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오래된 기억이다..
만국기 펄럭이는 하늘아래 코묻은 손으로
엄마,아빠의 손을 이끌고 넓은 운동장을 돌던때가..

한 눈에 다 들어오지 않던 그 넓은 운동장,모교를찾아 다시보면
한움큼도 되지 않을 듯한,그 세월의 무상함이란..

오늘은 우리가(나를 제외) 우리들 아이들의 기억속에 큰 추억을 심어주는 날이기도 한 것이다..

올림픽공원 한국체육대학의 운동장은 익숙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그 한가운데로 늘어선 동고,똥벌의 상징들은 너무나 선명하다..

멀리서 58회 동기회휘장이 보이고,일찌감치 도착한 내 발걸음이 갑자기 주춤한다..

이 즈음이면 한가정의 기둥이고,아이들의 그늘이 되어 그 생생한 꿈들을 보듬어 키워줄 나이인데도 나는 아직껏 그런 나무가 되질 못했다..그래서 쉬운 걸음은 아니었지..

먼저 온 성운이 가족이 보인다(나중에 알게됨)
쉽게 다가서질 못하고 먼 발치에서 다른 동기들의 모습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기를 한참,한 둘 모습을 드러내고 애써 태연한 척 그들에게 다가선다..나의 쑥스러움은 한낱 내개인의 소심함에 불과했다..
금새 그들은 내 손을 잡아주었고,나는 그 따뜻함에 끌려 바로 한가족이 되었다..누구 누구의 자식이 무슨 상관이든가..나는 그 날 셀 수 없는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었고,수 많은 여인들의 친구가 되었다..

족구는 1차전에서 패배하고.공굴리기릴레이에서조차 패배했지만 승패가 무슨 상관이든가..유난히 높던 가을하늘,구름이 낮게 깔려 오히려 운동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에 기분 좋은 땀을 흘렸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지..

사생대회에서 동기중 몇몇 아이들이 상을 받았고,행운권추첨에선 김치냉장고는 놓쳤지만 생소금 한통은 받았다..그리고 능력있는 회장님,본부석까지가서 아줌마들을 위해 확보한 물건까지 치자면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아무튼 일단은 유능하고 볼 일이다..

행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하늘에서는 끝나길 기다렸다는듯이 참아온 비를 쏟고 우리는 뒷풀이를 위해 재현이가 자주 간다는 식당으로 옮겨 마지막 아쉬움을 달래었다..

상길이,그런대로 건강을 회복한 것 같아 다행이고,
학현이,나이답지않게,외모와 달리 몸이 가볍고,
명환이,그렇게 미남인줄 이제 알겠고,
동찬이,여전히 믿음직하고,
일천이,역시 바람과같이 나타났다,사라지고,
병호는,하루종일 지닮은 태호(병호아들)찾느라 정신 없고,
승재는,늦게나마 참가해주어 반가웠고,
태범이,족구에서 지원사격을 받지못해 혼자 고군분투하고,
상호도,뒷풀이 장소에서 만나 다시 그 위엄을 확인했고,
용락이,모범택시에 김밥을 실어날라 그 감격으로 김밥삼키기 힘들게 했으나 모두 배부르게 잘 먹었다..

이제 이 비가 그치면 가을이 또 저만치 뒤에 있을지 모를 일이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그리운 얼굴들이 많다..

함께 하지못한 많은 친구들,조만간 얼굴이라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의 가정에 늘 건강과 행복한 웃음이 가득하길 빈다..

*오랫만에 움직였더니 삭신이 조금 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