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임기순 
| 제목 | 동행할 사람없는 외로운 길 160리(울트라 완주기) |
|---|---|
| 글쓴이 | 박수진(42) [ sjpark@hansol.co.kr ] |
| 작성일 | 2002-11-06 |
동행할 사람없는 외로운 길 160리
(울트라 마라톤 완주기)
1. 출발 전에
10.20일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완주한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울트라마라톤
63.3 Km를 뛰어야 하는 생각을 하면 겁부터 먼저 난다. 내가 자원해서 신청한 경기인데도 꼭 누가 시켜서 하는 것 처럼 부담이 간다. 이 나이에 풀코스만 뛰면 되지, 아니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하프코스만 해도 충분한데 풀코스와 하프코스를 합친 거리를
뛰어야 하나? 이 무슨 오기란 말인가? 왜 울트라를 뛰어야 하는지? 대회가 생겼으니
뛰는 것 아닌가? 왜 대회를 만들어서 이 고생을 시키는지 참 원망스럽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산을 오르느냐 하면 산이 거기 있으니까 오르는 것이라고 하듯이 대회가 있으니까 한 번 뛰어 보는 것이다. 풀코스를 인간한계의 도전이라고 한다면 울트라는 무엇인가? 짐승한계의 도전인가? 나의 평소의 건강과 체력을 고려하면 참 무모한 짓이다. 하기야 100 Km, 200 Km, 국토종주 울트라와 사하라 사막 종주 마라톤에 비하면 63.3 Km는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은가? 엄살 같지만 약골인 나에게는 엄청 부담이 간다.
이번 울트라 마라톤 대회는 100 Km와 63.3 Km 두 부문이 있는데 우리 동문은 100 Km에 이근해(42회), 이동윤(47회) 두 동문이 참가하고 63.3 Km에 박윤석(50회) 동문과 약골인 내가 도전한다. 이 글이 망월 마라톤 포럼에 올리는 글이니 두 동문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근해는 나와 같이 99년 마라톤을 처음 시작했지만 최고 기록은 3시간 30분대를 기록하고 풀코스 참가회수도 20회가 넘고 작년에 울트라 63.3 Km를 이미 완주하고 올해 100 Km를 도전하는 철의 사나이다. 이동윤 후배는 풀코스, 울트라를 수없이 참가했고 최고기록이 3시간 20분대로 알고 있다. 전국 규모의 "달리는 의사회" 회장을 맡고 계시고 마라톤 관련 책 "달리기 SOS!"도 저술한바 있으며 달리기와 건강에 대한 상담을 할 수 있는 동문이다.
춘천 마라톤 후 강남포럼 회식을 포함 연속 4일을 술을 마시고 지난 주에도 술을 마시고 술자리에서 담배까지 피웠으니 내가 울트라를 뛰겠다는 것인지 참 한심하다. 강남포럼에서는 축하까지 받고 울트라를 완주하여 보답하여야겠는데 춘천 마라톤 후에 체력 관리가 말이 아니다. 더구나 경기 직전 기온 강하로 감기증상까지 있으니 생활 속의 운동이라지만 체력관리가 힘들다.
경기 날자는 다가와 11.2일 전야제에 가보니 참가자가 100 키로 520명, 63.3 키로 82명이 되는데 63.3 키로는 명함도 못내밀 정도로 100키로 부문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내 체력이 63.3 키로도 무리라고 자위하면서 내일 새벽 5시 출발을 위해서 10시 쯤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99년 풀코스 처음 뛸 때와 동일한 현상이다.
그 때도 완주에 대한 불안감으로 잠을 한 숨도 못자고 경기장으로 간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에도 똑 같다. 자명종 시계를 3시 반에 맞추어 놨지만 소용이 없고 비몽사몽간에 밤을 지새우고 3시에 기상하여 3시반 콜택시를 불러 양재동 시민의 숲으로 향했다.
