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은 충분히 젖었다, 서해 갯벌이 회색빛으로 온몸

을 드러내고 내 모든 나날의 검은 수심을 썰물로 쓸어낸다, 수속을 밟

고 한식당 자연에서 언제 다시 볼지 모를 김치찌개로 이륙준비 완료,

앞 테이블에는 설수진이 친구와 같이 담소 중, 티비에서 보는 것보다 휠

씬 선하고 착하게 보인다, 일탈은 이렇게 스타를 쉽게 접하고 내가 또

다른 스타가 되는 것인가 보다,



3층에서 동행할 Lufthansa를 발견, 왠지 남루해 보인다, 이내 빗물을 박

차고 굉음으로 순식간에 그 독한 몸짓이다, 살아서 불우했던 또스또옙스

키가 마흔에서야 간 유럽을 나도 이제야 난다,


얼마를 떠 있었을까, 붉은 광야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물 한방울 보이

지 않고 인가라고는 흔적도 없다, 그렇게 저주 받은 채로 억겁의 세월

을 목놓아 침묵하고 있었나 보다,


헤드폰으로 t의 시간이 흐른 뒤가 공명하고, 그 사이 이 눔의 비양구가

달구지 자갈길 가듯 관능적으로 요동이다, 잠시 후 안정이 찾아 오더니

쪽빛 스카이, 새하얀 클라우드 사이 날개 위로 망각의 강이 흐르고 고뇌

가 정지한다,


기내식 시간의 독일 남승무원의 눈빛이 내내 못마땅하다, 신성로마제국

으로 교회를 지배하더니 2번 씩이나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간

소름끼침이다, 동승한 한국인 출신의 스튜어디스도 닮아 가나 보다,



장장 10시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프랑크푸르트 공항이 눈에 들어 온다,

평지에 펼쳐진 숲 속 한 가운데에 얌전히 자리하고 마을은 정돈되고 고

요하다,



이 곳이 언제부터인가 어렴풋이나마 맴돌던 바로 그 독일이란 말인가,

판덱텐 법학으로,관념론으로 수 많은 유학생이 거쳐 간 바로 그 땅에 랜

딩하려는 순간이다,


다시 꿈과 현실이 교직되고, 디제이가 2000년 여름 순안 공항에 안착할

때의 기분이 이랬을까, 머리 속에서 그려지던 것이 막상 눈 앞에 전개

될 때의 시시함, 김 빠짐 유사한 그런 거다, 하늘이 청명하지도 않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뮌헨행 비행기를 갈아 타기 위해 잠시 대기하는

동안의 독일 화장실은 더욱 허탈하다, 시체실 같은 섬뜩함이다, 이럴 수

가, 전혀 예상 밖의 상황이다, 이렇게 황량할 수가, 게다가 여권을 확인

하는 경찰은 영낙없는 게쉬타포다, 내가 독일 아닌 다른 곳에 온 것일

까,


뮌헨에 도착해서는 더 가관이다, 여행사에서 1급 호텔이라고 잡아준 데

를 현지인들이 도무지 모른다는 것 아닌가, 아뿔사 내가 여길 왜, 무엇

하러 왔단 말이더냐, 막막하기 짝이 없었다, 1시간 이상을 허비하고서

야 겨우 Tryp 호텔에 여장을 풀고 2002. 8. 22. 목, 독일의 첫날이 저물

었다, 모처럼 어정쩡하게 구겨진 하루다,



2002. 8. 23. 금.


