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최영일 
| 제목 | *<논문>: 亂中雜錄 의 史學史的 考察 |
|---|---|
| 글쓴이 | 박명식(44) [ mspark4905@hanmail.net ] |
| 작성일 | 2017-11-02 |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74)정 구 복*
74)정 구 복*
【국문초록】
난중잡록은 남원출신의 조경남이 쓴 임진왜란과 호란(여진족의 침입)
을 기술한 당대사로 8권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은 임진왜란 의병사 연구에
가장 중요한 자료로 이미 활용되고 있는 책이다.
본고에서는 이 중 임진왜란 기술에 관한 내용을 서지학적 측면과 사학사
적 측면에서 분석 정리하고 연구하였다. 조경남은 문중에서는 상급 사족
(士族) 양반으로 미화하려 했으나 연구결과 그는 한미한 하급 양반이었고,
그는 임진왜란 5-6년간 남원부의 서기직으로 근무했다. 또한 정유재란 때
에는 장수로서 일본군을 격퇴하고 참살함에 직접 참여하여 전과를 올리는
병법에 밝은 사람이고 이를 적절히 적용한 사람이었다. 그는 후에 진사시
험에 합격했으나 이 신분으로 지역사회에서 양반으로서 교류를 넓히지 못
했고 그의 전공도 당대에는 포상 받지 못했다. 그러나 후일 19세기 순조 철
종대에 그의 전공은 인정되어 병조참판이라는 증직과 시호를 받았다.
난중잡록은 중앙 정부의 실록기사(선조실록)가 편당적이고 부실했
기 때문에 선조수정실록이 다시 편찬될 때에 중앙정부에 바쳐져 활용되
고 반환된 자료이다. 그 중 전라도민에게 반포한 교서 등이 이로부터 취해
졌고 전쟁기사가 이로부터 취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책이름과 성명은
□ 논 문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74)정 구 복*
*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78 韓國史學史學報23 (2011. 6)
전혀 인용되지 않은 것은 당시 그의 신분적 지위가 약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은 당시 전쟁의 현장이었던 경상우도와 전라도의 전쟁 상황에 대한
중요한 기사 내용을 싣고 있으며 이는 경상순영록이라는 자료를 인용하
여 쓰고 있으며, 관군과 의병의 전투상황을 상세하게 전하고 있으며 그 사
료적 신빙성이 높음을 인용서목 등을 통해 입증했다. 난중잡록은 전라도
와 경상도의 의병에 관한 상세한 자료를 전해줄 뿐만 아니라 당시 남원이
교통, 행정의 중심도시였기 때문에 고관들, 명나라 장수들의 왕래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대동야승, 연려실기술등에 실려 학자들에게 널리 알려졌고,
승정원일기를 다시 정리할 때 소실된 인조시대의 내용을 보완함에도 크
게 기여했다.
이 책에는 많은 사론이 쓰여 있으나 이를 정통 사서에서처럼 ‘사론’이란
형식을 비록 취하지는 않았지만 분주한 내용을 통해 그의 역사사상을 파악
할 수 있다.
조경남은 국가와 백성의 생활을 대단히 강조하였으니 이는 하급 양반이
당대사의 서술을 통하여 국가의 존속을 위한 충성을 강조하였다는 점에서
국가의식이 조선 후기에 지식인 전체에 확장되어가는 경향을 파악할 수 있
다. 그는 당대사를 저술하여 국가를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지킴이 소중함과
민생의 안정이 국가를 유지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는 임진왜란의 충
격으로 발생하여 조선 후기를 풍미한 ‘역사지리학’의 발달과 국가의식이란
점에서 궤를 같이하면서도 당대사이기 때문에 민생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주제어】
난중잡록, 조경남, 경상순영록, 남원, 국가의식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79
목 차
1. 머리말
2. 조경남(趙慶南1570-1641)의 생애
3. 난중잡록의 저술과정과 서지적
검토
4. 난중잡록의 서술과 이용된 사료
5. 난중잡록의 사료적 성격과 사학
사적 의의
6. 맺음말
1. 머리말
난중잡록은 남원에 살았던 조경남(趙慶南1570-1641)이 쓴 임진왜란과 정
묘, 병자호란에 관해 기술한 당대 역사서로 8권의 책이다. 이 자료는 임진왜란
의 연구자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자료이고 깊이 있게 이용되고 있는 자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시 연구하는 목적은 후손에 의하여 미화된 생애를
바로잡고, 이 자료의 생성 배경과 사료적 성격, 그 신빙성, 기왕의 역사서술에
대해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당대사를 쓴 찬자의 역사관 등에 대한 고찰을 통하
여 임진왜란사 연구 자료의 이해에 도움을 주고 사학사적 성격을 밝히기 위함
에 있다. 본 난중잡록에 대한 기왕의 해제 세 편1)과 문학적 측면에서 연구된
장영희 씨의 연구2)와 의병사연구 자료로 널리 활용되었으나3) 사료 자체에 대
한 연구는 아직 미흡한 형편이다.
난중잡록은 국가의 대파국을 예견하게 하는 자연현상의 징후가 나타난 임
1) 김규성, 국역대동야승 Ⅵ,Ⅶ,Ⅷ.의 난중잡록 해제, 민족문화추진회 1972;
윤남한, 亂中雜錄 한국고전총서3 해제, 민족문화추진회, 1977; 서인한, 임진왜란사료총서 7, 난중잡록 해제 국립진주박물관 영인본, 2001.
2) 장영희 난중잡록의 일고찰 , 溫知論叢 7권 1호 2001, 온지학회간
3) 조원래, 난중잡록으로 본 임진왜란 중의 사회상 , 우송 조동걸선생정년기
념논총 1. 1997. 임진왜란과 호남지방의 의병항쟁, 아세아문화사, 2001.
재수록. 호남지방의병사연구, 참조.
80 韓國史學史學報23 (2011. 6)
오년(1582 선조 15년)으로부터 시작하여 왜란의 정국이 일단 정리되는 1610년
(광해 2년)까지의 전란사를 정리한 4권과 이후 호란사를 중심으로 다룬 속잡
록 4권으로 되어 있다. 찬자 조경남이 자기가 산 동안의 전쟁의 기록인 임진
왜란과 호란을 다룬 기술이다. 본고에서는 주로 임진왜란을 다룬 것을 중점적
으로 다루고저 한다. 임진왜란은 역사상 전국의 인민이 가장 많은 거주지를 이
동하였고, 두 차례의 전쟁에 참여한 연인원은 일본군 30만명, 조선 군대 40여만
명, 명군 10만명이 참여한 국제전이었고 세계사적으로 보아도 대 전쟁이었다.4)
이는 명나라 원조군의 참여, 일본에 의한 한강 이하와 이북으로 분할 점령론의
명과 일본간의 화의의 진행, 명군의 전쟁 회피와 피해상, 전쟁포로의 쇄환 등
여러 가지 점에서 6.25전과도 비교할 수 있는 전쟁이었다. 전쟁의 피해상황도
전국적이었으며 전국토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웠던 상
황이었으며 사회경제 및 문화적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 계기였고, 양반
사족들이 의병을 일으켜 보수집권층의 유지 및 왕조의 모순을 봉합시켜 준 전
쟁이었다.
또한 임란 중에는 의병이 많이 일어나 지역을 지켜내는 일을 하였다. 그리고
임진왜란에 대한 자료는 조선왕조실록이 중심이 되고 있지만 선조실록과
수정선조실록이 전쟁상황에 대한 기술이 아주 부실하기 때문에 이 책이 가지
는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5)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인식은 잘못 이해되고 있는 부분이 한 두 가
지가 아니다. 우선 조경남 자신에 대한 이해와 이 책의 판본에 대한 이해 등이
잘못 인식되고 있고, 특히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사학사적 의미는 전혀 논의 된
바가 없다.
조경남에 대한 귀중한 자료를 남원에 살고 있는 조용석(趙庸奭)옹으로부터
차람하였다. 한양조씨산서공파족보와 기타 난중잡록을 문화재로 지정하기
4) 정구복, 임진왜란의 역사적 성격과 의미 ,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보고서,
2005. 및 임진왜란과 한일관계, 경인문화사, 2005. 재수록 참조.
5) 정구복, 임진왜란 사료에 대한 사학사적 검토-선조실록과 安邦俊의 역사
기술을 중심으로- , 전북사학 35집, 2009. 99-113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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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서 만든 고 조병희(趙炳熙) 가 만든 난중잡록의 전래경위 등에 대한 자
료, 조경남의 가장(家狀) 자료 등을 차람하였다. 이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
2. 조경남(趙慶南1570-1641)의 생애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공의 5대손 종규(宗奎(1744-1783)가 쓴 16세 산서공
가장(山西公家狀) 과 1920년에 김영한(金甯漢1878-1950)이 지은 신도비문과
1979년에 발간된 한양조씨 산서공파보에 실린 그에 관한 기록이 주 자료이
다. 이를 통해 그 대강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자료는 후대의 것임으로
전문에 의해 써졌거나 윤색되어 사료로서의 신뢰할 수 없는 내용이 적지 않다.
따라서 그의 생애는 오직 난중잡록에 기술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보정, 보
완할 수 밖에 없다.
조경남은 1570년(隆慶4년 선조 3)에 남원부 원천 촌에서 태어났다. 원천촌
은 현재 남원시 주천면 은송리 내송부락이다. 이 마을은 지리산 서북쪽 자락에
위치해 있고, 현재 남원시로부터 남쪽으로 십리정도 떨어져 있다. 마을의 전면
에는 꽤나 넓은 농지가 펼쳐 있다. 이 마을에 정착한 것은 아버지 조벽(趙壁
1532-1575)대였다. 아버지가 남원의 현감을 지낸 남원 양씨 언호(彦浩)의 딸과
결혼하여 처가를 따라 서울 청파동에서 남원의 원천 촌에 정착한 것으로 이해
된다.6) 아버지의 관직은 부사직(副司直)이었다. 부사직은 오위군의 從5品군
직으로 그 정원은 123명이었다.7) 아버지와 어머니의 신분으로 추정하면 양반
사족이었음은 틀림없지만 남원지방으로 낙향하여 양반 중 최하층의 신분이었
6) 앞의 가장 에서는 결혼 전에 이곳에 이사했다고 했으나 이사를 하게 된
동기는 결혼과 직결되는 것으로 이해함이 온당할 것이다. 그러나 족보 자료
에는 1563년(癸亥)년에 이사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어 이 때의 나이가 32세
임으로 결혼 후라고 할 수 있어 어느 해가 맞는지는 속단할 수 없다. 漢陽
趙氏山西公派譜 6면 15세 조벽 기사 참조.
7) 經國大典 권4 兵典五衛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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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경남의 자는 선술(善述)이고 호는 산서(山西) 또는 주몽당(晝夢堂)8), 병
옹(病翁)9)으로 자칭하기도 했다. 이 중 산서라는 호가 가장 많이 사용된 듯하
다. 산서라는 말은 지리산의 서쪽에 살았다는 뜻에서 취해진 것이다.
‘산서(山西)’라는 호는 방장산 서록 용추동(龍湫洞)에 인조 초년 경에 별장을
마련하여 호를 취한 것이라 한다10). 그러나 용추동은 남원읍지인 용성지에 의
하면 원촌방(源村坊)에 있다고 하였으니 이곳이 바로 원촌 마을 내송리이다. 그
를 돌봐주신 외할머니가 살던 곳이다. ‘산서’라는 호를 사용한 때는 진사시에 합
격한 때 전후에 이곳에 별장을 짓고 당호를 이렇게 지은 것으로 이해된다.
그의 본관은 현재 한양 조씨라고 알려지고 있다.11) 그리고 그의 후손의 족
보가 한양조씨산서공파보로 간행되었다12). 그러나 그가 갑자년(인조2년:
1624)에 진사 시험에 합격하였고, 그 합격자 명단인 사마방목에는 본관이 광주
(廣州)로 나오고 있고13), 국립중앙도서관과 국사편찬위원회에 소장된 필사본
난중잡록의 서문 중 자신의 서문 말미에 남한(南漢)후학(後學) 조경남이라
고 쓰고 있어14) 여기서 남한은 광주의 별칭이기 때문에 조경남 당대에는 본관
8) 漢陽趙氏山西公派譜의 16世조경남 란 참조. 또한 ‘산서처사’라는 호도 있
었다고 했으나 이는 잘못된 것 같다. 처사는 남이 칭하는 칭호이지 자신을
칭하는 용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9) 그의 나이 50대 후반기에 중풍이 걸려 거동이 불편해지자 병옹이라고 자칭
했다. 난중잡록 속잡록 권2 인조 5년(정묘) 2월 1일자의 細註참조.
10) 최시옹, 산서잡록 서 , 1726. 조병희의 조경남의 난중잡록 원본고 에서는
1726년으로 바로 잡았으나 후손이 붙인 난중잡록원본보존경위 5항에서는
1666년에 서문을 쓴 것으로 잘못을 저질렀고, 이후 석판본 등에서 모두 숭
정기원후 39년 병오(1666)로 잘못 기재하고 있다.
