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화 동문이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종주기를 보내 주셨습니다.

48 산우회 지리산 종주 2박 3일

6월 5일 무박으로 서울을 떠나서 세석 산장에서 1박하며 지리산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권경희, 김동석, 박창식, 이윤재, 김성수
그리고 산 아가씨 두 명 즉 이윤재의 마나님과 웬 여학생(궁금하시면
재경망월산악회 홈피 게시판 78번 참조) 등 7명과 부산에서 동기
박선화와 마나님, 허남국, 안인현, 김지현, 최태식, 김현태(67회) 등
7명 총 14명이 구례구역에서 합류하여 67회 김현태 동문이 가져온
봉고를 타고 아침 5시 40분경 성삼재에 도착하였습니다. 두 달 전부터
계획을 세우고 진행시켜온 지리산 종주산행에 부산 동문들도 흔쾌히 참여하여 종주 산행에 더욱더 빛나는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노고단 정상 옆에서 붉은 해가 떠 오르는 것을 보면서 모두 함께 기념사진 찰칵. 그리고 마침내 성삼재부터 지리산 주 능선 종주를 시작 하였습니다. 나는 지난해 이어 2번째지만 대부분이 처음이라 얼마나 힘들고 고된 산행인지 생각도 못하고 히히득 거리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노고단까지 약 3 km는 포장길이라 별 어려움없이 허남국 동기의 걸쭉한 대학놀이라는 와이담을 들으며 한마디로 단숨에 40분 만에 노고단에 도달하였습니다. 노고단 운해는 지리산 비경 10경 중의 하나로 그 아름다운 비경을 마음속에 그리며 왔건만 너무나 화창 하고 구름 한점없는 날씨에 운해는 사라져 없고 대신 파노라마같은 장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 멀리 까마득히 보이는 뾰쪽한 봉우리가 우리가 목표로 한 천황봉인지 아니면 그 뒤에 가물거리는 봉우리가 거긴지 보는 사람마다 감탄을 자아내었습니다. 오전 6시 50분 천황봉 방향을 마음속으로 잡으며 반야봉 쪽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임걸령까지는 경사가 완만한 고원지대라 숨소리 한번 흐트러 지지않고 단숨에 도달할 수 있었으며 여기 약수터에서 잠깐 목을 축이고 7시 50분에 다시 출발. 노루의 목처럼 좁은 곳이라는 노루목까지는 경사가 약간 진 약 1km 거리 의 오르막이라 노루목에 도달했을때는 모두들 얼굴에 땀방울이 방울방울 맺혔으며 여기서 10분간 휴식. 그리고 다시 기념촬영 찰칵. 여기서 반야봉을 거치지 않고 삼도봉으로 바로 직행하였습니다. 삼도봉은 해발 1550m이며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가 만나는 지점이라 그 표시로 삼각뿔 모양의 조그만 조형물 만들어 삼도의 이름을 새겨 놓았으며 이 봉이 원래는 봉우리 모양이 낫날같다 하여 낫날봉이라 하였으나 이를 등산객 들이 와전시켜 날나리봉이라 불렀으며 뒤에 국립공단에서 삼각뿔을 설치하면서 지멋대로(?) 삼도봉이라 하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해발 1,360m의 화개재까지는 거의 나무계단으로 된 약 2km의 내리막길이며 끝나는 지점의 화개재에서 북쪽은 뱀사골이며 남쪽으로는 연동골로 이어져 화개장터로 갈수있다고 합니다. 아침은 구례역에서 새벽 4시 30분 경에 섬진강 재첩국으로 든든히 먹고 왔지만 벌써 약 5시간이 지난지라 화개재에서 각자 가지고 온 떡 과일등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였습니다. 간식후 9시 40분 경 화개재를 출발하여 동쪽 으로 종주능선을 따라 약 2km의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숨이 턱에 찰 때쯤 토끼봉에 도달하게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숨을 돌린 후 동쪽으로 계속 경사가 심한 오르막 내리막길을 가다보니 심마니 노총각이 발견했다는 총각샘도 알아보지 못하고 헉헉거리다 6km 쯤 더 간 곳에 나무 계단 끝나는 지점에 이르러 숲에 가려 보이지 않던 넓은 공터에 암자 같은 조그만 산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가 바로 연하천 산장 ! 그 동안 참았던 갈증에 시원한 연하천 샘으로 목부터 추긴 후 점심하기에는 약간 이른 11시 30분이지만 갈 길이 먼 일행들은 개의치 않고 점심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산장 뜰은 나무그늘이 없는 뜨거운 공터인지라 조금 더 지나 숲 속의 고즈넉한 곳에 자리를 잡아 박선화가 가져온 막걸리부터 목을 추겼습니다. 부산 동기들이 출발하기 전날 미리 넉넉하게 준비한 도시락에 서울 친구들은 염치 불구하고 끼어 들었습니다. 지리산 종주 에는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무거워서 떼어놓고 간다는데 웬 음식을
