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일장춘몽이요
무시무종(無始無終)이니
자신도 모르게 와
또 자신도 모르게 흘러가는
바람처럼 구름처럼...
끝도 시작도 없는 것이라
모든 것이 부질없다 합니다.
그러니
뭔가를 쌓아 두려고 하지도 말고,
가지려고 하지도 말라.
자신을 묶어 두지 말고
모든 집착은 자신을 묶는 매듭이다.
이 모든 것이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산다는게 그런가요?
하루 하루 산다는게 누군가와의
인연을 맺고 업을 짓고 사는 것인데...
청산도 창공도 때로는
몰려드는 구름때문에
불어 오는 바람때문에
천둥 번개도 치고
비바람도 불고
때로는 눈보라도 퍼붓곤하죠.
인생도 마찬가지죠.
본래는 고요했지만
살아가며 맺는 인연때문에
욕심때문에 집착때문에
사랑도 하고 그리워도 하고
미워도하며 괴로워 하기도 하고
울다가 웃다가 그러는거겠죠
욕심을 버리고
집착을 떠나고
번뇌도 벗어버리고
삼계의 속박을 훨훨 털어버리고
유혹을 물리치고 욕망을 다스리는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닠까만은 저같은 범부가
감히 넘볼 경지는 아니겠죠
제가 알수 있는 건 단지
바람과 구름이 청산과 창공이
원하지않아도 모여서 비바람
눈보라가 되었듯이
내마음속의 욕심과 집착도
당신의 뜻데로 내속에서
나를 시험하고 있음을 알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감히 바랄 수 있는것은
저를 시험하심에 있어
제가 감당 할 수 있는 슬픔만큼만
제가 견딜 수 있을 고통만큼만
제가 삼킬 수 있을 만큼의 눈물만
저에게 짊어지게 하여 주시길 바랄뿐입니다.
문경 대승사
3월 21일 오늘은 지난 일월 눈때문에 오르지 못한
경북 일대의 사찰을 둘러 보기로 했다
문경 김룡사를 지나 대승사 입구로 들어서니
이제 돋아나기 시작한 연두색 새순과 군데군데 녹지
않은 흰눈이 깊고 울창한 숲 길이 산사의 정취를 더해 준다.
나옹선사와 연이 깊은 대승사는 산북면 전두리 사불산 중턱에
자리하였으며 한국 불교사에 많은 고승대덕을 배출한
찬란한 역사를 가진 사찰로, 신라 진평왕때
사불산 산마루에 있는 사면석불상(四面石佛像) 옆에
창건하여 사면석불에 공양을 올리게 했다고 한다.
대승사 입구에는 지금부터는 부처님 땅임을 알려주는 일주문이
사불산 대승사(四佛山大乘寺)'란 현판을 달고 있다.
사찰의 일주문은 일심(一心), 즉 하나의 마음을 상징한다.
이 산문에 들어오면 세속의 온갖 번뇌를 다 털어 버리고
일심(一心)으로 정진하여 깨달음에 이르라는 의미이다.
일주문 뒤로는 '불이문' 이라 쓰여 있다.
산문에 들어와서 일심으로 정진하여 지극한 마음과
순수한 마음으로 매진하여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생과 사가 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사바세계로
돌아가라는 뜻은 아닐까?
일주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옛날 중국을 다녀온 나옹선사가
기념으로 심었다는 키 큰 전나무와 소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어 골 깊은 산사의 정취를 한껏 맛보게 한다.
대웅전에 들어서면 정면에 석가여래가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거느리고 앉아 있는데 뒤쪽에는 일반적인 불화대신 화려한
금빛 목각탱이 자리하고 있어서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로 3m, 세로가 4m인 이 목조탱불은 원래 부석사에서
봉안하고 있던 것을 대승사로 옮겨 온 것으로 후불탱화를
나무를 깍아 부조나 투조기법의 조각으로 표현한 것이다.
조선후기에 목각탱 중에서도 이것은 대형이면서 정교하고
치밀하여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는 걸작품이다.
현재 대승사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명부전, 극각전, 나한전,
옹진전, 시와전, 서원, 요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위쪽에 총지암을 새로 지어 선방으로 사용하고 있다.
부속 암자로는 유명한 나옹 혜근 스님의 출가 암자이자 성철 스님이
정진했던 묘적암, 비구니 선원으로 이름난 윤필암, 그리고 보현암이 있다.
윤필암 사불전
대승사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윤필암 안내판이 서 있는 삼거리에서
500m쯤 포장길을 올라가면 웅장한 암벽을 배경으로 윤필암이 위치하고 있다.
윤필암(潤筆庵)은 고려 우왕 6년(1380년) 각관(覺寬)이 창건하였나
현재의 건물들은 모두 1980년대 초에 새로 지은 것이라 한다.
법당인 사불전에 부처님을 모시지 않고 그 자리에 벽면을
유리로 설치하여 법당 안에서 사불암을 볼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이 특징이며, 절 뒤의 거대한 암벽과
울창한 숲으로 절 주위의 풍광이 아주 빼어난 사찰이다.