11) 난중잡록의 모든 해제와 그에 관한 연구논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등에서 모두 한양조씨라고 쓰고 있다.
12) 한양조씨산서공파보 1979년간 족보자료와 이에 실린 공의 5대손 종규(宗
奎(1744-1783)가 쓴 16세 산서공가장(산서공가장) 글이 본관을 한양이라
고 한 중심 자료이다.
13) 한국학중앙연구원 홈페이지 ‘한국역대인물정보시스템’ “사마방목” 참조.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83
을 광주로 인식했음이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조선조에 광주를 본관으로 칭한
예가 임진왜란 이전의 사마방목에 세 사람이 나오는 점으로 보아 조선 후기에
는 본관이 없어진 성씨로 추정된다. 후일에 본관이 후손들에 의해 한양으로 바
뀌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15)
그는 어려서부터 재주가 총민하였다고 하며 여섯 살 때에 아버지를 여위었
고, 8세 때에 생원 유인옥(柳仁沃1541-?)16)에게 수학하여 사략을 읽고, 소
학을 외웠으며 9살 때에 통감과 두시 杜詩를 읽었다. 13세 때에 어머니를
여위어 이후 외할머니 허씨에게 의탁하여 살았다. 외할머니는 다른 자식이 없
었기 때문에 1598년 돌아가실 때17)까지 모시고 살아서 그가 성장해서도 외할
머니를 어머니라고 칭하였다고 한다18).
조경남은 15살 때에 안동김씨와 결혼을 했다. 17세 때에 중봉 조헌 선생을
만나 뵙고 사제의 연을 맺어 재능을 인정받았다고 하나 다른 확실한 증거는 찾
을 수 없다. 그의 가전(家傳)에 의하면 1592년 그의 나이 23살 때 제봉(霽峯)
고경명(高敬命1533-1592)이 의병을 일으키는 격문을 받았고, 7월에는 조헌의
격문을 받았으나 외할머니의 봉양을 위해서 참여하지 못했다고 하나 이도 신
14) 광해10년(1618)에 써진 조경남의 난중잡록 자서에는 “南漢後學山西趙
慶南敍”로 기록하고 있다(국립중앙도서관 소장 1책본 도서번호 古2154-1
참조.) 국사편찬위원회 필사본은 1936년에 藤田亮策으로 빌려 필사한 것임
을 도서 대장을 통해 확인했다.
15) 최초로 본관을 한양조씨라고 한 기록은 공의 5대손 종규(宗奎, 1744-1783)
가 쓴 16세 산서공가장(산서공가장) 글이 본관을 한양이라고 최초의 자
료이지만 1726년에 최시옹의 서문에 한양조씨라고했다. 이로 보아 조경남의
손자나 증손자에 의해 한양조씨라고 칭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16) 그는 본관이 서산이고 선조 6년(1673) 생원에 합격했다. 그의 자는 啓彦이
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홈페이지 ‘한국역대인물정보시스템’ “사마방목” 참
조. 그는 원촌에 살았던 것임을 난중잡록 권3, 정유년(1597년) 12월 초7
일 기사에 “洞老柳上士仁沃”으로 보이고 있어 같은 마을에 살았음을 확인
할 수 있다.
17) 언제 돌아가셨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술년(1598) 6월 초
1일 기사를 통해 살아계셨음을 확인할 수 있다.난중잡록 권3, 참조.
18) 난중잡록 임진왜란사료총서8책 국립진주박물관 영인본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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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성이 없다.
조경남은 임진년 5월 1일에 남원 사람들이 경상도 사람들의 소문을 듣고 피
난길에 나서자 이를 막으려고 남원부사 윤안성(尹安性1542-1615)은 개유첩
(開諭帖)을 내렸던 바 이를 인용하여 서술한 뒤에 붙인 세주에서
“남원은 양남(兩南)의 사이에 있는데 내가 본부에 있었기 때문에 양남과 남
원의 일을 자못 상세하게 기록한다”
고 쓰고 있다19).
그리고 임진년(1592) 7월 2일자 본문기사에서 적병이 오지도 않았는데도 소
문만 듣고 사람들이 피난을 가자 남원부사 윤안성은 그에게 “피난간 사람들이
돌아오도록 하는 첩지(牒紙)를 써서 각방에 내리라!”고 명했다. 그가 부사 윤
안성과 가깝게 지내게 된 것은 부사가 아버지와 한 동네에서 자란 친구였기 때
문이라고 했다20).
또한 그가 군사 활동을 한 것은 1597년 정유재란이 일어나 남원일대에 왜군
이 침입한 8월 22일 이후이다. 그의 가장 家狀과 신도비문 등에서는 그가 의
병장으로 임진년부터 왜군을 격살하는 활동을 벌린 것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실은 정유재란 때부터임이 난중잡록의 기술에서 확인할 수 있다21). 이 무렵
그는 남원부사의 ‘서기(書記)’로 있었다22). 그리고 그가 의병을 공공연하게 모
19) ‘南原在兩南之間余在本府故記兩南及本府之事頗悉’ 亂中雜錄 권1 임진
년 5월1일조
20) 난중잡록 권1 임진년 7월 2일 기사에 “부사는 바로 나의 아버지와 한 마
을에 살던 옛 친구분이시라. 때마침 나는 난리를 피해서 용추동에 있다가
그 연유를 듣고 달려가 뵈니 부사는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민간을 방
문해서 도로 집합하게 하라는 뜻으로 첩지를 각방에 내려라!” 하였다고 쓰
고 있다.
21) 난중잡록 권3, 1597년 9월 22일 자 불우(佛隅현재 ‘부처모퉁’이라고 전하
는 마을)에서 왜적 5구를 사살한 전과가 최초의 참전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2) 난중잡록 권3, 정유년 8월 9일자 기록 참조. 8책 141쪽 “時余以府伯書記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85
집하지도 못했다. 의병을 지휘하여 싸운 장군으로서의 역할을 했음은 사실이다.
여기서 ‘서기’직이 어떤 신분의 직이었지 알 수 있는 자료는 없다. 단지 글자
의 의미로 보아 문사직(文士職)이었던 듯하다. 그처럼 그가 적어도 7년간이나
이 직에 있었다고 하면 이직을 임시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서기직이라 함은
부사 밑에서 기록을 남기는 일을 주로 하는 직책인데 주로 향리 계층에서 담당
하였던 듯하다. 이런 예를 경주부 경주선생안의 16세기 자료에 정조호장(正
朝戶長)이 맡았던 직책 중에 ‘조문기관(詔文記官)’ 또는 ‘조문 詔文’, ‘기관 記
官’으로 칭해진 직이 있었음을 찾을 수 있다23). 남원의 상급 향리는 9명이었
고24), 하급향리인 서원(書員)은 40명이 이상이었는데25) 서기는 토지장부의 기
록, 세금의 부과장부 기록, 호적자료를 베끼는 임무를 맡았던 서원과는 다른
직종의 관리였다. 상급 향리 중 글에 능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가 서기직
에 임용된 것이 아닐가 추정한다.
‘서기’는 문서를 작성하고 보관하는 직이었다고 할 것이다. 그가 이 직에 있
었던 것이 남원부사에게 전해오는 각종 전쟁 상황을 소상하게 기록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서기직으로 전쟁기록을 소상히 남기는 것은 실
용적인 성향이 강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남원성이 함락하는 전투 현장
에 있지 않았다. 그가 서기직에서 물러난 것은 1597년 8월 16일 남원성이 함락
된 무렵으로 추정된다.
1597년(정유) 8월 초 남원일대에 왜병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모든 사람이 산
으로 피난을 갔고 이를 왜군이 수색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는 친척 80여명
을 이끌고 지리산으로 피신을 했다26). 1597년 8월 16일 남원성이 함락되어 왜
方在城中敎家眷先入山中…”
23) 慶州先生案, 1982. 아세아문화사 간 영인본 334-367쪽 참조. 두조문기관은
首詔文, 上詔文으로 표현되기도 하였고, 그 아해 副詔文記官이 있었고 이들
을 단순히 記官으로 기록하기도 했음을 찾을 수 있다.
24) 용성지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향리조. 참조
25) 난중잡록 속잡록 2 무진년 4월 26일조 한국고전총서본 361쪽 하단. 대동
야승본 번역본에서는 書員을 書記로 잘못 번역되었다. 남원부의 하리들의
완악함은 전국에서 최고라고 쓰고 양반들을 수탈하는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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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침탈이 극성을 부렸다. 그는 9월 9일 지리산 파근사에 숨어 머물고 있을
때 남원의 아전 정대인(鄭大仁)과 배립(裵立) 등이 찾아와 의병을 일으키기를
권유했으나 적세가 너무 강성하여 격문을 보낼 수 없어 포기했다고 하였다.27)
아마 이때 그를 찾아온 아전들은 상관이었던 조경남을 찾아와 문안을 드린 것
으로 이해된다.
그가 의병활동을 임진년부터 했다고 하는 기록이 그의 신도비와 가장 등에
나오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28). 그가 왜적을 격살한 것은 정유년 9월
22일 부처모퉁이(佛隅)에서 숨어 있다가 5명을 사살한 전투기록에서 부터이
다. 이 때 그가 사살한 왜적의 목을 베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후속
부대가 오고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하며 그의 전공을 과시하려 하지 않았다는
이후에 번복되는 표현과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 9월 23일 그는 20여명의 군
대를 데리고 궁장원(弓藏院) 전투(이백면 지역)에서 56명의 적을 사살했다고
한다.29)
1597년 10월 9일 남원 산동촌(山洞村)에서 왜군 400여명을 상대한 전투에서
그는 전 초계군수 정이길(鄭以吉)이 조직한 의병 부대30)에 ‘출전장(出戰將)’으로
26) 난중잡록 권3, 정유년 8월 11알자 기록 참조.
27) 난중잡록 권3, 정유년 9월 22일자 기록 참조. 그러나 의병을 일으키라고
한 기록과 그 후의 서술은 사료적 신빙성이 부족하다.
28) 金甯漢撰산서공신도비명 , 1920. 한양조씨산서공파보, 1979년간. 이에
는 공이 23세 때에 의병장으로 의병진을 구성하고 임진년 9월 3일에 팔량
치 전투 등에서 대승한 것으로 서술되었으나 이는 잘 못 서술된 것이라고
판단된다.
29) 하태규, 정유재란기 전라도 지방의 의병활동에 대하여-전라도 북부지방의
의병활동을 중심으로- . 韓日關係史硏究 제10집, 1999. 116-122쪽 참조
30) 난중잡록 권 3, 정유년 10월 9일자 참조. 정이길은 전초계군수 첨지(僉
知)로서 대장이었고, 鄭以吉을 대장으로 삼고 ‘보수(報讎)’를 장표로 삼았
고, 조경남 자신은 ‘出戰將’이었고, 정사달(鄭士達)을 종사관, 유지춘을 참모
로, 박필남을 척후장으로, 양덕해를 병량유사(兵糧有司)로 삼았다고 한다.
이 기록에는 조경남을 유학(幼學)으로 두 번이나 칭하고 있다. 아마 이때에
서기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이해된다. 이글에서 대장 정이길을 조경남의 재
종족이라고 세주를 붙이고 있는데 외가 쪽이 아니라 그의 대고모의 손자였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87
참여하여 큰 공을 세웠다. 이 때의 전공을 후일 원수(권율)에게 보고했다고 한
동일자 기록에 “본부 유학(幼學) 조모의 공이 컸다” 기술하고 있다.
1597년 11월 4일 정이길 의병대장 부대는 섬진강 전투에 참여하였다. 초8일
화정에 도착했는데 이 때 선전관 김식(金軾)이 (정이길의 종제) 40명을 이끌
고 합류하였고, 11일에는 구례의 의병장 강보기(姜甫起)의 군대 80명이 합류하
여 함께 싸웠다. 이 때 순천에 이르렀는데 순천의 권농관(면장) 유수복(劉守
福) 등 왜적에 순응한 수패인(受牌人) 3인을 잡아 김식이 죽이려 하자 유수복
은 소와 말 10여 마리를 바치겠다고 용서를 빌었다. 이에 김식이 “누가 적중에
있는 소와 말을 가져올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래서 조경남 자신이 책임지겠
다고 하고는 유수복을 잘 아는 승려 한 사람을 동원하고 박언량 등 8인이 동행
하여 기지를 살려 왜군에게 잡히지 않고 우마 27두를 가져와 군량으로 사용했
다. 그러나 김식이 유수복을 죽이자 조경남은 그의 잔인함에 “일을 함께 하지
못할 사람이라고 평하자 의병대장도 동의했다고 한다. 의병 대장이 그 전공을
조경남에게 있다고 포상하고자 하였으나 사양하니 어떻게 할 가를 의논하던
중 丁(丁士達)과 梁(梁德海)이 조경남에게는 노모가 곤궁하게 계시니 앞으로
얻는 우마를 보내드리자 하니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고 한다. 원수에게 포상을
해달라고 보고하려 했으나 자신이 모두 고사하여 따르지 않았다고 한다.31)
그는 11월 24일 박필남이 모은 군대에 참여하여 함양 음리 전투에서 왜군
17-8명을 사살하고 포로로 잡힌 사람과 가축 20여구를 탈환하였다. 이 때 의병
대장 정이길은 친상을 당하여 참가하지 못하였고, 당초에 자신이 모집했던 박
언량 등은 관군에 이속되어 박필남이 모은 군대 뿐이었다고 한다.32) 의병장 유
인옥이 동네 사람들로 60여명의 의병군을 모아 그로 하여금 지휘 인솔하게 하
거나 할머니 여형제의 손자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31) 난중잡록 권3, 정유년 11월 4일 자 기록 참조(임진왜란사료총서 국립진
주박물관 영인본 8책 167-9쪽). 김식은 조경남과 전에 만났던 사람이라고
하고 대장 정이길의 4촌동생이라고 세주를 붙였다.
