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 부위, 식도락의 꽃 쇠고기 꽃등심, 참치 뱃살, 상어 지느러미... Friday 이진백 같은 음식이라도 부위마다 맛이 다르기에 미식가는 즐겁다. 부위별 특미(特味)와 그 색다른 미각 여행에 열광하게 되는 까다롭지만 정당한 이유.
만약 ‘식도락 개론’이란 책이 있다면 1장 1절에 이런 구절이 적혀 있을지도 모른다.
“고기 한 점, 생선 한 토막을 먹더라도 어느 부위가 가장 맛있는지 꼼꼼히 따질 것!”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특수 부위의 특별한 맛은 식도락가에게 최상의 미각 쾌락을 선사해 왔다.
더 좋은 것, 더 훌륭한 것을 바라는 게 인간의 욕심. 그중 부위별 특미를 만끽하려는 열망은 끝이 없었다.
그토록 집요한 ‘맛 욕심’은 우리를 잘도 조종하여 다양한 특수 부위 요리를 탄생시켰고, 그 요리에 입맛을 돋워주는 ‘스테디셀러 요리’라는 명예를 안겨주었다.
![](\"http://myfriday2.joins.com/myfriday/component/articlephoto/200503/ContImg_20050309150521-001.JPG\") 우리나라 사람의 쇠고기 사랑은 유별나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쇠고기를 가장 다양한 부위로 나눠서 먹는 민족. 소 한 마리를 잡으면 대략 160개 정도로 부위를 나눈다.
갈비나 등심 같은 일반 부위를 시작으로 치맛살, 박살, 낙엽살, 살치살, 보섭살, 아롱사태 등 특수 부위별로 섬세한 칼질이 가해진다.
한국인이 꼽는 최상육은 꽃등심이다.
고기의 결이 가늘고 육질이 연해 도톰하게 썰어서 구워 먹으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그러나 서양으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양에선 등심보다 안심이 인기다. 안심 중에서도 가장 앞쪽에 붙은 ‘샤토브리앙’을 최고로 친다.
부드러운 육질에 조직도 치밀한 샤토브리앙 스테이크는 최고의 진미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샤토브리앙은 동양에선 찬밥 신세다. 우리나라의 로스편채와 일본의 철판구이 말고는 별다른 요리가 없다. 그래도 먹는 방법은 비슷하다. 안심 자체가 원래 많이 익을수록 맛이 떨어지는 부위이기 때문에 살짝 구워서 가운데가 붉은색을 띤 상태일 때 먹어야 가장 맛이 좋다.
![](\"http://myfriday2.joins.com/myfriday/component/articlephoto/200503/ContImg_20050309150521-002.JPG\") 돼지고기는 쇠고기에 비해 부위별 가치는 다소 떨어지지만 나름의 특미 부위를 가지고 있다.
최근엔 머리와 목 사이를 두르는 항정살을 많이 먹는다.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양이 많지 않아 정육점 주인들만 몰래 먹었다는 ‘웃기는’ 마케팅으로 알려진 부위다. 뽁뽁거리는 느낌과 부드러운 맛이 그만이다.
서양에는 스페인식 생햄인 ‘하몽’이 있다. 암퇘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1년 반쯤 숙성시킨 후 얇게 썰어 토마토소스를 얹은 빵과 함께 먹는다. 프랑스에서는 ‘잠봉’, 이탈리아에서는 ‘프로슈토’라고 불리기도 한다.
요리 연구가 임종현 씨는 “소금기가 15%를 넘으면 자체 방부 기능이 생긴다는 이치에 근거해 고기를 오래 보관하려는 목적에서 생겨난 음식”이라고 설명한다.
(관리자 註: 러시아에서도 비슷한 조리법의 음식이 있는데 바이칼호 북부의 레나강 상류지역에 위치한 킬린스크라는 도시에서 처음 맛본 \"SALO\'라는 이름의 이 음식은 익히지 않은 생 돼지비계에 소금, 후추, 마늘 등을 뿌려 장기간 숙성시켜 만드는데, 처음에는 다소 느끼한 느낌이 들었으나, 보드카와 빵과 함께 여러차례 시식한 후에 나름대로의 독특한 맛을 느끼게 되어, 출장 시 자주 찾는 음식중의 하나가 될 정도로 나름대로의 풍미를 가지고 있는 음식이다)
입에서 녹는 맛이 일품인 푸아그라는 거위의 간으로 만든다. 하지만 세계의 동물 애호 단체가 푸아그라 불법화를 추진할 만큼 ‘잔인한 미식’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비좁은 사육장에 수십 마리의 거위를 가둬놓고 깔때기를 이용해 입 안에 사료를 강제로 들이붓는다. 움직이지 못해 살이 뒤룩뒤룩 찐 거위 몸속에 오동통하면서도 부드러운 ‘지방간’이 생기는 것.
