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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또 전곡항 태평호에서
글쓴이 김영환(56) [ pat@patkim.com ]
작성일 2014-08-18
 
본 사이트에 번개공지를 올리고 조심스레 고패질을 하였다.
 
몇 번에 걸친 입질이 있었으나, (바닥)상황과  
물때가 안 맞았는지 물 밖으로 올리진 못했다.
 
그리하여, 혼자서 전곡항으로 향했다.
일기예보와는 달리 오전 내내 가는 빗방울이
잔잔한 수면을 간지럼 태우더니 오후엔 잦아들었다.
 
낚시를 즐기는 조사들의 경향과 취향은 오만가지.
 
크게 두 부류의 대분류로 보자면, 
오로지 잡기위해, 대물 대박의 전투적인 경향의
조사군이 있고, 그와는 달리 하루 너른 바다 위에서
시선을 멀리두고 머리 속은 비운채 명량한 눈길로 먼 곳을
응시 내지는 관조하는 잔잔한 취향의 부류도 있을 터이다.
 
달포 전 연 2주에 걸쳐 안면도 방포항 '블랙스톤호'에 올랐을 때
만났던 노인네가 생각난다. 명절 제사 때나 쓰일법한 봉지 냉동새우
를 미끼로, 바늘은 붕어낚시용 호수만큼의 적은 크기로 배 뒷쪽의 화장실
옆 난간에 붙어앉아선 작은 고기만을 잡고 있었다. 헤밍웨이 소설과는 달리
노인의 바다가 거대한 고기를 대상어로 하는 것만은 아님을 알았다.
 
잡아놓은 애기 고기들을 힐끗 보면서 "좀 잡으셨어요?"
라고 물으니 "응, 마릿수는 많어"라고 답하신다.  이 노인네는 마릿수
손맛에 포커스를 맞추고, 보다 정확하게는 적은 고기라도 잡혀주면 감사할
따름이라는 심성으로서, 대물이란 용어 자체가 그의 사전엔 실려있지 않은 것이었다.
 
배낚시 한번에 대충 십만원이 소요된다.
한나절을 바다 위에서 보내고 귀항할 때 동승한
조사들 표정을 살펴보면, 각양각색이다.  아니 대부분은
실망의 패잔병 무리들이다.  기대에 찬 새벽과는 달리 맥빠진
해거름의 풀죽은 조사들에게 애도의 "조사"를 띄어 보낸다. 속으로만...
 
생각의 키를 조금만 비틀어 보자.
호수 유원지 오리배가 한 시간에 얼마이던가?
새벽 6시부터 오후 서너시까지 준괘속 유람선을 타고
여러가지 사정으로 속 시끄러운 뭍과 멀리 떨어져서 찰랑찰랑
조각물결 위에서 하루 점두록 즐기고 식사대접에 자연산 회잔치
까지 초대받았다면 그 자체로도 손해볼 것이 전혀 없을 터인지라.
 
끝간데 없이 펼쳐진 너르고 너른
대양 한 가운데에 다름 아닌 내가
있다는 사실, 얼마나 가슴 벅찬 황홀경인가?
 
사방 벽으로 둘러싸인 도어평 방안과
역시 무수한 담벼락들로 포위되어 간신히
비집고 들어선 도로와, 더 나아가 숨막힐듯한
인의 장벽으로 둘러싸인 답답갑갑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아래로는 미지의 바닷 속을 쇠방울 매단 실로 진찰하며
횡으로는 하늘땅 경계의 수평선 직진도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위로는 매양 보는 하늘일지는 몰라도 그 배경이 달라 달리 보이는
하늘을 우러르고 있자니, 이 얼마만한 선물이요 큰 기쁨인가!
 
 
 
태평호 조황갤러리에 올라온 사진 한컷 인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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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실은 저 우럭보단 박카스병 굵기에 두자 길이의 장어가 더 볼 만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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