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는 달리고 싶다.

 "뚜..." 하는 기적소리와 동시에 비둘기 호는 덜컹 소리를 내면서 출발을
 한다.
 이 비둘기 호는 얼마만인가 하고 아스라히 저 먼 망각의 세월속에서 경부선
 을 생각하고는 추억을 더덤었다. 서울서 부산까지를 10시간 넘게 이 비둘기
 호를 타고 지금 이 경원선의 시껄벅적한 모습으로 다니곤 했지.
 이 경원선은 옛날 경부선을 달리든 비둘기호 보다도 더 서민적이다
 저 앞에서 어느 중년의 한 무리는 기차안에서 아예 니나노 판을 벌리고 흘러
 간 옛노래에 박자를 마추면서 신바람을 내고있다.
 신탄리 역을 출발 할때부터 기차 좌석은 만원이고 더문더문 서는 사람이
 있었다.
 앞의 니나노 패들은 이젠 신바람에 한 중년의 남자가 서서 각설이타령을
 부르면서 멋없는 춤을 곁드리고있다.
 신탄리에서 두어정거장을 거치면서 기차안은 복새통을 이루었는데도 그 니
 나노 패들은 아직도 신명을 그데로 내다가 드디어 어느 무리들 하고 부닥
 친다.
  " 거기 좀 조용히 해요! 기차가 뭐 나이트클럽인줄 아나."
 입석객들 때문에 모습은 이제 보이지는 않지만 고함소리는 들린다.
 노래소리가 잠간 끝이나했드니 이번에는 드디어 싸움판이 벌어진다.

 그 복잡한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람,
 자기네들 끼리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는 박장대소로 웃는 사람,
 아무튼 이 경원선 비들기 호는 우리 서민의 냄새가 물신 나서 좋다.

 경원선.
 경성(서울)에서 원산으로 달리던 이 경원선은 해방이 되고 얼마안있어서
 삼팔선에 끊어지고는 반세기를 저렇게 이어질줄 모르고 있다.
 육이오 전쟁을 치르고 난 뒤는 삼팔선이 휴전선으로 바뀌었다.
 여기 신탄리에 철도 끝에는 크다란 간판에 <철마는달리고 싶다>라고
 쓰여져 있고 그 앞에는 밴취가 더문더문 놓여있다.
 역 구내에 있는 목련화가 한참 만발해서 우리들은 목련화를 배경으로 사진
 을 찍었다.
 산사랑 젊은이들은 별로 이 철도 종단점에 그렇게 흥미를 느끼지 않는것
 같았다. 육이오를 겪은 우리들의 세대처름 정말 통곡하고싶은 그런 감정은
 없는것 같다.
 내가 실향민이였다면 아마 여기를 수십번도 더 와서 통곡을 했으리라.
 그래! 철마야!
 길을 가로막은자가 누구란 말인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저 장벽을 누가 만들었단 말이냐?
 정말 목놓아 통곡하고싶구나.
 언젠가는 너도 이 길을 달릴수 있으리라. 그렇게 지금처름 뚜~~한는 기적
 소리를 내면서...
 감격에 벅차 목이매이면서 너를 타고 달나라 보다도 더 멀었든 내 민족의
 땅 북한을 달릴날이 오리라.
 그게 내 생전이면 좋겠다.

   1997년 4월 20일

	 민족의 애환이 얽힌 경원선을 타고 고대산 등산을 하고 오면서...

	     김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