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정헌택 
| 제목 | 얼떨결에 오른 대성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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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정종영(46) [ ginsenopia@hotmail.com ] |
| 작성일 | 2017-05-12 |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대선일 이른 아침 심마니들 따라
산행에 동참했다. 수시간을 달려 군부대들만 드문드문 보이는 오지에
들어서자마자 산자락 초입에 나랑 채근이를 풀어놓곤 심마니 세사람은
울창한 숲속으로 흔적도 없이 뿔뿔이 사라졌다. 그나마 취나물 몇닢
꺽느라 잠깐 한눈판 사이 채근이마저 놓쳐 이제 막막한 산속에 혼자가
돼버렸다. 어딘지도 모르는 침침한 계곡과 산등성이를 넘고 또 넘으며,
이따금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머릿카락이 곤두서고 여엉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그래도 취나물이 아주 크고 튼실하여 얼마 따지 않았는데도 한
주머니 가득하다. 덥기도 하고 으스스하기도 하여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정신을 가다듬고 방향을 파악하곤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길도 없는 어둠컴컴한 숲밑 짐승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 미끄러지고 넘어
지며 내려오는데 저만치 앞쪽 나무들 사이로 뭔가 부스럭거린다. 숨을
죽이고 자세히 살펴보니 채근이 모습 같았다. 여태껏 채근이가 이처럼
반가웠던 적이 있었을까? 보아하니 채근이도 더 이상 전진을 포기하고
내려오는 것 같았다. 주차한 곳에 당도하여 계곡에 발 담그고 몸을 씻고
나니 살 것 같았다. 채근이랑 2~3시간을 기다리자 이윽고 심마니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대장심마니 화수는 그러고도 한 시간이 지나서야
등에 한짐 가득 지고 손에 한가방 들고 나타났다. 다른 두 심마니들은 산삼
여럿 뿌리를 캤고, 대장심마니는 호박닢보다 큰 곰치닢 한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계곡물에 씻은 곰치에 된장을 발라 막걸리 한잔씩 했다. 말로만
듣던 자연산 곰치향은 대단했다. 도중에 들른 음식점서 수육넣은 곰치쌈을
포식한 것도 모자라 산삼 한뿌리씩을 잎과 줄기채 시식했다. 또 여분의
산삼 한뿌리와 곰치 한봉지를 하사받았다. 즐거운 하루였기에 이날 당선된
대통령도 부럽지 않았다. 범직이가 따라 갔더라면 오르고 싶은 산으로
대성산을 꼽았을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