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팔영산(八影山)은 중국 위왕시대에 위왕이 세수를 하려는데
세수물에 여덟개 산봉우리 그림자가 나타나 신하에게 찾아 보도록 했는데
중국에서 끝내 찾지 못하고 나중에 고흥반도에서 팔전산을 발견하고는
그 그림자가 중국에까지 비췄다해서팔영산으로 고쳐 불러졌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팔영산 북쪽 기슭 평지에 자리한 능가사는
신라 눌지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말이 전하고 있으며
예전에 화엄사, 송광사, 대흥사와 함께 호남 4대사찰로 꼽히기도 하였으나
정유재란 때 모두 화재로 소실되어 거찰의 면모를 잃고 말았다.
당시에는 보현사라 불렸는데, 조선 인조 때
이 보현사를 중창하면서 능가사로 이름을 바꾸었다한다
◈ 천왕문 ◈
능가사 입구에 있는 천왕문과 사천왕은 천왕문 건립과 사천왕상
조성이 동시에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이며 1995년 천왕문을
해체 복원하는 과정에서 상량문을 보면
세 번에 걸쳐 보수 중창하였음이 확인되었다.
천왕상에 대한 양식은 우선 입구 우측을 보면
동방지국천(東方持國天)이 배치되었으며 그 다음이
남방증장천(南方增長天)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들 배치내용을 보면
동방지국천이 북쪽이고 남방증장천이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이 배치 방법이 종래의 배치방법과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 사천왕 ◈
◈ 동방 지국천왕(持國天王) ◈
지국천왕(持國天王)은 수미산 중턱의 동쪽 영역을 관장하는 천왕(天王, Deva)이다.
수미산을 다스리는 제석천 또는 부처님이 지국천왕으로 하여금
동방에서 불법(佛法)을 지키라고 명령하였다고 하며,
그래서 지국천왕은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편하게 할 것을
맹세하였다고 하여 그 이름이 유래된 것이다
◈ 남방 증장천왕(增長天王) ◈
증장천왕(增長天王)은 수미산 중턱의 남쪽에 있는 '유리'라는
지방을 관장하는 천왕이다. 범어로는 Virudhaka라고 하며,
그 뜻은 자꾸 늘어난다, 확대된다는 의미를 가진 것으로,
그래서 한문으로 증장(增長)이라고 한다.증장천왕의 지물(持物)은
일반적으로 칼이나 창을 잡는 것으로 되어 있다.
◈ 서방 광목천왕(廣目天王) ◈
광목천왕은 수미산 중턱의 서쪽에 주처(住處)가 있는 천왕이다.
광목천왕은 고대 인도에서 시바(Siva) 신의 화신으로서
세 개의 눈을 가진데서 유래하며, 상징적 지물로는 용이 등장하는데
용은 하늘에서 구름, 비, 천둥 등을 부리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 북방 다문천왕(多聞天王) ◈
다문천왕은 수미산 북방을 지키면서 부처님의 설법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하는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고대 인도의 아타르바 베다에서는 지국천왕이 암흑계에 머무는
악령의 우두머리로서 재물과 복덕을 주관하는 존재로 표현되어 있다.
◈ 대웅전(보물 제1307호) ◈
대웅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 다포계의 팔작지붕을 한 건물이다.
일단의 기단위에 덤벙 주춧돌을 놓고 배흘림이
약간 거칠게 다듬은 원형기둥을 세웠다.
천장은 층단천장으로 되어 있는 우물천장이다.
바닥은 우물마루이며 창호의 무늬는 빗살무늬문을 하고 있다.
또한 특이한 것은 건물 방향이 입구 때문에 북향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 전각들 ◈
대웅전 왼편으로는 요사체가 있고 뒤로는 응진전이 있다
넓은 평지에 전각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전체적으로
황량한 느낌이 드는 절집이다. 응진전 옆에는 사적비가 있다
◈ 사적비와 부도 ◈
사적비 비신의 제액은 전서로 「흥양팔영산능가사사적비(興陽八影山楞伽寺事蹟碑)」라
새겼고 비 머리는 장방형으로 하단에는 위로 향한 연꽃무늬와
운용문을 조각하였으며 상단은 두 마리의 용이 중앙에
여의주를 향해 서로 안쪽을 보게 하였다.
그리고 네 귀퉁이에는 사자상을 새기고 오른편(향좌)
측면으로는 귀면상을 조각하여 장식을 더하고 있다.
이 사적비에 의하면 벽천 정현대사가 능가사를 창건하였으며,
이미 그 이전에 이터에 보현사가 있었고 주변에
서불암, 만경암 등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응진당 옆으로는 독특한 팔각원당형 부도가 있다.