32) 난중잡록 권3, 정유년 11월 24일과 12월 7일자 기술 참조. 앞의 책 임진
왜란총서 8책 169면, 172쪽 참조.
88 韓國史學史學報23 (2011. 6)
여 12월 3일 운봉을 거쳐 산음에 까지 가서 각종 병법을 잘 운용하여 적은 군
대로서 대군을 격파한 전과를 이루었으니 7일 산음현 사촌(蛇村)에서 왜군
123명을 사살했다. 이 때에 그는 지휘관으로서 3월 초3일부터 7일까지 병법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대승을 거두었다. 이 때의 과정과 자신의 마음을 그는 다음
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정이길이 친상을 당하여 참여하지 못하자 내가 당초에 모집한 박언량 등은
관군에 이속되고 함양 음리 전투는 오직 박필남의 군대뿐이었다. 그 군대마저
적을 쫒고 집에 돌아가 모두 흩어졌다. 그러나 나의 분기하여 적(賊)을 쳐야한
다는 정성은 이전이나 이후나 다름이 없었지만 혼자 빈손으로 어찌 할 수 없어
맨 처음 나와 함께 뜻을 같이 했던 자들이 통한하니 나 또한 복이 화가 된다고
생각했다. 비록 스스로를 관대히 생각해도 적을 죽여야겠다는 마음은 한 때도
해이하지 않았다. 동네의 노인 유상사 인옥이 나의 뜻을 알고 박, 양 제군과 더
불어 동네 사람을 모으니 60여명이었다. 단결하여 나에게 거느릴 것을 맡기니
나라를 위해서 죽음을 바칠 뿐이라. 계책이 이미 정해졌으니 내가 감히 사양하
지 못하고 그 군대를 통솔하였다.”33)
이 4일간의 전투상황은 임진왜란 전투사에서 가장 구체성을 띤 전투기록이
라고 할 수 있다.34) 이 전투는 민간인과 재산을 겁탈하고 이곳저곳으로 움직이
는 일본군의 포진한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였으며, 지리산의 험한 산세를 이용
하고 공격 시간을 잘 활용하였다. 그리고 관군의 협조를 받아35) 부대를 3대로
편성하여 다양한 병법에 의거하여 기습 공격하여 승리한 전투였다.36) 이는 비
록 작은 전투였지만 그의 병법에 대한 이해와 용병술, 그리고 임기응변의 실용
33) 난중잡록 권3, 정유년 12월 7일자 앞의 책 임진왜란총서 8책, 172-3쪽
참조
34) 난중잡록 권3, 정유년 12우러 7일자 위의 책 172-179쪽 참조.
35) 은신하고 있는 운봉현감 남간은 조경남이 이 고을 향리가 의병을 모멸하여
곤장을 때린 일을 항의하자 공과 국가를 위해 군법에 조처한 것임을 설득
하고 아병(牙兵) 3명을 부쳐주어 정찰 정보를 신속히 하게 하였다.
36) 이 전투에 참여한 사람은 자기 휘하의 유생인 박대호, 유정진, 홍충갑이 열
심히 협조하여 주었고, 남원부 서면 自募將박경춘이 합세했다.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89
적인 전투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1598년 6월 전라병사 이광악이 첨지 정이길을 중군 대장으로 삼고 조경남을
종사관으로 돕도록 했다. 관군체제에 그가 편입되었음을 뜻한다. 그가 작년에
모은 정예 박언량 등을 1대로 따로 편성하여 중군에 속하게 하였다. 총 70여명
이었다.37) 6월 초 1일부터 8일까지 진주 화개동 지역에 출동했으나 왜군이 피
하여 싸우지 못했다.
1598년(무술) 9월 명군의 4로(路) 부대장인 유정(劉綎) 막하에서 정예군 선봉
으로 활동하기도 했다38). 그러나 명군이 전투에 적극적이지 않아서 전과를 거
둔 것은 없었다. 1600년 8월 27일에는 지리산의 맹호가 민가에 나타나 곡성, 남
원지역의 사람을 물어감으로 감사가 수령에게 명하여 이를 잡게 하였는데 수
령들이 잡지 못하자 조경남은 기지를 발휘해서 마을입구에 궁노(弓弩)를 설치
하여 이를 잡았다.39)
그는 과거 시험에 두 차례 응시하여 향시에서는 합격했으나40) 회시(會試)인
서울의 예조 시에는 합격하지 못하고 있다가 인조 2년(1624) 갑자시의 진사에
합격했다. 그의 나이 54세가 되던 해였다. 그가 그 기간 동안에 어떻게 지냈는
지는 알 수가 없다.
그가 그처럼 많은 전투에서 전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8도체찰사 이
원익(李元翼1547-1634), 전라감사 한효순(韓孝純1543-1621) 등과 만나 그의
공을 칭찬받았으나 포상되지 않은 이유를 본인의 사양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
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보다는 포상을 올릴 수 있
는 체찰사나 감사와의 관계가 그렇게 밀접한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선조 임오년(1582)으로부터 광해 2년(경술 1610)까지의 임진왜란사를
37) 난중잡록 권3, 무술년 6월 조 위의 책 188-190쪽
38) 위의 책, 122쪽 참조.
39) 난중잡록 권4, 경자 8월 27일 기사 참조. 앞의 책 임진왜란사료총서 8
책 272쪽.
40) 최시옹 찬 난중잡록 서문 참조.
90 韓國史學史學報23 (2011. 6)
난중잡록 4권 4책으로 정리하고 그 자찬 서문을 1618년(무오)에 썼다. 그리
고 그는 그 후 인조대의 정묘 병자호란의 역사를 4책으로 써서 속잡록이라
칭했다.
조경남은 50대 후반에 중풍에 걸려 운신에 불편했고, 그 무렵 그는 자신을
‘병옹(病翁)’이라고 칭했음을 난중잡록의 세주에서 읽을 수 있다. 이는 병에
서 회생할 기미를 잃었기 때문에 칭한 자호일 것으로 생각한다41). 그는 1641년
(인조 19년)에 집에서 72세의 나이로 졸하였다. 그의 묘는 남원시 이백면 초촌
리에 써 졌다. 그는 부인으로 안동 김씨 홍범의 딸과 결혼했고, 후실로 경주김
씨 진남의 딸을 맞았으나 장인의 관직이 없는 점으로 보아 처가의 신분이 변변
치 못한 듯하다.
그가 편찬한 다른 자료는 1710년 화재로 유실되었다고 하지만 의심스럽
다42). 그가 평생 만든 난중잡록 8책 이외에는 그의 글이 거의 남아 있지 않
다. 그가 난중잡록을 편찬한 글 재주로 보면 시와 서간문이 자신의 문집은
아니더라도 다른 학자의 문집에 실려졌을 법한데 아직 그런 흔적을 찾기가 어
렵다.
그에게 전란의 공을 포상한 것은 당시 사람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후대에 이
루어졌다. 이는 난중잡록이 영조 조에 편찬된 대동야승에 전부 인용 전재
되고43) 실학자인 이긍익(李肯翊1736-1806)의 연려실기술에 그의 저술과 임란
때의 전공이 소개되어 공인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44). 그 후 남원지방 사림과
후손의 노력에 의해 순조3년 계해년(1803)에 지평, 철종1년 경술년(1850)에 좌승
41) 난중잡록 속잡록 권 2 정묘년 2월 1일자 세주의 사론 중 중풍이 걸렸다
고 했다.
42) 기념관건립추진회에서 작성한 난중잡록 원본보존경위 ( 亂中雜錄考證)에
는 7항에서 性理釋, 倫理辨, 五常論 등이 소실되었다는 서명을 들고
있으나 그 서명과 진실성은 의심스럽다. 아마 이는 다른 사람의 글을 필사
해 놓은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43) 大東野乘 총 72권 중 난중잡록 은 9권으로 전부 실려 학계에 널리 알려
지는 계기가 되었다.
44) 燃藜室記述 권 17 宣祖朝故事本末亂中時事摠錄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91
지, 신유년(1861)에 호조 참판직이 증직되었다.
난중잡록의 서문을 써 준 최시옹(崔是翁, 1646-1730)은 당시 남원지방의 대학
자였다45). 그는 1700년에 서문을 쓴 남원읍지인 용성지(龍城誌)에 그가 진사
임을 밝혔고46) 그 후 속간된 읍지에서 인물의 보유편에 조경남에 대하여 다음
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진사 조경남은 충의롭고, 강개(慷慨)한 사람이다. 호조판서 숭진(崇進)의
증손이다. 문한과 그 밖의 사예(射藝)에 뛰어났다. 정유의 난에 원천(源川)의
산중으로 들어가 적을 유인하여 사살한 것이 헤아릴 수 없다. 포로로 잡혔다가
그에 의하여 풀려난 사람도 많았다. 한 때 시골에서는 무오생으로 이름을 드날
린 자가 8명이었는데 세상에서 8무(八戊)로 칭했다47). 그가 지은 야사 8권이
세상에 유포되고 있다.”48)
그가 일생동안 사귄 친구는 정사달, 양덕해, 박언량 등 동네나 인근지역의
유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가 만난 사람은 고위 관료들도 만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항상 뒤켠에서 그들을 접한 듯하다. 그는 당시 양반사족과 교
류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는 병법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졌고, 전투에 임해
서도 기지를 잘 발휘하는 실용적인 인물이었다. 그가 국가와 공을 위해 충성을
바친 점은 그가 기술한 여러 번의 분주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는 그가 남원
부사의 서기직으로 6년 여 동안 근무한 점으로 보아 최하급 양반사족이었지만
상급 실무를 담당하는 향리직을 맡았다고 이해된다. 향리직의 임무를 맡았다
고 절대로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이는 그의 실용적인 성격을 이해함에 중
요한 단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45) 그는 삭녕최씨로서 그의 문집 東崗遺稿 4책이 전하고 있다.
46)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龍城誌 古33165-6 2책본 목판본,
47) 조경남은 경오생인데 용성지에서는 무오생으로 착각하여 쓰고 있다.
48) 1752년 임신(숭정기원후 125년 1752)간본 (古2744하지 하권에서 보유편은
무자4월 찬수유사가 보탠 것이라고 쓰여 있다. 이 무자는 1708년이 아닐까
한다.
92 韓國史學史學報23 (2011. 6)
3. 난중잡록의 저술과정과 서지적 검토
1) 난중잡록의 편찬
이 책의 저술 및 편찬에 대한 정보는 다른 자료가 거의 없음으로 그 책 안에
전하는 내용을 가지고 살필 수밖에 없고, 이 자료만이 가장 확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저자가 직접 쓴 난중잡록 서문과 그의 사후에 받은 서문 2통이 전하
고 있다. 우선 저자 자신이 쓴 서문을 통해서 이 책의 편술 편찬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그의 서문은 1618년(만력 무오년 광해군 10년)에 그의 나이 49세 때 쓴 것이
다. 이 책의 저술은 임진왜란으로 전국토가 유린되고 왕이 파천하였으며 백성
이 전쟁의 희생이 되는 상황에서 전승의 기록과 패전의 기록. 왕의 교서, 의병
을 모으는 격문 등을 얻는 대로 수시로 적었다고 한다. 승전의 소식을 들으면
밤새 기뻐했으며, 패전의 소식을 들으면 팔을 걷어 부치고 분함을 느끼고 썼다
고 한다. 저자는 이런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치룬 전쟁의 충격에서 이를 기록
으로 전해야겠다는 뜻에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이 외침에서 국가를 구하여
유지시켜야 한다는 그의 철저한 국가의식이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기초적인 동
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자료 사이에 자신의 말을 넣은 것은 후일 연구자들이 참고하도록 하
기 위함이라고 적고 있다. 이런 자신의 말 중에는 그 자료를 어데서 얻었는가
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49). 또한 자신의 개인적인 뜻(私意)을 기
49) 예컨대 임진년 첫 기사인 대마도주 橘光連이 풍신수길의 침략에 반대하다
가 의롭게 죽었고 그 아들이 숨어 살아 全繼信과 역관 朴希根이 회답사로
갔다가 만나 위로했고 이를 경삼감사 柳永詢에게 아뢰어 중앙에 보고됨으
로 부산에 귤광연의 사당을 세울 것을 의논하였다는 기사 뒤에 쓴 세주에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93
술한 것은 역사에 대한 자신의 평가인 사론적인 것도 있어 대단히 중요한 내용
이며 이는 원문의 내용과는 달리 작은 글씨로 두 줄로 써서 표시했다. 그리고
정유년간의 왜군과 싸운 자신의 기록을 차례에 맞춰 섞었다고 했다50). 이는 자
신의 전공을 기록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음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서문에서는 전쟁의 기미가 시작된 임오년(1582년 선조 15년)부터 전
쟁이 겨우 안정기에 접어든 경술년 (1610년:광해 2년)까지 4책으로 묶어 亂
中雜錄이라고 서명을 붙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원집이다.
