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보니 오늘이 4.19기념일이네.

나는 그날의 기억보다 내가 벌써 이렇게 늙어버렸나 하는

약간의 서글픔이 든다.

그때의 그 젊음의 혈기는 어디가고 이젠 정말 어느 영화속의 대화처럼

번호표 타 놓고 기다리는 신세가 되어있다.

 

명심보감 권학편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未覺池塘 春草夢

階前梧葉 已秋聲

연못에 봄 꿈이 체 깨기도 전에

뜰앞 오동나무 잎은 벌써 가을을 알린다. 

 

세월은 참 잔인하게도 무척 빠르다.

 

몇년 전에 내가 쓴 4.19가 일어난 그 날의 체험의 글을 여기 다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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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후면 4.19 기념일이다.

나는 이날이면 뭔가 그날을 생각하면서 흥분이 된다.

나도 4,19 주역이였으니까..

1960년 이니까 내가 23살때 였다.

 

여러분들은 4.19가 왜 일어났는지 잘 모를런지 모른다.

역사책에서 배운 정도 일거다.

4.19의거는 3.15부정선거 때문이다.

이승만 정권의 자유당은 그 당시 이미 민심이 돌아선 것을 간파하고

부정선거를 치르기로 작정을 하고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서 부정투표를

하게 했다.

우리들 젊은 이들에게는 투표통지표도 전달되지 않았다.

동네 어른들이 전부 투표를 해 버렸으니 이게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부정선겨 였나.

항의 해 봤자 소용없었다.

다들 동네 어른들이고 마을을 살리자면 자유당 몰표가 나오지 않으면

당장 불이익을 당하니까 동네 어른들도 할수없었다.

 

그때 우리 학생들이 일어났다.

"부정선거 다시하라" 라는 프랑카드를 들고 행진을 했다.

경찰들과 맞서면서 스크람을 짜고 행진을 했고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너머.."

라는 전우가를 부르며 행진했다.

대모대에 가담한 학생은 부산에서는 주로 고등학교 학생들이였고 나는

그 당시 부산대학에 다니고 있어서 직접 대모대에 가담하지는 않았고

고등학교 학생들을 도와주었다.

그해 4월 18일에는 동래고등학교가 대모를 했고 4월 19일 당일은 나도

서면 로타리에 있었다.

나도 부산대학 다닐때 학생간부(과 총대) 였기때문에 그날은 학생간부들은

부상당한 학생들 구조 활동을 하자고 결의했다.

 

나는 그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서면 로타리의 북부산 경찰서(지금은 부산은행 건물)앞에서 비참한 총격사건이

벌어졌다.

북부산 경찰서 옥상에서 서면 로타리 한가운데로 총를 쏘기 시작하니 가운데

있던 학생들이 쓰러졌다.

우리들은 당황해서 로타리 가운데의 부상당한 학생들을 구조할 엄두를 못내고

의과대학생들을 불렀다.

의과대학 생들이 휜 가운을 입고 들어가서 부상당한 학생들은 들것에 싣고

나왔다.

거리의 철제 간판을 뜯어 임시로 들것을 만들어 학생들을 싣고 나왔는데 부상당한

학생들의 피가 철제 들것으로 쏟아지는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 땅의 민주주의는 그저 얻어지는건 아니였다.

4.19때 수많은 젊을이들의 피로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우리는 지금 참 행복한 시대에 살고있다.

부정선거라는 말 조차도 잘 모르는 시대에 살고있다.

그러나 지금의 이 평화로운 시대를 만들기 위해서 선배들이 많은 피를 흘렸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될것이다.

 

4,19 기념일을 맞아 이 글을 쓴다.

 

                                        김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