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궁은 지리산 깊은 곳에 도인들이 그들만의 이상향을 좇아 세운
또 다른 '하나의 세상'청학동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삼성궁 주차장 앞에는 마고 할머니의 전설과 선사시대의 유물을
전시한 마고성이 있다. 마고성은 단군시대 이전 지상에서
기장 높은 곳에 위치한 가장 오래된 네모형의 성으로
낙원이나 천국을 의미한다고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마고성 옆 숲길을 따라 10여분 오르면
'삼성궁'을 알리는 표지판과 작은 석문이 있고 그앞에는
내방을 알리는 알리는 징이 걸려 있다.
탐방객이 궁 입구에 있는 징을 세 번 치면 안에서 수행자가 나와 맞이한다.
징을 치면 잠시 후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도복 차림의 안내인이 나타나는데 이곳에선 '수자'라 부르고 있다.
수자는 환영인사와 함께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신선도를 수행하는
도량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출 것을 당부한다.
어둡고 좁은 석문을 지나면 갑자기 탁트인 넓은 공간에
삼성궁이 나타난다
삼성궁은 고조선 시대의 소도(蘇塗)를 복원한 곳으로
배달민족의 국조(國祖)인 환인과 환웅 그리고 단군왕검을 모신 신성한 성역이다.
석문을 지나 마당으로 내려서니 수많은 돌절구, 다듬이돌,
맷돌들로 꾸며진 석축과 돌담의 기학학적 무늬가 이채롭다
맷돌과 절구 다듬이돌 등 수없이 많은 돌을 쌓아 만든 돌탑과 솟대
장독을 엎어 경께를 만든 풍경이 장관을 넘어 경외감마저 자아낸다.
탑을 쌓으면서 돌 하나하나에 염원을 담았다고 생각하니
수많은 탑은 그 자체로 신앙이겠다 싶다.
원주형 돌탑과 맷돌탑을 지나 항아리 사이를 따라가니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건국전이 나온다.
◈ 건국전 ◈
'건국전' 뒤로 난 길을 따라 오르니 기품 있어 보이는 팔각정자가 나타난다.
삼성궁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 할 수 있는 '청학루'다.
아래 원형마당은 개천대제때 무예시범을 하는 공간이기도하다
삼성궁은 한풀선사가 1984년뷰터 민족혼을 샘솟게 하는 우물을 파라는
스승의 명을 받고 본격적으로 터를 닦기 시작하여 세웠는데
한풀선사와 수행자들이 이곳이 소도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쌓고 있는 솟대는 1천개가 넘는다.
한풀선사는 솟대는 환웅이 나라를 다스릴 때 제천을 지내던 소도를 의미하며,
음양의 이치로 만들어진 맷돌은 민초들의 민족정기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반도와 만주를 상징해 조성한 연못, 한낮에도 햇빛 한점 들지 않는 토굴,
전시관, 전통찻집 아사달, 천궁, 숙소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크고 작은 돌이 만들어 내는 모나지 않은 조화로운 문양의 담장
발 디딜곳에 놓여진 맷돌과 마이산에서 본 듯한 돌탑위로
붉은 단풍이 물들어 가고 있었다
◈ 섬진강 ◈
섬진강 편지41
김인호
툭,
봄비에 열리는
망울 꽃망울
딱,
죽비 소리에 얻는
환한 생각 하나
봄날입니다
십리 벚꽃길, 쌍계사 내리는
봄길이 있습니다
봉글봉글 배꽃나무도
낮게 피고 있습니다
그리움이 손짓하는
아득한 연초록, 연분홍
섬진강 강물따라
앞산이 내립니다
물새 몇 마리
세월은 씻고 있네요
삼성궁을 나와 어머니 품처럼 고요하고 편안하게 흐르는 섬진강 자락을 따라
구례의 소금강이라 불리우는 오산(鰲山)의 보물, 사성암(四聖庵)을 찾았다.
섬진강(蟾津江)의 섬(蟾)은 '두꺼비 섬'자이고, 진(津)은 '나루 진'자이다.
즉 나루터에 두꺼비가 나타난 강이라고 하여 섬진강이라고 했다는 설명이다.
섬진강의 사계는 남해에서 시작하여 지리산에서 끝맺는다
봄은 남해에서 거슬러 올라 산수유와 매화 벚꽃으로
한바탕 꽃잔치를 펼치고
가을에는 지리산 맑은 계곡에서 지내던 은어나 참게들이
남해로 내려가고 그길을 따라 단풍이 곱게 물드는 곳이다
가을 고운 햇살에 익어가는 황금 들녁을 달려서 구례로 향했다
◈ 사성암 ◈
사성암이 있는 오산은 원래 바다 가운데 자라 등에 얹혀 있는
선계(仙界)의 산이라 전해오고, 중국 호남성의 산으로 선감·의존·문수
세 도승이 ‘깨달음을 가진 곳’이라는 데서 유래한 산 이름이다.
