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모임에 잘 못 나갔다.

이리 저리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였다.

내 동기 삼영이가 회장을 맡았는데 열심히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잘 되지 않았다.

이번 모임에 대한 연락이 왔다.

가능한 가야지 생각하며 모임 장소를 확인하고자 여기로 들어 오는데 회비난이

눈에 띈다.

앗!  회비도 안 내었네

내 모친상때 조화도 받았건만 기본 회비도 아직 내지 않았다니...

그런데도 집행부에선 한번도 회비 가지고 뭐라고 한 적이 없다.

사람들이 좋아서 돈 이야기를 잘 못 꺼내서리라.

얼른 송금했다.

이제 그러고 보니 마음이 좀 덜 미안하다

모임 날짜엔 꼭 가야지 마음 먹고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고 환자 예약 상태를 미리 열어 본다. 혹시 내가 일찍 나서지 못할 중요한 사람이나 치료 내용이 미리 잡혀있지 않나 확인 위해서.

다행이 없다.

그렇지 요즘 같이 경기가 안 좋은데 벌써 중요한 예약이 잡혀 있을리 없지...

드디어 27 일 목요일

조금은 조마조마하게 오후 시간을 보낸다

꼭 가겠다고 뭔 일을 정해 놓으면 난데없는 일이 잘 터지는 징크스 때문이다.

퇴근 비슷한 시간이 되자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병원을 나선다.

누가 오건 말건....

집에 얼른 차를 갖다 놓고 지하철로 가야지

그래야 술 한잔이라도 기분좋게 마실테지 하면서 열라 차를 몬다.

됐다.

조금은 늦더라도 밥상 차려져 있을 때 도착할 것 같은 시간이다

양재역 5 번 출구라

발걸음도 씩씩하게 뛰듯이 걸어 간다.

근데 5 번이 막혔네. 보니 6 번으로 나가 유턴하라는 그림이 그려 있다.

갈비 세상!

문을 들어서면서 모임을 이야기하니 장소를 안내한다.

그곳으로 가니 사람들이 왁자지껄하면서 반갑게 너무도 반갑게 맞아준다.

낯 익은 얼굴들  아따 반가운거...

차례로 악수를 하고 인사를 건네고...

언제나 오랫만에 만나도 어제 만났듯이 대해 주는 선후배들

고향 부산을 떠나 서울로 왔는데 그것도 같은 대학교를 ...

참 소중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백양로로, 청송대로, 신촌으로 누비던 선후배들

언제나 자랑스럽다.

시원한 맥주 한잔  으~~ 잘 넘어 간다.

잘 익은 삼겹살  맛도 좋다.  배가 고프니 술도 술술 넘어 가고...

연신 재미있는 이야기로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늦게 도착하면 늦게 도착하는대로도 좋다.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다.

서울 복잡한 동네서 저마다 살아 가기 위하여 피나는 전투를 벌이고 있기에

모두가 날 보듯이 멋지다.

웬만큼 먹고 마시고 저마다 돌아 가며 근황 인사도 다 나누고...

2 차는 더 멋진 분위기에서인데 신촌의 문화와 비슷함을 느낀다.

또 마신다.

안된다 이러다가 취하면 내일 일 못하리..

자제한다.

이젠 옛날 같지 않아 조금 용량을 초과하면 후유증이 상당하여 항상 조심한다.

지나간 이야기중 먼저 세상을 떠난 예익수, 윤인국 이야기로 콧등이 시큰해지고

또 다른 DY 들이 그리워진다.

그 옛날 신촌 시장에서, 노고산, 신촌역 방석집에서 ,중국집에서 동고야 ,아카라카를 외치고

함께 즐기고 고생했던 또 다른 DY 들이 보고 싶어 진다.

나와라 제발 나와라

얼굴 한번 보여 도고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남수형보고 같이 집에 가자고 하니 선뜻 일어서시네

방향은 좀 다르지만 같이 택시를 타고 가잔다.

마포 들렀다 목동 가랜다.

역시 남수형은 정말 반듯하다

생각도 행동도 어디 흠 잡을 데 없다.

이런 저런 이야기로 벌써 마포까지 왔고 나는 다시 목동으로 향했다.

이제 나 혼자가 되니 기사 아저씨가 말을 붙여 온다.

기사 아저씨 왈

이번 여름엔 모기가 적은 것 같지 않으세요? 란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비가 와도 엄청 많이 와서 유충들이 다 떠내려 갔나 보다.

좋다 이런 이야기가 요즘은 좋다.

어쩌다 택시를 타면 기사분의 일방적인 사고에서 나오는 어느 한 사람 죽이기 이야기같은 것은 정말 듣기 거북했는데 차라리 모기 이야기가 훨씬 마음 편하다.

드디어 내집 앞까지 왔다

요금은 19800 원이다.

지갑을 여니 퍼런 배추 옆에 퍼러무리한 것도 있어서

2 만원에 2 천원을 팁으로 줬다

고맙다고 기사분은 인사를 여러번 한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2 천원어치 이상의 기분 업이다.

집으로 올라 가는 엘리베이트 안에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뉴욕 가는 것도 아닌데 왜 내가 뉴욕 같이 할려고 했지??

ㅎㅎㅎ 

우리 DY 동문회에도 밑줄 쫙 한번 그어지게 별 재미는 없더라도 써 봤네요.

자 다들 건강하시고 다음 모임때 즐겁고 반가운 모습으로 다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