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문님들을 위해 환송식을 받을 만한 역할을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챙겨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6월 26일이 출국일입니다.

제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한국을 떠나는 마지막 주까지

광주에서 일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애초 광주은행건은 시간이 없어

맡기 힘들었으나 마산 이후 달포가량 생긴 여유를 그냥 보내기 아까워

무리가 된 걸 알면서도 두 달 계약으로 일을 하기로 했던 겁니다.

비록 주말마다 서울에 간다고 하지만 이사 준비로 대부분의 주말 시간을

여유없이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국내 이사라면 간단히 포장 이사를 부르면

해결되지만 해외이사는 비용이 비싸 가급적 손으로 들고 갈 수 있는 것들만

정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재활용 쓰레기 분류하는 거 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준비한 이민가방이 23 kg을 초과하지 않도록

짐을 싸다보니 신경이 이만 저만 쓰이는게 아닙니다.

사실 말이 이민이지 당장 가자마자 저는 생업 대신 학업을 선택했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되집어 보고 앞을 길게 보려다 보니 전문성과 시장성 그리고

안정성을 갖춘 Audiologist라는 직업이 적성에도 맞아 보여서 올 가을학기부터

Doctor of Audiology 과정을 Univ. of South Florida에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 과정을 마치거나 적어도 성공적으로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 좀 맘의 여유를 되찾은 다음에 동문님들께 보고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장도에 오르는 후배를 격려해주시기

위한 선배님의 정성은 고맙게 받았습니다. 5-60년대 처럼 배타고 보름을 떠나는

생고생 이민길도 아니고 국제항공의 대중적 확산과 인터넷 환경이 발달한 오늘날

어쩌면 부산에서 서울 가듯이 가볍게 떠나는 길 일 수도 있습니다.

야반도주 처럼 떠난다고 욕하지 마시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2-3년 금방 갑니다.

저도 뭔가 제 결정에 결과물을 가지고 보고하고 또 인정을 받고 싶습니다.

형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