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정헌택 
| 제목 | 토요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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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정종영(46) [ ginsenopia@hotmail.com ] |
| 작성일 | 2016-07-17 |
"남자를 위하여"
소설가 김형경 [중앙일보] 2016.7.16
그는 노년의 아버지를 목욕탕에 모셔 가서 등을 밀어 드렸다. 처음 보는
아버지의 몸이 너무 작아서 성장기에 그가 두려워했던 그 사람이 맞은가
싶었다. 목욕 후 냉면을 사 드리고 나서 당신의 단칸방에 모셔다 드렸다.
수십년을 딴 여자와 살았고, 거기서 난 자식도 있는데, 늙고 병들어 본처
찾는 남편을 그의 어머니는 거부했다. 그는 아버지가 홀로 죽음을 맞게
될까 두렵다고 했다.
마침 르포 한 편을 보았다. '혼자 죽는 무연고 사망자 83인의 기록'이란
제목이다. 서울에만 한해 평균 280명 가량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한다.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생 몇 명이 그들 무연고사망자 중 83명을 조사
했는데, 남자 77명, 여자 6명이었다. 이들 중 다시 7명의 남자를 선정해
생전의 삶을 추적 취재하면서 의문을 품었다. 남자는 왜 혼자 죽는가?
공동저자 중의 한명이 메일로 내게 질문을 건넸다.
간단히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최소 3대를 거슬러 올라가서 그의 유전적 환경, 부모의 환경을 검토해야
한다. 3대의 개인사, 가족사 뿐 아니라 사회사까지 검토해야 한 사람의
삶을 그려 볼 수 있다.
"그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웠다"는 것만으로 정의할 문제는 아니었다.
르포를 읽으며 유추할 수 있는 요인 하나는, 그들이 건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이들이 아닐까 싶었다. 성장기에 양육자와 건강한 애착
관계를 맺지 못하면 삶의 에너지를 얻을 수가 없고, 그 결과로 자기애나
자존감을 갖지 못한다.
온전한 현실 검증력과 건강한 생존법을 배우지 못해 성인이 된 후 열심히
살수록 결과가 나빠지는 삶이 지속된다. 자기를 사랑할 줄 모르기 때문에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도 몰라 가장 가까운 사람을 떠나도록 만든다.
진화심리학적 요인도 있을 것이다. 남자의 내면에는 해 뜨면 집 밖에 나가
사냥하거나 경쟁하는 유전자가 수천년 동안 형성돼 왔다. 오늘날도 남자는
일터든 공원이든 커피전문점이든 낮 동안 집 밖에 머물려고 한다. 그곳서
장기를 두거나 논쟁하면서 “나는 황야서 죽을 것이다”라고 외치는 유전자
속의 야생성을 다스린다.
일터나 가장역할을 상실한 후, 산에 들어가 홀로 수렵시대를 사는 자연인
남자도 TV에 자주 소개된다. 죽음의 순간 뿐 아니라 삶의 과정서도 남자는
대체로 혼자라고 느낀다. 모든 타인을 경쟁자로 여기는 유전자 속 본능의
속삭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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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한다는 게 반드시 좋은 것만 아닌성 싶다.
관심 받으며 태어났듯이, 모든 노인들이 관심 받으며 눈을 감을 수 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