시민의 숲 출발선상에는 0도의 쌀쌀한 날씨에도 벌써 마라톤 열기가 가득했다. 이동윤 후배의 조언으로 추운 날씨에 체온관리를 위하여 하의는 지구사랑 달리기에서 만든 롱타이즈를 입고 상의는 목을 보호해주는 등산용 쿨맥스, 바같에는 주최측에서 준 엷은 쿨맥스를 이중으로 입고 거기다 팔없는 셔츠에 앞뒤로 배번호를 달아 몸을 따뜻하게 했지만 어떤 사람은 Short Panty에 팔없는 티셔츠를 입은 사람도 있었는데 이 추위에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모자나 머리띠는 하지 않았고 신발은 2개월 전에 산 아식스 7020을 신었다. 이른 아침이라 식사도 못하고 집에서 출발할 때 홍삼차 한잔과 주최측에서 준비한 커피 한잔과 찰떡 두 쪽을 먹고 간단히 스트래칭으로 몸을 풀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출발선상에 선다. 중간 중간 간식과 마실 것을 준다니 먹는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2. 주로에서
새벽 5시 정각 주자들의 함성과 함께 출발, 시민의 숲 일원을 돌아 양재천으로
들어서니 1 Km 지점을 통과하고 있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아 앞을 분간하기 어렵고 양재천 길은 잘 정비되어 있어 어둡지만 위험하지는 않았다. 출발할 때 이근해 친구와 함께 천천히 같이 가자고 해서 우리 일행 10여명은 양재천을 같이 달렸다. 같이 달리자고 했지만 우리는 어디까지 같이 달릴 수 있는 지 의문이다. 같이 달린다고 해서 담소도 할 수 없고 서로의 숨소리와 가끔 크게 숨을 내쉬는 소리만 들을 뿐 결국은 옆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혼자 달리게 되는 것이 마라톤이다. 그래서 마라톤은 혼자 하는 운동이고 고독한 운동이라고 하지 않은가? 풀코스 할 때도 제일 계명이Over Pace 하지 말라는 것인데 울트라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는 천천히, 시속 9 Km로 달렸다. 왼쪽으로 도곡동의 Tower Palace가 우뚝 솟아 있고 아파트 촌의 불빛은 멀리 보인다. 양재천이 탄천을 만나고 곧 이어 한강을 만나는 데 그 지점이 약 8 Km,
한강을 들어서서 주자들은 한강 상류쪽을 향하고 있었다. 벌써부터 우리 일행은 앞에 먼저 갔는지 뒤에서 달리고 있는 지 잘 보이지 않고 결국은 혼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10 Km쯤 가니까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고 몸이 더워지기 시작한다.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히 보이고 그 차가웠던 아침 공기가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우리 일행은 어디를 갔는지 모르는 사람과 일행을 이루고 서로가 격려하고 덕담을 나눈다. 20 Km 까지는 매 5 Km 마다 급수를 하고 20 Km 지나서는 매 2.5 Km 마다 급수를 하니 급수시 마다 나는 물대신에 이온음료를 마셨다. 5 Km 마다 간식을 주고 10 Km 마다 급식을 하니 조금씩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달리면서 배고픔을 느끼지는 못했다. 내 같은 약골은 허기지면 달릴 힘이 없는데 급수, 급식을 충분히 하니 나에게는 좋았고 주최측 "서울 마라톤 클럽"에 감사한다. 몇몇 대회를 참가해 보아도 순수 아마추어 클럽인 서울 마라톤 만큼 진행을 잘 하는 것을 보지를 못했다.
우리 주자들은 광나루 지나 암사동 반환점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선두 그룹은 벌써 반환해서 여의도로, 여의도로 달리고 있었다. 100 Km 참가자는 여의도를 지나 방화대교에서 U-turn 다시 안양천 약 5 Km를 달려 다시 U-Turn 해야하니 63.3 Km를 달리는 나는 훨씬 수월하다. 나도 어느새 암사동 약 17.9 Km 지점에서 반환하여 여의도로 향하고 있었다. 한강 하류로 달리니 바람을 안고 뛰게 되고 그 상쾌하던 아침 공기가 다시 차게 느껴진다.
마라톤은 다리와 온 몸으로 뛰지만 마음속 온감 상념들이 같이 뛴다. 내가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완주한다면 몇 시간 안에 들어올까, 제한시간 8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을까? 이런 등등의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간다. 날은 밝아 오고 한강의 시야가 트인다.
