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늦으니 모든일이 늦다..
군대도 늦게 다녀온 죄로,아직 민방위 소집교육조차 면하지 못한 나는 공교롭게도 일복이 아니라 미팅복이 터진 하루였다..
오후 민방위교육을 받으면서 일정을 정리하면서도 스트레스없는 시간을 보내기는 처음이다..오직 설레임뿐이다..

곤란한 것은 중학교동기와의 약속과 동창회가 겹친점이었는데,반송중학교는 우리때 남녀공학을 한 연유로 한여인을 동창회에 동행하지 않을 수 없었고,그 여인또한 우리네 동기들과 친분이 있었던지라
나름대로는 부담이 없을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반갑게 대해준 친구들에게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고교를 졸업하고 벌써 몇해가 흘렀는가..
내 고향조차 낯설게 여겨지는 지금,어느 길가에서 스치더라도 이젠 먼저 알아챌 수 조차없는 그런 시간이 지났다..

먼저 도착해있는 재현이,성태,상철이,원이,,,손을 흔드니 세월이 지워진다..이미 상철이는 얼마전 만난적이 있어 쉽게 알아보았고,재현이도 금새 선명해진다..재현이는 오히려 피부가 고와졌다..무슨 비결이라도 있는건지..그래도 내가 옆에서 낚아챈 뱃살은 저도 어쩔 수 없나보다..성태는 초면인 것 같고,원이는 학교 다닐때 보다 자세가 더 나온다.아마도 군경력이 그를 그답게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든다..상철이는 며칠전보다 더 수척해진 느낌이다..그는 결코 살찔 체질은 아니리란 생각이 든다..나는 부럽지만 지는 고민할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자 무게있는 어깨들(?)이 줄줄이 입장..태균이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영국신사고,병호는 많이 줄어든 느낌이다..사실 병호는 내기억에 덩치큰 녀석으로 자리하고 있기때문이다..아마 그 기억보다는 작었지만 여전히 손아구힘은 남아있는 것 같았다..효주는 적극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이고..남철이는 예전에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한꺼번에 쏟아낸다...반가움이 넘치며 흥분하는 모습을 본다..
기분좋은 모습이다..

창관이 바쁜 와중에도 서둘러 오고,학현이도 잇따른다..동기생들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배려를 한다..고마운 마음들이다..병호가 갑자기 나빠진 간을 호소한다..슬며시 작은 미소가 감돈다..아마도 많이 상했으리라..건강 조심해라..

용락이는 많은 사람들이 잘 기억을 할 것이다..그는 언제나 대신 앞장서서 나섰고 그로인해 많은 아픔을 스스로 감내한 느낌이 든다..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그 가슴을 열어보고픈 생각이 든다..아마도 그런 기회가 있을 것이다..전학 왔던 승재는 여전한 모습이고,영원한 총무맨 성운이,어제도 무리했다면서 무리한 모습으로 다가온다..년회비 10만원 챙겨갔다..확실히 기억해라..나는 두번 낼 형편은 못돼니^^

여전히 각진 외모만큼이나 깔끔한 상호,조국방위를 뒤로하고 군무이탈(?)이다..그래도 좋단다..그래 뒷감당은 니가해라..잠시 유명을 달리한 은근이 소식에 침울해진다..이제 그럴때도 된것 같은데..누구누구는 이미 보고싶어도 볼 수 없는 곳에 있으니 더욱 그립고 안타깝다..

상용이 여전한 선생이고,술은 여전히 약하다..아마 여자에게도 강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든다..흥대,수석이,성용이,장영이,동우,정우..아마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리라..그래도 그들은 웃었고 나도 따라 웃었다..가슴 하나로 우리는 한몸이니 입으로 확인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아마도 몇몇 이름과 얼굴들이 빠졌을 것 같다..세월의 탓으로 돌리고 싶으나 내머리의 한계다..아니면 그들이 나에게 명함 주는 것을 잊고 간 때문이기도 하다..^^

어젯밤 양재동은 양재동이 아니었고,동래시장 선술집을 향해 넘나들던 그 담의 높이가 낮아진 만큼이나 익숙한 교정의 길이었다..

비는 그치고 이제 새로운 햇살이다..
이젠 가을의 문턱을 훨씬 넘어선 거리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같은 거리에 있을 것이다..
결코 세월은 우리를 지우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시 돌아 선 일상에서 각자의 최선을 다하고,
다시 그리워질 즈음에 소주 한잔 기울이자..

반가웠다..친구들아..행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