이리 많이 준비 했는지! 아무튼 덕분에 소주도 한잔하며 잘 먹었습니다. 연하천부터 벽소령까지 거리는 약 3.6km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소요 예정. 점심을 배불리 먹고 휴식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움직 이니 발이 무겁고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연하천 산장을 12시 40분 출발 하여 무거운 발을 이끌고 비지땀을 흘려가며 고개를 몇 번 오르내리니 어느덧 형제봉에 다다르고 저 산너머 언덕에 보이는 그림 같은 집이 바로 벽소령산장인데 이정표에는 벽소령산장까지 1.5km라고 표시되어 있어 '아 이제 다 왔구나' 안도를 하며 다시 발길을 움직이기 시작 하였습니다. 숲길을 이리저리 꼬불거리며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 하였지만 바로 눈에 보이던 산장은 나타나지 않고 보이는 건 바위 투성이의 길과 절벽같이 느껴지는 가파른 언덕 뿐. 누군가가 쉬어 가자고 하였지만 다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계속 강행군하다 신경이 머리끝까지 곤두서는 순간 눈앞에 나타나는 산장. 아! 이런게 종주 산행의 멋이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여기서 약 30분 정도 휴식. 벽소령의 碧宵明月은 지리산 10경 중의 하나인데 이를 볼 수 없다니 아깝기만 합니다. 부산의 동기들은 여기서 헤어지기로 하였습니다. 내일이 6월 7일 금요일 서울 동기들은 모두 하루 휴가를 내었지만 부산 동기들은 출근해야 하므로 여기에서 같이 종주를 못하고 남쪽으로 약 7km 2시간 정도 하산하면 대성골에 대기 되어있는 봉고차로 부산으로 직행 예정. 권경희가 무거운 쌀을 팔아서 먹고싶다고 하던 백도를 박선화 부인이 산장에서 5개를 사와 이별주를 대신하여 백도 이별파티를 하였습니다. 처음부터 벽소령에서 하산한다는 계획으로 새벽부터 함께 시작한 산행이었지만 막상 헤어진다는 것이 이렇게 서운하며 아쉽기만 할까 생각하며 이번 가을 졸업 30주년 모임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빠이빠이. 등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먼저 가라고 재촉하는 박선화와 마나님 그리고 고 3 때 한 반이면서 졸업 후 처음 만난 김지현, 재작년 일본산행 때 함께 한 안인현, 입담이 좋아 산행 내내 재미있는 이야기로 귀를 즐겁게 해준 허남국, 그리고 무게있고 듬직해 보이는 최태식 모두들 하산길 조심하며 안녕히 가십시오. 부산동기를 등뒤로 남기고 2시 50분 벽소령 출발. 여기서 오늘의 숙박지 세석산장까지는 6.3km 시간상으로 약 3시간에서 3시간 30분 정도이지만 주능선 종주 중 봉우리를 몇 개나 넘어야 하는 가장 힘드는 구간이면서도 또한 지리산의 경관을 함께 볼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덕평봉에서 동쪽으로 평탄한 길을 따라 1km 정도 지나 오르막 길이 시작되는데 여기가 덕평봉을 오르는 곳이라 한바탕 비지땀을 흘리고 가면 갑자기 땅이 평탄해 지면서 선비샘이 나타납니다. 水量은 풍부하지 않으나 시원 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목을 추긴 후 동쪽으로 진행 하자마자 갑자기 절벽같은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지며 마음 한편으로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자꾸 내려가면 그 다음은 얼마만큼 올라가야 될지 하는 마음이 들자 아니나 다를까 오르막이 시작 되는데 숨을 몇 번이나 헐떡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 쉬다가 입에 단내가 날  때쯤 해발 1,576m의 칠선봉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전망이 뛰어난 칠선봉은 둘레에 7개의 암봉이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일곱 선녀가 노니는 모습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정상에서 멋진 경관을 바라보던 박도사(박창식)가 갑자기 지리산은 土山 이구나 하자 먼저와 있던 권교수가 무슨 말이며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지리산은 오행 중에 土에 해당되며 배워야 알 수가 있단다. 도대체 뭘 배워야 되는지 그런데 갑자기 웬 여학생이 土면 鼻와 胃에 해당되는데 '그렇다면 胃가 약한 사람이 지리산에 오면 좋으냐?'고 묻자 그렇단다. 아! 과연 박도사! 