풀코스 완주한 사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에 위안을 하고 풀코스 처음 할 때도 등산 10년에 할 수 있다는 마음에서 도전 한 것이고, 울트라도 풀코스 완주했으니까 할 수 있다는 말에 위안을 삼는다. 내가 울트라에 무슨 전략이 있겠는가? Over Pace 안하고
천천히 부지런히 뛰는 수 밖에 더 있겠는가. 여의도 63빌딩 풀코스 거리 까지는 평소 내 실력대로 뛰고 그 이후는 힘들면 걷지 하는 마음으로 뛰었다. 한강에 다리가 오죽 많은가? 마음속으로 지루함을 덜기 위해서 다리 하나 하나를 제낀다는 기분으로 뛰었다. 천호대교, 올림픽대교, 잠실대교, 청담대교, 영동대교, 성수대교, 동호대교, 한남대교, 반포대교, 동작대교를 하나씩 제끼니 63 빌딩이 시야에 들어온다. 한강대교를 지나 63빌딩 옆 41 Km 지점 반환점에 오니 시간이 4시간 20분, 풀코스 기록보다 좀 늦었지만 이건 울트라 아닌가? 급하게 서두러지 않고 골인 지점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놓이는 것 같다. 다시 역으로 다리를 하나씩 제낀다는 기분으로 다음 다리 까지만 뛰고 걸어야지 하는 기분으로 계속 달리니까 어느 듯 청담대교를 지나 양재천으로 들어섰다. 남은 거리가 8.2 Km, 여기서부터 걸어도 제한시간내에는 들어가겠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지나온 55 Km를 쉬지 않고 달렸는데 호부 8 Km 남았는데 여기서
걸으면 울트라가 아니지 하면서 계속 달렸다.
63.3 Km는 참가자가 많지 않아서 내 앞뒤로 주자가 많지 않았다. 돌아오는 코스 어디에선가 목포에서 올라오신 내 나이 또래 한분과 한참을 같이 달렸는데 왜 100 Km에 도전하시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이것도 나에게는 무리라고 하니까 자기는 100 Km를 하고 싶었는데 마치고 목포까지 내려 갈 일도 걱정이고 내일도 출근할 일이 걱정되어 63.3 Km를 신청했다면서 나에게 많은 격려를 해준다. 나에게 달리시는 폼이 안정되어 있다느니 내 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은데 같이 갈려고 일부러 천천히 달려 주었지만 같이 가기는 내가 역부족이어서 양재천에 들어서고 부터는 다시 처지기 시작해서 또 다시 혼자가 되었다.
달리는 상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평소 약골 중에 약골인 내가 울트라를 한다니 어릴 적 나를 아는 사람들은 잘 믿지 않는다. 동래고 3년 동안 키가 작아 3년 동안 출석번호를 2번을 넘겨 본 적이 없고 체육시간이 두려웠고 뭐를 같이 좀 해볼려 해도
끼워 주지도 않고 지금도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고 키만 작은 게 아니고 몸도 약했다. 지금은 고등학교 동기들 보면 그 당시 어지간히 컸던 친구들도 눈알로(?) 보인다.
고등학교 때 한참 클 때 잘 먹어야 되는데 3년 동안 자취하면서 골았는지 하여간 그 약골인 내가 울트라를 한다니 누가 믿겠는가. 시골 고향 동네 어른들도 내 마라톤 얘기를 하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수진이는 안된데이" 하시더란다. 환절기 마다 감기는 달고 다니고, 유행성 독감은 제일 먼저 하고, 잔병 치레 많이 하고, 도데체 내가 마라톤 할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이근해 친구와 같이 등산 12년, 마라톤 한 지 4년 지금은 건강체질은 아니지만 옛날 보다 많이 몸이 단단해 지고 감기 한 번 없고, 잔병 치레도 없다. 등산이나 마라톤을 할 때 이근해 친구가 너무 심하게 해서 가끔 원망도 하지만 이근해는 나의 건강 지킴이다. 고맙다 친구야!
주로에서 주는 쪽쪽 찬 음료수를 먹다 보니 속이 안 좋아서 가끔 온수에 꿀차, 생강차를 먹으니 속이 편하고 급식은 30 Km 지점에서 따끈따끈한 밥에 즉석 김말이를 해 주은 것이 아주 좋았고 중간 중간 바나나, 쵸코파이, 빵 등을 주는데 많이 먹지는 못하겠고 조금씩 먹었다. 몇 키로 지점인지 기억은 없지만 젤리로 된 카본 영양식은
제일 좋은 에너지원이었다. 3번이나 먹었는데 계속 달리는데 많은 힘이 된 것 같았다.
