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최영일 
| 제목 | * 판·검사도 모르는 법을 어떻게 지키란 말인가. |
|---|---|
| 글쓴이 | 양진국(44) [ mspark4905@hanmail.net ] |
| 작성일 | 2018-10-17 |
[선우정 칼럼] 판·검사도 모르는 法을 어떻게 지키나
조선일보 선우정 사회부장 2018.10.17 03:17
조선일보 선우정 사회부장 2018.10.17 03:17
명색이 사회부장인데 이게 罪인지 모르겠다
알고 보니 판·검사들도 잘 몰랐다
이런 法을 국민에게 지키라고 한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차장이 그제 검찰에 출두했다.
일부 보도매체는 그에게 '사법농단의 키맨'이란 수식어를 달았다.
얼마 전까지 수식어는 '사법농단의 몸통'이었다.
몸통에서 키맨으로 표현이 약해진 것은
그의 윗선에 진짜 '몸통'이 있다는 암시가 깔려 있다.
보도만 보면 행정부 전체를 무너뜨린 칼바람이 사법부에서도 곧 일어날 듯하다.
임 전차장의 혐의는
대법원 판결일정을 늦추면서 정부에 법원민원을 했다는 것,
청와대 부탁으로 재판부 의중을 파악하려고 했다는 것,
박근혜 전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의 법리검토를 판사들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직권남용죄, 공무상 기밀 누설죄가 적용되는 듯하다.
명색이 법조기사를 다루는 부서부장인데도 이게 그렇게 엄청난 죄인지 잘 모르겠다.
정체불명 강남 아줌마가 국정을 떡 주무르듯 한 것도 아니다.
그것도 거의 사실이 아니었지만.
정체불명 강남 아줌마가 국정을 떡 주무르듯 한 것도 아니다.
그것도 거의 사실이 아니었지만.
'무식해서 그런가' 낙담하다가 위로가 된 것은, 판사들도 헤매긴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대법원은 세번 조사했다.
첫조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대였으니 그렇다고 치자.
2·3차 조사는 김명수 대법원장 때 이루어졌다.
발단이 된 소위 '블랙리스트'는 없었다.
'별건 수사' 악습은 판사 세계도 똑같은 모양이다.
판사 PC에서 다른 건수를 잡았다.
위에 열거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다.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다르다.
법관 6명으로 구성된 특별조사단은
'뚜렷한 범죄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형사조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결론은 사흘 만에 뒤집혔다. 특조단을 만든 대법원장이 뒤집었다.
"고발하라"는 일부 목소리를 지렛대로 삼았다.
親與 보도매체의 공세를 순풍으로 삼았다.
재판도 이런 식으로 뒤집나 모르겠다.
대법원장이 사실상 수사를 요청하면서 검찰이 달려들었다.
'판사들은 잘 모르겠으니 검사들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이렇게 검사가 수사해 기소하면 "모르겠다"는 판사에게 판단권한이 다시 돌아온다.
그것도 세번씩이나.
대법원장이 사실상 수사를 요청하면서 검찰이 달려들었다.
'판사들은 잘 모르겠으니 검사들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이렇게 검사가 수사해 기소하면 "모르겠다"는 판사에게 판단권한이 다시 돌아온다.
그것도 세번씩이나.
이런 코미디는 법원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검찰이 소위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는 보도가 지난주 나왔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수사에서 검찰간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셀프 파문''이 '셀프 처분'으로 끝났다.
앞서 한 검사가 TV에 나와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기자회견도 했다. "총장이 개입했다"는 수사단의 보도 자료까지 나왔다.
직권남용 문제였다.
역시 무식해서 그런가.
검찰총장이 검찰수사에 대해 뭐라 하는 게 왜 외압인지 도무지 이해 가지 않았다.
그럼 검찰총장은 뭐 하는 존재인가.
앞서 한 검사가 TV에 나와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기자회견도 했다. "총장이 개입했다"는 수사단의 보도 자료까지 나왔다.
직권남용 문제였다.
역시 무식해서 그런가.
검찰총장이 검찰수사에 대해 뭐라 하는 게 왜 외압인지 도무지 이해 가지 않았다.
그럼 검찰총장은 뭐 하는 존재인가.
이번에도 위안이 된 건 검사도 헤맸다는 점이다.
검찰은 스스로 판단하지 못했다. 내부 공신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전원 외부 법조인으로 자문단을 꾸렸다.
자문단은 외압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이 판단이 없었다면 검찰의 검찰에 대한 무혐의 처분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검찰은 법원과 달랐다.
자존심 때문일까. 아니면 법원과 달리 현 정권 때 일어난 일이기 때문일까.
법원방식대로 했다면 자문단 판단과 상관없이 검찰은 경찰에 수사를 맡겨야 했다.
요즘 경찰이라면 검찰을 이 잡듯 뒤져 없는 죄도 끌어낼 것이다.
검사들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런 일을 판사들은 하고 있다.
판·검사들은 그동안 정의의 사도처럼 남을 간단히 심판했다.
그런데 막상 자신을 심판하려니 달라 보인다.
법이 달라진 게 아니라 판단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 중심에 직권남용죄가 있다.
판사도, 검사도 법을 모른다. 조문을 모르는 게 아니라 기준을 모른다.
법원과 검찰의 소동은 그들의 혼란을 반영한다.
이런 소동은 앞으로 행정부와 입법부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다.
여당 실세의원의 보좌관이 피감 공공기관 요직에 채용됐다고 한다.
이건 직권남용 아닌가. 언젠가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상관과 직원의 일상적 업무관계에서 직권남용의 경계선은 어디인가.
지금 공무원 사회는
아무도 모르는 아련한 경계선 저 밑에 웅크리고 앉아 눈을 굴리고 있다.
판·검사도 모르는 법을 어떻게 지키란 말인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은
벌금 10만원짜리 경범죄인 '공공장소 과다노출'에도 적용된다.
그런데 징역 5년짜리 직권남용죄에 적용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前정권 유죄, 現정권 무죄'에 불과하다.
언젠가 정권이 바뀌면 이 악법이 지금 원칙 그대로 적용돼
한국사회를 또다시 흙탕물 깊숙이 밀어 넣을 것이다.
한국사회를 또다시 흙탕물 깊숙이 밀어 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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