사방불
사방불은 사불산 중턱의 거대한 암반 위에 세워져있는 2.5∼3.5m 크기의
장방주석인데, 4면에 불상이 조각되어 있다. 불상의 4면이 동서남북을 향했고,
동서면은 좌상이고, 남북면은 입상으로 양각된 여래상이라고 한다
윤필암 전경
윤필암은 새로 단장한 비구니 처소답게 어디 한 곳 티끌하나 묻어있지 않은
비구니의 곱디 고운 정갈함이 배여 있다. 외롭고 고적한
산 속의 외딴 암자에서 연꽃처럼 피어나는 비구니 스님들의 고결함이
곳곳에서 베어나오는 아름다운 암자이다
윤필암에서 조금만 산을 오르다보면 묘적암이 나타난다.
고려말 나옹(懶翁) 스님이 정진했던 곳이다.
나옹스님이 정진했던 곳으로 알려진 묘적암 인근 안장바위와 말바위는
천길 낭떠러지 골짜기에 걸려 있는 바위들이다.
안동 봉정사
의상대사가 부석사에서 종이 봉황(鳳凰)을 날려보내
그 봉황이 머물었던 자리에 지었다는 봉정사는
그리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미적 안목을 키워주고
지적 호기심을 채워 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아름다운 사찰이다.
신라의 자취가 남아있는 고려시대 건물인 극락전과
조선시대 초기 건물인 대웅전과 고금당, 그리고
이 시대의 건물이 아담한 공간 속에 오밀조밀
모여있고 맞배지붕과 팔작지붕, 배흘림 기둥과 일반적 기둥,
다포와 주심포 양식의 건물이 서로 이웃해 있어 시대별로 형태별로
우리 전통 건축 양식을 비교하기 알맞은 장소이기도 하다.
봉정사 경내에 들어서면 하늘을 찌를 듯한 오래된 굴참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천등산 봉정사' 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을 통과하면 고요한 산사에 울려 퍼지는 산새 소리와
대나무 숲을 스쳐 가는 싱그러운 바람소리가 세속에 지친
참배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봉정사 출입문 노릇 하는 문루(門樓)인, 만세루는 정면 5칸 측면 3칸의
제법 큰 건물이지만 위압감이 없다. 밑에서 보면 2층 문루이지만 정겹게
굽어진 1층 문설주를 지나 계단을 오르니 대웅전에서 설법하시는
주지 스님의 눈빛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세루
만세루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확 트인 경관은 아니지만 봉황이
머물만한 편안한 공간이다.이 만세루는 1층은 문이지만 2층은 누마루이다.
현재는 복고와 목어가 걸려 있고 봉정사의 역사가 적힌 편액들도 있다.
만세루 밑을 들어서자마자 대웅전 영역이며,
그 서쪽 공간이 극락전 영역이니 봉정사의 큰 두축을 이룬다.
대웅전과 극락전
봉정사는 크게 대웅전 영역과 극락전 영역으로 나눠진다.
자연석 기단 위에 알맞게 들어선 대웅전은 조선시대 대표적
목조 건물로 팔작지붕과 다포 양식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색바랜 단청은 지난날 화려함을 증명하기에 아직도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대웅전 문 앞에 마루가 깔려있는 것이 다른 대웅전과 달리 특이하다.
대웅전 옆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극락전이 자리잡고 있다.
얼핏보기에는 대웅전과 비슷한 듯하나 무척 대조적인 건물이다.
대웅전이 날렵한 팔작지붕이라면 극락전은 간결한 맞배지붕이다.
맞배지붕은 측면에서 보면 건물 구조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봉정사 극락전은 부석사 무량수전처럼 아름답고 균형 잡힌
몸매는 아니지만 배흘림 기둥의 고려 건축 양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소중한 건축물이다.
영산암
봉정사 오른쪽 계단 위를 보면 고목 나무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암자, 영산암이 있다.
아름다워 영화나 TV 드라마 촬영 장소로 자주 나오는 영산암은 봉정사와 꼭 닮아있는데,
문루만 없다면 작은 마당을 중심으로 ㅁ자 형 건물 배치를 이루고 있어 사대부집이
아닐까하는 착각이 든다. 그리고 각 건물마다 독특한 개성이 있어 보는 눈이 즐겁다.
문지방이 둥글게 마무리 된 문루는 봉정사 문루와 꼭 닮아 있고 오른쪽에 있는
요사채는 시원한 대청마루가 깔려있어 양반집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각 건물마다
쪽마루가 달려있어, 마루가 달린 봉정사 대웅전과 같은 양식을 지닌다.
영산암의 출입문인 낡고 낡은 초라한 우화루 밑을 지나 암자의 안마당에 닿으면
고건축의 미학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도 우리 한옥의 아름다움과 다양한
표정을 담고 있는 마당의 멋스러움에 넋을 빼앗기게 된다.