주최측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양재천을 들어서니 다시 내 혼자 달리게 되었고, 새벽에 달린 양재천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양 쪽으로 갈대 숲이 우거져 있고 도심속에 이런 곳이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언젠가 TV Program 환경스페셜에서 양재천에 물고기가 살고 철새들이 찿아 온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결승점은 다가오고 힘은 떨어 지지만 양재천의 아늑한 가을 풍경에 취해서인지 나는 쉬지 않고 계속 달리고 있었다. 5 Km를 남기고는 매 Km마다 거리 표시가 있었지만 풀코스 보다 덜 지루했다. 한강에서 만난 목포에서 오신 분은 저 멀리 가물가물 멀어지고 뒤를 돌아보니 따라오는 주자는 없다. 동행할 사람없는 외로운 길 160리 길은 끝나 가고 있었다. 걸을 생각은 안하고 계속 달리 다니, 내가 이런 힘이 있다니 내가 생각해도 참 희안한 일이다. 양재천이 끝나고 시민의 숲으로 들어서는 가파른 경사 길도 잠깐 시민의 숲 일원이 1Km, 꼬불 꼬불 돌아가니 빨간 메뜨가 깔린 Finish Line이다. 결승 골인 장면 사진을 찍어 준다니 양팔을 들고 멋지게 골 인. 시계는 6시간 41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휴대폰 문자 멧세지는 "박수진님의 Net Time은 6시간 39분 52초이고 82명 중 21등입니다" 라고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완주 메달, 완주패를 받고 머리에 월계관을 써고 기념 사진을 찍고 내려오는데 아! 이게 웬 주책인가? 눈물이 핑 도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챙피하게 울기는! 완주했으면 그만이지 이 나이에 울다니! 참 약골이다.
3. 달리고 나서.
달리고 나서 일행과 약속한 목욕탕과 식당을 가려고 시민의 숲을 빠져 나오는데 자원 봉사 마줌마가 아저씨는 울트라 달리신 분 같지 않네요? 정말 완주하고 나오시는 거예요? 라고 듣기 좋은 말을 한다. 내가 땀이 좀 없고 바람이 있어서 땀을 흘린 흔적이 없었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가 하고 추운데 고생하신다면서 그냥 웃고 나왔다. 아직 일행들은 보이지 않고 혼자 감격을 가라 앉히며 목욕탕으로 갔다.
토요일 저녁 전야제 마치고 집에 오니까 90노모께서 우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야야, 내일 안 가면 안되겠느냐, 니는 안된데이 하시면서 몇 번을 가지 말라고 사정을 하신다. 내일 250리 단말기(?) 하는 친구도 있는데 160리 길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씀 드렸더니 꼬깃꼬깃 용돈 10만원을 주시면서 단말고 나서 맛 있는 거 사 먹고 몸을 좀 돋아라고 하신다. 몸무게 36 Kg에 거동도 불편하신 꺼져가는 인생인데 정신력과 기억력은 아직도 말짱하신 어머니께 불효가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몇 십년 만에 받아 보는 용돈에 기분이 좋고 이 나이에 용돈 받아 주는 것도 효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받았다. 어머니 뿐 아니고 아내, 자식들, 어릴 때부터 나를 아는 주변 사람들이 울트라, 아니 풀코스 까지도 못하게 말린다. 나에게는 무리라는 뜻인데 100 Km는 아니지만 내가 완주를 하다니 참 기분 좋다. 마라톤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연습하는 과정이 좀 힘들지만 신이 주신 마지막 선물을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하루 밤을 자고 나도 몸에 이상은 없고 오히려 감기증상도 달아나고 아프던 허리도 부드럽다. 장딴지에 알통도 베기지 않고, 근육, 무릎, 발목도 이상없고 내년에 100 Km를
해볼까 말까 고민이 생긴다. 그러나 울트라는 이것으로 끝낸다고 한 아내와의 약속을 지켜야지.
춘천마라톤 이후, 최홍식 선배님의 당부 말씀도 있고 해서 춘천에서 이근해 친구, 진진하, 김상현, 이동윤, 박윤석, 전삼영 후배와 뒤풀이 하면서 의논한 결과, 망월마라톤포럼을 개설하여 마라톤 하는 후배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이 또한 기쁜 일이 아닌가. 포럼을 관리하시는 삼영 후배의 노고에 감사 드리고 평소에 많은 조언을 해 주시는 동윤 후배도 감사하다. 달리기는 혼자 하지만 포럼을 통하여 서로 정보를 주고 받고 연습도 같이 하고 건강관리를 하면 더 이상 바랄게 있겠는가.