◈ 천등산 금탑사(天燈山 金塔寺) ◈
능가사를 나와 천등산으로 향했다. 천등산이란 가섭(迦葉)이
어머니를 위한 천등불사(千燈佛事)에서 비롯되었고,
인도 아육왕(阿育王)의 금탑 건립에서 금탑사라는 말이 유래되었다고도 전해진다.
천등산 중턱에 자리한 금탑사는 비자림과 동백나무에 둘러 쌓여 있고
그 뒤로는 천등산 의 포근한 산세와 측백 나무가 어우러져
마치 나주 덕룡산 불회사를 연상시키는 아름답고 정갈한
비구니 사찰이다
◈ 종각과 목어 ◈
금탑사는 신라 문무왕 때(7세기 말) 원효대사(元曉大師)가 창건하였으며
조선시대 정유재란 때 소실된 것을 1604년(선조 37)에 중건하였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02호로 지정된
극락전과 산신각, 범종각, 일주문, 요사채 등이 있다.
범종각에는 법고(法鼓)와 범종(梵鐘) 운판과 목어가 보관되어 있다
◈ 극락전과 석탑 ◈
극락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을 한 다포계(多包系) 양식의
건물로 정면의 어칸은 공간포(空間包) 2조, 협칸은 공간포 1조를
배치하였으며, 기둥과 평방이 결구된 부분의 내부에 용모양을 만들어
용머리를 밖으로 내놓았다
금탑사에는 보물 제1344호 금탑사괘불탱(金塔寺掛佛幀)이
보관 되어 있다
題金塔寺
(影海若坦; 1668~1754)
晩登金塔寺
携友一徘徊
上界煙霞靜
中天日月開
제금탑사
영해약탄
해질 무렵 금탑사에 올라
벗 이끌며 죽 거닐으니
하늘 위 노을 연기 고요하고
하늘 한 가운데 해와 달이 열렸네
금탑사는 아마 한때 찬란한 금탑 속에 많은 전각들이 즐비했을성 싶다.
옛날처럼 그 화려한 금탑사의 봅모습을 보지 못할지라도
정성껏 일궈낸 현재의 모습도 아름답기만 하다.
◈ 명부전과 샘터 ◈
극락전 왼편 명부전 축대 아래로 떨어지는 석간수는
떨어지는 청아한 물소리와 청량한 물맛,
아름다운 돌담이 잘 어우러져 안락한 극락을 연상케 한다
◈ 나한전과 삼성각 ◈
나한전을 거쳐 삼성각에 이르니 나뭇가지를 정성스럽게 다듬어
자물쇠 대신 걸어두어 이곳은 열쇠가 없는 사람도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 곳이라는 무언의 법문을 말 하는 듯하다
자물쇠의 철학
시인 이양우(鯉洋雨)
네 죽을 때까지
영원한 미궁
피 따라지
피 따라지
풀길 없는 수수께기
열리지 안는 자물쇠
답답한 내세관이여
◈ 고흥장 ◈
4일 9일은 고흥 장이 열리는 날이라 장터를 찾아 나섰다
시골 장에서도 메스컴의 위력은 나타난다. 작년까지만 해도
겨울 별미로 쉬이 먹을 수 있었던 매생이가 "비타민"이라는
TV 프로그램에 나온뒤 모두 서울로 올라가고
이곳 장터에도 찾기가 힘든단다. 사람도 먹거리도
모두 서울로만 올라가니 큰일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어느 가게 앞에서본 파래와 매생이 그리고 된장국 끓일 대
넣으면 맛있다는 뜸부기라 한다. 이 뜸부기도 바다에서 뜯을
사람이 없어 앞으로는 먹기 힘들 것이라 한다
장날
김정호(美石)
어머니는 참깨 두 되,박콩 세 되, 오례쌀 네 되
그리고 똘기밤 서네 되를
머리에 이고 양손에 봇짐 들고
장 길을 나선다
땅에 닿을 듯한 키에
어머니를 따르는 그림자도 미안한지
어머니의 앙가슴 속으로 기어들고
곡식을 팔아도 내 월사금을
맞출 수 있을지 한숨만 내쉬며
이 십리가 넘은 장 길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는다
해는 강물에 떨어져 유유히 흐르고
장 길을 되돌아오는 머리 위에는
눈처럼 하얀 먼지가 하늘을 가리고
허리춤에서 꺼낸 쪼깃 쪼깃한 지폐 몇 장
새가 되어 허공에서 날아와
내 멍든 가슴을 쪼아댄다
젊은이들이 빠져 나간 시골에는 장터마저 나이든 어르신들이
지키고 있었다. 허리가 휘일때로 휘고서도 지팡이 들어야 할
손까지 바쁘게 명절때 찾아오는 자식 손에 쥐여 보넬
보따리 5개를 정류장까지 5번 땅위에 끌릴 듯 힘겹게 오가며
옮기는 할머니의 그림자가 더욱 애처럽다
◈ 녹동항과 소록도 ◈
녹동항에 도착하니 손내밀면 잡힐 듯 한 거리에 소록도가 보인다.
