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 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아름답죠  아니 너무 인내하고 절제하여 슬픈 시죠 

섭섭하나 약간의 미련만 가지고 

아쉬우나 너무 집착하지말고

그리우나 조금만 뜨겁게 

헤여지나 서로의 인연은 남는 헤여짐

이런 것이 진정한 종교의 목적중 하나가 아닐까요?



머리를 깍고 출가하여 고행하여 마침내 해탈한다는 것이

세속의 모든 것과 초월하고 단절하는 것이 아닌

그 모든 것을 아우르고 품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아닐까합니다



4월 18일 오전 4시 30분 봉화에 있는 연꽃처럼 아름다운 절 

청량사와 각화사를 거쳐 울진 불영사를 둘러 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가는 길에 천원 지폐에도 새겨진 안동 도산서원을  먼저 둘러 보았습니다

 

도산서원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退溪 李滉)선생을 향사(享祀)하는 서원이다.

선생은 1561년(명종 16)에 도산서당 건립하고 학문연구와 인격을 도야하였는데,

선생이 타계하자 문인들의 발의에 의해 서당이 있던 자리에 서원을 건립키로 하였다. 







서원 앞 우물이 있는 넓은 마당을 거쳐 문을 들어서면, 바로 만나는 

도산서당과 농운정사, 그리고 그 아래 별채인 역락서재, 이 세 건물이 

한 구역인데 이것들이 이황이 살아계실 때 있던 건물들이다. 



도산서당과 농운정사 사이로 난 경사진 길을 잘 다듬어진 

계단을 딛고 올라가서 진도문을 지나면 책을 보관하는 

동·서재의 광명실이 있고 그 뒤로 서원의 주 건물로 

전교당과 동·서재가 있다.









전교당에는 선조가 지켜 보는 앞에서 당시의 명필 한석봉(韓石峯)이 썼다는 

도산서원(陶山書院)의 현판이 걸려 있다. 이 현판 글씨의 한 두 획이 

좀 떨린 듯 싶은 부분이 있어서 그러한 이야기가 만들어 졌겠지만 

"명필도 임금 앞에서는 긴장을 해서 글씨가 떨렸다"고 전한다.



 

청량사




금봉회에서도 다녀 온적이 있는 청량산과 청량사는 경북 봉화군에 

있는 운치있는 산과 절이다. 청량산은  산세가 웅장한 것은 아니지만 

기암절벽, 맑게 흐르는 낙동강, 유서 깊은 사찰, 산성,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이야기 등이 오밀조밀 모여있어 등산과 답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곳이다. 







청량산 도립 공원을 들어서면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비포장 도로를 잠시 오르면 왼편으로 청량사 가는 비탈길이 나온다. 

그 앞길로도 길이 이어지고 입석이 나오는데 여기서 응진전으로 

오르는 길도 나오지만 절까지의 시간이 20여분 더걸린다.

비탈길에 들어서면「차량 절대 오르지 못함」이라 적혀 있다. 

절까지 오르는 길은 잘포장되어 있고 중간 급경사인곳에는 계단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오르막이 심해 길가에 매달린 연등이 하늘까지

뻗쳐 있는 듯했다 





숨이 가슴에 차오를 때 쯤이면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라는 

시제목 같은  찻집을 만날 수 있다. 안심당이라고도 하는데, 

이 곳 스님이 만드신 기왓장 물길을 따라 계곡물이 

졸졸 타고 흐르는 광경이 멋드러진다. 








時.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청량사 주지 지현스님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꽃이 필까 잎이 질까 

아무도 모르는 세계의 저 쪽 

아득한 

어느 먼 나라의 눈 소식이라도 들릴까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저녁연기 가늘게 피어오르는 

청량의 산사에 밤이 올까 

창호문에 그림자 

고요히 어른거릴까.. 