이제 그 동안 못간 등산이나 해야지!
그리고 내년 봄 대회를 준비해야지.
동고야! 동고 Fighting!
(울트라 마라톤 완주기)
1. 출발 전에
10.20일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완주한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울트라마라톤
63.3 Km를 뛰어야 하는 생각을 하면 겁부터 먼저 난다. 내가 자원해서 신청한 경기인데도 꼭 누가 시켜서 하는 것 처럼 부담이 간다. 이 나이에 풀코스만 뛰면 되지, 아니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하프코스만 해도 충분한데 풀코스와 하프코스를 합친 거리를
뛰어야 하나? 이 무슨 오기란 말인가? 왜 울트라를 뛰어야 하는지? 대회가 생겼으니
뛰는 것 아닌가? 왜 대회를 만들어서 이 고생을 시키는지 참 원망스럽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산을 오르느냐 하면 산이 거기 있으니까 오르는 것이라고 하듯이 대회가 있으니까 한 번 뛰어 보는 것이다. 풀코스를 인간한계의 도전이라고 한다면 울트라는 무엇인가? 짐승한계의 도전인가? 나의 평소의 건강과 체력을 고려하면 참 무모한 짓이다. 하기야 100 Km, 200 Km, 국토종주 울트라와 사하라 사막 종주 마라톤에 비하면 63.3 Km는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은가? 엄살 같지만 약골인 나에게는 엄청 부담이 간다.
이번 울트라 마라톤 대회는 100 Km와 63.3 Km 두 부문이 있는데 우리 동문은 100 Km에 이근해(42회), 이동윤(47회) 두 동문이 참가하고 63.3 Km에 박윤석(50회) 동문과 약골인 내가 도전한다. 이 글이 망월 마라톤 포럼에 올리는 글이니 두 동문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근해는 나와 같이 99년 마라톤을 처음 시작했지만 최고 기록은 3시간 30분대를 기록하고 풀코스 참가회수도 20회가 넘고 작년에 울트라 63.3 Km를 이미 완주하고 올해 100 Km를 도전하는 철의 사나이다. 이동윤 후배는 풀코스, 울트라를 수없이 참가했고 최고기록이 3시간 20분대로 알고 있다. 전국 규모의 "달리는 의사회" 회장을 맡고 계시고 마라톤 관련 책 "달리기 SOS!"도 저술한바 있으며 달리기와 건강에 대한 상담을 할 수 있는 동문이다.
춘천 마라톤 후 강남포럼 회식을 포함 연속 4일을 술을 마시고 지난 주에도 술을 마시고 술자리에서 담배까지 피웠으니 내가 울트라를 뛰겠다는 것인지 참 한심하다. 강남포럼에서는 축하까지 받고 울트라를 완주하여 보답하여야겠는데 춘천 마라톤 후에 체력 관리가 말이 아니다. 더구나 경기 직전 기온 강하로 감기증상까지 있으니 생활 속의 운동이라지만 체력관리가 힘들다.
경기 날자는 다가와 11.2일 전야제에 가보니 참가자가 100 키로 520명, 63.3 키로 82명이 되는데 63.3 키로는 명함도 못내밀 정도로 100키로 부문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내 체력이 63.3 키로도 무리라고 자위하면서 내일 새벽 5시 출발을 위해서 10시 쯤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99년 풀코스 처음 뛸 때와 동일한 현상이다.
그 때도 완주에 대한 불안감으로 잠을 한 숨도 못자고 경기장으로 간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에도 똑 같다. 자명종 시계를 3시 반에 맞추어 놨지만 소용이 없고 비몽사몽간에 밤을 지새우고 3시에 기상하여 3시반 콜택시를 불러 양재동 시민의 숲으로 향했다.