날이 밝아 창을 여니 독일의 뮌헨이라고 하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

로 거리가 적막으로 무성하다, 머나먼 동경이 이리도 허전하더란 말인

가, 국제전화후불카드를 만들어 가지고 나갔음에도 번호를 잘 못 눌러

요금을 물고 거리를 배회하기 시작, 헐벗은 성바울 성당, 갈수록 의문이

다, 그 초라함의 연속이 아리송하게 한다, 뮌헨 시청사 광장, 인파가 집

중되었음에도 조용하다, 성당의 종소리, 개소리가 유난한 소음으로 미풍

처럼 녹아든다, 천도복숭, 홍옥이 비할 바 없이 달고 부드럽다, 여행이

선사하는 맛다름이다,


빙 돌아 Isar 강을 건넌다, 풀잎을 서리서리 풀어 놓은 듯한 짓푸른 물

빛이다, 생면부지의 때깔이다, 그 강변에 연인이 끌어 안고 애무다, 진

하다, 목불인견의 충격이다,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한술 더 떠 구멍

난 블라우스 사이로 비치는 노브라의 풍만한 여인이 휙 스친다, 현기증

이다, 브래지어 여부도 진화된 자유의 일 표지인가, 준수한 스님과 검

은 스커트, 하이힐의 여인이 동행하는 아슬함이여,


유레일을 이용 Fussen으로 향하는 창 밖은 초지의 광활함, 중세 농노제

시절 그 모습이다, 두엄내가 코를 찌른다, 시냇물이 드물게 맑게 흐른

다, 여기 사는 이들은 그 농노들의 후예들일 것이며 이 곳에서 이렇게

이름없이 살다가 쓸쓸히 가는구나, 삶의 모양새가 그리 다르지 않음에

마음새가 금새 시들해진다,


Luipold 호텔에 체크인한 뒤 시간이 지나서 장엄하기 그지없는

neischwanstein 성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 호수를 보는 것만

으로 만족, 흩뿌리는 빗망울로 솜털같은 안개가 잦아든다,


억제할 수 없는 충만함 뒤의 허전함, 어이하여 예까지 나 홀로 왔는가,

애인은 고사하고 정부라도 있었으면, 너무도 아쉬운 호숫가 조약돌을 즈

려 밟는 느즈막 파노라마다,


제법 적시는 빗속을 노닐다 발견한 맥도날드가 그저 반갑고, 영국에서

출발한 한국인 어학 연수생 3인을 조우, 렌트하여 유럽일주라고, 라면

을 박스 채로 싣고 다니면서 거의 노숙이란다, 독일 애들은 겉은 그래

도 속은 따스하다고 귀띔해준다, 믿기지는 않지만,


연이어 비를 저어하지 않는다, 네온사인, 광고탑이 보이지 않는다, 원샷

하는 소리도 없다, 흥청이는 술렁임이 없다, 참 이상한 나라다, 이벤트

라곤 없는가 보다, 밤문화도 없다, 동기동창도 없나 보다, 연줄도 댈 필

요가 움나, 시스템이 안정되면 이민 갈 일도 없을 테고, 도대체 할 일

이 없어진다, 화가 치민다, 비정상의 민족이다, 자전거들만이 라이트를


켠 채로 달린다, 독일의 밤이 어둡기 때문이다, 밤이 맑고 환한 우리는

분명 문명이다,


메르체데스벤츠보다는 베엠베가 많다, 여기서도 벤츠는 최상류 층의 전

유물인게다,


이태리에서 온 3인조가 날 아는 채 한다, 축구 한마디에 곧 흥분한다,

민족성의 차이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강대국이란 이렇듯 어디서든 의사

소통이 가능하고 그 만큼 운신의 폭이 넓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할 것이

다,


유료채널 고작 10분 정도에 10유로나 지불하고 2002. 8. 24. 토, 적당

히 이른 아침의 생소한 버터바람을 맞는다, 그래도 충분히 시원하다,


Rotenburg로 가는 객차의 노수녀는 말이 없다, 행선지를 확인하는 과정

에서 그 무거운 적막을 깨뜨리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여차장의 말로

독일에 로텐부르그가 10개나 된다면서 승객들에게 외쳤다, 웃음바다다,

순간 아연실색, 먼 곳에서 이국놈들에게 내가 이 굴욕을 당하는구나, 가

