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나와 포항을 지나 영덕에 들어서니 대게 축제로
인해 차가 거북이 걸음이다. 바다가 사나운 날은
달리는 차창 위로 파도가 쏟아지는 강구 축산간의
아름다운 해변 도로는 다음으로 미루고 7번 도로를
따라 칠보산 유금사로 향했다
◈ 칠보산 유금사(七寶山有金寺) ◈
동해 바다를 등 뒤로 숲이 울창한 깊은 계곡을 구비 구비오르면
깊은 계곡 아래 먼발치로 텃밭만이 드문 드문 보인다
한참을 오르고 올라도 끝이 없어 돌아설까 망설이는데
심심 산골 벼랑 아래 조용한 산골 마을이
나타났고 그마을 바로 뒤에 유금사가 있었다
'유금’이란 지명 유래는 금을 손으로 주울 정도로 많다 하여
불린 이름이며, 지금도 폐쇄된 금광굴이 마을 주변에 남아 있다.
◈ 보수중인 대웅전과 전각 ◈
유금사는 637년(선덕여왕 6년)에 왕명으로 자장(慈藏)율사가
창건하였다고 한다. 조선중기까지도 대웅전, 종각, 장화부인신령각 등을
갖추고 있었고 승려도 수십에 이르렀다고 한다.
경내에는 대웅전, 향로전, 산왕각 등의 건물이 있다.
◈ 유금사 삼층석탑(보물 제 674호) ◈
유금사삼층석탑(보물 제 674호)은 대웅전 뒤쪽에 위치하고 있다.
원래는 대웅전 앞에 있었던 것을 대웅전 뒤쪽으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삼층석탑은 2단의 기단(基壇) 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올린 모습이다.
아래·위층 기단은 네 귀퉁이와 각 면의 중앙에 기둥 모양을 새기고,
각 기단의 윗면에는 2단의 괴임을 두어 윗돌을 받치도록 하였다.
탑신은 몸돌과 지붕돌을 각각 하나의 돌로 만들었으며
층마다 네 모서리에 기둥 모양이 새겨져있을 뿐 다른 꾸밈은 없다
한말 중수 때 이 석탑 기단부에서 발견된
금동불상은 지금 경주국립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대웅전은 신축하면서 정작 보물인 3층 석탑은 볼썽사납게
그물을 둘러 쓰고 있어야 하는 것에 아쉬운 느낌이 많이든다
◈ 삼성각과 돌부처 ◈
이 절에 전해지는 설화가 있다. 신라 말 마의태자를
사랑했던 장화라는 여인이 있었다. 이 여인은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들어가자 이곳에서 신령각을 짓고 마의태자를 위해
밤낮으로 축원하다 죽자 보살들이 장사를 지내고 묘폐를 세웠다고
전해지며, 지금도 묘폐를 세운 석축이 남아 있다한다
3층석탑 뒤 산벚꽃 그늘아래 삼성각과 뒷머리가 납작한
돌부처가 자리 잡고 있다
돌부처의 미소
목필균
봄인 듯 여름이고 가을인 듯 겨울이니
돌고 도는 세월의 수레바퀴
오너라 가거라 말없어도
가는 듯 오고 오는 듯 가는 사람들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풍화되지 않는 불심 응고시킨 육신
아는 듯 모르고 모르는 듯 아는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세상사
말없이 미소짓는 천년고찰 돌부처
◈ 화수루(花樹樓)와 까치집 ◈
유금사를 나와 영양쪽 지방도로를 타고 장육사를 가다 보면
2층 누각 목조 건물이 나온다. 단종폐위시 외친척중
유일한 생존자였던 권오봉공이 유배돼 살았던 집이다.
화수루는 ㅁ자 건물로서 앞에는 누각이 뒤쪽에는 방으로 구성되어있다.
앞에서 볼 때 좌측에는 창고와 부엌이 있고 우측은 방과 고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집은 초기 원형을 완벽한 상태로 가지고 있다.
화수루 옆에는 화수루를 관리하던 사람이 기거하던
까치구멍집(지방민속자료 제 2호)이 있다.
집은 겹집의 구조를 하고 있으며 봉당에 외양간을 들인 구조이다.
