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만만찮은 군번(?)인데 (제1구간)

금년이 제4회다. 경부이어달리기 행사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네 번짼가? 세월이 빠르기도 하다. 부산 달리미들의 수가 적지는 않겠지만 출정식에 참가할 사람은 몇 안 된다. 주5일제 근무가 상당히 보급되었다고는 하지만 토요일에 쉴 수 있는 달리미가 많지 않아서 그른가? 생각 같아서는 대형버스 한대가 모자랄 지경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아침 7시의 ktx로 박선화(48) 회장, 김병홍(39)님과 동행하여 셋이 올라간다. 정동일(55) 동문은 다른 일로 먼저 갔으니 모두 4명이 참가하게 되었다.

간신히 시간에 맞추어 출정식장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많다. 동래고와 개성고(아직은 부산상고가 입에 익다.) 양교의 원로선배, 동창회 임원, 마라톤클럽의 집행부, 응원 나온 동문가족들, 그 앞에 유니폼을 입고 늠름하게 도열한 달리미들 모두 4~500명이 될 것 같다. 개회사, 경과보고, 양교 원로의 격려사, 양교의 교가 등으로 식전행사를 끝내고 스트레칭을 한 다음, 드디어 출발한다. 약 200여명의 달리미들이 3열로 서니 대열의 길이가 50m 됨직하다. 구경하는 시민들이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한다.

이 행사는 100년이 훨씬 넘는 역사를 가진 부산의 두 명문, 동래고와 개성고가 일제강점기 중 전시체제 시절인 1941년에 편파적인 판정으로 조선 학생들을 비하하려는 군부 수뇌부에 대항한 학생의거를 기념하여 네 번째 실시하는 서울부산 이어달리기이다. 국토의 1,700리를 관통하면서 선배들의 ‘부산항일 학생의거’를 널리 알리고, 우리의 모교가 명문임을 자랑하며, 동문 달리미들이 그 머나먼 길을 달리는 정신력과 인내력을 보이는 것이다. 나아가서 이 행사가 60여 년 전 선배님들의 항일정신을 기리는 ‘부산항일 학생의거’를 기념하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선배님들의 애국애족정신을 계승하여 조국의 미래를 향해 발전하고 도약하려는 의지를 담는 행사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리라. 이런 생각도 달리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뇌리에서 점점 사라져 간다. 달리는 것 자체만 즐기리라.

제1일 총거리 60여k, 내일 부산에서 다른 행사가 있어 오늘 내려가야 하는데 얼마나 달릴 수 있을까. 박선화 회장도 부득한 사정으로 출정식에 참석하고 간이 회식장에서 중식을 마치고 서둘러 서울역으로 갔다. 회장이라는 직책이 바쁜 시간을 쪼개 서울을 오가게 만드는군. 김병홍 선배와 정동일 동문은 내일까지 참가할 수 있단다. 두 사람을 남겨두고 나까지 내려갈려니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오늘은 잘 해야 1,2구간 약 30k를 달릴 수 있겠다.

1회부터 참가하신 서병재(33) 선배는 여전하신데 요즘 속도를 조금 올리는 통에 약간 고전하시는 것 같다. 선두 쪽에는 문영상(37) 선배와 박수진(42) 동문이 포진해 있다. 장거리 주자로는 작년부터 혜성과 같이 나타나신(?) 문한영(34) 선배, 세 번째 문씨이신 문무웅(38) 선배, 금년의 스타 김병홍(39) 선배 - 나(40)도 군번이 만만찮은데 서열이 한참 뒤이니 원 참. - 울트라계의 대부 김욱동(45), 망마의 전방위 회장 유맹석(45), 사오정의 뉴스타 김진효(45), 경이달의 기획총책 김상현(47), 막강 블랙 아이언맨 이윤재(48), 거시기 훈련대장 이상탁(49), 장기집권 전 총무 전삼영(51), 날씬한 미남 달리미 정동일(55), 전 전총무를 압도하는 조주영(55) 등이다. 망월에 장거리 주자가 많은 이유는 뭘까? 그야 잘 달려서 이지.

그런데, 경이달을 동래고와 개성고 양교가 공동으로 참여하면서 선의의 경쟁이 되면서 망월 주자들이 거리를 늘리는 것 같다. 1회때 소구간에 달리는 주자수가 적어 쉬지도 못하고 계속 달렸다는 모 동문의 추억을 되새겨보면 주자대열의 주자수가 적은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절대수가 아니라 상대수가 적어서? 이런저런 상념 끝에 망월동문의 참가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 생긴다. 참가 동문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무조건 강제로 동원해? 기별로 할당해? 안되지. 달리지 않는 동문에게 아무리 나오라 해도 될 일이 아니지. 그럼 기별로 달리기교실을 만들고 연습을 시켜 데려와? 그것 괜찮은데. 누가 할 건데? 몰라.

결론은 달리미의 저변 확대가 최선일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망마클 회원의 경이달 참여율을 높이고, 그 다음으로는 개별 달리미를 발굴하여 망마클 회원으로 가입시키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동창회와 협력하여 달리기 이벤트를 자주 만들어 일반 동문들이 달리는 재미를 느끼게 하여 달리미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하기야 이런 방법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니 때로는 협력적(?) 강제동원 방법을 연구하여야겠지.

4시 30분, 이럭저럭 오늘 달리기를 끝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30k 왔다는군. 홍영곤(47) 동문이 고맙게도 용인 시외버스 정류소에 데려다 준다. 용인에서는 부산행 버스는 없고 대전에 가서 갈아타란다. 대전에서 부산행 마지막 고속버스가 출발하려는 것을 간신히 타고 부산으로. 이걸 놓쳤더라면 심야 버스를 탈 번했는데, 홍영곤 동문, 고맙소.

달리미 이야기만 하다보니 잊었다. 경이달 출정식장에 강철희(40)교수와 김승남(40)동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 너무 고마웠다. 전날 올라가 많은 동기들을 만나보고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하여 미안했고, 두 동기와 강변 2km를 같이 걸으며 오랜만에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 하던 것이 너무 좋았다. 행사가 있으면 항상 도와준 서울의 동기들, 마음속으로 늘 고마워하고 있다오.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