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것과 그렇지 못한 차이. 이 차이는 실로 엄청나지만

우리는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 이유는 항상 살아 있을 순 없고

우리는 죽으며, 죽은 후엔 어느 누구도 그 차이를 인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이 차이점을 깨닫는다면,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가 살아

가면서 겪는 희노애락과 온갖 어려움과 고통들도 한낱 보잘것 없는

것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살아 있으면 친구들과 대화방서 같이 놀고, 살이 있으면 연회비도

내고, 살아 있으면 김도 보내 주고. 여하튼 살아서 누리는 것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마냥 살 수는 없는 법이고,

먼저 죽고 나중에 죽는 건 어쩜 도토리 키 재기일지도 모른다.

김종필씨가 김영삼 대통령 빈소를 찾아 후배 정치인들에 둘러싸여

하는 말이; 성공한 사람이란 게 말이여, 건강하게 가장 오래 살아

남아 주변 지인들이 하나씩 하나씩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가장 성공한 사람이여.

때로는 하루하루의 삶과 긴 인생도 모두 세월이 날라다 주는 우편

물을 기다리는 과정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일 궂은일 기쁜일과 

슬픈일 모두를 날라다 주는 세월. 그 세월의 우편물도 살아 있어야

받을 수가 있는 소식들.

세월이 흐를수록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배달하는 우편물은 슬픈

소식이 많다는 점. 나이 들수록 두고 온,  머언 고향 친지들로부터

이따금씩 걸려 오는 전화는 그런 슬픈 소식이 대부분. 세월은 그런

슬픈 소식을 날라다 주며 사랑하던 부모형제들을 데리고 가버린다.

뿐인가. 부지불식간에 세월은 천년만년 함께할 것  같던 동기들을 

하나씩 둘씩 데려가지만 속수무책이다. 누구도 말은 하지 않지만, 

그것이 곧 자신에 닥칠 일이란 것을 알기에 마음의 다짐을 한 번 더 

하게 되고.

봄이 와서 좋건만 나이가 들수록 바뀌는 계절이면, 뭔가 가진 것 중

또 하나를 잃는 것 같은 허전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그래도 코로나에 살아남은 건강한 동기들을 보며, 오래 오래 함께

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