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게까지 모임을 하고 나서 집에오자 씻지도 않고 바로 거실에서 잠이 들어 버렸다.

아침에 아들녀석이 6시 30분에 노란수건을 안고 뽀작뽀작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

아빠 물주세요... 하고..

(원래 7시에 일어나는데... 그리고 노란수건은 큰 타올을 말하는건데... 재경이의 애착물입니다. 그런거 있죠...잘때 자기가 덮던 수건이 있어야 한다는거...심한편은 아니지만... 스누피 할때 어떤 한 아이가 그랬죠.. 수건 끌고 다니는...)

물 마시게 하고 아직 내가 30분을 더 자고 싶어서 배 위에 올라와서 누우라고 하고 배 위에 얹어 놓고 좀 더 누워 있었습니다.

베란다 창을 여니 바깥 유리창이 뿌옇게 되었습니다.

이제 가을이 제법 깊어졌습니다.

집이 9층이라 창밖에 펼쳐진 가을 풍경이 좋습니다.

창을 열고 약간 오들오들 떨어 봅니다. 잠시지만요... 잠이 깰 정도로...

우리는 아침을 대충해결해도 아들의 아침은 애 엄마(나여사로 통합니다)가 항상 챙깁니다.

간식가방 챙기고 7시 30분쯤 아들하고 나섭니다.

직장 바로 옆에 한국성서대학교어린이집이라고 있습니다.

운 좋게 좋은 보육기관에 맡기고 있어 항상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애기를 보육기관에 맡긴다는 것은 부모의 사랑이 덜 전해지기에... 단점이 있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같이 어울리고, 보육교사들은 사랑으로 돌 봐 주고...

아들하고 손을 잡고 어린이집을 가는길이 참 행복합니다.

근린공원에서 입김불기도 하고... 불을뿜는 공룡이라며...

높이가 각각인 철봉에 매달리기도 하고...

이릴때는 아빠가 들어올려서 매달리게 했는데...

지금은 재경이가 많이 커서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해줍니다.

내 엄마가 니 어릴때 어찌어찌했다 하면 참 좋았던 기억 아시죠...

자주 이야기 해 주려 합니다.

밤새 이슬이 내려온 것을 보고 밤새 비가 왔다고 하길래.... 설명을 해주고...

도로가로에 줄지어 있는 은행나무가 멋있습니다. 보도블럭을 노랗게 물들이는...

가을아침입니다.

양희은 - 가을아침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래소리 들려오면
언제나 그랬듯 아쉽게 잠을 깬다
창문 하나 햇살 가득 눈부시게 비춰오고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 할까말까 음


눈비비며 빼꼼히 창밖을 내다보니
삼삼오오 아이들은 재잘대며 학교가고
산책갔다 오시는 아버지의 양손에는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수가 하나가득 음

딸각딸각 아침짓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엉금엉금 냉수찾는 그 아들의 게으름이
상큼하고 깨끗한 아침의 향기와
구수하게 밥뜸드는 냄새가 어우러진


가을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응석만 부렸던 내겐


파란 하늘 바라보며 커다란 숨을 쉬니
드높은 하늘처럼 내 마음 편해지네
텅빈 하늘 언제 왔나 고추잠자리 하나가
잠 덜 깬듯 엉성히 돌기만 빙빙 음


토닥토닥 빨래하는 어머니의 분주함과
둥기둥기 기타치는 그 아들의 한가함이
심심하면 쳐대는 괘종시계 종소리와
시끄러운 조카들의 울음소리 어우러지


가을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응석만 부렸던 내겐

가을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가을아침 내겐 정말 커다란 행복이야
뜬 구름 쫓았던 내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