철갑상어의 알인 캐비아는 불과 200년 전만 해도 아무도 먹지 않았지만 정력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수요가 늘었다. 임종현 씨는 “캐비아는 금이나 크리스털, 조개 껍데기로 만든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제 맛”이라면서 “스테인리스나 은 등이 닿으면 산화해서 맛이 변한다”고 덧붙인다.
![](\"http://myfriday2.joins.com/myfriday/component/articlephoto/200503/ContImg_20050309150521-003.JPG\") 대부분 양이 적게 나와 비싸고
지방이 풍부해
생선에도 다양한 특미 부위가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상어 지느러미. 무색, 무미, 무취지만 여러 재료와 섞여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낸다. 상어 지느러미는 뜨거운 물에 넣고 끓인 뒤 말려서 불리길 몇 번을 반복해야 풍미가 살아난다.
상어 지느러미 요리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중국이지만 수요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 남성이 대개 그렇듯이, 정력에 좋다니까 좋아하는 것.
특수 부위가 탁월한 맛을 내는 이유 중 하나는 지방의 양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지방이 많아야 육질이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살과 살 사이에 끼인 적당량의 지방층은 근육의 질긴 맛을 톡톡 끊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욱 입맛을 당긴다. ‘
오도로’라 불리는 참치 뱃살이 대표할 만하다. 붉은 살에 흰 지방이 줄무늬처럼 박혀 있어 입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일품이다.
![](\"http://myfriday2.joins.com/myfriday/component/articlephoto/200503/ContImg_20050309150521-004.JPG\") 장어 꼬리를 높이 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꼬리에 생식기가 있어 정력에 좋다’거나 ‘꼬리를 많이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은 모두 낭설이다. 장어는 쇠고기와 돼지고기보다 훨씬 많은 양의 비타민을 함유한데다 장어의 지방은 불포화지방산이기 때문에 건강에 좋다. 이런 영양소는 머리나 몸통보다 꼬리에 훨씬 많다.
\'어두일미(魚頭一味)’의 대표 생선인 도미는 머리 부위에 살이 많고 영양소도 몰려 있다.
머리 쪽 뼈 사이사이에 붙은 살점의 맛이 제각기 달라 총 여섯 가지 맛을 낸다고 한다. 요리 연구가 안영숙 씨는 “도미 머리를 아무 양념도 하지 않고 프라이팬에 직접 구우면 자체에서 흘러나오는 고소한 기름 양에 놀라게 된다”고 말한다.
도미 머리는 주로 소금구이나 조림 또는 머리를 통째로 튀겨 먹는데, 특히 도미머리조림은 일본에서 실시하는 일식 요리 자격증 시험에 매번 나올 만큼 중요한 메뉴다.
대구 머리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대구는 특히 ‘뽈살’이 유명한데, 아가미에서 목덜미 사이의 살을 일컫는 뽈살은 다른 부위에 비해 유난히 달다. 주로 찜을 해서 먹으며 대구의 단맛이 칼칼한 양념과 조화를 이룬다. 특히 아가미살을 발라먹는 맛은 일품.
한편 일식 마니아 사이에선 아귀의 내장이 인기다. 위가 가장 맛있으며 간, 식도 순으로 이어진다. 쫄깃쫄깃하고 오돌오돌한 맛이 나는 아귀 위는 일본에서는 푸아그라보다 고급 요리로 인정될 정도. 안영숙 씨는 “하지만 아귀내장요리는 내장만 넣어서는 제 맛이 나지 않는다. 몸통 부위의 살이 함께 들어가야 맛이 풍부해진다”라고 설명한다.
특수 부위가 맛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먹는 것은 아니다. 설렁탕집에서 한 접시에 2만5,000원 이상 받는 소 혀(우설)는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도 올리브오일에 절여 샐러드나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는 등 최고급 전채요리로 꼽히지만 동서양인 모두 즐기지는 않는다.
징그럽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긴 개고기도 진미임에 분명하지만 누구나 먹는 음식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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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박태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