까치구멍이라는 것은 온기를 활용하기 위하여
별도로 굴뚝을 만들지 않고 지붕에 조그마한 구멍을 내어
배기하도록 되어 있는 집이다. 구멍이 그리 크지 않고 조그마한
새가 드나들 만한 정도의 구멍이 나있어 까치가
드나드는 구멍이라는 뜻의 까치구멍집이라고 불리워진다
◈ 운서산 장육사(雲棲山 莊陸寺) ◈
화수루에서 5분쯤 더 달리다가 다리 건너 막다른 끝
산기슭에 도착하면 아담한 절집이 보인다.
구름이 산다는 뜻의 운서산에 위치한 장육사는
무학대사의 스승이자 이곳 창수면에서
태어난 나옹 선사가 고려 말 공민왕 때 창건한 고찰이다
절로 들어가는 길은 새로 설치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강당 건물인 흥원루를 밑을 지나 대웅전으로 들어가도록 되었다.
새로 만든 계단의 끝에는 오랜 된 흥원루가 자리하고 있고
깊은 산골 조용한 사찰에서 한창인 불사로 인한 기계음이
산골의 적막함을 깨뜨리고 있었다
◈ 흥원루 ◈
정면 5칸과 측면 2칸의 맛배지붕인 2층 건물이다.
이 건물 밑으로 난 계단을 따라 올라 가면 대웅전 앞뜰이 나온다.
2층은 강당으로 사용되었는데, 단청이 없어 단아한 느낌을 준다.
장육사에 현존하는 전각으로는 대웅전과 강당건물인
흥원루, 화운각, 종각, 홍련암, 산령각, 요사 등이 있다.
지정문화재인 대웅전 외에는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다.
◈ 대웅전과 전각 ◈
대웅전은 조선 중기 때의 건물로 여겨지는데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집으로
벽에는 재미있는 벽화들이 많이 그려져 있다.
건물 안에는 석가모니불을 주존불로 모시고, 좌우에 협시보살상이 있는데,
오른쪽의 관음보살이 1989년 보물 제993호로 지정된
영덕 장육사 건칠보살좌상(盈德莊陸寺乾漆菩薩坐像)이다.
불단위의 닫집은 장엄하게 느껴진다.
우측 후벽에 나옹선사의 위패를 모셔두었다.
◈ 건칠보살좌상(보물 제1933호) ◈
건칠불이란 진흙으로 속을 만들어 삼베를 감고 그 위에
진흙가루를 발라 묻힌 다음 속을 빼어버린 것이다.
얼굴은 사각형인데 눈이 치켜 올라갔고 코도 날카로우며
표정이 완고하다. 상체는 앞으로 깊게 숙였지만 비교적 건장한 편인데
사각형이면서도 어깨가 자연스럽고 가슴의 양감도 어느 정도 드러나 있는 편이다.
오른손은 가슴에 들어 엄지와 중지를 맞대고 있고,
왼손은 무릎 아래로 내려 역시 엄지와 검지를 맞대고 있다.
한창 공사중인 장육사 곳곳에서도 구석구석 숨어 있는
세월의 깊이를 찾을 수 있다.대웅전 내부의 빛 바랜 단청을 비롯해
보물로 지정된 건칠보살좌상,법당의 비천상과 보살벽화 등에서
수수한 옛멋의 소박한 정취를 찾아 볼 수 있다.
흙으로 모양을 잡고 종이를 여러 겹 바른 후 금물을 올린
건칠보살좌상의 미소는 마음을 달래주는 듯해 보면 볼수록 정감을 준다.
◈ 복사꽃 ◈
영덕읍에서 안동쪽으로 가는 34번 국도를 타고
읍내를 벗어나면 동해로 흘러드는 오십천변을 주위에는
복사꽃이 만발하여 온통 연분홍색이다.
무릉도원이다
복숭아꽃은 가까이서 볼 때 더 황홀하다.
가지에서 제각각 피어난 연한 분홍빛 꽃송이들은 무더기로 매달린,
흰 벚꽃더미의 화려함과는 또다른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오십천변 꽃잔치에 나서는 꽃은 복사꽃만이 아니다.
복사꽃 사이로 하얗게 피어나 청순함을 돋보이는 배꽃이며,
배꽃이 지고나면 흰사과 꽃이 피어나는
이 길은 말 그대로 ‘과수원 길’이 된다.
관리자 : 심재석 [sau@softing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