난중잡록의 첫 기사는 다음과 같다.
임오년 겨울 12월 20일 세 태양이 동쪽에 떴다. 쌍무지개가 겹쳐서 관통했
다. (冬十二月二十日三陽出東雙虹疊貫)51)
이 세 태양의 출현은 정상적인 자연현상이 아니다. 이는 하나의 이변이다.
하나의 태양이 떠야 하는데 남쪽과 북쪽에서 전쟁이 날 것임을 예고해주는 도
입 기사로 조경남은 활용하고 있다. 그에게는 자연현상이 인간 역사를 예고해
준다고 생각했던 동양의 전통적 믿음이 깊이 깔려 있었음을 말해준다. 즉 북과
남에서 왜와 여진족의 침입으로 국가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당할 것임을 예고
해준다고 그는 파악했다. 태양은 군주를 상징함으로 하나만이 떠야 정상임을
알 수 있다.
바로 다음해 여진족의 니탕개 종족이 우리나라 북변을 침략했다는 기사가 나
오고 있다. 조선의 외침은 북쪽과 남쪽이 항상 경계하는 대상이었다. 이들 외침
은 비록 방향이 다르고 다른 주체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이지만 조선에서의 충
격은 서로 연결되는 것이었다. 북변의 오랑캐라고 칭하던 여진족의 침입을 막
서 ‘그 후 신해년(1611)에 유상(유영순)이 나에게 이 일을 상세히 전해주어
이는 기이한 일로 여겨 기록한다’ 고 쓰는 등 자료의 전래경위를 쓰고 있다.
50) “余之丁酉避兵討賊之事雜編於其次”
51) 태양이 세 개가 떴다는 기록은 이후에도 3번이나 더 나오고 있다. 이를 과
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해야할 지는 의문점으로 남겨둔다.
94 韓國史學史學報23 (2011. 6)
기 위해 파견된 장수들이 왜란을 당하여 다시 남으로 내려와 이를 막으려 했다.
신립, 이일, 이순신등이 모두 북변의 여진족의 침략을 막아냈던 장수였다.
윗 기사의 말미에 두 줄로 쓴 세주를 다음과 같이 붙이고 있다.
“이해 내 나이 13세였다. 시국에 대해 느낌이 있어 이때부터 비로소 일록
(日錄을 쓰게 되었다.(余年十有三矣因感時事始修日錄)”
‘일록(日錄)’이라함은 후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한 번에 정리한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의 기록을 정리한 것이라는 뜻이다. 매일 매일의 기록이라고 하여 이
는 개인적인 일기자료라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이야기가 본문으
로 서술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가 어머니로 불렀다는 외할머니의 사
망 기사도 쓰지 않았다. 간혹 본문에 내가 어떤 일을 했다는 주어로 표현된 글
귀가 발견되고는 있지만 이는 극히 적은 양이어서 이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이
다. 그리고 그는 될 수 있는 대로 사사로운 사적인 이야기는 서술할 것이 못된
다고 하였다.52) 따라서 난중잡록에는 국가적 내지는 공적인 사건만이 연월
일에 따라 기록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난중잡록에는 연월일을 갖추어 쓴 기사도 많지만 모든 기사가 그런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년과 월 다음에 날짜가 없이 서술된 기록도 있고, 경우
에 따라서는 년의 기록 안에 어느 달인지도 모르는 기사가 서술된 경우도 있다.
또한 하나의 사건에 대한 기술이 처음 일어난 시간과 멀리 떨어진 후일의
관련 기록까지를 함께 남기기도 했다. 예컨대 1592년 7월의 고경명의 사망기사
에 후일 세운 그의 신도비까지 언급하고 있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사건이
일어난 당시의 기록을 그 때 그때 기록해 놓은 자료와 이와 연결되는 이야기가
간간이 들어가 있지만 이는 개인의 일기는 아니다. 국가사에 대한 기록만을 날
자 순으로 기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난중잡록이 찬자의 서문에서 ‘일록’이라고 한 것처럼 정확한 날짜로 적은
52) 난중잡록 권3 정유년 9월 2일자 기사 말미의 세주 참조.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95
기사가 난중잡록의 기본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임진년 4월 기사를 보
면 다음과 같다.
4월 중 기사는 일본군이 상륙하기 전에 평수길이 36명의 장수를 동원하여
침락한 개략을 13일 전에 날짜의 기록이 없이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13일 새
벽에 부산진에 상륙하여 첨사 정발이 순직한 기사를 싣고 이어서 말일 30일까
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매일의 날자 아래에 사건을 기술하고 있다. 같은
날짜에서도 내용이 서로 다른 개별기사에는 0표를 하여 구별해 썼다. 이후의
모든 기술이 이처럼 철저하게 날짜까지를 밝혀 서술한 것은 아니다.
이처럼 날짜별 기록에 후일 추가 해 넣은 기사가 많이 있다. 예컨대 4월 13
일 기사에 만력 31년(1603) 정발의 처 임씨의 소장(訴狀)에 의해 그 진상을 재
조사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경상감사 김수의 보고를 보고 13일 새벽에
부산진이 함락했다는 소식은 당시에 기록한 것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그
렇다면 후일(1603) 정발의 처가 상소하여 순찰사 이시발이 재조사하여 보고했
다는 기록은 뒤에 추록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15일자의 기사 경상감사 “김수가 진주로부터 반성에 달려와 부산이 이미 함
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곧 바로 급히 보고하고 군사를 정돈하여 함안으로 달
려갔다가 칠원에 도착했다”는 기사는 본도순영록(本道巡營錄)에서 나온 것
이라는 세주를 붙이고 있고 이 기사는 당시에 쓴 일록으로서의 첫 번 기사라고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다. 임금의 교서라던지 의병장의 격문은 보는 즉시 그때
그때 일록으로 기록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후일 강항(姜沆1567-1618)의
보고서를 여러 곳에 분산해 실어 일본의 지리, 형세 등을 파악할 수 있게 추보
하였고, 또한 정유재란시의 자신의 피난생활과 왜적의 격살 등의 기록도 넣었
다고 한다53). 그래서 그는 “잡록”이라는 책이름을 붙였다. 이는 겸양의 뜻도
담긴 것이지만 왜란 중의 모든 역사를 다 기록하지 못하는 상황 하에서는 가장
적절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구체적인 날짜 다음에 적은 모든 기사를 그 날짜의 사건이라고
53) 조경남의 서문 참조.
96 韓國史學史學報23 (2011. 6)
해석되지만 모든 기록의 날짜에 대한 신뢰성은 담보하기 어렵다. 그것은 후일
추보하면서 끼워 넣은 기사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중잡록은 중요한 지
역사건에는 날짜를 기록하고 있지만 책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날짜의 기록이
부실해지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난중잡록 권8 속잡록 4의 무인년(인조 16년 1638) 마지막 기사에 붙인 세
주에서 조경남은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오랑캐 나라의 일을 전해들은 대로 기록한 것이므로 그것을 모두 다 사실
로 볼 수는 없으니 보는 이는 잘 참작할 것이다.”
우리는 속잡록의 편찬할 때에 그 사료를 어떻게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자
료의 출처를 모두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앞으로 조경남의 난중일기를 연구
할 때에 반드시 천착해야할 문제이다.
2) 난중잡록의 판본
현재 난중잡록은 인쇄본과 필사본 두 종류가 있다. 우선 인쇄본으로는
1964년 조경남의 후손 조태희 씨가 간행한 석판본 4책과 1907년 조선고서간행
회에서 대동야승에 실린 본을 연활자로 인쇄한 본, 이를 다시 영인한 민족문
화추진회의 국역대동야승본, 석판본을 영인한 민족문화추진회의 한국고전
총서본 3의 난중잡록, 그리고 임진왜란사 부문만의 자료를 석판본 자료에서
다시 영인한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임진왜란사료총서 역사 7-8책이 있다. 고
서간행회에서 인쇄한 대동야승본은 조선총독부에 소장했던 자료를 인쇄한
것이고, 규장각에는 또 다른 필사본의 대동야승이 전하고 있다54).
고서간행회본 대동야승은 1968년에 경희출판사에 의하여 영인되어 널리
보급되었다. 이 본에는 난중잡록 첫 권이 실리지 않았고 서문도 전혀 실리지
54) 大東野乘 경희출판사, 1968. 신석호 간행사 참조.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97
않고 오직 조경남 찬으로 인쇄되었을 뿐이다. 7권까지를 난중잡록으로 그리
고 마지막 한 권을 속잡록으로 기술하고 있다55). 그리고 부록으로 역대요
람 이 인쇄되어 있다. 이 역대요람 은 조경남이 만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
다. 명태조의 등극으로부터 만력 이전인 융경 2년(1568)까지의 중요 사건을 연
별로 서술한 것이다.
1964년에 출간된 석판본은 여러 판본 중 현재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는 판
본이다. 이에는 기정진(奇正鎭1798-1876)이 1856년(崇禎기원후 4丙辰)에 쓴 서
문56)과 최시옹(崔是翁)(1646-1730)의 서문57)(1726년의 서문 58)), 조경남의 자
서(自敍)(1618 광해군 10)의 서문이 이 순서로 붙여졌다59).
이 서문의 순서는 그 작성 시기의 시대 순서를 거꾸로 실었다. 자찬 서문이
제일 중요한 것이고, 맨 처음 작성된 것이며 그 다음으로 최시옹의 서문이 시
55) 숭정 원년(1628) 12월 무진년 하부터 속잡록으로 쓰고 있다. 국역 대동
야승, 6-7-8책 6책에 실린 김규성의 해제 참조.
56) 이 서문은 난중잡록을 감발시키는 좌전과 같은 역사서라고 평하고 선조
인조 연간의 당쟁의 폐해를 극론하면서 이 책에서 ‘分崩護黨’을 감계시키려
고 하였다고 파악하였다. 이는 당시 기정진이 본 역사상이 반영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책에서 분당의 피해를 극론한 것이 이 책의 중
심문제라고 파악하기에는 약간 문제가 있다. 물론 이 책의 말미에 분당의
피해를 강조한 글귀가 있지만 전편에 흐르는 기본정신이 분당의 폐해를 강
조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
57) 이에는 최시옹(1646-1730)이 서문을 쓴 해인 병오년을 석판본에서는 숭정
기원후 39년 병오년이라 하여 1666년으로 파악했으나 이는 잘못이다. 그 서
문 자체에서 최시옹의 나이가 81세라고 한 표현으로 보아 이는 1주갑을 내
려 1726년으로 잡아야 옳다. 이 서문은 최시옹의 문집인 東岡遺稿에도 실
려 있다. 이 문집의 서문에는 연대의 기록이 없다. 그러나 그가 81세라고
한 점에서 병오년은 1726년임을 확인할 수 있다.
58) 석판본에서는 최시옹의 서문을 쓴 해를 숭정기원39년丙午菊秋라고 쓰고
있는데 이는 1666으로 병오년의 간지를 잘못 추정한 것이다. 조병희 조경
남장군임진난중일기 지방문화재107호 난중잡록 고증 , 1984.필사본에서도
1666년의 작으로 써져 있다.
59) 그리고 그 내용은 후손에 전하고 있는 원본과 규장각본을 대조하여 출간한
본으로 국내 중요 도서관에 기증되어 비치되어 있다.
98 韓國史學史學報23 (2011. 6)
기적으로도 빠를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상세하다. 즉 이 서문은 최시옹 자신
이 81세이어서 글을 쓸 수 없음으로 후손이 써 온 공의 행장을 중심으로 서술
하고 약간의 전문한 바를 추가하였다고 하면서 책명을 산서잡록 山西雜錄 8
책이라고 하였다. 이 서문에서는 찬자가 충효에 뛰어난 사람으로 국왕이 자신
의 죄로 돌린 교서를 읽고는 눈물을 흘렸으며, 충무공의 전사와 삼학사의 순절
을 비탄해 하고 국가에 공을 세운 사람을 포창하고 전쟁에서 살기 위해 도망을
친 사람을 징계하는 책을 썼다고 총평하고 있다.