유리보전




연등을 따라 산을 오르다 보니 산봉우리들이 연꽃잎처럼 청량사를 둘러싸고 있다 

이 청량사는 연꽃의 수술자리에 있는 길지요 명당이라고 전해진다

청량사에는 진귀한 보물 2개가  남아있다. 공민왕의 친필로 쓴 

현판 유리보전(琉璃寶殿)과 지불이다. 지불은 종이로 만든 부처이나 지금은 금칠을 했다





 




특히 유리보전 앞에 세운 5층 석탑 자리는 목젖처럼 

오목한 가운데 돌출 된 부분에 자리잡고 있어, 

뒤로는 절을 호위하듯 둘러싼 여러 암봉들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앞으로는 절벽 아래로 굽어볼 수 있는 청량산 중에서 가장 

명당터 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어풍대에서 바라본 청량사






응진전 이정표를 따라 오르막을 힘들여 오르면 눈앞에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청량사에서 외청량사인  응진전으로 넘어가는 오솔길에 

전망대 격인 「어풍대」가 나타난다.이곳에서 바라 보는 청량사가 

청량산 구경의 최고라 할 만 하다. 작은 산사를 중심으로 빙둘러 

기암봉우리들이 꽃잎을 피우듯 자리잡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지고 상쾌해진다



다음에는 구름 많은 날 다시 한번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구름이 낮게 내려 앉는 날 아름다운 봉우리 사이로 떠있는 작은 절을

바라보면은 정말 환상적이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응진전






어풍대부터 가파른 길은  끝나고, 산 중턱을 길게 가로질러 나아간다.

길 오른편은 천길 낭떠러지기라 자연히 왼쪽으로 붙어 조심스레 걷는다 

능선을 하나 감돌아들면, 곧 저 앞으로 기암봉이 나선다. 

꼭대기가 둥그스름한 고구마 같은 기암이 몇 개 옹기종기 살을 

맞대고 서서 하나의 커다란 암봉을 이루며 섰는데,  그 기암봉을 포함한 

봉우리 전체가 금탑봉이다. 멀리로 9개의 탑을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금탑봉아래 막 날아 오르려는 기러기 마냥 응진전(외 청량사)이 앉아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응진전 뒤의 암벽은 수직을 넘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천정을 이루었다. 절벽을 등지고 아래가 보이지 않는

절경에 자연과 조화롭게 지여진 암자의 절묘한 배치는 놀랍기까지하다



응진전에는 고려 공민왕의 부인 노국대장공주가 국가 안녕을 기원하며 

16나한상을 모시고 기도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멋진 선경에 취해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각화사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의 각화사는  원효대사가 세운 절로 예전의

남화사를 없애고 새로 사찰을 세우면서 옛 절을 생각한다 하여 

각화사라고 이름지었다 한다고 한다 





각화사가 소재가 춘양면은 정감록의 10승지중 한곳으로

알려진 오지이다  억지춘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기 힘든 경북의 산골이며 또한 춘양목이라는 금강송이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각화사로 오르는 길은 인적이 드문 한적한 오솔길을 오르는 것 같다

과수원들 사이의 좁은 도로를 따라 한참을 가도 일하는 사람조차 보기 힘들 정도다 

절 주위를 감싼 높은 산들과 울창한 수풀이 아늑하고 정숙한 분위기를 선사하며

곳곳에서 보이는 묵언이라는 표현이 여기가 선원임을 알려준다 







표교버섯을 간 조미료와 싱싱한 채소 또 약간은 비릿한 약초무침까지

스님과의 겸상으로 점심 공양을 하면서도 묵언이라는 분위기에 눌려 

스님 법명이나 약초이름을 묻거나 잘먹었다는 인사도 못하고 

겨우 반배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각화사는 수좌라면 반드시 한철 정진해야 하는 사찰로 꼽힌다. 

동·하안거 때는 물론 산철결재 때도 하루 잠자는 시간 4시간을 

빼놓고는 치열하게 정진하는 선방이어서 안거 때는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기도 한다 









한편 최근 봉화군이 경상북도의 유교문화권 개발 계획에 따라 

조선시대의 사고지 가운데 유일하게 복원되지 않은 태백산 

사고지(史庫址) 개발을 추진하면서 이곳을 관광자원화 

한다는 계획 아래 복원 사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만약 

개발 계획이 실행된다면 사고지가 각화사 경내에 있어 많은 

대중이 정진하는 선원 내의 수행에 큰 방해가 되는 것은 물론, 

사고지 옆으로 각화사의 상수원인 계곡 물이 흐르고 있어 

심각한 환경 파괴가 우려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나무 발하나로 속세를 막을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더 높은 담장을 쌓아도 수행하기에 힘들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든다



