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이재춘 
| 제목 | 3학년3반 반창회 후기-민규호 |
|---|---|
| 글쓴이 | 정종근(49) [ jjg323@hanmail.net ] |
| 작성일 | 2016-03-09 |
♥49동기회(1973년 2월 졸업) 3학년 3반 반창회 후기
몇 달 전에 구자혁군이 3학년 3반 반창회를 한 번 해보면 어떻겠노? 하는 제안을 해서 반장 구철수를 중심으로 몇몇 급우가 뜻을 같이 하여 추진한지 한 달여 만에 드디어 오늘 (2016년 3월 3일) 졸업 43년 만에 동고 49회 3학년 3반 반창회(담임 최해갑 선생님)를 연산동 "큰바다"횟집에서 갖게 되었다. 구철수, 김성훈, 한현근과 세 차례의 모임을 통해 주소록을 정리하고, 안내장을 발송하고, 문자를 보내고, 일일이 전화하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었지만 옛 친구들을 만난다는 설레임으로 전혀 힘들다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드디어 3월 3일 반창회 하는 날이다. 약속시간 6시 30분을 한 시간이나 앞서 구철수, 김성훈, 한현근은 모임장소에 도착하여 마지막 점검을 하는데, 초조한 기색이 역역하다. 물론 확인은 다 했지만 그래도 사정이 여의치 못해 참여인원이 줄면 어쩌나? 어렵게 마련한 자리가 저조한 참석인원으로 퇴색되면 그처럼 창피한 일이 있을까?
그러나 기우였다. 서울의 이동규가 가장 먼저 도착하고, 박상인, 배병태, 손영곤이 차례로 도착하여 정해진 시간까지 20여명이 참석했으니 반창회 치고는 대성공 아닌가?
43년만의 해후였으니 참으로 오래만의 만남이었다. 1973년 2월 까까머리 맨머리로 졸업하고 처음 보는 친구도 있으니 그 반가움을 어떻게 필설로 다 할 수 있을까? 울산서 시간 내어준 이상준, 김은호, 박시종과 예유근은 아마도 43년만의 해후니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서영식은 총각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동안이라 비결을 배우려 아무리 아양방구를 떨어도 극비사항이란다. 3학년 3반 교실(본관 동편 3층 맨 끝 양지바른 곳으로 따뜻한 햇볕이 들면 졸기 딱 좋은 곳이었다. 창가 화분다이에서 가장 많이 졸던 친구는 아마도 최정호였을 거다)에서 청춘을 불살랐던 그 시절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너무 반가웠다. 참석한 친구 한사람씩 살아온 역정을 이야기할 때는 내가 그 친구가 된 냥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렇더만. 오고가는 술잔으로 제법 거나하게 취했을 때, 김성훈군의 깃발 따라 “엔젤 노래방”으로 향했다. 민모군이 미국에서 공수한 양주 몇 병에다 폭탄주 몇 잔씩을 들이키고 나니 세상 무서운 게 없더만. 그날 연산동은 자정이 되도록 광란의 밤이었다. 노래방에서 “동고야“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놈들은 똥벌 밖에 없을기라. 정말 유쾌한 밤 이었다. 우정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우정이 무엇이기에 수십 년 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반갑고, 만남에 설레고, 헤어짐에 가슴 아플까?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질풍노도의 순간인 고교시절에 한 교실에서 슬픔과, 즐거움과 힘듦을 같이했기 때문 아닐까? 반창회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서울서 불원천리 멀다않고 찾아준 이동규, 정종근의 친구들에 대한 열정이 너무 고마웠다. 12시가 지난 시간에 심야버스를 타기위해 택시를 타고 떠나는 당신들을 보내면서 마음속으로 감동의 눈물을 훔쳤다.
친구들아 우리 건강하자. 내 바람은 이것 한 가지 뿐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두를 잃는 것이라는 말이 있잖은가? 평범한 진리지만 현재 우리에게는 너무 중요한 진리라고 생각하네. 이 좋은 세상 오래오래 즐겁고 재미있게 반창회 계속하면서 살아야 않겠나?
그리고 오늘 바빠서 참석 못한 친구들도 많이 보고 싶다. 다음 기회에는 모두 시간 내서 만나도록 하자. 오늘부터 한 일주일간은 친구들에 대한 가슴앓이를 할 것 같네. 많이 보고싶겠지만 내일을 기약해야지. 다들 사랑한다.
기사제공 민규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