기정진의 서문에서는 이 책을 읽는 사람으로 분함을 느끼게 하는 좌전에
비유하였다. 그리고 이 책에서 당쟁의 피해를 극론했다고 하였으나 이는 정곡
을 찌른 견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난중잡록에는 당쟁에 대한 견해가 있
지만60) 그는 중앙의 정치에 대한 언급은 극<
난중잡록은 남원출신의 조경남이 쓴 임진왜란과 호란(여진족의 침입)
을 기술한 당대사로 8권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은 임진왜란 의병사 연구에
가장 중요한 자료로 이미 활용되고 있는 책이다.
본고에서는 이 중 임진왜란 기술에 관한 내용을 서지학적 측면과 사학사
적 측면에서 분석 정리하고 연구하였다. 조경남은 문중에서는 상급 사족
(士族) 양반으로 미화하려 했으나 연구결과 그는 한미한 하급 양반이었고,
그는 임진왜란 5-6년간 남원부의 서기직으로 근무했다. 또한 정유재란 때
에는 장수로서 일본군을 격퇴하고 참살함에 직접 참여하여 전과를 올리는
병법에 밝은 사람이고 이를 적절히 적용한 사람이었다. 그는 후에 진사시
험에 합격했으나 이 신분으로 지역사회에서 양반으로서 교류를 넓히지 못
했고 그의 전공도 당대에는 포상 받지 못했다. 그러나 후일 19세기 순조 철
종대에 그의 전공은 인정되어 병조참판이라는 증직과 시호를 받았다.
난중잡록은 중앙 정부의 실록기사(선조실록)가 편당적이고 부실했
기 때문에 선조수정실록이 다시 편찬될 때에 중앙정부에 바쳐져 활용되
고 반환된 자료이다. 그 중 전라도민에게 반포한 교서 등이 이로부터 취해
졌고 전쟁기사가 이로부터 취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책이름과 성명은
□ 논 문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74)정 구 복*
*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78 韓國史學史學報23 (2011. 6)
전혀 인용되지 않은 것은 당시 그의 신분적 지위가 약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은 당시 전쟁의 현장이었던 경상우도와 전라도의 전쟁 상황에 대한
중요한 기사 내용을 싣고 있으며 이는 경상순영록이라는 자료를 인용하
여 쓰고 있으며, 관군과 의병의 전투상황을 상세하게 전하고 있으며 그 사
료적 신빙성이 높음을 인용서목 등을 통해 입증했다. 난중잡록은 전라도
와 경상도의 의병에 관한 상세한 자료를 전해줄 뿐만 아니라 당시 남원이
교통, 행정의 중심도시였기 때문에 고관들, 명나라 장수들의 왕래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대동야승, 연려실기술등에 실려 학자들에게 널리 알려졌고,
승정원일기를 다시 정리할 때 소실된 인조시대의 내용을 보완함에도 크
게 기여했다.
이 책에는 많은 사론이 쓰여 있으나 이를 정통 사서에서처럼 ‘사론’이란
형식을 비록 취하지는 않았지만 분주한 내용을 통해 그의 역사사상을 파악
할 수 있다.
조경남은 국가와 백성의 생활을 대단히 강조하였으니 이는 하급 양반이
당대사의 서술을 통하여 국가의 존속을 위한 충성을 강조하였다는 점에서
국가의식이 조선 후기에 지식인 전체에 확장되어가는 경향을 파악할 수 있
다. 그는 당대사를 저술하여 국가를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지킴이 소중함과
민생의 안정이 국가를 유지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는 임진왜란의 충
격으로 발생하여 조선 후기를 풍미한 ‘역사지리학’의 발달과 국가의식이란
점에서 궤를 같이하면서도 당대사이기 때문에 민생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주제어】
난중잡록, 조경남, 경상순영록, 남원, 국가의식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79
목 차
1. 머리말
2. 조경남(趙慶南1570-1641)의 생애
3. 난중잡록의 저술과정과 서지적
검토
4. 난중잡록의 서술과 이용된 사료
5. 난중잡록의 사료적 성격과 사학
사적 의의
6. 맺음말
1. 머리말
난중잡록은 남원에 살았던 조경남(趙慶南1570-1641)이 쓴 임진왜란과 정
묘, 병자호란에 관해 기술한 당대 역사서로 8권의 책이다. 이 자료는 임진왜란
의 연구자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자료이고 깊이 있게 이용되고 있는 자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시 연구하는 목적은 후손에 의하여 미화된 생애를
바로잡고, 이 자료의 생성 배경과 사료적 성격, 그 신빙성, 기왕의 역사서술에
대해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당대사를 쓴 찬자의 역사관 등에 대한 고찰을 통하
여 임진왜란사 연구 자료의 이해에 도움을 주고 사학사적 성격을 밝히기 위함
에 있다. 본 난중잡록에 대한 기왕의 해제 세 편1)과 문학적 측면에서 연구된
장영희 씨의 연구2)와 의병사연구 자료로 널리 활용되었으나3) 사료 자체에 대
한 연구는 아직 미흡한 형편이다.
난중잡록은 국가의 대파국을 예견하게 하는 자연현상의 징후가 나타난 임
1) 김규성, 국역대동야승 Ⅵ,Ⅶ,Ⅷ.의 난중잡록 해제, 민족문화추진회 1972;
윤남한, 亂中雜錄 한국고전총서3 해제, 민족문화추진회, 1977; 서인한, 임진왜란사료총서 7, 난중잡록 해제 국립진주박물관 영인본, 2001.
2) 장영희 난중잡록의 일고찰 , 溫知論叢 7권 1호 2001, 온지학회간
3) 조원래, 난중잡록으로 본 임진왜란 중의 사회상 , 우송 조동걸선생정년기
념논총 1. 1997. 임진왜란과 호남지방의 의병항쟁, 아세아문화사, 2001.
재수록. 호남지방의병사연구, 참조.
80 韓國史學史學報23 (2011. 6)
오년(1582 선조 15년)으로부터 시작하여 왜란의 정국이 일단 정리되는 1610년
(광해 2년)까지의 전란사를 정리한 4권과 이후 호란사를 중심으로 다룬 속잡
록 4권으로 되어 있다. 찬자 조경남이 자기가 산 동안의 전쟁의 기록인 임진
왜란과 호란을 다룬 기술이다. 본고에서는 주로 임진왜란을 다룬 것을 중점적
으로 다루고저 한다. 임진왜란은 역사상 전국의 인민이 가장 많은 거주지를 이
동하였고, 두 차례의 전쟁에 참여한 연인원은 일본군 30만명, 조선 군대 40여만
명, 명군 10만명이 참여한 국제전이었고 세계사적으로 보아도 대 전쟁이었다.4)
이는 명나라 원조군의 참여, 일본에 의한 한강 이하와 이북으로 분할 점령론의
명과 일본간의 화의의 진행, 명군의 전쟁 회피와 피해상, 전쟁포로의 쇄환 등
여러 가지 점에서 6.25전과도 비교할 수 있는 전쟁이었다. 전쟁의 피해상황도
전국적이었으며 전국토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웠던 상
황이었으며 사회경제 및 문화적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 계기였고, 양반
사족들이 의병을 일으켜 보수집권층의 유지 및 왕조의 모순을 봉합시켜 준 전
쟁이었다.
또한 임란 중에는 의병이 많이 일어나 지역을 지켜내는 일을 하였다. 그리고
임진왜란에 대한 자료는 조선왕조실록이 중심이 되고 있지만 선조실록과
수정선조실록이 전쟁상황에 대한 기술이 아주 부실하기 때문에 이 책이 가지
는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5)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인식은 잘못 이해되고 있는 부분이 한 두 가
지가 아니다. 우선 조경남 자신에 대한 이해와 이 책의 판본에 대한 이해 등이
잘못 인식되고 있고, 특히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사학사적 의미는 전혀 논의 된
바가 없다.
조경남에 대한 귀중한 자료를 남원에 살고 있는 조용석(趙庸奭)옹으로부터
차람하였다. 한양조씨산서공파족보와 기타 난중잡록을 문화재로 지정하기
4) 정구복, 임진왜란의 역사적 성격과 의미 ,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보고서,
2005. 및 임진왜란과 한일관계, 경인문화사, 2005. 재수록 참조.
5) 정구복, 임진왜란 사료에 대한 사학사적 검토-선조실록과 安邦俊의 역사
기술을 중심으로- , 전북사학 35집, 2009. 99-113쪽 참조.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81
위해서 만든 고 조병희(趙炳熙) 가 만든 난중잡록의 전래경위 등에 대한 자
료, 조경남의 가장(家狀) 자료 등을 차람하였다. 이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
2. 조경남(趙慶南1570-1641)의 생애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공의 5대손 종규(宗奎(1744-1783)가 쓴 16세 산서공
가장(山西公家狀) 과 1920년에 김영한(金甯漢1878-1950)이 지은 신도비문과
1979년에 발간된 한양조씨 산서공파보에 실린 그에 관한 기록이 주 자료이
다. 이를 통해 그 대강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자료는 후대의 것임으로
전문에 의해 써졌거나 윤색되어 사료로서의 신뢰할 수 없는 내용이 적지 않다.
따라서 그의 생애는 오직 난중잡록에 기술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보정, 보
완할 수 밖에 없다.
조경남은 1570년(隆慶4년 선조 3)에 남원부 원천 촌에서 태어났다. 원천촌
은 현재 남원시 주천면 은송리 내송부락이다. 이 마을은 지리산 서북쪽 자락에
위치해 있고, 현재 남원시로부터 남쪽으로 십리정도 떨어져 있다. 마을의 전면
에는 꽤나 넓은 농지가 펼쳐 있다. 이 마을에 정착한 것은 아버지 조벽(趙壁
1532-1575)대였다. 아버지가 남원의 현감을 지낸 남원 양씨 언호(彦浩)의 딸과
결혼하여 처가를 따라 서울 청파동에서 남원의 원천 촌에 정착한 것으로 이해
된다.6) 아버지의 관직은 부사직(副司直)이었다. 부사직은 오위군의 從5品군
직으로 그 정원은 123명이었다.7) 아버지와 어머니의 신분으로 추정하면 양반
사족이었음은 틀림없지만 남원지방으로 낙향하여 양반 중 최하층의 신분이었
6) 앞의 가장 에서는 결혼 전에 이곳에 이사했다고 했으나 이사를 하게 된
동기는 결혼과 직결되는 것으로 이해함이 온당할 것이다. 그러나 족보 자료
에는 1563년(癸亥)년에 이사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어 이 때의 나이가 32세
임으로 결혼 후라고 할 수 있어 어느 해가 맞는지는 속단할 수 없다. 漢陽
趙氏山西公派譜 6면 15세 조벽 기사 참조.
7) 經國大典 권4 兵典五衛조.
82 韓國史學史學報23 (2011. 6)
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경남의 자는 선술(善述)이고 호는 산서(山西) 또는 주몽당(晝夢堂)8), 병
옹(病翁)9)으로 자칭하기도 했다. 이 중 산서라는 호가 가장 많이 사용된 듯하
다. 산서라는 말은 지리산의 서쪽에 살았다는 뜻에서 취해진 것이다.
‘산서(山西)’라는 호는 방장산 서록 용추동(龍湫洞)에 인조 초년 경에 별장을
마련하여 호를 취한 것이라 한다10). 그러나 용추동은 남원읍지인 용성지에 의
하면 원촌방(源村坊)에 있다고 하였으니 이곳이 바로 원촌 마을 내송리이다. 그
를 돌봐주신 외할머니가 살던 곳이다. ‘산서’라는 호를 사용한 때는 진사시에 합
격한 때 전후에 이곳에 별장을 짓고 당호를 이렇게 지은 것으로 이해된다.
그의 본관은 현재 한양 조씨라고 알려지고 있다.11) 그리고 그의 후손의 족
보가 한양조씨산서공파보로 간행되었다12). 그러나 그가 갑자년(인조2년:
1624)에 진사 시험에 합격하였고, 그 합격자 명단인 사마방목에는 본관이 광주
(廣州)로 나오고 있고13), 국립중앙도서관과 국사편찬위원회에 소장된 필사본
난중잡록의 서문 중 자신의 서문 말미에 남한(南漢)후학(後學) 조경남이라
고 쓰고 있어14) 여기서 남한은 광주의 별칭이기 때문에 조경남 당대에는 본관
8) 漢陽趙氏山西公派譜의 16世조경남 란 참조. 또한 ‘산서처사’라는 호도 있
었다고 했으나 이는 잘못된 것 같다. 처사는 남이 칭하는 칭호이지 자신을
칭하는 용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9) 그의 나이 50대 후반기에 중풍이 걸려 거동이 불편해지자 병옹이라고 자칭
했다. 난중잡록 속잡록 권2 인조 5년(정묘) 2월 1일자의 細註참조.
10) 최시옹, 산서잡록 서 , 1726. 조병희의 조경남의 난중잡록 원본고 에서는
1726년으로 바로 잡았으나 후손이 붙인 난중잡록원본보존경위 5항에서는
1666년에 서문을 쓴 것으로 잘못을 저질렀고, 이후 석판본 등에서 모두 숭
정기원후 39년 병오(1666)로 잘못 기재하고 있다.