여기서 숨을 돌리며 쵸코렛으로 에너지를 보충한 후 다음 봉우리를 넘기 위하여 다시 불안한 마음으로 하산을 시작하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못 가서 또 오르내리는 길, 몇 차례 봉오리를 오르내리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가파른 돌 바위 비탈길과 계단을 한참 오르니 어느덧 해발 1651.9m의 영신봉, 아! 이제 저 앞에 보이는 산허리만 돌면 광활한 세석 평전, 이제 다 왔구나 하는 순간 다리에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 한 발짝 움직이기가 천근 돌 덩어리. 옆의 누군가가 빨리 도착해서 샤워부터 해야지, 농담이지만 너무 심하다. 20분 정도  더 오르니 비로소 철쭉 군락지가 나타나며 세석평전 입구가 나옵니다. 철 지난 철쭉이 그 예쁜 자태를 보여주려고 아직 시들지 않고 힘들고 지친 산꾼들에게 방긋 미소 를 보내고 있습니다. 해발 1560m, 둘레 12km, 약 30만평의 고원지대! 지친 산꾼들에게 평안한 안식처가 되어줄 세석평전! 보이는 것은 넓은 평원에 철쭉군락지와 키작은 구상나무 무리들 그리고 오솔길 옆에 무성히 자라나는 복조리를 만드는 조릿대! 오후 6시 20분, 예정보다 20분 정도 늦게 세석 산장에 도착했지만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오늘의 용사 7명 수고많았습니다. 힘들게 가져온 삼겹살에 소주한잔 걸치며 피로를 풉시다. 내일 두 번째날 천황봉 등정을 위해 일찍 주무 셔야죠. 산행 둘째 날 6월 7일 새벽 4시 40분, 예정보다 20분 일찍 일어난 것은 수백 명이 함께 자는 산꾼들의 발냄새, 시끄러운 코골이 소리 때문이 아닙니다. 남쪽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 백두대간의 발원지, 지리산의 靈을 지닌 천황봉에 가기 위한 것입니다.  지리산의 氣를 받으니 전날의 피로는 말끔히 없어지고 두 눈엔 聰氣가 흐르고 산 아가씨 두 명은 벌써 일어나 예쁜 매무새를 손보고 있습니다.
원래 계획은 5시 30분에 출발하여 7시 장터목산장에서 조식을 할 예정 이었으나 그냥 세석 산장에서 아침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권경희가 힘들게 두 개나 가져온 꽁치통조림을 찌개로 하며 어제 남은 소주로 해장술을 하면서 맛있는 아침식사를 하고 7시에 출발하였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해발 1703m의 촛대봉은 약 1km 정도의 완만한 경사길이나 한차례 땀을 흘리기에 충분한 거리입니다. 촛대봉으로 오르는 양옆에는 때  늦은 철쭉과 이름 모르는 야생화가 너무 예쁘게 피워 우리를 반기고 있고, 호오리새 몇 마리가 우리를 위해 합창을 하고 있습니다. 올망졸망한 바위들이 모인 촛대봉은 바위 모양들이 마치 촛농이 흘러 내린 것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여기서 멀리 보이는 천황봉은 마치 하늘에 神들이 노는 것 같은 경외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여기서 장터목 산장까지는 약 2시간 거리이며 연하봉 일출봉을 거쳐야 하며 장터목까지의 기암괴석, 수많은 야생화 그리고 넓고 아름다운 평전들은 글로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수려하여 애국가의 한 구절에 올려놓은 것 같습니다. 예정보다 20분 이른 8시 30분 장터목에 닿았 습 니다. 박도사의 말로는 장터목이 북쪽의 마천과 남쪽의 시천이 서로 지리산에 올라 장터목에서 시장을 열었다고 하여 장터목이라 합니다. 여기서 20분 정도 휴식한 후 8시 50분 마지막 구간 천황봉 3km 1시간 구간을 시작하였습니다. 여기서부터 제석봉까지는 돌비탈을 오르는 급경사. 가쁜 숨을 내쉬며 몇 차례 쉬어가다 제석봉에 올라 잠깐 쉬며 주위를 보니 많은 고사목이라. 이유인 즉슨 오래 전 도벌꾼들이 제석봉 에서 도벌을 하고 그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산에 불을 질러 나무들이 모두 타 고사목만 남았다고 합니다. 여러분 자연을 사랑합시다! 여기서 잠깐 내려 가다가 바로  급상승하면 通天門이 나옵니다. 여기를 통해야 천황봉에 오를 수 있고 이때까지는 地界이지만 통천문을 지나면 天界에 이르므로 즉 하늘로 가는 입구입니다. 지금부터 우리들은 하늘에서 제일 높은 天皇峰에 오르는 것입니다. 암벽등산을 하는 것 같은 돌 바위와 계단을 몇 차례 비지땀을 흘리고 오르니 어느덧 天皇峰 정상! 오전 9시 40분. 아! 만세삼창! 하지만 아무도 따라하지 않는다. 애국가까지 하고 싶지만 참았다. 