이드가 없는 돈 안 되는 개인 자유 여행이기에 여행사에서 상세히 설명

해 줄 리 없었고 그 걸 믿고 온 내가 잘못인 게다, 허나 이대로 죽을

수 없다, 안되는 독일어로 열심히 설명해 보았지만 속수무책,


뒷 자석의 식자연하는 노부부가 나섰다, 영어가 되느냐고 물었다, 대충

예스했다, 반도 알아 듣기 힘들었다, 처음 겪는 황당에다 자존심도 상

해 있었기 때문이다, 정신을 가다듬고 차장에게 일정표에 적힌 호텔로

전화해보라고 강하게 어필, 그제서야 사태가 진정되고, 정확하게

Rotenburg ob der Taub임이 규명, 한참이 지나서 차장이 정확한 노선 메

모지를 건넸다,


국제미아가 될 뻔도 한 순간이 진땀으로 지나가고, 뭇 승객들이 멋진 할

리데이를 빌어 주었다, 자신감으로 손을 흔들어 응수하고 트랩을 내렸

다, 고마운 노인이여, 도저한 로텐부르그여...



Hotel Baren으로 가는 길은 그랬다, 60은 족히 넘어 보이는 젊잖은 할머

니가 마중이다, 미스터 림이라고 대번에 알아본다, 예약자가 그 날 나

혼자였기 때문이다, 중세 감옥 같은 호텔에 마루가 삐걱이고 식탁은 단

두대 같이 공포다, 침대는 근현대 화이트로 깔끔하고 욕실의 디자인이

예사롭지 않다, 조금은 편안해진 맘으로 고국의 지인들과 통화도 하고

으스스한 호텔문을 나섰다,


어디선가 환호다, 독일에서 축구 아닌 미식축구를 보게 될 줄이야, 나름

대로의 치어걸은 율동, 구호가 단순하다, 관중도 흥분하지 않는다, 무서

운 놈들이다, 기필고 이놈들은 미국이 사그라들면 다시 꿈틀대기 시작

할 놈들이다, 언젠가는 사단이 날 것이다, 경계심이 앞선다,



그러던 중에 여고생 둘이 아우디 스포츠카에 오른다, 조심스레 엄지손가

락을 세웠더니 예상 외로 좋아했다, 사진기 초점을 맞추니 차두껑을 올

렸다 내렸다 신이 난다, 경기장을 가는 길목에서 15세 김나지움 여학생

둘이 아는 채를 한다, 같이 테이크어포토, 바벨탑 이후 갈라진 말이 통

하는 것이 신기하고 소통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잘 키운 독일 미소

녀 하나, 훗날 도독이 보장될 것이다, 장외에서 구워 내는 스테이크가

기름지고 풍족하다, 다시는 그 후로 맛볼 수 없었다,


성채를 막 들어서자니 한 소녀가 장난 어린 포즈, 카메라 들이 대니 브

이로 화답, 다시 같이 사진을 박은 후 그 부모와 대화하고서야 멕시컨걸

임을 알았다,


음료수를 사들고 마르크트광장 계단에 자리, 흥부새끼들처럼 일군의 가

족이 옹기종기 옆자리하고, 1살 연상의 누님벌과 1시간에 걸쳐 담소,

소 20마리 가지고는 4남 1녀가 힘에 부쳐 남편이 우체국에 나간다고, 그

래서 사는데 별 문제는 없다고, 사내놈 둘은 컴터프로그래머가 꿈, 동방

에서 온 아저씨가 친형이라도 되는 것처럼 친밀하다, 아직 여자 친구가

없다고 하길래 왜 없냐고 했더니 누님이 그러는 당신은 있느냐 하여 여

기서 만들 것이라고 했거늘 쉽지 않을 거라고 농을 하며 대소, 고즈넉하

고 단아한 누님의 자존으로 어둠이 스민 광장 하늘에 마술 같은 순간들

이 알알이 영근다,


촌부임에도 불구하고 영어가 유창, 광장의 유래를 설명하는데 대충 알

아 듣는 척 하며 자못 진지하게 보이려고 애썼다, 그 진실은 다음 날 한

국 유학생을 만나 설명을 듣고서야 17세기 신구교도간의 피비린내 나는

30년 전쟁 중의 일임을 짐작, 어머니는 그 땅에서도 강했다, 남편은 다

소 기가 죽어 있었다, 한마디도 건네지 않고 팔짱만 낀 채로 우리의 대

화에 어색한 빛으로 웃음지며 귀 기울였다, 없는 집 애들은 여기나 거기

나 특유의 온순함을 간직하고 있다, 농장의 고단함이 묻어나던 독일 시

골의 누님이여 행복하소서,


몇 가지 선물을 챙기고 성채 같은 숙소로 겨우 발걸음, 욕조에 물을 받

아 체세포를 진정 시킨 후 불 넣어 주는 일이 없는 지라 하릴 없이 책

을 뒤적이다 잠 든다,


02. 8. 25. 일.


