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전, 한승항 동문이 감격서러운 목소리로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내용인 즉 선, 박기환 동문이 거금 100만원을 동기회에 희사해 왔다고 한다.

한 동안 멍- 했다.

입장을 바꾸어 나라면 그랬을까?

절대 그러지 못할 것 같다. 누가 돈 내라면 요리 저리 재어보고, 동기 들 눈치도 살피고, 호주머니 사정도 몇 번씩 체크해 보고, 그저 욕 안 먹을 정도의 액수를, 그것도 생생 내면서 낼 것이다.

그런데, 박기환 이 친구는, 이러한 나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사실 내가 회장되고도 몇 차례에 걸쳐, 말 없이 거금을 희사해 왔다. 그러면서도 자기 이름 석자가 알려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용을 아는 우리 집행부 4명은 늘 그 사람에게서 잔잔한 감동을 느낀다.

아직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런 분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혼탁한 세상이 망하지 않고, 그렇 저렇 버티어 가는가 보다.

박기환과 그 외 몇몇 분의 조용한 도움으로 우리 집행부는, 지금껏 크고 작은 행사를 치러오면서 돈 걱정을 하지 않았고, 돈 때문에 동기생 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되며, 전임자로 부터 물려 받은 액수를 크게 손상시키지 않고, 1000만원이 넘는 액수를 차기 집행부에 넘길 것 같습니다.

이제,60을 갓 넘겼을 뿐인 인생인데, 슬슬 먼저 가시는 분도 생기고, 손에서 일 감 떨어진 동기생 들이 대부분이라,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도 못하고, 정서적으로 여유롭지도 못하니, 딱히 정 부칠 곳도 없는 형편입니다.

넘쳐나는 인구로 북적이는 서울 하늘 밑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고,

천박한 자본주의와 어설픈 민주주의에 물든 이 나라 백성들의 악다구니 속에,

인간구실 해가며 산다는 것이, 어느 때 보다 어렵습니다.

이 숨 막히는 초 여름더위에, 박 동문이 뿌려 준 시원한 물 줄기는 시원한 청량감을 줍니다.

우리 모두 무조건 건강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