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 미 해군력의 부활, 제럴드 포드급 항공모함
2017.07.19. 14:36
저물어가는 미 해군력의 부활,
제럴드 포드급 항공모함
전 세계 어디든 분쟁이 발생할 때 미국 대통령이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이 무엇일까? 바로 ‘우리 항공모함(이하 항모)은 어디에 있지?’이다. 무려 10척의 항모를 가진 미국은 떠다니는 항공기지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힘을 시연하고 있다. 올 연말, 미국의 반세기 해양력을 책임질 차세대 항모 ‘제럴드 포드’급이 취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항모의 역사와 다양한 특징을 살펴보고, ‘제럴드 포드’급 취역이 갖는 의미를 알아본다.
항공모함은 한 나라의 군사력을 궁극적으로 상징하는 무기체계다. 인류가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이후 전투기는 매우 중요한 무기체계로 자리잡았다. 다만 전투기는 빠른 기동력과 첨단 장비로 정밀 타격이 가능하지만 기동 반경에 있어 한계가 있었다. 결국 해전과 항공기가 결합하자 엄청난 전력이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은 항모 6척을 동원하여 미군의 태평양 거점인 진주만을 타격했다. 미군은 이 공격에서 전함, 순양함 등 9척이 격침되고 3,500여 명이 사망하는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일본은 미 태평양함대 소속의 항모 4척 가운데 단 한 척에도 피해를 입히지 못함으로써 반격의 불씨만 키웠다. 특히 미드웨이 해전(1942년)에서 미군은 일본 주력 항모 4척을 격침시킴으로써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해전에서 양측 함대는 직접 마주치지 않고 오직 항공기로만 승부를 냈다는 점이다. 해전이 바뀐 것이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보유한 항모는 겨우 7척이었다. 그러나 진주만 공습으로 전쟁에 참전한 1941년부터 종전까지 생산한 항공모함은 모두 143척이었다. 함재기 100대를 탑재하는 에섹스급(2만7천 톤급) 24척이 주력이지만, 이외에도 순양함, 급유함, 심지어 상선까지 개조해 다양한 호위항모를 생산했다.
이런 엄청난 해군력은 냉전시절에도 이어졌다. 특히 제트기 시대가 열리면서 영국 해군에서 개발한 스팀 캐터펄트, 즉 증기식 사출장치가 항모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미국은 냉전 이후에도 항모를 계속 유지하면서 과거 호위항모는 상륙함 등으로 전환하고 주력 항모를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이에 따라 전쟁기간 생산했던 4만5천 톤의 미드웨이급 항모에 이어, 6만 톤의 포레스탈급, 8만 톤의 키티호크급 등을 생산하며 1960년대까지 항공모함의 덩치를 키워왔다.
현재 미 해군의 주력은 니미츠급 항공모함으로 모두 10척이 현역을 지키고 있다.
재래식 추진으로는 더 이상 대형항모를 운용하기 어려웠다. 당시 가장 각광받던 기술이던 원자력 추진방식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결국 세계 최초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인 CVN-65 엔터프라이즈가 만들어졌다. 1950년대 말 기술력을 모두 집결하여 1961년 건조가 완료된 엔터프라이즈는 미국 최강의 항모로 무려 8기의 원자로를 돌려야만 했다. 배수량은 9만4천여 톤에 길이는 무려 342m에 이르렀다. 엔터프라이즈는 시험함 성격도 강하여 이후 건조될 니미츠급 항공모함의 표준이 되었다.
니미츠급은 1975년 초도함 CVN-69 니미츠가 취역하면서 등장했다. 니미츠급은 무려 10척이나 생산되면서 명실공히 미국 최고의 항공모함으로 자리잡아왔다. 니미츠급은 만재 배수량이 10만 톤이 넘어 미군이 보유한 함정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엄청난 덩치를 이동시키는 원동력은 각각 100MW의 출력을 내는 웨스팅하우스의 A4W 원자로 2기이다. 니미츠급은 현재 미군의 주력함으로써 걸프전은 물론 아프간전, 이라크전 등에 투입되면서 움직이는 해상 항공기지로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왔다.
