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과 다른, 지난 토요일 오전의 일을 두고 그냥 넘기기가 아쉬워 몇 글자를 옮겨봅니다.

지난해 입대한 작은 녀석이 강원도 홍천 땅에서 상병을 처음 달고 휴가를 나온 당일. 누구나 그러하듯, 자식과의 단절된 생활에 대한 애틋함으로 모두 같이 점심먹자는 약속을 두고 한강을 따라 동네 주변을 뛰었다. 이른바 런닝이라는거...전날의 취기를 삭히는 데는 신선한 바람에 땀흘리는게 최적이라는 생각으로..

그런데 이게 웬일! 한창 뛰고 있는데 자전거 타고 지나던 누가 “승재야” 부르는게 아닌가? 놀란 마음에 뒤돌아 보니 우리의 버팀목 총무이신 상용이 이렸다. 땀에 젖은 헬멧과 늘상의 잔잔한 미소와 함께한 친구. 서로의 뻔한 근황이지만 정담을 충분히 나누지 못하고 곧 헤어진 아쉬움이 옆에서 일렁거리는 한강 물길의 반복 ‘닿음’마냥 가슴에 여운으로 남았다.

서울 땅에 살면서 우연한 조우가 결코 흔한 일이 아닐진대 친구의 예사롭지 않은 잔상을 마음에 담고 이런 저런 추억을 더듬었다. 덕분에 지침이나 지루함 없이 목표한 코스를 쉬이 뛰었고, 점심의 대화 메뉴에 친구라는 연분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한참이나 재잘거렸다.

상용아! 정말로 한번 시간같이 해 운동한번 하자. 어떤 것이든...그런데 이왕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총무님을 잘 도우고 충실히 모십시다. 동기회가 동창회나 총무를 위해 존재하는게 아니라 나 스스로, 우리 모두를 위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다잡자. 전화나 문자에 성심성의껏 답하고 반기자는 말씀이지.

달포전에 9호선 지하철에서 조우한 신성운, 그 이전에는 포항에서 당일 상경한 서영길을, 몇 년전에는 이민화를 역시 전철에서 우연히 만난 일이 스친다. 우연을 하나의 운명으로 여기는 율법도 있는 만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더 귀한 이치지. 이후 본 친구, 못 본친구 모두 잘 있을 것으로 여기면서...

올해도 불과 두어달 남았다. 아니 날짜로 치면 수십일 정도. 참 빠르다. 그 만큼 활력을 의식하고 살 날들이 줄어든다는 소침한 생각도 드니, 역시 나이가 들어도 한참인 모양이다. 어떤 흠도, 무슨 모양의 실수도 담겨지고 용인될 동창. 그것도 한창의 날을 함께 보낸 친구라는 생각이 여민다.

잘되면 잘 되는대로, 안풀리면 반드시 풀릴것이라는 의지와 희망으로 시간을 지내보자. 그리고 소중한 인연을 엮어 회포를 풀고 서로 격려하면서 지내보자는게 진정한 희망입니다. 늘 우리가 그러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