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부산시민들 '격노', PK 10곳에서 한나라당 '고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대구 지원유세 과정에 주장한 "YS의 PK(부산경남)정권때도 TK(대구경북)가 핍박을 받았다"는 'TK 15년 핍박론'이 부산경남의 거센 반발을 사면서, PK 10개 선거구에서 한나라당이 크게 고전하는 등 심상치 않은 역풍이 불고 있다.

강 대표는 이에 지난달 31일 부산을 찾아서는 "부산이 지난 10년간 피해를 입었다"며 'PK 10년 핍박론'을 주장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부산시민들의 반응은 도리어 불 위에 기름을 뿌린 양상이다.

"PK가 TK 핍박? 강재섭, 총선때 함 두고 보자"
부산경남 언론들은 강 대표의 'TK 15년 핍박론'을 팩트만 보도할 뿐, 사설 등을 통해 비판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이를 정면에서 다룰 경우 자칫 TK-PK 갈등으로 번질 위험성이 있는 등 워낙 휘발성이 큰 사안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산에서 만난 시민들은 강 대표 발언을 모두 알고 있었다.

부산역에서 남구 용호시장으로 향하던 택시기사 이 모(54)씨는 1일 강 대표의 'TK 15년 핍박론'에 대해 "뭐라카노, 그라몬 영삼이 밑에서 부산은 잘 묵고 잘 살았다는 기가"라고 반문한 뒤, "저노마(강재섭) 정신이 우찌 됐나? 영삼이가 부산에 해 준 게 뭐 있노? 이 길 좁아터진 거 봐라. 6.25때 만든 터널에다 골목길이 아직도 있다 아이가? 이게 발전이가? 내 참, 참 발전 마이했네"라고 강 대표를 맹비난했다.

용호시장에서 만난 주부 김선희(46) 씨는 "선거때마다 정치인들이 하는 소리야 다 쓸데없는 소리 아니냐"라고 일축하면서도 "그런데 강재섭 씨 말은 꼭 대구가 부산때문에 발전 못했다는 소리로 들리네요"라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부산 남구 LG메트로시티 아파트 앞에서 만난 김철용(58. 자영업) 씨는 "강재섭이 말 들으보면 꼭 옛날에 경상도, 전라도 갈라놓는 그런 말 같네"라며 "지금이 시대가 어떤 땐데 경상도 안에서도 저리 갈라 놓는 말을 해쌌노"라고 질타했다. 그는 "솔직히 YS가 IMF로 나라 말아무거서 부산에서도 인기는 없는데, 강재섭이 그런 말은 하몬 안되제"라면서도 "그래도 YS는 민주화 운동도 하고 나라를 이만큼 민주화시켜다 아이가? 근데 지는 뭐라꼬 YS를 비난하노"라고 강 대표의 민정계 전력을 문제삼았다.

택시기사 김기원 씨는 "솔직히 그런 말 들으면 열받지예"라며 "YS가 부산에 솔직히 해 준 게 별로 없거던예. 오히려 거제(YS 고향)나 저런 데 해 준기 만타 그라던데, 거제에서 부산까지 오는 고속도론가 거 뭐 있잔십니까. 하이튼 YS가 뭘 해줬는지 내는 잘 모르겠네요"라고 냉소했다.

서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노 모(여, 47) 씨는 "정치인들은 참 선거때만 되면 지 맘대로 씨부리 제끼네"라며 "강재섭이 봐라. '그란다고 부산이 한나라당 말고 누굴 찍을끼고' 이런 생각으로 그런 말이나 해 쌌는데, 이번 선거에서 함 봐라. 한나라당 말고도 찍을 놈들 몇이 있다"고 총선때 표로 응징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부산대 앞에서 만난 조혜진(28, 교사) 씨는 "지역감정 이런 걸 떠나서, 지난 수 십년간 한나라당이나 그 전에 같은 정당을 부산이 밀어주지 않았나"라며 "그렇다면 부산이 발전하지 못하는 것을 중앙 정부나 정권을 탓하기 전에 부산을 텃밭으로 삼고 있는 한나라당이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선거때마다 각 정당들이 자신들의 텃밭에만 가면 지역감정에라도 호소해 표를 받으려 한다"면서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제 10년만에 집권 여당이 된 만큼 이런 구태는 하루 빨리 먼저 끊으려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강대표를 힐난했다.

<부산일보> "한나라, PK 10곳에서 고전중"
강대표 발언에 대한 역풍 때문인가, 총선 중반 PK 표심이 심상치 않다. PK 10개 선거구에서 한나라당이 크게 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일 <부산일보>에 따르면, 친박무소속 연대의 김무성(부산 남을) 후보가 한나라당 정태윤 후보와의 지지도 격차를 계속 유지하면서 1위를 굳혀가고 있고, 부산 금정의 범박근혜계 김세연 후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박승환 후보를 앞서고 있다. 친박계 유기준(서구) 후보도 한나라당 조양환 후보를 오차범위를 넘나들며 앞서가고 있다.

이밖에 '친박연대' 엄호성(사하갑) 후보와 무소속 강길부(울산 울주) 김명주(경남 통영·고성) 최구식(진주갑) 후보도 상대인 한나라당 후보와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통합민주당 조경태(부산 사하을) 최철국(김해을)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창원을) 후보, 그리고 반(反)한나라당 성향 무소속인 김두관(경남 남해·하동) 후보도 선전하고 있다.

특히 '친박 무소속 연대'의 유재중(수영) 이진복(동래) 후보의 지지도가 급상승하면서 상대후보인 박형준·오세경 후보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진복 후보는 31일 발표된 KBS와 MBC 공동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에게 0.9%포인트 뒤진 것으로 조사됐지만 당 자체 조사에선 오 후보를 5%포인트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유 후보(42.2%)도 박 후보(42.3%)와 0.1%포인트 차이의 초접전 상태.

한나라당의 'PK총선 위기론'은 당 자체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나라당은 자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부산 1곳(수영)과 경남 3곳(진주갑, 통영·고성, 사천) 등 4곳을 '경합'지역으로, 부산 5곳(남을, 금정, 서구, 동래, 사하을)과 울산 1곳(울주) 등 6곳을 '열세' 또는 '경합열세' 지역으로 각각 분류하고 있다.

/ 부산=김동현 기자 (choms@viewsnnews.com)
세상을보는 다른 눈 "뷰스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