉 움켜쥐고 있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레스토랑이나 바에서는 와인이 나올 때 이미 각 와인에 알맞은 온도로 어느 정도 맞춰 나오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음용보다 중요한 것은 서브. 만일 당신이 누군가에게 와인을 서브하게 된다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이 들고 있는 와인에 대한 기본 정보는 알고 있도록 한다. 와인이 어느 지방에서 생산되었으며 어떤 특징을 갖고 있고, 역사와 배경에 얽힌 이야기는 없는지 정도는 미리 공부해 두자. 이 정도는 와인을 함께 즐기는 상대방을 위한 기본 매너이기 때문이다.

와인은 서늘한 곳에 눕혀서 보관한다

요즘은 와인 셀러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초보자는 와인 셀러를 갖고 있을 필요도, 이유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와인을 구입할 때 장기 보관이 가능한지 알아봐야 한다. 장기 보관이 어려운 품종이나 특징을 가진 와인은 근래에 마실 계획이 없다면 구입하지 않는 것이 낫다. 와인을 보관할 수 있는 적절한 온도는 섭씨 10~14도이며 습도는 60~70퍼센트가 이상적이다. 일일이 온도를 잴 수 없으니 집 안에서 가장 선선하고 그늘지며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와인을 보관한다.

이때 반드시 비스듬히 두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코르크가 항상 젖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르크가 건조되면 밖의 공기가 병 안으로 들어와 와인이 산화되거나 수분이 증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을 따서 마시다가 남게 된 경우 3~4일이면 미세하게나마 맛이 변한다. 이럴 경우엔 고기를 잴 때 사용하면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따뜻한 물에 와인을 섞어 발을 담그면 피로와 긴장이 풀린다. 초보자이기 때문에 맛을 모른다고 오래된 와인만을 무조건 마시는 일은 없도록 한다. 와인과 자기 자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므로. 먹지 못할 와인은 아깝다고 생각지 말고 유용하고 실용적으로 쓰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