시민의 숲 출발선상에는 0도의 쌀쌀한 날씨에도 벌써 마라톤 열기가 가득했다. 이동윤 후배의 조언으로 추운 날씨에 체온관리를 위하여 하의는 지구사랑 달리기에서 만든 롱타이즈를 입고 상의는 목을 보호해주는 등산용 쿨맥스, 바같에는 주최측에서 준 엷은 쿨맥스를 이중으로 입고 거기다 팔없는 셔츠에 앞뒤로 배번호를 달아 몸을 따뜻하게 했지만 어떤 사람은 Short Panty에 팔없는 티셔츠를 입은 사람도 있었는데 이 추위에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모자나 머리띠는 하지 않았고 신발은 2개월 전에 산 아식스 7020을 신었다. 이른 아침이라 식사도 못하고 집에서 출발할 때 홍삼차 한잔과 주최측에서 준비한 커피 한잔과 찰떡 두 쪽을 먹고 간단히 스트래칭으로 몸을 풀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출발선상에 선다. 중간 중간 간식과 마실 것을 준다니 먹는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2. 주로에서
새벽 5시 정각 주자들의 함성과 함께 출발, 시민의 숲 일원을 돌아 양재천으로
들어서니 1 Km 지점을 통과하고 있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아 앞을 분간하기 어렵고 양재천 길은 잘 정비되어 있어 어둡지만 위험하지는 않았다. 출발할 때 이근해 친구와 함께 천천히 같이 가자고 해서 우리 일행 10여명은 양재천을 같이 달렸다. 같이 달리자고 했지만 우리는 어디까지 같이 달릴 수 있는 지 의문이다. 같이 달린다고 해서 담소도 할 수 없고 서로의 숨소리와 가끔 크게 숨을 내쉬는 소리만 들을 뿐 결국은 옆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혼자 달리게 되는 것이 마라톤이다. 그래서 마라톤은 혼자 하는 운동이고 고독한 운동이라고 하지 않은가? 풀코스 할 때도 제일 계명이Over Pace 하지 말라는 것인데 울트라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는 천천히, 시속 9 Km로 달렸다. 왼쪽으로 도곡동의 Tower Palace가 우뚝 솟아 있고 아파트 촌의 불빛은 멀리 보인다. 양재천이 탄천을 만나고 곧 이어 한강을 만나는 데 그 지점이 약 8 Km,
한강을 들어서서 주자들은 한강 상류쪽을 향하고 있었다. 벌써부터 우리 일행은 앞에 먼저 갔는지 뒤에서 달리고 있는 지 잘 보이지 않고 결국은 혼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10 Km쯤 가니까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고 몸이 더워지기 시작한다.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히 보이고 그 차가웠던 아침 공기가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우리 일행은 어디를 갔는지 모르는 사람과 일행을 이루고 서로가 격려하고 덕담을 나눈다. 20 Km 까지는 매 5 Km 마다 급수를 하고 20 Km 지나서는 매 2.5 Km 마다 급수를 하니 급수시 마다 나는 물대신에 이온음료를 마셨다. 5 Km 마다 간식을 주고 10 Km 마다 급식을 하니 조금씩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달리면서 배고픔을 느끼지는 못했다. 내 같은 약골은 허기지면 달릴 힘이 없는데 급수, 급식을 충분히 하니 나에게는 좋았고 주최측 "서울 마라톤 클럽"에 감사한다. 몇몇 대회를 참가해 보아도 순수 아마추어 클럽인 서울 마라톤 만큼 진행을 잘 하는 것을 보지를 못했다.
우리 주자들은 광나루 지나 암사동 반환점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선두 그룹은 벌써 반환해서 여의도로, 여의도로 달리고 있었다. 100 Km 참가자는 여의도를 지나 방화대교에서 U-turn 다시 안양천 약 5 Km를 달려 다시 U-Turn 해야하니 63.3 Km를 달리는 나는 훨씬 수월하다. 나도 어느새 암사동 약 17.9 Km 지점에서 반환하여 여의도로 향하고 있었다. 한강 하류로 달리니 바람을 안고 뛰게 되고 그 상쾌하던 아침 공기가 다시 차게 느껴진다.
마라톤은 다리와 온 몸으로 뛰지만 마음속 온감 상념들이 같이 뛴다. 내가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완주한다면 몇 시간 안에 들어올까, 제한시간 8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을까? 이런 등등의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간다. 날은 밝아 오고 한강의 시야가 트인다.