오산 주위에는 산수유로 유명한 산동 마을과 하동의 악양등의 지명으로
미루어보아 고래로 중국과의 교류가 빈번하였던 듯하다
섬진강 굽이가 산허리를 빙돌아 감싸고,
정상에는 마애불과 함께 사성암이 들어서 있다.
사성암은 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오산(鰲山,531m)의 꼭대기에
위치한 암자로 원래 오산암이라 불렸으나 4명의 고승(연기조사, 원효대사,
도선국사, 진각선사)이 수도하였다 하여 사성암이라 이름 지어진 암자이다.
약사전은 바위에 건물의 3분의 1쯤을 걸치고 나머지 3분 2는
바위에 세워진 기둥을 짚고 서 있다. 벼랑에 기대 쌓은 축대에
측면을 걸치고 높은 기둥으로 받쳐 가파르게 걸려있는
공중전각인 약사전은 그 모습 자체가 경이롭다
위 지붕은 마애불 보호각이며, 아래는 참배각이다.
◈ 마애약사여래불 ◈
약사전에는 원효대사가 선정에 들어가 손톱으로 그렸다는 '마애약사여래불'
(전남 유형문화재 제222호)이 음각으로 암벽에 새겨져 있어 더욱 불가사의하다.
◈ 지장전 ◈
108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지장전과 산신각이 나온다.
◈ 산신각 ◈
암벽 사이에 숨어있는 듯한 산신각은 불교 밖에서 들어온 민간신앙의
산신(山神)을 모시는 건물이기 때문에 전(殿)이라 하지 않고 각(閣)이라 불린다.
◈ 도선굴 ◈
산신각 바로 옆 암벽 틈사이에는 작은 굴이 있으며
여기에서 도선국사가 수도했다 하여 불리여진다
도선굴에는 머리에 불을 쓰고 무명을 떨치려
분신공양하고 있는 촛불이 밝게 타고 있었다
焚身
박남수
어둠을 밝히기 위하여
촛불은 머리에 불을 쓴다.
스스로의 발 밑으로
어둠을 吸收하면서
어둠으로 키를 줄여가면서
촛불은 잃어버렸던 것을
하나하나 찾아내지만
결국은 一瞬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지만,
하나의 말씀
하나의 이미지를 쌓아 올리고
하나의 말씀
하나의 이미지를 헐어버리는 詩人의 作業처럼,
어두을 더하기 위하여
촛불은 머리에 불을 쓰고
지금 하나의 光明이 되었는가.
어둠에 남을 그 殘像을 위하여 焚身의 불길이 되었는가.
◈ 소원바위 ◈
산신각 위편으로는 진각국사가 참선했다는 좌선대와 소원바위가 있다
別意1(별의1)-李達(이달)
恨結丁香樹(한결정향수)
塵生翡翠裙(진생비취군)
願爲江上石(원위강상석)
日日望夫君(일일망부군)
다른 뜻-李達(이달)
정향수를 한스레 묶으니
비취색 치마에서 먼지가 이네
강 위의 돌이 되어
날마다 당신을 바라보고 싶네
소원바위에는 뗏목을 팔러간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세상을 떠난 아내와
아내를 잃은 슬픔에 숨을 거둔 남편의 애절한 전설이 깃들어져있다
소원바위에 동전을 올려놓고 소원을 빌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진다하여
많은 불자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평소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다.
믿던 아니 믿던 소원이 이루어 지던 아니던 잠시 마음을 의지하면
근심이 덜어지고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져 밝은 미소를 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원 바위로 불릴만한 것 아닐까?
사성암에서 내려보면 굽이굽이 흘러가는 섬진강과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지리산 자락, 그리고 풍수지리의 선각자인
도선국사가 전하는 3대명당터인 구례의 넓은 벌이 한 눈에 들어오며
그위로 펼려친 지리산의 위세도 포근하면서 웅장하다.
이곳을 처음 찾았던 5-6년 전에는 이른 새벽 안개비에 젖어 있던
이곳은 마치 도솔천의 세계를 옮겨 놓은 듯 신비하고
인적이 드문 고요한 암자였으나 SBS <토지>에서 소개되어
지금은 공원으로 변한 것 같아 안타까움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06년 10월 29일
"끝"
관리자 : 심재석 [sau@softing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