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문은 이름 그대로 기둥들이 일렬로 죽 늘어선 문으로,
이는 ‘수많은 진리들이 곧 하나로 귀결됨’ 혹은
‘변할 수 없는 절대적인 단 하나의 진리’를 의미한다.
이러한 일주문은 우리나라 고유의 양식으로서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일주문 앞 두 돌기둥에는
'方袍圓頂常要淸規(방포원정상요청규)
異性同居必須和睦(이성동거필수화목).
머리 깎고 장삼입은 이는 항상 청규를 지켜야 하고,
성이 다른 대중이 모여 사니 반드시 화목하여야 한고
새겨져있다
굵고 힘찬 영축산통도사(靈鷲山通度寺)’라고 쓴 편액은
대원군의 호방함과 장중함이 묻어 있는 글씨이며
국지대찰(國之大刹)’과 ‘불지종가(佛之宗家)’라는 주련은
나라 안에서 제일 큰 절로, 불가의 종갓집이라는 뜻으로
조선조 말 최고의 명필이라는 해강(海岡) 김규진(金圭鎭)이 쓴 것이라한다.
일주문은 700년 전 고려 충렬왕 31년(1305)에 세워진 건물로,
오래된 일주문 중에서는 드물게 큰 문이다.
◈ 천왕문 ◈
일주문을 지나 하늘을 가린 연등을 따라가면
사천왕을 모신 천왕문으로 들어서게 된다.
천왕문은 사천왕과 금강 역사(力士)의 힘으로 절을 보호하고,
악귀를 막아서 사찰을 청정한 도량으로 만들려는 데 있으며
절을 찾는 이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엄숙하게 하려는 뜻도 담겨 있다.
통도사의 가람 형태는 창건 당시 신라 이래의 전통 법식에서 벗어나
냇물을 따라 동서로 길게 배치된 구릉 형태로서
영산전을 중심으로 한 하로전(下爐殿)
대광명전을 중심으로 한 중로전(中爐殿)
대웅전을 중심으로 한 상로전(上爐殿)으로 구분되어 있다
◈영산전과 3층석탑(보물 제 1471호) ◈
하로전(下爐殿)은 천왕문을 들어서서 불이문까지로
가람각, 만세루, 약사전, 영산각, 극락전 등이
배치돼 있고 이들 전각은 하로전에서 향촉을 받든다.
영산전은 하로전(下爐殿)의 사상적 기반이 되는 곳으로서,
부처님이 계신 불국토를 형상화 한 것이다.
좌우로 약사전과 극락보전을 거느리고 있으며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다포식 맞배지붕으로 되어 있다.
영산전에는 삼층석탑이 하나 있는데
2006년 6월 보물 제 1471호로 승격되었다.
전체 높이가 약 3.5m로 통일신라시대의 전형적인
석탑 양식인 이중 기단을 형성하였다.
이 삼층석탑의 가장 큰 특징은 첫째, 석탑 하층 기단 각 면에
우주와 탱주를 생략하고 안상을 조각했다는 점이다.
◈ 극락보전 ◈
아미타여래를 봉안하는 극락전은 '아미타전'이라고도 하며
또 극락세계에서 영원히 평안한 삶을 누린다 하여 '무량수전'이라고도 한다.
아미타여래가 다스리는 곳이 서방 극락 정토이기 때문에
극락전은 언제나 중심 불전의 서쪽에 위치한다.
극락전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건물이지만 건물의 짜임새와 외관이
뛰어난 건물이며 특히 외벽에 있는 <반야용선도>의 아름다움은
널리 알려져 있다.
◈ 불이문 ◈
불이문은 통도사 건물 중 대웅전과 함께 잘 지어진 건물로 손꼽힌다
대들보를 코끼리와 호랑이 조각이 이마로 떠받치고 있으며,
대들보 위에 삼각형의 합장재로 장혀를 걸치고 도리를 얹어
서까래를 받치도록 하였다.
'불이(不二)'란 '진리'를 다르게 표현한 말로,
본래 진리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뜻이다.
불이문을 통과하여 불이의 진리로서 모든 번뇌를 벗어 버리면
부처가 되고 해탈을 이룬다 하여 '해탈문'이라고도 부른다.
현판 '원종제일대가람(源宗第一大伽藍)'이라는 휘호는
명(明)나라 태조 주원장의 친필이라 한다.
불이문(不二門)을 지나면 중로전(中爐殿)이다
이곳에는 대광명전을 중심으로 용화전, 관음전,
전향각, 개산조당, 장격각, 세존비각 등이 자리 잡고 있고,
이곳은 중로전에서 공양을 올린다.
◈ 봉발탑 ◈
용화전 앞에는 여느 사찰에서 볼 수 없는 봉발탑이 하나 자리하고 있다.
그 의미를 살펴보면 봉발은 부처님의 발우로서 중생을 구제하러 오시는
미륵에게 부처님의 발우를 연계하여주는 의미라고 한다
중노전 구역을 지나면 부처님사리탑인 금강계단과
적멸보궁이 있고 응진전, 명부전, 삼성각, 산신각등이 모여 있다.