얼리모닝의 새바람, 쇼크다, 일찍이 세상에 없던 바람이다, 멀리 목초지

에서 오는 그윽히 타들어 가는 바람이다, 아담의 코에 불어 넣은 그 생

기다, 훗날 서울에 바람이 불면 난 그 바람이 몹시 그리워 질 것이다,


Wurzburg로 가는 길에 미국인 영어 교사와 선문답, 9.11. 당시 바로 강

건너에 학교가 있었던 탓에 아직도 토끼눈이다, 이슬람은 영원히 멸종되

어야 한다고, 허나 그 종교는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고, 한국의 통일은

가능하다고, 주한미군에 대한 악감정을 알고 있다 한다, 잠시 분위기 썰

렁, 말 잘 못 꺼냈나 보다, 연봉 7만불의 32세 교사, 1달을 여행이란다,



뷜츠불크의 일요일, 폭격 맞은 도시의 형국, 상점들은 철시하고 길거리

엔 꼬마애 홀로 신문가판이다, 종이 저 혼자 외로이 전시 사이렌처럼 에

코한다,


장미정원을 돌아 역사로 가는 도중 46세 중후한 여인과 부닥친다, 교회

에서 막 나오는 길이다, 신이 살아 있다고 한다, 느낀다고, 행복이 보장

된다고, 하나님과 같이 하지 않는 시간이 언제냐고 물으니 여인은 웃었

고 나도 크게 웃었다, 그렇게 한울님은 독일 미망인의 가슴에 근근히 살

아 있었다,


갑자기 허기가 돈다, 먹거리 들고 역사 앞에 자리 잡으려니 돌연 문이

열리더니 벽안의 금발의 미녀가 들어오라고 한다, 어리둥절, 들어가 잠

시 눈치를 보고 여행대행사냐고 물었더니 비슷한 거라고 했다, 장애아

동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특수시설의 교사로 진출한다고 한다, 중산층인

데 돈이 없다고 한다,


독일의 경제가 말이 아니다, 여행도 가고 맛 있는 음식도 먹고 싶다고

하는 눈망울에 깊은 슬픔이 인다, 밀려 오는 연민, 미안함, 애달프다,

나치와 종교에 대해서 물었더니 무관하다는 견해를 피력, 독일의 희망

을 말하지도 않는다, 행인에 부탁하여 어깨동무 사진을 한 후 이멜과 명

함 교환, 24살의 처녀 Kerstinklein이여, 그 순수, 천의무봉, 에버그

린...


서울역 만큼 정신 없는 프랑크푸르트 역을 빠져나와 예정된 잠자리

Savoy Hotel에 배낭을 팽개치고 다리품을 팔기 시작할 찰나에 한인식당

이 시신경을 쏜살같이 파고 든다, 며칠 만의 김치찌개던가, 김사장과 이

런저런 얘기하면서 천천히 음미, 좀처럼 잊히기 힘든 인물이다,


입추의 여지 없는 마인 강변의 수심에 잠긴 처녀, 현재 독일의 무거운

상징이다,


말린을 만나고 나온 벌판에는 별도 없이 포프라가 마르게 하염없이 바스

락거리다, 후련하다, 뒷골목에 삐끼가 두 손을 조아리는 것은 동서양의

풍경이 매 한가지다,


02. 8. 26. 월.