마당의 가장자리에 자그마한 동산을 만들어 기암괴석을 옮겨놓고
그 위에 멋스럽게 휘어진 고목인 향나무와 관상수를 비롯하여 계절을
다투며 다양하게 피어나는 꽃나무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각 건물에는 툇마루와 누마루 등이 설치되어 서로 끊어질 듯 이어져 있다.
이러한 것들의 다양함은 혼돈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재창조하는 신비감마저 느끼게 한다.
사찰들은 대개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 아름답지만 이곳 영산암은
여름에 와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대청마루에 들어 누워
산새 소리 바람 소리 매미 우는 소리를 들어봄도 좋을 듯하고
쪽마루에 걸터 앉아 마당 한 가운데 바위 위에 자라는
소나무위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거나 처마 끝에서
들려오는 낙숫물 소리를 들어 봄도 멋질것 같다
거조암
천등산 암자인 지조암은, 일주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참나무 숲을 지나면
넓은 터가 펼쳐지고 봉정사 안내판이 이곳에 세워져 있다.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방향으로 400m 정도 오르면 지조암에 닿을 수 있다.
지조암은 법당과 요사채, 칠성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암자는 흙돌담으로
둘러쳐져 있고 서쪽 모퉁이에 출입문이 나 있다. 출입문을 들어서면 법당이
가장 앞쪽에 배치되어 있고 법당 뒤에 칠성각이 세워져 있고 그 동쪽에
요사채가 자리잡고 있다.
지조암에는 기와그림으로 유명한 귀일스님이 계신데 옛기와에
귀면(鬼面) 그림, 봉황이나, 용 등의 상상의 동물들, 칠보무늬, 사천왕 그림 등의
전통문양을 그리시는데 깨여지고 투박한 기와에 화사한 단청 색감을 입히니
매우 아름답게 보였다 그래서 한점 구입할려고 가격을 여쭤보니 남녀 귀면 한쌍에
백만원이라는 소리를 듣고는 말없이 돌아섰다
의성 고운사
안동을 뒤로하고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의성 고운사로 향했다
안동에서는 대구 방면 국도를 따라 일직을 조금 지나 좌회전하여
붉은 암벽의 계곡 따라 한가로운 농촌마을과 솔숲을 벗삼아 가다 보면
금새 고운사 일주문이 나타난다. 성(聖)과 속(俗)을 구분 짓는 일주문에는
등운산고운사(騰雲山 孤雲寺)란 현판을 달고 있어 최치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암시해 준다.
천황문을 통과하여 맨 먼저 나타나는 건물이 신라말 학자인 최치원
이 세운 누각인 가운루로 옛날에는 이 누각 아래로 계곡물이 많이
흘러내렸다. 그래서 계곡에 잠기는 부분에는 돌기둥을 놓고 그 위로는
나무기둥을 이어서 누각을 받쳤다.
고운사에서 문화재적 가치를 가진 가장 아름다운 건물은 가운루(駕雲樓)이다.
5칸의 당당한 풍체를 지닌 가운루가 개울을 가로질러 서서 오랜 세월의
연륜을 몸으로 말해 주고 있다. 계곡 밑바닥에 잘 다듬어진 주춧돌을
길게 세우고 그 위에 다시 기둥을 올린 5칸의 큼직한 누각이다.
옛날의 화려함은 새로 만든 범종각과 대웅보전에 밀려 초라함으로
변했지만 지난날의 아름다움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새로 지어놓은 대웅전 앞 언덕배기에는 옛날 대웅전이 있다.
3칸짜리 대웅전은 작지만 오히려 기품이 묻어난다.
가람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다.
옛날 대웅전 앞에 서면 고운사 경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운사는 영주 부석사가 쇠퇴한 후 의성과 영주, 안동 등
14군을 포괄한 경북 북부의 종찰. 한때는 366칸의 대가람이었다.
가운루가 개울을 가로지르는 누각이라면 바로 이웃해 있는 우화루(羽化樓)는
계곡과 나란히 하며 개울을 내려다보게 지은 건물이다. 지금은 개울을
복개하여 내려다보이지 않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흐르는
개울물을 내려다보는 운치가 있었다고 한다. 우화루는 도교적 이름인
우화(羽化)와 불교적 이름인 우화(雨花)라는 같은 음의 두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꽃비라는 이름을 가진 우화루(雨花樓)가 더 친숙하게 들린다
고운사는 풍수를 아는 사람들에겐 이미 널리 알려진 곳이다.
부용반개(芙蓉半開 : 연꽃이 반 핀 형상)의 터로 영남에서는 가장 명당 자리라고 한다
그러나 명당의 근간이 되었던 계곡은 매워지고 산은 깍여 절마당이
되어버렸으니 대형불사에 우리의 전통 건축미까지 사라지는 게
아닌가하는 염려가 든다
탐욕도 벗어버라고 물같이 바람같이 그렇게 살라고
나옹선사가 말씀하셨는데 새것만 화려한것만 너무 탐하는게 아닌가 생각하며
초하루라 그런지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관광버스에 서둘러 부산으로 돌아섰다
"끝"
관리자 : 심재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