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윤정길 
| 제목 | 9년 만에 신어 본 아이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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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윤정길(38) [ yoon1351@yahoo.co.kr ] |
| 작성일 | 2009-02-17 |
150여명 망월산악회 회원의 시산재 산행, 유명산 산행 출발 준비
약 2cm이상의 눈이 내린 유명계곡
<9년 만에 신어 본 아이잰>
동문 150여명 모두 유명산 들머리 동막골 숲길로 부산히 사라진다. 이제 남은 나홀로 유명산 유원지를 지나 계곡길 하얀 물줄기를 따라 마치 고기가 계류를 오르듯 힘차게 첫발을 내딛는다, 몇몇 동기들로 부터 동행제의를 묵살 당하고 빗발치는 비난을 뒤로 남긴체 겨우 양해를 얻고 목적지 어비산(魚飛山 829m)을 향한다,(864m 유명산 북쪽 건너편 산)
전일 내린 새하얀 눈, 바위 와 숲, 꽤 많은 량의 계곡물, 실로 오랫만에 자연의 풍족함을 가슴속에 담는다, 계곡에 물이 얕을때 얼었든 얇고 하얀 얼음이 , 비온 뒤 불어난 많은 계곡물이 그 위로 다시 얼었고 또 그 얼음위로 수정같은 맑은 물이 힘차게 흐르는 2~3중 덧칠작품들이 시종 투명하고 아름답게 시야를 자극한다. 참으로 자연의 신비한 조화를 설화의 화원 속에서 만끽한다.
1983년 여름 이곳을 처음 왔을 때 그 울창한 수림속에 묻혀있든 순결한 계곡의 자태가 26년이 지난 지금에도 자연이나 내 기억들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는게 정말 다행스럽고 행복하다.
영하 약5도(산정 영하 8도), 체감온도 10도이하의 매서운 한파, 간간히 불어오는 삭풍은 떠거운 몸은 시원하게 하지만 손과 얼굴을 그대로 할퀴고 간다. 눈에 파묻힌 등산로 오름길은 있는지 없는지 가파르고 미끄럽기 그지없고 산길 찾기가 장난이 아니다, 한발 내딛으면 반보는 미끄러져 내려오는 30도 경사 오르막의 산행길. 추위와 체력도 그렇지만, 적막같은 우중충한 날씨, 천지가 하얗게 펼쳐진 숲속길 아무도 간적도 온적도 없는 무인의 길, 그런 산길의 외로움이 더 앞길을 막는다.
가끔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름 모를 산짐승의 발자국, 간간히 안개 구름사이로 나타나는 옅은 태양에 비친 지친 나의 그림자,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듯 객기 부리지 말라고 당부하는 천사의 목소리를 위로삼아 산행의 외로움을 달랜다,
벼랑이 나오고 길이 사라지고 그래서 몇번이고 돌아갈까, 망설이면서 그럴때 마다 지도 한장과 콤파스 하나로 한두시간씩 알바를 밥먹듯 하면서 보통 7,8시간을 헤메었든 그 옛날 젊은날의 산행을 생각하면서, 아무리 이 나이지만 아직도 난, 나는 할 수 있지 하면서 이 순간을, 꼭 이루겠다는 신념으로 솔직히 나이를 잊은 체 겨우 두어시간 만에 정상을 맞는다.
터질것 같이 시린 손끝의 통증을 겨우 참으면서 표지석 앞에서 먼저 전송할 핸드폰 사진을 찍는다. 찍고 본 인상, 정말 산도둑이다. 가져간 캐논 카메라는 추위에 얼어 거의 수명을 다하고, 아뿔사 그래도 한장은 남겨야지, 조바심에 별것 아니지만 그야말로 악전고투(사타구니에 넣었드니 살아나더라)하여 배낭위에 겨우 세워 다섯번의 시도끝에 가가스로 위의 사진에 성공했다, 내사진 내가 보니 멋지다, 허나 기막혀!
하산길, 도저히 그냥은 자신이 없다. 무진장 후퇴 되어가는 용기는 나이와 어쩜 그렇게 비례하는지, 2000년 대간 9정맥이후 한번도 차본 적이 없든 아이잰, 그래도 항상 배낭에 챙겨둔 아이잰을 배낭을 훌렁 뒤집어 꺼낸다. 아직도 날은 싱싱하다, 20년전 일본에서 구입하여 그기다 날에 당가루(?)를 입힌 튼튼한 것이건만 워낙 오래되어 녹도 조금 쓸고 꽬줄도 잊었다, 겨우 짚신 신듯이 대충 차고 하산을 내딛는다,
오후 1시에 시산재를 한다니, 벌써 1시를 지나고 있으니 시간 맞추기는 글렀다. 그렇지만 빨리 가서 신령님께 절이라도 올려야지, 마음이 급하다, 내딛는다, 미끄러지면서 한발이 세걸음은 됨직하다, 애꿎은 스틱이 주인 잘못만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모처름 낀 아이잰의 한쪽발의 감각이 다르다. 풀려서 없다. 50m쯤 되돌아 겨우 다시 꽤 차고선 내달린다 그래도 용케 넘어지지는 않고 달린다.
1시간 걸려 올랐든 능선길을 단 20분만에 내려왔다, 다시 계곡길, 좀은 안심되는 길이다.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여러가지 상념에 젖는다, 발은 여전히 빠쁘게 움직인다. 계곡의 경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기억을 정리한다.
산정상에서 어마어마한 노송들을 만나서 포옹도 했다, 두어마리의 까마귀가 머리 주위를 기분 나쁘게 맴돌았지만 반가웠다, 사방 뚫린 하산길의 이정표가 있지만 길은 없다, 모두 눈에 파묻혀 전혀 보이지 않는 하산길을 포기한다, 왔든 길로 다시 갈 수 밖에 없는 하산길목에 천사를 생각한다.
그리고 내려올 때 올라간 외로운 한사람의 발자국, 바로 내 발자국, 내 인생길이 바로 이 발자국이구나 생각하면서, 오고 가고 또 가고 오고... 누구는 이런짓이 허망하고 실없는 미친짓이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또 갈것이고 또 올것이니.... 이게 인생이려니...
그래도 겨우 2009년의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참배를 어느 노 선배님들 엉덩이 뒤에서 깍듯이 두번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