괴테하우스를 보다, 74세에도 19세 처녀와 사랑을 한 그 열정은 광기인

가, 노망인가, 고집스런 초상이 꼭 그대로의 게르만이다,


하이델베르크로 가는 기차에 모녀가 맞담배질이다, 각자의 길을 가는 무

덤덤한 자태다, 애미가 딸년에 연연해 하지도 않고 딸년의 앙큼한 음모

도 없다, 한국의 집착이 전혀 뵈지 않음이다, 그 뒷자리에 검은 차도르

의 묘령의 여대생이 이슬람의 지존으로 앉아 미동도 않는다, 국제결혼

한다면 영순위일 것이다,


여정의 막바지가 하이델베르크로 서서히 미끄러진다, 인포르마치온에서

한국인 여대학원생 미쓰 문을 만나다, 프랑스 개인전을 앞 두고 유럽을

여행 중이라고, 같이 다니자 하여 Rega Hotel의 객실 확인한 후 곧바로

고성으로 총총, 친구는 여행 중 지쳐 숙소에 퍼졌다고, 학대하지 말고

즐기라고 하니 이내 말을 잘 알아 듣는다, 보던 안내 책자도 쑤셔 박더

니 날 따라서 신발을 벗어 들고 고고한 캐슬을 등정, 돌바닥이 부드럽

고 시원하다, 저한테는 소홀히 하고 양년들한테만 맘 쓴다고 양아치라

고 비아냥이다, 그 정상의 그린그래스, 아라비아 융단보다 시리고 푸르

다,


하산 길에 한인식당에서 다시 김치찌개, 갑자기 울먹인다, 여자애들은

이럴 때가 젤 난감하다, 이유도 딱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9월에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도 개인전을 한다고, 갈 지는 미지수다, 백남준을 물었

을 때 삼각지화가 출신이라는 금시초문의 정보가 새 나왔다,


역에 배웅하고 난 다시 네카 강변을 따라 그 성채를 목도한다, 불기둥으

로 유령처럼 교교히 부유한다, 그 호령 아래 홀랜드에서 온 노부부의 노

후를 따라 흐린 강물이 흐르고 또 흘렀다,


02. 8. 27. 화.


떠나는 아침엔 유난히도 삶이 모두 아프다, 앞산에 짙은 운무가 서린

다, 폭우 맞은 생쥐 꼴의 독일 경제, 안타까움이 안개 따라 멍울진다,

차마 널 두고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 않음이여, 네카강이 얼어 붙고 그

성벽에 눈이 뒤덮일 즘엔 팍팍한 삶에 시름져 난 또 하염없이 세상을 등

진 너 하이델베르크를 뉘우칠 것이다,


아카데미 스트라세를 가로질러 귀국길을 재촉, 대학과 민가가 혼재함은

독일 철학의 기초인가, 여행사에서 준 안내서의 셔틀버스를 확인하는 과

정에서 착한 Hegia를 만났다, 버스가 아니라 기차를 한 번 갈아타고 가

는 것이었다, 차이나걸, 아키텍처를 전공하고 공부가 마치면 독일에서

교수한다고, 호텔 아르바이트 하러 가던 중이라고 하면서 없는 시간을

쪼개어 역까지 같이 가 티켓팅, 세상에 이런 아가씨도 있구나, 잔돈도

내 준다, 세상사가 머리로는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더러 있다, 그 중의

하나다, 근원을 알 수 없는 우울한 행복감이다,


Ellen Jahn은 2002. 여름 독일의 절정이다, occupational therapist가

직업이라고 한 아주 곰살맞은 처녀의 그 두 볼의 따스함, 젖무덤의 둔덕

이 미류나무처럼 흔들린다,


컴백홈 중의 박노자는 북구의 사회민주주의 그 유토피아, 디스토피아로

유혹한다, 1년 후의 여정이다, 뉴스에서 이주일의 소식이 속절없이 흐르

고, 여행만큼 일상적인 죽음, 울음이다,


02. 8. 29. 목.


시차적응 겸 깊은 오수 중 지선명의 낭군 전화, 가족이 유럽장기외유 하

고 10일전에 왔노라고, 오랜만의 쌍둥이 고추면에 공기밥 추가, 낯설지

않다, 고대중앙광장 하얀 분수에 여고생들이 물장난으로 깔깔거린다, 다

시 모국의 싱그러움이여, 그 바람이 부드럽다,


간결하고 견고한 치장하지 않은 너대로의 독일이여 너는 무에고 난 무엔

가, 길 잃은 영혼의 방랑, 그 마지막은 어드메뇨, 소숫점 이하 버린 길

위의 여인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