11) 난중잡록의 모든 해제와 그에 관한 연구논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등에서 모두 한양조씨라고 쓰고 있다.
12) 한양조씨산서공파보 1979년간 족보자료와 이에 실린 공의 5대손 종규(宗
奎(1744-1783)가 쓴 16세 산서공가장(산서공가장) 글이 본관을 한양이라
고 한 중심 자료이다.
13) 한국학중앙연구원 홈페이지 ‘한국역대인물정보시스템’ “사마방목” 참조.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83
을 광주로 인식했음이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조선조에 광주를 본관으로 칭한
예가 임진왜란 이전의 사마방목에 세 사람이 나오는 점으로 보아 조선 후기에
는 본관이 없어진 성씨로 추정된다. 후일에 본관이 후손들에 의해 한양으로 바
뀌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15)
그는 어려서부터 재주가 총민하였다고 하며 여섯 살 때에 아버지를 여위었
고, 8세 때에 생원 유인옥(柳仁沃1541-?)16)에게 수학하여 사략을 읽고, 소
학을 외웠으며 9살 때에 통감과 두시 杜詩를 읽었다. 13세 때에 어머니를
여위어 이후 외할머니 허씨에게 의탁하여 살았다. 외할머니는 다른 자식이 없
었기 때문에 1598년 돌아가실 때17)까지 모시고 살아서 그가 성장해서도 외할
머니를 어머니라고 칭하였다고 한다18).
조경남은 15살 때에 안동김씨와 결혼을 했다. 17세 때에 중봉 조헌 선생을
만나 뵙고 사제의 연을 맺어 재능을 인정받았다고 하나 다른 확실한 증거는 찾
을 수 없다. 그의 가전(家傳)에 의하면 1592년 그의 나이 23살 때 제봉(霽峯)
고경명(高敬命1533-1592)이 의병을 일으키는 격문을 받았고, 7월에는 조헌의
격문을 받았으나 외할머니의 봉양을 위해서 참여하지 못했다고 하나 이도 신
14) 광해10년(1618)에 써진 조경남의 난중잡록 자서에는 “南漢後學山西趙
慶南敍”로 기록하고 있다(국립중앙도서관 소장 1책본 도서번호 古2154-1
참조.) 국사편찬위원회 필사본은 1936년에 藤田亮策으로 빌려 필사한 것임
을 도서 대장을 통해 확인했다.
15) 최초로 본관을 한양조씨라고 한 기록은 공의 5대손 종규(宗奎, 1744-1783)
가 쓴 16세 산서공가장(산서공가장) 글이 본관을 한양이라고 최초의 자
료이지만 1726년에 최시옹의 서문에 한양조씨라고했다. 이로 보아 조경남의
손자나 증손자에 의해 한양조씨라고 칭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16) 그는 본관이 서산이고 선조 6년(1673) 생원에 합격했다. 그의 자는 啓彦이
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홈페이지 ‘한국역대인물정보시스템’ “사마방목” 참
조. 그는 원촌에 살았던 것임을 난중잡록 권3, 정유년(1597년) 12월 초7
일 기사에 “洞老柳上士仁沃”으로 보이고 있어 같은 마을에 살았음을 확인
할 수 있다.
17) 언제 돌아가셨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술년(1598) 6월 초
1일 기사를 통해 살아계셨음을 확인할 수 있다.난중잡록 권3, 참조.
18) 난중잡록 임진왜란사료총서8책 국립진주박물관 영인본 141쪽
84 韓國史學史學報23 (2011. 6)
빙성이 없다.
조경남은 임진년 5월 1일에 남원 사람들이 경상도 사람들의 소문을 듣고 피
난길에 나서자 이를 막으려고 남원부사 윤안성(尹安性1542-1615)은 개유첩
(開諭帖)을 내렸던 바 이를 인용하여 서술한 뒤에 붙인 세주에서
“남원은 양남(兩南)의 사이에 있는데 내가 본부에 있었기 때문에 양남과 남
원의 일을 자못 상세하게 기록한다”
고 쓰고 있다19).
그리고 임진년(1592) 7월 2일자 본문기사에서 적병이 오지도 않았는데도 소
문만 듣고 사람들이 피난을 가자 남원부사 윤안성은 그에게 “피난간 사람들이
돌아오도록 하는 첩지(牒紙)를 써서 각방에 내리라!”고 명했다. 그가 부사 윤
안성과 가깝게 지내게 된 것은 부사가 아버지와 한 동네에서 자란 친구였기 때
문이라고 했다20).
또한 그가 군사 활동을 한 것은 1597년 정유재란이 일어나 남원일대에 왜군
이 침입한 8월 22일 이후이다. 그의 가장 家狀과 신도비문 등에서는 그가 의
병장으로 임진년부터 왜군을 격살하는 활동을 벌린 것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실은 정유재란 때부터임이 난중잡록의 기술에서 확인할 수 있다21). 이 무렵
그는 남원부사의 ‘서기(書記)’로 있었다22). 그리고 그가 의병을 공공연하게 모
19) ‘南原在兩南之間余在本府故記兩南及本府之事頗悉’ 亂中雜錄 권1 임진
년 5월1일조
20) 난중잡록 권1 임진년 7월 2일 기사에 “부사는 바로 나의 아버지와 한 마
을에 살던 옛 친구분이시라. 때마침 나는 난리를 피해서 용추동에 있다가
그 연유를 듣고 달려가 뵈니 부사는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민간을 방
문해서 도로 집합하게 하라는 뜻으로 첩지를 각방에 내려라!” 하였다고 쓰
고 있다.
21) 난중잡록 권3, 1597년 9월 22일 자 불우(佛隅현재 ‘부처모퉁’이라고 전하
는 마을)에서 왜적 5구를 사살한 전과가 최초의 참전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2) 난중잡록 권3, 정유년 8월 9일자 기록 참조. 8책 141쪽 “時余以府伯書記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85
집하지도 못했다. 의병을 지휘하여 싸운 장군으로서의 역할을 했음은 사실이다.
여기서 ‘서기’직이 어떤 신분의 직이었지 알 수 있는 자료는 없다. 단지 글자
의 의미로 보아 문사직(文士職)이었던 듯하다. 그처럼 그가 적어도 7년간이나
이 직에 있었다고 하면 이직을 임시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서기직이라 함은
부사 밑에서 기록을 남기는 일을 주로 하는 직책인데 주로 향리 계층에서 담당
하였던 듯하다. 이런 예를 경주부 경주선생안의 16세기 자료에 정조호장(正
朝戶長)이 맡았던 직책 중에 ‘조문기관(詔文記官)’ 또는 ‘조문 詔文’, ‘기관 記
官’으로 칭해진 직이 있었음을 찾을 수 있다23). 남원의 상급 향리는 9명이었
고24), 하급향리인 서원(書員)은 40명이 이상이었는데25) 서기는 토지장부의 기
록, 세금의 부과장부 기록, 호적자료를 베끼는 임무를 맡았던 서원과는 다른
직종의 관리였다. 상급 향리 중 글에 능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가 서기직
에 임용된 것이 아닐가 추정한다.
‘서기’는 문서를 작성하고 보관하는 직이었다고 할 것이다. 그가 이 직에 있
었던 것이 남원부사에게 전해오는 각종 전쟁 상황을 소상하게 기록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서기직으로 전쟁기록을 소상히 남기는 것은 실
용적인 성향이 강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남원성이 함락하는 전투 현장
에 있지 않았다. 그가 서기직에서 물러난 것은 1597년 8월 16일 남원성이 함락
된 무렵으로 추정된다.
1597년(정유) 8월 초 남원일대에 왜병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모든 사람이 산
으로 피난을 갔고 이를 왜군이 수색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는 친척 80여명
을 이끌고 지리산으로 피신을 했다26). 1597년 8월 16일 남원성이 함락되어 왜
方在城中敎家眷先入山中…”
23) 慶州先生案, 1982. 아세아문화사 간 영인본 334-367쪽 참조. 두조문기관은
首詔文, 上詔文으로 표현되기도 하였고, 그 아해 副詔文記官이 있었고 이들
을 단순히 記官으로 기록하기도 했음을 찾을 수 있다.
24) 용성지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향리조. 참조
25) 난중잡록 속잡록 2 무진년 4월 26일조 한국고전총서본 361쪽 하단. 대동
야승본 번역본에서는 書員을 書記로 잘못 번역되었다. 남원부의 하리들의
완악함은 전국에서 최고라고 쓰고 양반들을 수탈하는 모습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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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침탈이 극성을 부렸다. 그는 9월 9일 지리산 파근사에 숨어 머물고 있을
때 남원의 아전 정대인(鄭大仁)과 배립(裵立) 등이 찾아와 의병을 일으키기를
권유했으나 적세가 너무 강성하여 격문을 보낼 수 없어 포기했다고 하였다.27)
아마 이때 그를 찾아온 아전들은 상관이었던 조경남을 찾아와 문안을 드린 것
으로 이해된다.
그가 의병활동을 임진년부터 했다고 하는 기록이 그의 신도비와 가장 등에
나오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28). 그가 왜적을 격살한 것은 정유년 9월
22일 부처모퉁이(佛隅)에서 숨어 있다가 5명을 사살한 전투기록에서 부터이
다. 이 때 그가 사살한 왜적의 목을 베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후속
부대가 오고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하며 그의 전공을 과시하려 하지 않았다는
이후에 번복되는 표현과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 9월 23일 그는 20여명의 군
대를 데리고 궁장원(弓藏院) 전투(이백면 지역)에서 56명의 적을 사살했다고
한다.29)
1597년 10월 9일 남원 산동촌(山洞村)에서 왜군 400여명을 상대한 전투에서
그는 전 초계군수 정이길(鄭以吉)이 조직한 의병 부대30)에 ‘출전장(出戰將)’으로
26) 난중잡록 권3, 정유년 8월 11알자 기록 참조.
27) 난중잡록 권3, 정유년 9월 22일자 기록 참조. 그러나 의병을 일으키라고
한 기록과 그 후의 서술은 사료적 신빙성이 부족하다.
28) 金甯漢撰산서공신도비명 , 1920. 한양조씨산서공파보, 1979년간. 이에
는 공이 23세 때에 의병장으로 의병진을 구성하고 임진년 9월 3일에 팔량
치 전투 등에서 대승한 것으로 서술되었으나 이는 잘 못 서술된 것이라고
판단된다.
29) 하태규, 정유재란기 전라도 지방의 의병활동에 대하여-전라도 북부지방의
의병활동을 중심으로- . 韓日關係史硏究 제10집, 1999. 116-122쪽 참조
30) 난중잡록 권 3, 정유년 10월 9일자 참조. 정이길은 전초계군수 첨지(僉
知)로서 대장이었고, 鄭以吉을 대장으로 삼고 ‘보수(報讎)’를 장표로 삼았
고, 조경남 자신은 ‘出戰將’이었고, 정사달(鄭士達)을 종사관, 유지춘을 참모
로, 박필남을 척후장으로, 양덕해를 병량유사(兵糧有司)로 삼았다고 한다.
이 기록에는 조경남을 유학(幼學)으로 두 번이나 칭하고 있다. 아마 이때에
서기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이해된다. 이글에서 대장 정이길을 조경남의 재
종족이라고 세주를 붙이고 있는데 외가 쪽이 아니라 그의 대고모의 손자였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87
참여하여 큰 공을 세웠다. 이 때의 전공을 후일 원수(권율)에게 보고했다고 한
동일자 기록에 “본부 유학(幼學) 조모의 공이 컸다” 기술하고 있다.
1597년 11월 4일 정이길 의병대장 부대는 섬진강 전투에 참여하였다. 초8일
화정에 도착했는데 이 때 선전관 김식(金軾)이 (정이길의 종제) 40명을 이끌
고 합류하였고, 11일에는 구례의 의병장 강보기(姜甫起)의 군대 80명이 합류하
여 함께 싸웠다. 이 때 순천에 이르렀는데 순천의 권농관(면장) 유수복(劉守
福) 등 왜적에 순응한 수패인(受牌人) 3인을 잡아 김식이 죽이려 하자 유수복
은 소와 말 10여 마리를 바치겠다고 용서를 빌었다. 이에 김식이 “누가 적중에
있는 소와 말을 가져올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래서 조경남 자신이 책임지겠
다고 하고는 유수복을 잘 아는 승려 한 사람을 동원하고 박언량 등 8인이 동행
하여 기지를 살려 왜군에게 잡히지 않고 우마 27두를 가져와 군량으로 사용했
다. 그러나 김식이 유수복을 죽이자 조경남은 그의 잔인함에 “일을 함께 하지
못할 사람이라고 평하자 의병대장도 동의했다고 한다. 의병 대장이 그 전공을
조경남에게 있다고 포상하고자 하였으나 사양하니 어떻게 할 가를 의논하던
중 丁(丁士達)과 梁(梁德海)이 조경남에게는 노모가 곤궁하게 계시니 앞으로
얻는 우마를 보내드리자 하니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고 한다. 원수에게 포상을
해달라고 보고하려 했으나 자신이 모두 고사하여 따르지 않았다고 한다.31)
그는 11월 24일 박필남이 모은 군대에 참여하여 함양 음리 전투에서 왜군
17-8명을 사살하고 포로로 잡힌 사람과 가축 20여구를 탈환하였다. 이 때 의병
대장 정이길은 친상을 당하여 참가하지 못하였고, 당초에 자신이 모집했던 박
언량 등은 관군에 이속되어 박필남이 모은 군대 뿐이었다고 한다.32) 의병장 유
인옥이 동네 사람들로 60여명의 의병군을 모아 그로 하여금 지휘 인솔하게 하
거나 할머니 여형제의 손자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31) 난중잡록 권3, 정유년 11월 4일 자 기록 참조(임진왜란사료총서 국립진
주박물관 영인본 8책 167-9쪽). 김식은 조경남과 전에 만났던 사람이라고
하고 대장 정이길의 4촌동생이라고 세주를 붙였다.
