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고등학교재경총동창회

제목	서예가 이승만
글쓴이	용산망월회홍보팀
작성일	2014-11-22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앞 안양루에 서면 아스라이 소백의 연봉(連峯)이 내달린다. 안양루 이층 정면에 '浮石寺(부석사)' 편액이 붙어 있다. 낙관 없이 검정 바탕에 하얀 글씨 석 자가 유려하다. 浮(부)자에 물 흐르듯 붙은 삼수(三水)변을 유심히 본다. 목탁 두드리며 예불하는 스님 옆모습이라더니 정말 그렇다. 이승만 대통령이 남긴 글씨다. 이승만은 1956년 부석사에 와 편액을 썼다가 며칠 뒤 새로 써 보냈다. 원래 글씨가 오른쪽으로 처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설악에서 흘러 온 청간천이 고성 바다와 만나는 곳 청간정의 안쪽 편액도 이승만이 썼다. '맑은 산골 물'이라는 '청간(淸澗)'의 뜻에 맞추듯 더 흘려 써 강물이 지절대는 듯하다. 부산 용두산공원 충무공 동상의 좌대 동판 글씨는 좀 더 단정하다. 동상을 세우며 바친 경배(敬拜)가 배 있다.

▶덕수궁 뒤 미국 대사관저엔 족자 '和樂(화락)'이 걸려 있다. '리 푸랜세스카가 릴리 대사 부인께'라고 조금 서툰 한글이 딸렸다. 프란체스카 여사가 남편 이승만으로부터 받은 글씨의 사본을 선물했다. '和樂'은 서귀포 이승만기념관 이름이기도 하고 화진포 이승만 별장 표지석에도 새겨졌다. 원본은 이화장에 있다. '화목하고 즐기라'는 뜻이겠다. 사대부 지아비가 서양 지어미에게 넌지시 건네는 자애(慈愛)가 담겼다.

▶이승만은 열세 살부터 과거를 준비하느라 서예를 닦았다. 구한말 독립협회에서 활동하다 옥에 갇힌 6년 내내 붓글씨를 썼다. 손가락 셋이 굳어 망가질 만큼 혼을 쏟아부었다. 그의 글에 이런 대목이 있다. '평생 혼자 있는 여가에 붓글씨를 연습했다. 훌륭한 학자의 요건으로서 서예가를 만들려 했던 부모님에 대한 의무감에서 시작했다.' 그의 글씨는 현대 지도자는 물론 왕조시대 왕까지 포함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예술의전당 경매 전시에 이승만이 자유당 창당 때 쓴 '自由黨中央黨部(중앙당부)' 현판이 나왔다. 대범한 운필(運筆)에 사료(史料) 가치도 커 추정 값이 3500만원이다. 대조되게 기교보다 질박한 성실성이 스민 김구 휘호는 3000만원을 예상한다. 어린아이가 쓴 듯 꾸밈없고 필획 느긋한 만해의 한시(漢詩)는 7000만원까지 내다본다. 예부터 관서지인(觀書知人)이라고 했다. 글씨를 보면 사람을 안다. 이승만 글씨는 부드러우면서 굳세 인간적 완숙함과 강한 의지가 함께한다. 내면이 맑으면서도 강건해야 쓸 수 있는 선비의 글씨다. 그래서 '뼈가 단단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글씨에서 건국 대통령의 또 다른 면모를 만난다.

입력 : 2014.11.19 05:46

오태진
논설위원실 수석논설위원
E-mail : tjoh@chosun.com
1981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사회부·문화부·경제부 기자와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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