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최양경 
| 제목 | "뭐해? 김변리사" 시집 서문 |
|---|---|
| 글쓴이 | 김영환(56) [ pat@patkim.com ] |
| 작성일 | 2015-08-21 |
서 문
덜컹덜컹 산통의 시작이다.
지하철 1호선.
금정역에서 가산디지탈단지역까지의 출근길
전철 안은 일상의 시작(始作)이자 시작(詩作) 공간이었다.
탑승시간이 채 20분에 불과하여, 스마트폰 메모창에
못다 채운 때에는 나머지 공부하듯 사무소 건물 뒤켠
흡연공간 벤치에 앉아서 서둘러 마무리를 하곤 했다.
이렇듯 전철 안에서 출산된 글들이 이 책의 7할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그 전의 수정과 세포분열의 과정은
휠씬 전 전철 밖 삶에 있었음은 당연하다. 책장을 넘겨보면 알겠지만,
몇 편은 생성과 분화 및 출산 장소가 전철로 단일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퇴근길 내 모습은 딴판이다.
스마트폰 장기와 맞고 앱에 이끌려 때론 금정역을 지나치기도 한다.
한잔하고 늦은 밤 전동차에 오를 때면 예행연습삼아 불안감을
억지로 누른 채 경로석의 안락감에 빠져들기도 한다.
언젠가 길게 뻗은 하구언 방조제에 올라 도리질로 안팎을 바라보았다.
여기까지 내딛고 오느라 지쳐 몸져누운 황톳빛 수면 위로
내 그림자가 포개어져 있었다. 건너편에서는 거칠게 팔랑대는
검푸른 수면이 물컹한 홍시를 막 삼키고 있었다.
이젠 저 수문을 빠져나가야 한다.
뭐 해?
김변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