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산에 다니는 아는형님에게 전화했더니 상가에 문상 중이란다. 그 형님의

 

동기생 중 유명배낭업체 사장인 한분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단다. 베트남에

 

공장을 두고 주로 유럽 업체에 납품하여 돈을 마대에 퍼 담을 정도로 엄청나게

 

벌었고, 아들이 경영을 맡은 후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모처럼 여유롭게 지냈단다.

 

그 형님 친구는 아내에게 매달 3,000만원 생활비를 주며, 사무실 서랍엔 항상 현찰

 

1억원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D배낭 150개를 만년 총무인 아는형님에게 맡겨, 동기생들에게 나눠 주는가 하면,

 

100여명 동기회 부부의 왕복 항공료와 숙식비와 부대비용을 이 분이 몽땅 부담하여

 

베트남에 데려가서 골프와 관광을 시키기를 수차례. 만년 총무인 아는형님이 이제

 

그만 하라고 했더니, 그 분 왈;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인데 총무가 그만 하라 마라는

 

당치 않는다고 했단다.

 

뿐만 아니라, 형편이 어려운 동기와 요양원에 있는 동기들을 챙겨,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해 왔단다. 그러다가, 3개월 전에 600만원을 들여 종합검진을 받았더랬는데,

 

별 이상은 없었고 다만 담당의사 소견인 즉, 타병원에 가서 백혈병 관련 추가검진을

 

받아보라 했건만, 이 분은 그냥 무시해 버렸단다.

 

지난 5월 중순경 감기 몸살 기운에 병원을 찾았더니 병원측에서 백혈병이라 진단하

 

였고, 곧바로 입원한지 1주일만에 세상을 떠나버렸단다. 향년 만 76세였다고 하고.

 

살만큼 살았고, 돈도 벌만큼 벌었고, 자식들까지 번성하니 할 일을 모두 하고 세상을

 

떠난 사람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죽을 때 1원 한푼 들고 가지 못하는 그 많은 돈을

 

쓸 데 쓸 때 제대로 쓰고 간 분이란 생각.

 

있을 때 잘 하는 것이 얼마나 현명하고 값진 일인지 새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