주소로는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산208 번지 이면서, 또한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주성리 산100번지 이지만 이곳은 地界가 아니라 天界이므로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天皇峰에 올랐다 그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서쪽으로 멀리 보이는 두 쪽 엉덩이를 닮았다는 반야봉이 저 멀리서 가물거리며 그 뒤편 보일락 말락 노고단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들 우리가 저 먼 곳에서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도무지 믿고 싶지 않은 성취감을 느낀다. 이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구나 두려워 하지만 해보고 싶은 주능선 종주, 아마 추어에서 프로산꾼으로 입문하는 종주입니다. 발뒤꿈치가 다 까져 걷기 도 힘들면서도 아무말없이 묵묵히  걷던 김동석, 은빛 머리카락을 날려 가며 지칠 줄 모르는 이윤재 그리고 아름다운 부인, 언제나 말없이 묵묵 히 걸어가는 그러면서도 맨 뒤에서 보좌해주던 박도사(박창식), 오로지 건강을 위해서(실은 뱃살을 빼기 위해서) 너무나 열심인 권경희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권교수 曰, 지리산 종주는 만일 건강하지 못하고 병이 있는 사람은 종주를 할 수 없으며 종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건강한 사람 이므로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고 건강하다고 판정 받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병원에 가지 말고 1년에 한 두 차례 종합검진 받으러 지리산에 가자. 옳은 말씀입니다. 우리가 산에 가는 한 건강은 보증받고 있습 니다  모두들 힘들었지만 너무나 열심히 했으며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 이 간절하여 내년에 다시 한번 더 하자고 합니다. 다음에 다시 종주를 할 때는 우리 뿐 아니고 산을 좋아하는 전국의 48동기 여러분도 모두 함께 할 수 있도록 합시다.                    

-기사제공 : 재경 48 산우회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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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령에서 사라진 부산팀 고전 !!
거의 직벽 같은 2km 의 돌길 하산길은 최악의 구간이라 할 만하다.
군 작전 도로로 만들어졌던 폐허된 길을 만날 때까지 한 발자국 내 딛는 것이 모두 무척 힘들어 보인다. 전날 밤(5일) 밤 11시 부산 동래 지하 철역에서 출발하여 6일 꼭두새벽 2시 40분 구례구 역 도착. 잠시 눈을 붙인 후 새벽 4시에 도착한 서울 친구들이 제공한 재첩국으로 아침을 때우고 성삼재로 향하였다. 내친걸음에 그대로 산행한 것이 장장 10 시간(20km)이 넘었다. 폐허된 도로 길로 접어들어서 삼정 마을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남부군의 총수였던 '이현상의 아지트'로 가는 팻말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민족 수난기의 현장을 꼭 한번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이 있었지만 무릎이 시큰거려서 걷기 어렵다는 친구들과 이미 계곡 에 깃든 어둠살이 다음 기회로 미루게 하였다. 차가 기다리는 곳은 대성 골이지만 삼정에서 대성골 까지는 약 3km, 박선화 동기가 먼저 내려가서 대성골에서 차를 불러오기로 하고 먼저 내려갔다. 대성골! 이곳 역시 빨지산으로 불리던 인민군들이 폭설을 피해 마을로 몰려들었다가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미군 비행기에서 투하된 무수한 휘발유 드럼통과 소이탄 으로 불바다가 된 대성골에서 모두 타죽었다고 한다. 어찌 그뿐이랴! 등너머 도장골에는 인민군의 야전 병원이 있었던 곳인데 이곳에서도 마루타로 유명한 일본 731 부대가 개발한 세균 도자기 폭탄을 미군이 처음으로 실험하여 약 1만여 명의 인민군들이 열병에 걸려 많은 수가 죽었다고 한다. 지리산은 우리 민족의 아픔을 곳곳에 간직한 채 오늘도 변함없이 푸르다. 나머지 동기들은 삼정 마을 계곡 키가 넘는 깊은 물 에서 목욕하며 피로를 풀었다.
하동장터 매실 집하장에서 질 좋은 매실을 김지현(5kg), 박선화(40kg) 동기가 1kg 2천 원씩 주고 샀다. 남강 휴게소에서 최태식 동기가 제공한 자율 식당 식사로 저녁을 먹고 별 교통 체증 없이 잘 다녀왔다. 선배들을 위해 밤새며 운전해준 67회 김현태 동문에게 감사를 드리며 내년에는 올해 못 다한 나머지 구간을 재경 48 산우회와 함께 하여 많은 동기들이 천황봉 일출을 함께 할 것을 기대해본다.
-기사제공 : 48 산우회 박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