풀코스 완주한 사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에 위안을 하고 풀코스 처음 할 때도 등산 10년에 할 수 있다는 마음에서 도전 한 것이고, 울트라도 풀코스 완주했으니까 할 수 있다는 말에 위안을 삼는다. 내가 울트라에 무슨 전략이 있겠는가? Over Pace 안하고
천천히 부지런히 뛰는 수 밖에 더 있겠는가. 여의도 63빌딩 풀코스 거리 까지는 평소 내 실력대로 뛰고 그 이후는 힘들면 걷지 하는 마음으로 뛰었다. 한강에 다리가 오죽 많은가? 마음속으로 지루함을 덜기 위해서 다리 하나 하나를 제낀다는 기분으로 뛰었다. 천호대교, 올림픽대교, 잠실대교, 청담대교, 영동대교, 성수대교, 동호대교, 한남대교, 반포대교, 동작대교를 하나씩 제끼니 63 빌딩이 시야에 들어온다. 한강대교를 지나 63빌딩 옆 41 Km 지점 반환점에 오니 시간이 4시간 20분, 풀코스 기록보다 좀 늦었지만 이건 울트라 아닌가? 급하게 서두러지 않고 골인 지점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놓이는 것 같다. 다시 역으로 다리를 하나씩 제낀다는 기분으로 다음 다리 까지만 뛰고 걸어야지 하는 기분으로 계속 달리니까 어느 듯 청담대교를 지나 양재천으로 들어섰다. 남은 거리가 8.2 Km, 여기서부터 걸어도 제한시간내에는 들어가겠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지나온 55 Km를 쉬지 않고 달렸는데 호부 8 Km 남았는데 여기서
걸으면 울트라가 아니지 하면서 계속 달렸다.
63.3 Km는 참가자가 많지 않아서 내 앞뒤로 주자가 많지 않았다. 돌아오는 코스 어디에선가 목포에서 올라오신 내 나이 또래 한분과 한참을 같이 달렸는데 왜 100 Km에 도전하시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이것도 나에게는 무리라고 하니까 자기는 100 Km를 하고 싶었는데 마치고 목포까지 내려 갈 일도 걱정이고 내일도 출근할 일이 걱정되어 63.3 Km를 신청했다면서 나에게 많은 격려를 해준다. 나에게 달리시는 폼이 안정되어 있다느니 내 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은데 같이 갈려고 일부러 천천히 달려 주었지만 같이 가기는 내가 역부족이어서 양재천에 들어서고 부터는 다시 처지기 시작해서 또 다시 혼자가 되었다.
달리는 상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평소 약골 중에 약골인 내가 울트라를 한다니 어릴 적 나를 아는 사람들은 잘 믿지 않는다. 동래고 3년 동안 키가 작아 3년 동안 출석번호를 2번을 넘겨 본 적이 없고 체육시간이 두려웠고 뭐를 같이 좀 해볼려 해도
끼워 주지도 않고 지금도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고 키만 작은 게 아니고 몸도 약했다. 지금은 고등학교 동기들 보면 그 당시 어지간히 컸던 친구들도 눈알로(?) 보인다.
고등학교 때 한참 클 때 잘 먹어야 되는데 3년 동안 자취하면서 골았는지 하여간 그 약골인 내가 울트라를 한다니 누가 믿겠는가. 시골 고향 동네 어른들도 내 마라톤 얘기를 하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수진이는 안된데이" 하시더란다. 환절기 마다 감기는 달고 다니고, 유행성 독감은 제일 먼저 하고, 잔병 치레 많이 하고, 도데체 내가 마라톤 할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이근해 친구와 같이 등산 12년, 마라톤 한 지 4년 지금은 건강체질은 아니지만 옛날 보다 많이 몸이 단단해 지고 감기 한 번 없고, 잔병 치레도 없다. 등산이나 마라톤을 할 때 이근해 친구가 너무 심하게 해서 가끔 원망도 하지만 이근해는 나의 건강 지킴이다. 고맙다 친구야!
주로에서 주는 쪽쪽 찬 음료수를 먹다 보니 속이 안 좋아서 가끔 온수에 꿀차, 생강차를 먹으니 속이 편하고 급식은 30 Km 지점에서 따끈따끈한 밥에 즉석 김말이를 해 주은 것이 아주 좋았고 중간 중간 바나나, 쵸코파이, 빵 등을 주는데 많이 먹지는 못하겠고 조금씩 먹었다. 몇 키로 지점인지 기억은 없지만 젤리로 된 카본 영양식은
제일 좋은 에너지원이었다. 3번이나 먹었는데 계속 달리는데 많은 힘이 된 것 같았다.