각화사를 돌아나와 탄산과 철분이 많아 피부병과 위장병에 

좋다는 두내 약수터로 향했다 약수터 주위가 온통 붉게 물들어 

신기함마저 풍기길레 가져간 물통으로 약수를 담으며 

한모금 하니 아니 이게 왠맛? 마치 개봉된지 오래된 

통조림 같은 맛이 난다 아무리 몸에 좋으면 무엇하랴

들어가는 입이 않받는 것을.... 아쉽지만 약수를 모두 비우고

태백산맥을 건너 울진 불영계곡으로 향했다



불영사 일주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절을 향해 잘정돈된 황토길을 내려가면 

기암절벽과 울창한 숲으로 둘러쌓인 시원스런 계곡이 나타나고, 

계곡위로는 태풍에 무너졌던  다리가 막 완공되었고 다리 

아래 계곡으로는 포크레인이 한참 작업중이다

 

불영계곡








다리를 건너면 크고 작은 바위에 부딪치는 계곡물소리가 상쾌하다.

계곡을 지나 하늘을 향히 높이 뻗은 거대한 소나무와 단풍나무 숲을 지나면 

주위 산들이 포근히 감싸안은 불영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불영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가장 장엄하다는 불영계곡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

 

벚꽃과 단풍이 멋지게 어우러진 나무 아래로는 집사람이 깨끗한 쑥을 캐느라 정신없다 

아마 내일쯤에는 봄향기 가득한 불영사 쑥국과 쑥떡이 식탁에 올라오겠지..  





불영사






불영계곡을 지나 금강송이 양편으로 가득한 길을 걸어 도착한 불영사 연못에는 

정말 그 신비한 그림자가 연못 속에서 일렁인다. 대웅전앞에서 오른쪽의 산위를 

바라보면 칼바위 세 개가 나란히 서 있는 걸 볼 수 있다. 

미리 알고와서 그럴까? 어느새 세 개의 칼바위가 

하나의 관음상이 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퍽이나 이채롭고 신비롭다. 







불영사에 얽힌 얘기를 들어보면 ...

정면에 위치한 연못에는 예전에 아홉마리의 용이 살고있었는데 주문을 통해 그 용들을

 모두 쫓아내고 그 자리에 절을 짓고 이름을 구룡사라 했다. 

그 후에 서편으로 부처의 형상을 한 바위(천연관음석상)가 있어 그 그림자가 

항상 못에 비치므로 불영사라 이름을 고쳤으며 불영사에서 바라보는 주위 산세가 

인도의 천축산과 흡사하다하여 산 이름을 천축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불영사 대웅전








불영사 응진전


 


불영사는 비구승들이 거처하는 절집이라 그런지 방금 빗질을 끝낸 듯 정갈하다.

사내에는 보물 1201호로 지정된 대웅전 마당에 일명 '무영탑'이라고도 불리는 

삼층석탑(유형문화재 135호)과 몇차례의 화재에도 타지 않은 보물 제 730호로 

지정된 응진전이 있다.



응진전 앞에 핀 할미꽃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발길을 돌릴 때는 아쉽다

단 하룻밤만이라도 모든 것을 털어 버리고 산사에 머무르다가

아침을 깨우는 새벽 예불에 참석도 해보고 싶고

낮게 내려 앉은 안개속을 뚫고 암자 순례도 해보고 싶고

산속을 거닐며 이름 모를 들꽃이나 산새소리에 정신을 놓고도 싶다

산에 취하고 향에  취하고 독경 소리에 젖어보고도 싶지만

항상 생활에 쫒겨 바삐 왔다가 또 그렇게 떠나가는 것 같다

다음에 꼭 다시 찾아봐야지 하면서도 아쉬움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되는 아름다운 여행이였다.





축산에서 강구까지 푸른 동해 바다를 끼고 달리는 멋진 드라이브와 

영덕 대게도 맛볼 계획이었으나 날은 흐리고 비가 올 것 같아 귀가를 서둘렀다

그러나 마침 영덕의 대게 축제와 비오기전에 돌아오려는 차들때문에

부산 들어오는 시간이 거의 6시간 걸린 험난 한 고생길이 되어버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