이 금강계단 구역은 상노전에서 향화공양을 맡고 있다.
◈ 대웅전 및 금강계단(通度寺大雄殿및金剛戒壇국보290호) ◈
통도사의 대웅전은 이름이 넷이나 됐다. 건물 4면에 각기
다른 현판을 달고 있었던 것이다. 동쪽면의 대웅전,
남쪽면의 금강계단(金剛戒壇), 서쪽면의 대방광전(大方光殿),
북쪽면의 적멸보궁(寂滅寶宮)이 그것이었다.
건물 이름이 무엇이면 어떠랴?
이름에 집착하면 치우침이 생겨 진실을 볼수 없는 것을...
有一物於此 從來以來 昭昭靈靈
不曾生不曾滅 名不得狀不得
여기에 한 물건이 있으니 본래부터 밝고 신령스러워
일찍이 생긴 것도 아니요 일찍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
이름 지을 수도 없고 모양 그릴 수도 없네.
- 선가귀감, 청허 휴정 대사
통도사의 대웅전에는 부처님이 없다 법당 뒷면은 큰 통유리로 되어있고,
유리 너머에 아름답게 조각된 석종형 부도가 보인다.
그곳에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텅 빈 불단, 그 너머를 향해 몸을 숙이고 있었다.
어찌 보면 맞는 얘기다. 불상도 없고 사리탑도 없는 자리,
형상이 몸을 비운 그 자리에서 본질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공을 향한 기도가 더 절절하게 다가왔다.
온전하게 텅 빈 자리, 거기가 바로 온전하게 꽉 찬 자리인 까닭이다.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 행사도 불능견여래
만약 형상으로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서 나를 구하면
이 사람은 삿된 도를 행함이라 능히 여래(진실)를 보지 못하리라.
금강경
통도사 대웅전 뒤에 있는 연못이 바로 구룡지이며,
그 당시는 통도사 터는 큰 연못이었는데, 이 못에는
아홉 마리의 용이 살고 있었다. 스님은 마음을 가다듬고
주문과 경을 읽으며 아홉 마리의 용에게 조용히 이 못을
떠나달라고 청하였으나 용들이 일절 응하지 않자, 법력으로
아홉 마리의 용과 결투를 벌이게 되었다.
싸움에 진 용세마리는 커다란 바위에 떨어져 죽게 되었는데
그 피가 묻은 바위를 용혈암(龍血巖)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다섯마리 용은 통도사의 남서쪽에 있는 영축산 아래의 골짜기에 이르러
떨어져 죽게 되었는데, 그곳을 오룡골(五龍-)이라 부른다.
마지막 한 마리의 용은 자장율사에게 통도사 터를 수호할 것을 맹세하자
자장스님이 조그마한 못을 하나 만들어 용을 살게 했는데,
그 못이 지금 통도사 대웅전 바로 옆에 있는 구룡지(九龍池)인 것이다.
저녁 예불이 되어가자 스님들이 맡겨진 소임을
행하기 위하여 줄을 맞춰 전각으로 향하고있다
잠시후 저녁예불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저녁 예불은 종송으로 시작하여
종송이 끝나면 법고.목어. 운판을 울리고 범종 36번을 친다.
◈ 범종루 ◈
2층 누각 형식의 팔작지붕을 얹은 범종루는 상하 층에
법고, 운판, 목어, 범종 4물(物)을 비치하고 있다.
저녁예불은 제일 먼저 작은 범종을 치며 지옥을 파하고 중생을 구하는
염불로 시작한다. 그 다음 큰 법고(法鼓)를 스님 두분이 혼자 때로는 함께
번뇌를 짜르고 깨달음을 얻고자 마음심(心)을 그리며 두드리는데
스님의 손끝에서 울려퍼지는 북소리가 계곡을 타고 영축산을 넘어
허공에까지 퍼지니 그소리가 장엄하기 그지 없다
목어(木魚)
임영석
허공에 매달려서
무엇을 생각하기에
속을 다 비우고도
소리를 토해 낼까
물 밖의 삶이라는 것
오장육보가 필요없는가
얼마나 참회를 하면
결 고운 몸이 될까
먹지 않고 눕지 않아
눈빛도 고고하다
생각을 소리로 담아
예불 공양(供養)을 올린다
목어는 몸을 비워내어야 더 많이 채워진다
제몸을 깎고 깍아 버릴 수록 채워지는 맑은 소리가
반야의 가르침이 아닐까
10여 분에 걸치 법고 연주가 끝나면 목어(木魚)의
맑은 소리가 이어진다.항상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게으름 없이 수행 하라는 뜻을 담고 두드리는 것이다.
이어서 구름 모양으로 만든 청동 운판(雲版)을 울려서
하늘을 나는 생명과 영혼을 구제한다.
운판 소리에 이어 1만 5천 근 범종을 내려치는 스님의 장삼이 서슬 시퍼렇다
깨쳐라 깨쳐라
성불하라 성불하라
사정없이 내려치는 화두가
깊고 큰 소리로 영축산 계곡을 뒤흔든다.
2007년 05월 13일
"끝"
관리자 : 심재석 [sau@softing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