주최측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양재천을 들어서니 다시 내 혼자 달리게 되었고, 새벽에 달린 양재천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양 쪽으로 갈대 숲이 우거져 있고 도심속에 이런 곳이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언젠가 TV Program 환경스페셜에서 양재천에 물고기가 살고 철새들이 찿아 온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결승점은 다가오고 힘은 떨어 지지만 양재천의 아늑한 가을 풍경에 취해서인지 나는 쉬지 않고 계속 달리고 있었다. 5 Km를 남기고는 매 Km마다 거리 표시가 있었지만 풀코스 보다 덜 지루했다. 한강에서 만난 목포에서 오신 분은 저 멀리 가물가물 멀어지고 뒤를 돌아보니 따라오는 주자는 없다. 동행할 사람없는 외로운 길 160리 길은 끝나 가고 있었다. 걸을 생각은 안하고 계속 달리 다니, 내가 이런 힘이 있다니 내가 생각해도 참 희안한 일이다. 양재천이 끝나고 시민의 숲으로 들어서는 가파른 경사 길도 잠깐 시민의 숲 일원이 1Km, 꼬불 꼬불 돌아가니 빨간 메뜨가 깔린 Finish Line이다. 결승 골인 장면 사진을 찍어 준다니 양팔을 들고 멋지게 골 인. 시계는 6시간 41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휴대폰 문자 멧세지는 "박수진님의 Net Time은 6시간 39분 52초이고 82명 중 21등입니다" 라고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완주 메달, 완주패를 받고 머리에 월계관을 써고 기념 사진을 찍고 내려오는데 아! 이게 웬 주책인가? 눈물이 핑 도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챙피하게 울기는! 완주했으면 그만이지 이 나이에 울다니! 참 약골이다.
3. 달리고 나서.
달리고 나서 일행과 약속한 목욕탕과 식당을 가려고 시민의 숲을 빠져 나오는데 자원 봉사 마줌마가 아저씨는 울트라 달리신 분 같지 않네요? 정말 완주하고 나오시는 거예요? 라고 듣기 좋은 말을 한다. 내가 땀이 좀 없고 바람이 있어서 땀을 흘린 흔적이 없었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가 하고 추운데 고생하신다면서 그냥 웃고 나왔다. 아직 일행들은 보이지 않고 혼자 감격을 가라 앉히며 목욕탕으로 갔다.
토요일 저녁 전야제 마치고 집에 오니까 90노모께서 우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야야, 내일 안 가면 안되겠느냐, 니는 안된데이 하시면서 몇 번을 가지 말라고 사정을 하신다. 내일 250리 단말기(?) 하는 친구도 있는데 160리 길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씀 드렸더니 꼬깃꼬깃 용돈 10만원을 주시면서 단말고 나서 맛 있는 거 사 먹고 몸을 좀 돋아라고 하신다. 몸무게 36 Kg에 거동도 불편하신 꺼져가는 인생인데 정신력과 기억력은 아직도 말짱하신 어머니께 불효가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몇 십년 만에 받아 보는 용돈에 기분이 좋고 이 나이에 용돈 받아 주는 것도 효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받았다. 어머니 뿐 아니고 아내, 자식들, 어릴 때부터 나를 아는 주변 사람들이 울트라, 아니 풀코스 까지도 못하게 말린다. 나에게는 무리라는 뜻인데 100 Km는 아니지만 내가 완주를 하다니 참 기분 좋다. 마라톤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연습하는 과정이 좀 힘들지만 신이 주신 마지막 선물을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하루 밤을 자고 나도 몸에 이상은 없고 오히려 감기증상도 달아나고 아프던 허리도 부드럽다. 장딴지에 알통도 베기지 않고, 근육, 무릎, 발목도 이상없고 내년에 100 Km를
해볼까 말까 고민이 생긴다. 그러나 울트라는 이것으로 끝낸다고 한 아내와의 약속을 지켜야지.
춘천마라톤 이후, 최홍식 선배님의 당부 말씀도 있고 해서 춘천에서 이근해 친구, 진진하, 김상현, 이동윤, 박윤석, 전삼영 후배와 뒤풀이 하면서 의논한 결과, 망월마라톤포럼을 개설하여 마라톤 하는 후배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이 또한 기쁜 일이 아닌가. 포럼을 관리하시는 삼영 후배의 노고에 감사 드리고 평소에 많은 조언을 해 주시는 동윤 후배도 감사하다. 달리기는 혼자 하지만 포럼을 통하여 서로 정보를 주고 받고 연습도 같이 하고 건강관리를 하면 더 이상 바랄게 있겠는가.
이제 그 동안 못간 등산이나 해야지!
그리고 내년 봄 대회를 준비해야지.
동고야! 동고 Fight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