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최영일 
| 제목 | * 정당정치인가, 당파싸움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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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명식(44) [ mspark4905@hanmail.net ] |
| 작성일 | 2019-05-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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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정치인가, 당파싸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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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정당정치는 함께 가야 한다. 그러나 정당정치는 당파싸움과는 분명히 다르다. 요즘 우리나라 정치는 정당정치인가, 당파싸움인가. 이름이야 정당이지만 어디에도 정당은 보이지 않고 자고 새면 정파싸움만 벌어지고 있다. 정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건전하고 올바른 정당정치야 민주주의를 키우고 역사를 올바르게 발전시킬 수 있지만, 당파싸움이야 사람을 죽이고 역사를 후퇴시킨다. 조선왕조 전기에 훈구파와 사림파가 싸움질을 하다가 아까운 인재들을 얼마나 죽였는가. 기묘사화라는 당파싸움에 조광조를 비롯한 젊디젊은 명현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죽음을 당했던가. 동인과 서인의 당파싸움으로 일어난 기축사화(정여립사건)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학자나 선비들이 무고한 죽음을 당했었는가. 정개청·최영경 등 아무런 죄 없이 억지 죽음을 당하고 국론이 분열되자 바로 이어 일본이 쳐들어오는 임진왜란으로 나라에 망조가 들지 않았던가. 시파와 벽파의 당파싸움에서 연유된 1801년의 신유사화, 그 파당싸움으로 다산 정약용은 18년의 긴긴 유배살이를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엄연한 역사의 거울이 생생하게 기억되는데, 21세기인 오늘에도 당파싸움만 계속하고 있다니, 너무도 기막힐 뿐이다. 『매천야록』이라는 저서와 지사(志士) 시인으로 유명한 매천 황현(黃玹)은 1910년 나라가 망했다는 소식을 듣자 아편을 먹고 자결하여 선비를 키워준 왕조에 보은했다. 그는 역사가로 붓끝이 매섭기로 유명하여 ‘매천필하무완인’(梅泉筆下無完人)이란 말이 전해지고 있다. 매천의 붓끝에는 완전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매천의 붓끝에서는 항상 흠결을 지적당하기 마련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매천야록』에는 실제로 옳은 평가를 받는 사람은 적고 대부분 흠결을 지적받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다산 정약용에 대해서는 달랐다. 그렇게 칭찬에 인색하던 매천도 다산에게는 후한 칭찬만을 열거했었다. “다산은 뛰어난 천재였다.” “당론이 나뉜 이래 선비들로서 아무리 훌륭한 대유(大儒)라도 당파에 얽매며 편파적인 주장을 폈으나, 다산만은 가슴이 탁 트여 착함만을 옳게 여겼다.”(惟善是師)라면서 당파가 다른 어떤 선배에게도 애증의 표현을 한 적이 없이 학문의 내용과 논리의 진실여부만으로 사람을 평가한 다산을 칭찬하였다. 다산 자신이 그런 마음을 먹었기에 『목민심서』나 『흠흠신서』 같은 저서는 당론이 다른 쪽에서도 서로 베껴다가 고을을 다스리는 보배로 삼았다고 증언해주기도 했다. 매천이 다산을 칭찬한 이유는 또 있다. 다산이 아직 과거에 합격하지 못해 성균관에서 공부하던 23세 때의 일이다. 정조가 사칠이기(四七理氣)론에 대한 답변을 올리라는 질문서를 보냈다. 당시 대부분의 유생들은 퇴계(退溪)의 이발설(理發說)이 옳다고 답변했는데, 다산은 퇴계파와 같은 남인이면서 노론들이 떠받들던 율곡(栗谷)의 기발설(氣發說)이 옳다는 답변을 올렸다. 그러자 비방의 소리가 빗발쳤으나, 정조는 “그의 답변내용은 일반 세속의 흐름을 벗어나 오직 마음으로 이를 헤아렸으므로 견해가 명확할 뿐 아니라 그의 공정한 마음도 귀하게 여길 만하니 마땅히 첫째로 삼는다”라고 하여 수석의 점수를 주었다는 것이다. 뒤에 알려진 일이지만 정조는 이미 율곡의 학설을 지지하던 터여서 그 사실 하나가 다산을 중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도 전해진다. 일의 옳고 그름이나 논리의 정당성 여부와는 관계없이 무조건 제 당파의 주장에만 따르며 상대편에게 삿대질하고 욕지거리를 퍼붓는 오늘의 정치인들, 다산이 부끄럽지 않은가. 당동벌이(黨同伐異)의 생각을 못 버리고 흩어지고 갈라진 오늘의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갈 것인가. 언제까지 남은 싫고 내편만 옳다고 우겨대며 살아갈 것인지. 답답한 마음 가실 길이 없다. 당파싸움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구속수사냐 불구속수사냐라는 형사상 판단이 논의의 주제였는데, 어느 순간 논리의 비약이 거듭되더니 끝내는 국가의 정체성이 거론되고 적화통일문제로까지 뛰어 올라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말았다. 형사소송법의 기본 입장은 불구속수사다. 다만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현저한 경우에만 구속수사가 필요한 것이다. 독재시대의 관행에 따르면 공안사건은 무조건 구속수사했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이 계속 유지될 수는 없다. 구속수사냐 불구속수사냐로 당 대 당이 적대적으로 싸워야 하는가. 다산을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다산연구소 이사장 - 내일신문(2005. 10. 27)에 실린 논설입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