32) 난중잡록 권3, 정유년 11월 24일과 12월 7일자 기술 참조. 앞의 책 임진
왜란총서 8책 169면, 172쪽 참조.
88 韓國史學史學報23 (2011. 6)
여 12월 3일 운봉을 거쳐 산음에 까지 가서 각종 병법을 잘 운용하여 적은 군
대로서 대군을 격파한 전과를 이루었으니 7일 산음현 사촌(蛇村)에서 왜군
123명을 사살했다. 이 때에 그는 지휘관으로서 3월 초3일부터 7일까지 병법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대승을 거두었다. 이 때의 과정과 자신의 마음을 그는 다음
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정이길이 친상을 당하여 참여하지 못하자 내가 당초에 모집한 박언량 등은
관군에 이속되고 함양 음리 전투는 오직 박필남의 군대뿐이었다. 그 군대마저
적을 쫒고 집에 돌아가 모두 흩어졌다. 그러나 나의 분기하여 적(賊)을 쳐야한
다는 정성은 이전이나 이후나 다름이 없었지만 혼자 빈손으로 어찌 할 수 없어
맨 처음 나와 함께 뜻을 같이 했던 자들이 통한하니 나 또한 복이 화가 된다고
생각했다. 비록 스스로를 관대히 생각해도 적을 죽여야겠다는 마음은 한 때도
해이하지 않았다. 동네의 노인 유상사 인옥이 나의 뜻을 알고 박, 양 제군과 더
불어 동네 사람을 모으니 60여명이었다. 단결하여 나에게 거느릴 것을 맡기니
나라를 위해서 죽음을 바칠 뿐이라. 계책이 이미 정해졌으니 내가 감히 사양하
지 못하고 그 군대를 통솔하였다.”33)
이 4일간의 전투상황은 임진왜란 전투사에서 가장 구체성을 띤 전투기록이
라고 할 수 있다.34) 이 전투는 민간인과 재산을 겁탈하고 이곳저곳으로 움직이
는 일본군의 포진한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였으며, 지리산의 험한 산세를 이용
하고 공격 시간을 잘 활용하였다. 그리고 관군의 협조를 받아35) 부대를 3대로
편성하여 다양한 병법에 의거하여 기습 공격하여 승리한 전투였다.36) 이는 비
록 작은 전투였지만 그의 병법에 대한 이해와 용병술, 그리고 임기응변의 실용
33) 난중잡록 권3, 정유년 12월 7일자 앞의 책 임진왜란총서 8책, 172-3쪽
참조
34) 난중잡록 권3, 정유년 12우러 7일자 위의 책 172-179쪽 참조.
35) 은신하고 있는 운봉현감 남간은 조경남이 이 고을 향리가 의병을 모멸하여
곤장을 때린 일을 항의하자 공과 국가를 위해 군법에 조처한 것임을 설득
하고 아병(牙兵) 3명을 부쳐주어 정찰 정보를 신속히 하게 하였다.
36) 이 전투에 참여한 사람은 자기 휘하의 유생인 박대호, 유정진, 홍충갑이 열
심히 협조하여 주었고, 남원부 서면 自募將박경춘이 합세했다.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89
적인 전투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1598년 6월 전라병사 이광악이 첨지 정이길을 중군 대장으로 삼고 조경남을
종사관으로 돕도록 했다. 관군체제에 그가 편입되었음을 뜻한다. 그가 작년에
모은 정예 박언량 등을 1대로 따로 편성하여 중군에 속하게 하였다. 총 70여명
이었다.37) 6월 초 1일부터 8일까지 진주 화개동 지역에 출동했으나 왜군이 피
하여 싸우지 못했다.
1598년(무술) 9월 명군의 4로(路) 부대장인 유정(劉綎) 막하에서 정예군 선봉
으로 활동하기도 했다38). 그러나 명군이 전투에 적극적이지 않아서 전과를 거
둔 것은 없었다. 1600년 8월 27일에는 지리산의 맹호가 민가에 나타나 곡성, 남
원지역의 사람을 물어감으로 감사가 수령에게 명하여 이를 잡게 하였는데 수
령들이 잡지 못하자 조경남은 기지를 발휘해서 마을입구에 궁노(弓弩)를 설치
하여 이를 잡았다.39)
그는 과거 시험에 두 차례 응시하여 향시에서는 합격했으나40) 회시(會試)인
서울의 예조 시에는 합격하지 못하고 있다가 인조 2년(1624) 갑자시의 진사에
합격했다. 그의 나이 54세가 되던 해였다. 그가 그 기간 동안에 어떻게 지냈는
지는 알 수가 없다.
그가 그처럼 많은 전투에서 전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8도체찰사 이
원익(李元翼1547-1634), 전라감사 한효순(韓孝純1543-1621) 등과 만나 그의
공을 칭찬받았으나 포상되지 않은 이유를 본인의 사양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
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보다는 포상을 올릴 수 있
는 체찰사나 감사와의 관계가 그렇게 밀접한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선조 임오년(1582)으로부터 광해 2년(경술 1610)까지의 임진왜란사를
37) 난중잡록 권3, 무술년 6월 조 위의 책 188-190쪽
38) 위의 책, 122쪽 참조.
39) 난중잡록 권4, 경자 8월 27일 기사 참조. 앞의 책 임진왜란사료총서 8
책 272쪽.
40) 최시옹 찬 난중잡록 서문 참조.
90 韓國史學史學報23 (2011. 6)
난중잡록 4권 4책으로 정리하고 그 자찬 서문을 1618년(무오)에 썼다. 그리
고 그는 그 후 인조대의 정묘 병자호란의 역사를 4책으로 써서 속잡록이라
칭했다.
조경남은 50대 후반에 중풍에 걸려 운신에 불편했고, 그 무렵 그는 자신을
‘병옹(病翁)’이라고 칭했음을 난중잡록의 세주에서 읽을 수 있다. 이는 병에
서 회생할 기미를 잃었기 때문에 칭한 자호일 것으로 생각한다41). 그는 1641년
(인조 19년)에 집에서 72세의 나이로 졸하였다. 그의 묘는 남원시 이백면 초촌
리에 써 졌다. 그는 부인으로 안동 김씨 홍범의 딸과 결혼했고, 후실로 경주김
씨 진남의 딸을 맞았으나 장인의 관직이 없는 점으로 보아 처가의 신분이 변변
치 못한 듯하다.
그가 편찬한 다른 자료는 1710년 화재로 유실되었다고 하지만 의심스럽
다42). 그가 평생 만든 난중잡록 8책 이외에는 그의 글이 거의 남아 있지 않
다. 그가 난중잡록을 편찬한 글 재주로 보면 시와 서간문이 자신의 문집은
아니더라도 다른 학자의 문집에 실려졌을 법한데 아직 그런 흔적을 찾기가 어
렵다.
그에게 전란의 공을 포상한 것은 당시 사람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후대에 이
루어졌다. 이는 난중잡록이 영조 조에 편찬된 대동야승에 전부 인용 전재
되고43) 실학자인 이긍익(李肯翊1736-1806)의 연려실기술에 그의 저술과 임란
때의 전공이 소개되어 공인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44). 그 후 남원지방 사림과
후손의 노력에 의해 순조3년 계해년(1803)에 지평, 철종1년 경술년(1850)에 좌승
41) 난중잡록 속잡록 권 2 정묘년 2월 1일자 세주의 사론 중 중풍이 걸렸다
고 했다.
42) 기념관건립추진회에서 작성한 난중잡록 원본보존경위 ( 亂中雜錄考證)에
는 7항에서 性理釋, 倫理辨, 五常論 등이 소실되었다는 서명을 들고
있으나 그 서명과 진실성은 의심스럽다. 아마 이는 다른 사람의 글을 필사
해 놓은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43) 大東野乘 총 72권 중 난중잡록 은 9권으로 전부 실려 학계에 널리 알려
지는 계기가 되었다.
44) 燃藜室記述 권 17 宣祖朝故事本末亂中時事摠錄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91
지, 신유년(1861)에 호조 참판직이 증직되었다.
난중잡록의 서문을 써 준 최시옹(崔是翁, 1646-1730)은 당시 남원지방의 대학
자였다45). 그는 1700년에 서문을 쓴 남원읍지인 용성지(龍城誌)에 그가 진사
임을 밝혔고46) 그 후 속간된 읍지에서 인물의 보유편에 조경남에 대하여 다음
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진사 조경남은 충의롭고, 강개(慷慨)한 사람이다. 호조판서 숭진(崇進)의
증손이다. 문한과 그 밖의 사예(射藝)에 뛰어났다. 정유의 난에 원천(源川)의
산중으로 들어가 적을 유인하여 사살한 것이 헤아릴 수 없다. 포로로 잡혔다가
그에 의하여 풀려난 사람도 많았다. 한 때 시골에서는 무오생으로 이름을 드날
린 자가 8명이었는데 세상에서 8무(八戊)로 칭했다47). 그가 지은 야사 8권이
세상에 유포되고 있다.”48)
그가 일생동안 사귄 친구는 정사달, 양덕해, 박언량 등 동네나 인근지역의
유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가 만난 사람은 고위 관료들도 만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항상 뒤켠에서 그들을 접한 듯하다. 그는 당시 양반사족과 교
류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는 병법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졌고, 전투에 임해
서도 기지를 잘 발휘하는 실용적인 인물이었다. 그가 국가와 공을 위해 충성을
바친 점은 그가 기술한 여러 번의 분주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는 그가 남원
부사의 서기직으로 6년 여 동안 근무한 점으로 보아 최하급 양반사족이었지만
상급 실무를 담당하는 향리직을 맡았다고 이해된다. 향리직의 임무를 맡았다
고 절대로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이는 그의 실용적인 성격을 이해함에 중
요한 단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45) 그는 삭녕최씨로서 그의 문집 東崗遺稿 4책이 전하고 있다.
46)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龍城誌 古33165-6 2책본 목판본,
47) 조경남은 경오생인데 용성지에서는 무오생으로 착각하여 쓰고 있다.
48) 1752년 임신(숭정기원후 125년 1752)간본 (古2744하지 하권에서 보유편은
무자4월 찬수유사가 보탠 것이라고 쓰여 있다. 이 무자는 1708년이 아닐까
한다.
92 韓國史學史學報23 (2011. 6)
3. 난중잡록의 저술과정과 서지적 검토
1) 난중잡록의 편찬
이 책의 저술 및 편찬에 대한 정보는 다른 자료가 거의 없음으로 그 책 안에
전하는 내용을 가지고 살필 수밖에 없고, 이 자료만이 가장 확실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저자가 직접 쓴 난중잡록 서문과 그의 사후에 받은 서문 2통이 전하
고 있다. 우선 저자 자신이 쓴 서문을 통해서 이 책의 편술 편찬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그의 서문은 1618년(만력 무오년 광해군 10년)에 그의 나이 49세 때 쓴 것이
다. 이 책의 저술은 임진왜란으로 전국토가 유린되고 왕이 파천하였으며 백성
이 전쟁의 희생이 되는 상황에서 전승의 기록과 패전의 기록. 왕의 교서, 의병
을 모으는 격문 등을 얻는 대로 수시로 적었다고 한다. 승전의 소식을 들으면
밤새 기뻐했으며, 패전의 소식을 들으면 팔을 걷어 부치고 분함을 느끼고 썼다
고 한다. 저자는 이런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치룬 전쟁의 충격에서 이를 기록
으로 전해야겠다는 뜻에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이 외침에서 국가를 구하여
유지시켜야 한다는 그의 철저한 국가의식이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기초적인 동
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자료 사이에 자신의 말을 넣은 것은 후일 연구자들이 참고하도록 하
기 위함이라고 적고 있다. 이런 자신의 말 중에는 그 자료를 어데서 얻었는가
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49). 또한 자신의 개인적인 뜻(私意)을 기
49) 예컨대 임진년 첫 기사인 대마도주 橘光連이 풍신수길의 침략에 반대하다
가 의롭게 죽었고 그 아들이 숨어 살아 全繼信과 역관 朴希根이 회답사로
갔다가 만나 위로했고 이를 경삼감사 柳永詢에게 아뢰어 중앙에 보고됨으
로 부산에 귤광연의 사당을 세울 것을 의논하였다는 기사 뒤에 쓴 세주에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93
술한 것은 역사에 대한 자신의 평가인 사론적인 것도 있어 대단히 중요한 내용
이며 이는 원문의 내용과는 달리 작은 글씨로 두 줄로 써서 표시했다. 그리고
정유년간의 왜군과 싸운 자신의 기록을 차례에 맞춰 섞었다고 했다50). 이는 자
신의 전공을 기록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음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서문에서는 전쟁의 기미가 시작된 임오년(1582년 선조 15년)부터 전
쟁이 겨우 안정기에 접어든 경술년 (1610년:광해 2년)까지 4책으로 묶어 亂
中雜錄이라고 서명을 붙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원집이다.