일제시대부터 이 섬에 흔히 나병이라고 알려진 한센병 환자들을
치료라는 명분으로 강제로 격리하고 심지어는 단종까지 행해진 곳이다.
요즘은 출입이 자유로우나 나가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육신의 뭉그러지는 고통은 참을 수 있으나
타인의 모멸찬 눈빛은 견딜수 없어
가족을 버려야 하고 떠나야 하는 아픔을 씻어 주려는 듯
파도는 잔잔한 바람에 밀려 소록도를 한없이 쓸어 주고 있었다
소록도를 지나며 오래전에 배웠던 나병환자여서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한 하운님의 시에 담긴
절망과 분노 슬픔과 외로움과 외면할수록
더욱 더 그리워하는 그의 시가 생각났다
삶
한 하운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꽃 靑山
어린 때 그리워
피-- ㄹ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人 의 거리
人間事 그리워
피-- ㄹ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 ㄹ닐니리.
차가 바다를 횡단하는 네비게이션을 재미있게
바라 보고 있으니 조선시대에는
절이도라 불렸던 거금도가 금방이다.
◈ 거금도 신평항 ◈
‘진리(金)가 자리한(居)’ 거금도이다.
금(金)은 부처님의 별칭이기도 하다.
그러니 부처님이 머물고 계시는 섬이다.
신평항을 나와 산길을 따라 송광암으로 향했다
송광암은 위도상 우리 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암자 중 하나로서
여수 돌산 향일암이나 남해 보리암보다도 더 남쪽에 위치한다.
송광암의 역사는 800년 전으로 올라간다. 고려 신종 3년(1209),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사찰을 건립하기위해 화순 모후산에서
나무새 세 마리를 날렸다. 새들은 차례로 순천 송광사 국사전자리와
여수 금오도에 앉았다. 한 마리가 멀리 이곳까지 날아와
삼 송광이 창건됐다고 한다.
◈ 송광암(松廣庵) ◈
산등성이 돌아 산자락 넘어서니 평탄한 진입로 우측으로
금강역사가 답답한 전각을 박차고 나와서 진입로위에
눈을 부릅뜨고 불끈 움켜쥔 주먹으로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삿된 마음 속세의 때 모두 벗어 두고 가라고 금방이라도
고함을 칠 듯한 기세이다
금강역사를 뒤로하고 산죽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두 길 높이로 쌓아올린 돌담 사이로 난 돌계단으로 오르면
계단 정면에는 대웅전에 모셔져야 할 석가모니불이 봉안되어 있다.
이곳 송광암은 부처들은 답답한 집에 갇혀 있기보다는
탁트인 다도해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 하나 보다
◈ 청운당 ◈
계단 끝에는 좁은 마당이 있고 그 중앙엔 5층 석탑이 있다.
가운데는 청운당, 오른쪽엔 송광암이란 편액을 달고 있는,
정면 6간의 팔작지붕의 낡고 허름한 청운당이 나타난다
경내에 들어서면 천년고목과 약수가 참배객을 맞이한다.
청운당 요사를 지나 주전각인 극락전에 오르면
멀리 남해바다와 적대봉이 한눈에 펼쳐보인다.
거금 팔경의 첫째인 송암모종(松庵暮鐘), 마르지 않는 감로약수,
반야대 낙조는 이곳이 그대로 정토세계임을 증명한다..
◈ 극락전 ◈
청운당 오른쪽 급한 계단 오르면 극락전이 있다.
극락전에 들어서니 열린 문틈으로 햇살이 들어
법당안의 용머리에 머물며 멀리서 찾아온 사람이
참배를 마치고 돌아 설 때까지 지켜주고 있는 듯하였다
◈ 니우선원(泥牛禪院) ◈
극락전을 나와 오른쪽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면
측벽 높은 곳에 덩그러니 니우선원(泥牛禪院)이 있다
주련에는 ‘바다 밑의 진흙 소는 달을 물고 달아나고(海底泥牛含月走)’로
시작하는 고봉선사의 게송이 새겨있다. 바다 위에 떠있는 선방이
달을 물고 달아난 진흙소를 찾는 화두를 물고 선 이곳의
이름은 선방중에는 으뜸이 아닐까 한다
2007년 02월 04일
"끝"
관리자 : 심재석 [sau@softing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