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의 깔끔한 글월 게시판에 올려도 좋다는 ok sign이 떨어져
이렇게 올립니다. 두 분 선배님들 정말 너무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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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망월 마라톤은 참 아름다웠다.

60대 후반에 마라톤을 하리라고는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 마라톤을시작하여 건강을 다지며 달리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버렸다. 20년 이상 등산을 하면서 건강을 지켜 왔으나, 2000년도부터 갑자기 감기에 자주 걸리고 한번 걸렸다 하면 오래 고생을 하곤 하였다.

고민하던 차에 마라톤을 하고 있는 친구의 적극적인 권유로 2002년도부터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처음 5km정도를 목표로 정하고 달려 보니 무척 힘이 들어 포기하고 싶었으나, 달리고 나면 기분이 상쾌하고 몸이 가뿐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해 6월 10km 정도 달릴 수 있게 되었을 때, 친구가 10월에 사카 마라톤 클럽에서 주관하는 통일 마라톤 대회(통일로 코스)가 있으니 같이 참가하자고 하였다. 10km 코스에 참가하겠다고 하였으나, 이미 마감이 되어 하프코스에 신청하게 되었다.

고민이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왜 마라톤을 시작했을까 하는 후회도 되었다. 어쩔 수 없다. 기왕 시작한 것 한번 해보자. 결심을 단단히 하고 남은 3개월 동안 열심히 연습하였다. 그 결과 15km 까지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참가하는 대회라 육체의 피곤함보다 심리적 부담이 훨씬 더 크고 힘들었다.

10월 3일 대회장으로 나갔다. 비유가 적절할는지 모르겠으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의 심정이었다고나 할까.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드디어 출발을 알리는 대포 소리가 화약연기를 품어 내며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무리들 속에서 함께 달려나갔다. 걷지는 말자.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완주만 하자. 이렇게 다짐하면서 달렸다.
2.5km마다 거리 표지판이 나타났다. 2.5km 지나는 것이 그렇게 멀다는 것도 처음 느꼈고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것 같았다.

통일로변 코스모스는 군락을 이루고 피어 가을 바람에 한들거리고 있건만 좋은 줄도 모르겠다. 15km를 지나는데 다리는 아파 오고, 숨은 가쁘고, 서고 싶고, 주저앉고 싶었다. 그래도 가야 한다. 어떻게 시작한 것인데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다짐을 했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저만치 임진각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용기가 생겼다.
“마지막 500m 남았으니 힘내세요!” 하면서 박수로 격려해 주는 도우미들이 고마웠다. 결승점에 도달하니 친구가 먼저 도착하여 함성을 지르면서 환영해 주었다. 친구덕분에 완주할 수 있었다. 정말 너무 고맙다.

나의 첫 완주(하프 2시간 33분 50초)는 평생 잊을 수 없으며 말로써 문자로써도 표현할 수 없는 혼자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이라고나 할까? 이 나이에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나의 달리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나의 마라톤 입문의 변이 너무 장황한 것 같으나 그 과정은 젊은이들보다 훨씬 어려운 시작 이였기에 더욱 감회가 깊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양해를 바라는 마음이다.


재경망월마라톤 클럽 창립에 이어 바로 부산항일학생의거 기념(개교 105주년 포함) 경부이어달리기 행사가 기획될 때 너무나 거창한 행사이기에 나는 다소 회의적으로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실행단계에서는 미안한 마음도 들고 하여 가급적 많이 참석하고 많이 달려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마음부터 다짐하였다.

드디어 경부이어달리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며 나는 2003년 8월 23일 실 구간 연습달리기(영동-김천)를 포함 9월 22일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출정식부터 11월 16일 마지막 날 모교 교정에 도착할 때까지 총 10회중 8회 참가하여 159.9km(총 471.3km 중 34%)를 달려 나로서는 매우 만족하게 생각하며 그 기쁨은 말로써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일생 동안 두고 두고 음미하며 기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여름부터 가을 겨울 삼계절을 경찰 차량의 안내를 받으며 봉사하는 동문들이 봉고차를 타고 뒤를 따르며 기록하고 음료수와 간식을 공급하며 열심히 도와주는 가운데 국도를 달리는 감회가 새로웠다. 한적한 국도를 달릴 때 마을마다 개가 짖어주고, 농부들이 웃으며 박수도 보내주고 포도가 익어 가는 향기가 감미로웠고, 전형적인 가을을 상징하는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모습, 지나가는 차에서 외쳐주는
파이팅 소리 모두가 정감이 가고 반갑기만 했다.

동문들끼리 줄지어 함께 달리면서 앞, 뒤, 옆으로 내뿜는 숨가쁜 호흡소리는 동고의 혼이 살아 숨쉬는 느낌이며 형제애를 가장 강렬하게 발산하는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였다. 행사기간 동안 여러 지역에서 지역 동문들이 참여하여 같이 달리기도 하고 응원도하고 많은 후원도 해주어 지역 동문들과 하나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참여해준 지역 동문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바이다.

이번 행사의 하일라이트인 11월 16일 마지막 날, 부산 시청 앞에서 600 여명의 재학생들이 합류하여 모교를 향해 달려들어가는 순간, 새로운 동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대역사가 무사하고 아름답게 끝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찡해옴을 참을 수가 없었다.

최홍식(33회) 동문은 이 장면을 거대한 한 마리의 용이 소용돌이치면서 힘차게 전진하는 형상이라고 표현을 했다. 정말 그랬다. 이제 이 거대한 한 마리의 용이 승천할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첫째, 동래고가 영남 제일의 학교였던 옛 광영을 되찾는 것이다.
둘째, 선배들이 이룩한 항일 학생의거의 거룩한 기념행사가 그 동안 학교만의 행사였으나 2004년도부터 부산광역시가 주관하는 범부산시민의 기념행사로 확정되었음은 늦은 감이 있으나마 매우 다행으로 생각하며 나아가 국가가 주관하는 범국민적 기념행사로 지정 받아 선배님들의 거룩한 순국 정신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우리 망월 마라톤 클럽이 이번 행사에 이어 또 다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첫째, 우리 망월 마라톤 클럽 회원들은 모교의 발전을 위해서 동창회에서 전개하고 있는 1인 1구좌 갖기 운동에 모두 동참하는 것과
둘째, 항일학생의거 기념 행사가 국가에서 지정하는 기념행사가 되기 위한 사업을 동창회와 협력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이를 실천하는데 앞장설 것을 감히 제안하는 바이다.

본 행사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조그마한 사고도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박관용(33회) 대회 위원장과 김우영(36회), 배재웅(40회) 동창회장, 김유일(40회), 박수진(42회) 망월마라톤 회장과 그 집행부 일동, 양희간(45회) 지원팀장 외 그 일동, 그 외 많은 지원과 협력을 해 주신 선후배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물심양면으로 협조해 준 33회 동기회와 김해에서 부산까지 차량으로 응원하며 동참해 준 신영준, 유충근, 채동근 동기에게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는 바이다.

달릴 때마다 선두 반보를 외치며 항상 같이 뛰면서 호흡을 맞추어 준 유맹석(45회) 동문과 새벽 일찍 출발시 별도 승용차로 출발 시간에 늦지 않도록 배려해준 박봉현(47회), 김성수(48회) 동문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특히 나에게 마라톤을 할 수 있도록 권유해 주고 항상 적극적으로 후원해 준 평생 잊을 수 없는 친구 최홍식 동기에게 지면을 통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경부 이어 달리기에 참가해 준 망월 마라톤 전 회원에게도 감사를 드리며 권투를 비는 바이다.
2003년의 망월 마라톤은 참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