난중잡록의 첫 기사는 다음과 같다.
임오년 겨울 12월 20일 세 태양이 동쪽에 떴다. 쌍무지개가 겹쳐서 관통했
다. (冬十二月二十日三陽出東雙虹疊貫)51)
이 세 태양의 출현은 정상적인 자연현상이 아니다. 이는 하나의 이변이다.
하나의 태양이 떠야 하는데 남쪽과 북쪽에서 전쟁이 날 것임을 예고해주는 도
입 기사로 조경남은 활용하고 있다. 그에게는 자연현상이 인간 역사를 예고해
준다고 생각했던 동양의 전통적 믿음이 깊이 깔려 있었음을 말해준다. 즉 북과
남에서 왜와 여진족의 침입으로 국가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당할 것임을 예고
해준다고 그는 파악했다. 태양은 군주를 상징함으로 하나만이 떠야 정상임을
알 수 있다.
바로 다음해 여진족의 니탕개 종족이 우리나라 북변을 침략했다는 기사가 나
오고 있다. 조선의 외침은 북쪽과 남쪽이 항상 경계하는 대상이었다. 이들 외침
은 비록 방향이 다르고 다른 주체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이지만 조선에서의 충
격은 서로 연결되는 것이었다. 북변의 오랑캐라고 칭하던 여진족의 침입을 막
서 ‘그 후 신해년(1611)에 유상(유영순)이 나에게 이 일을 상세히 전해주어
이는 기이한 일로 여겨 기록한다’ 고 쓰는 등 자료의 전래경위를 쓰고 있다.
50) “余之丁酉避兵討賊之事雜編於其次”
51) 태양이 세 개가 떴다는 기록은 이후에도 3번이나 더 나오고 있다. 이를 과
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해야할 지는 의문점으로 남겨둔다.
94 韓國史學史學報23 (2011. 6)
기 위해 파견된 장수들이 왜란을 당하여 다시 남으로 내려와 이를 막으려 했다.
신립, 이일, 이순신등이 모두 북변의 여진족의 침략을 막아냈던 장수였다.
윗 기사의 말미에 두 줄로 쓴 세주를 다음과 같이 붙이고 있다.
“이해 내 나이 13세였다. 시국에 대해 느낌이 있어 이때부터 비로소 일록
(日錄을 쓰게 되었다.(余年十有三矣因感時事始修日錄)”
‘일록(日錄)’이라함은 후일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한 번에 정리한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의 기록을 정리한 것이라는 뜻이다. 매일 매일의 기록이라고 하여 이
는 개인적인 일기자료라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이야기가 본문으
로 서술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가 어머니로 불렀다는 외할머니의 사
망 기사도 쓰지 않았다. 간혹 본문에 내가 어떤 일을 했다는 주어로 표현된 글
귀가 발견되고는 있지만 이는 극히 적은 양이어서 이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이
다. 그리고 그는 될 수 있는 대로 사사로운 사적인 이야기는 서술할 것이 못된
다고 하였다.52) 따라서 난중잡록에는 국가적 내지는 공적인 사건만이 연월
일에 따라 기록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난중잡록에는 연월일을 갖추어 쓴 기사도 많지만 모든 기사가 그런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년과 월 다음에 날짜가 없이 서술된 기록도 있고, 경우
에 따라서는 년의 기록 안에 어느 달인지도 모르는 기사가 서술된 경우도 있다.
또한 하나의 사건에 대한 기술이 처음 일어난 시간과 멀리 떨어진 후일의
관련 기록까지를 함께 남기기도 했다. 예컨대 1592년 7월의 고경명의 사망기사
에 후일 세운 그의 신도비까지 언급하고 있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사건이
일어난 당시의 기록을 그 때 그때 기록해 놓은 자료와 이와 연결되는 이야기가
간간이 들어가 있지만 이는 개인의 일기는 아니다. 국가사에 대한 기록만을 날
자 순으로 기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난중잡록이 찬자의 서문에서 ‘일록’이라고 한 것처럼 정확한 날짜로 적은
52) 난중잡록 권3 정유년 9월 2일자 기사 말미의 세주 참조.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95
기사가 난중잡록의 기본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임진년 4월 기사를 보
면 다음과 같다.
4월 중 기사는 일본군이 상륙하기 전에 평수길이 36명의 장수를 동원하여
침락한 개략을 13일 전에 날짜의 기록이 없이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13일 새
벽에 부산진에 상륙하여 첨사 정발이 순직한 기사를 싣고 이어서 말일 30일까
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매일의 날자 아래에 사건을 기술하고 있다. 같은
날짜에서도 내용이 서로 다른 개별기사에는 0표를 하여 구별해 썼다. 이후의
모든 기술이 이처럼 철저하게 날짜까지를 밝혀 서술한 것은 아니다.
이처럼 날짜별 기록에 후일 추가 해 넣은 기사가 많이 있다. 예컨대 4월 13
일 기사에 만력 31년(1603) 정발의 처 임씨의 소장(訴狀)에 의해 그 진상을 재
조사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경상감사 김수의 보고를 보고 13일 새벽에
부산진이 함락했다는 소식은 당시에 기록한 것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그
렇다면 후일(1603) 정발의 처가 상소하여 순찰사 이시발이 재조사하여 보고했
다는 기록은 뒤에 추록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15일자의 기사 경상감사 “김수가 진주로부터 반성에 달려와 부산이 이미 함
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곧 바로 급히 보고하고 군사를 정돈하여 함안으로 달
려갔다가 칠원에 도착했다”는 기사는 본도순영록(本道巡營錄)에서 나온 것
이라는 세주를 붙이고 있고 이 기사는 당시에 쓴 일록으로서의 첫 번 기사라고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다. 임금의 교서라던지 의병장의 격문은 보는 즉시 그때
그때 일록으로 기록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후일 강항(姜沆1567-1618)의
보고서를 여러 곳에 분산해 실어 일본의 지리, 형세 등을 파악할 수 있게 추보
하였고, 또한 정유재란시의 자신의 피난생활과 왜적의 격살 등의 기록도 넣었
다고 한다53). 그래서 그는 “잡록”이라는 책이름을 붙였다. 이는 겸양의 뜻도
담긴 것이지만 왜란 중의 모든 역사를 다 기록하지 못하는 상황 하에서는 가장
적절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구체적인 날짜 다음에 적은 모든 기사를 그 날짜의 사건이라고
53) 조경남의 서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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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되지만 모든 기록의 날짜에 대한 신뢰성은 담보하기 어렵다. 그것은 후일
추보하면서 끼워 넣은 기사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중잡록은 중요한 지
역사건에는 날짜를 기록하고 있지만 책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날짜의 기록이
부실해지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난중잡록 권8 속잡록 4의 무인년(인조 16년 1638) 마지막 기사에 붙인 세
주에서 조경남은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오랑캐 나라의 일을 전해들은 대로 기록한 것이므로 그것을 모두 다 사실
로 볼 수는 없으니 보는 이는 잘 참작할 것이다.”
우리는 속잡록의 편찬할 때에 그 사료를 어떻게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자
료의 출처를 모두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앞으로 조경남의 난중일기를 연구
할 때에 반드시 천착해야할 문제이다.
2) 난중잡록의 판본
현재 난중잡록은 인쇄본과 필사본 두 종류가 있다. 우선 인쇄본으로는
1964년 조경남의 후손 조태희 씨가 간행한 석판본 4책과 1907년 조선고서간행
회에서 대동야승에 실린 본을 연활자로 인쇄한 본, 이를 다시 영인한 민족문
화추진회의 국역대동야승본, 석판본을 영인한 민족문화추진회의 한국고전
총서본 3의 난중잡록, 그리고 임진왜란사 부문만의 자료를 석판본 자료에서
다시 영인한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임진왜란사료총서 역사 7-8책이 있다. 고
서간행회에서 인쇄한 대동야승본은 조선총독부에 소장했던 자료를 인쇄한
것이고, 규장각에는 또 다른 필사본의 대동야승이 전하고 있다54).
고서간행회본 대동야승은 1968년에 경희출판사에 의하여 영인되어 널리
보급되었다. 이 본에는 난중잡록 첫 권이 실리지 않았고 서문도 전혀 실리지
54) 大東野乘 경희출판사, 1968. 신석호 간행사 참조.
亂中雜錄의 사학사적 고찰 97
않고 오직 조경남 찬으로 인쇄되었을 뿐이다. 7권까지를 난중잡록으로 그리
고 마지막 한 권을 속잡록으로 기술하고 있다55). 그리고 부록으로 역대요
람 이 인쇄되어 있다. 이 역대요람 은 조경남이 만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
다. 명태조의 등극으로부터 만력 이전인 융경 2년(1568)까지의 중요 사건을 연
별로 서술한 것이다.
1964년에 출간된 석판본은 여러 판본 중 현재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는 판
본이다. 이에는 기정진(奇正鎭1798-1876)이 1856년(崇禎기원후 4丙辰)에 쓴 서
문56)과 최시옹(崔是翁)(1646-1730)의 서문57)(1726년의 서문 58)), 조경남의 자
서(自敍)(1618 광해군 10)의 서문이 이 순서로 붙여졌다59).
이 서문의 순서는 그 작성 시기의 시대 순서를 거꾸로 실었다. 자찬 서문이
제일 중요한 것이고, 맨 처음 작성된 것이며 그 다음으로 최시옹의 서문이 시
55) 숭정 원년(1628) 12월 무진년 하부터 속잡록으로 쓰고 있다. 국역 대동
야승, 6-7-8책 6책에 실린 김규성의 해제 참조.
56) 이 서문은 난중잡록을 감발시키는 좌전과 같은 역사서라고 평하고 선조
인조 연간의 당쟁의 폐해를 극론하면서 이 책에서 ‘分崩護黨’을 감계시키려
고 하였다고 파악하였다. 이는 당시 기정진이 본 역사상이 반영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책에서 분당의 피해를 극론한 것이 이 책의 중
심문제라고 파악하기에는 약간 문제가 있다. 물론 이 책의 말미에 분당의
피해를 강조한 글귀가 있지만 전편에 흐르는 기본정신이 분당의 폐해를 강
조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
57) 이에는 최시옹(1646-1730)이 서문을 쓴 해인 병오년을 석판본에서는 숭정
기원후 39년 병오년이라 하여 1666년으로 파악했으나 이는 잘못이다. 그 서
문 자체에서 최시옹의 나이가 81세라고 한 표현으로 보아 이는 1주갑을 내
려 1726년으로 잡아야 옳다. 이 서문은 최시옹의 문집인 東岡遺稿에도 실
려 있다. 이 문집의 서문에는 연대의 기록이 없다. 그러나 그가 81세라고
한 점에서 병오년은 1726년임을 확인할 수 있다.
58) 석판본에서는 최시옹의 서문을 쓴 해를 숭정기원39년丙午菊秋라고 쓰고
있는데 이는 1666으로 병오년의 간지를 잘못 추정한 것이다. 조병희 조경
남장군임진난중일기 지방문화재107호 난중잡록 고증 , 1984.필사본에서도
1666년의 작으로 써져 있다.
59) 그리고 그 내용은 후손에 전하고 있는 원본과 규장각본을 대조하여 출간한
본으로 국내 중요 도서관에 기증되어 비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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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으로도 빠를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상세하다. 즉 이 서문은 최시옹 자신
이 81세이어서 글을 쓸 수 없음으로 후손이 써 온 공의 행장을 중심으로 서술
하고 약간의 전문한 바를 추가하였다고 하면서 책명을 산서잡록 山西雜錄 8
책이라고 하였다. 이 서문에서는 찬자가 충효에 뛰어난 사람으로 국왕이 자신
의 죄로 돌린 교서를 읽고는 눈물을 흘렸으며, 충무공의 전사와 삼학사의 순절
을 비탄해 하고 국가에 공을 세운 사람을 포창하고 전쟁에서 살기 위해 도망을
친 사람을 징계하는 책을 썼다고 총평하고 있다.
기정진의 서문에서는 이 책을 읽는 사람으로 분함을 느끼게 하는 좌전에
비유하였다. 그리고 이 책에서 당쟁의 피해를 극론했다고 하였으나 이는 정곡
을 찌른 견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난중잡록에는 당쟁에 대한 견해가 있
지만60) 그는 중앙의 정치에 대한 언급은 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