미·영·프의 항모전력이 한데 모였다. 왼쪽부터 미 해군의 존 C 스테니스 원자력 추진항모 - 프랑스의 샤를르드골 원자력추진항모, 영국의 오션 경항모, 그리고 미 해군의 존 F 케네디 재래식추진 항모이다.
특히 니미츠급은 길이 332m에 배수량이 10만 톤으로 여타 국가의 항모와 비교할 수 없는 크기로 커졌으며 탑재할 수 있는 항공기는 최대 80여 기에 이른다. 이러한 항모를 수퍼캐리어(Supercarrier), 즉 초대형항모로 불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주력항모였던 에섹스급처럼 보통 3만톤급 내외의 중형항모 이상의 크기에다가, 캐터펄트 등으로 함재기를 사출하는 항모를 함대항모(Fleet Carrier)로 구분한다.
1961년 등장한 프랑스의 클레망소급 항모(265m, 32,800톤)나 2001년 취역한 샤를르드골(261m, 42,500톤) 또는 중국의 랴오닝급(304m, 67,500톤)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탑재 가능한 항공기는 40대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경항모(Light carrier)는 과거 호위항모와 유사한 개념으로 최대한 일반적인 선형을 활용하여 수직이착륙기 정도를 운용할 수 있는 항모를 가리킨다. 사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보유한 것이 경항모로 탑재항공기 대수는 18대에서 20여 대로 다양하다. 영국의 인빈시블급(209m, 22,000톤/ 2014년 퇴역)이나 스페인의 프린시페 데 아스투리아스(195m, 16,700톤), 이탈리아의 쥐세페가리발디(180m, 13,850톤)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미국은 지난 2012년 엔터프라이즈 항모를 퇴역시키면서 10척의 니미츠함만을 남겨놓고 있다. 원래 미 의회가 정해놓은 11척의 항모 쿼터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말에 차세대 항모가 예정대로 취역하면 다시 11척 체제로 복귀하게 된다. 미국이 무려 13년 동안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항모가 바로 CVN-78 제럴드 포드(Gerald R. Ford)함이다.
미국은 니미츠급 이후의 항모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미 해군이 구상한 차세대 항모는 CVN(X) 또는 CVN-21이라고 불렸다. 차기 항모는 2002년 당시 해참총장(CNO)인 번 클락(Vern Clark) 제독이 제시한 ‘해양력 21(Sea Power 21)’이라는 21세기 해군력 발전방향의 영향을 받았다. 해양력 21은 해양타격(Sea Strike), 해양방위(Sea Shield), 해양기지(Sea Basing) 등 3가지 개념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미 해군은 정보력을 바탕으로 해군-해병대 상륙작전을 수행하고 육·공군과 합동으로 지속적이고도 공세적인 정밀공격 능력을 펼쳐야 한다. 둘째 해양통제와 전진배치를 계속함으로써 미 본토를 방어하고 분쟁지역의 해역을 방어해야 한다. 전 지구적 방어능력을 확보해 적국에 대한 진격능력을 갖춤으로써 지상전에까지 영향을 미쳐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해양작전 기동능력을 확보하여 공격과 방어가 자유자재로 가능한 해양기지를 구축함으로써 전 세계 어느 곳에라도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핵심은 항공모함이다. 즉 CVN-21은 해양타격의 중핵으로 스텔스기나 무인전투기를 포함한 다양한 함재기를 운용하여 하루 최대 1,080여 개 목표지점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또한 E-2D 조기경보기 등 다양한 자산과 방어시스템으로 함대전력을 보호하며, 유연한 해상 전진기지로서 미 해군에게 막강한 억제력과 전투능력을 부여한다. CVN-21은 부시행정부 시절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추진하던 국방개혁과 연계되면서 최신예 기술을 적용하여 적은 인력으로 더욱 뛰어난 성능을 낼 수 있는 미래 무기체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CVN-21은 니미츠급 마지막 항모인 CVN-77 ‘죠지 H.W. 부시’에 이어 CVN-78 ‘제럴드 R. 포드’로 명명되었고, 2008년부터 예산이 할당되어 2009년부터 건조를 시작했다.
CVN-78은 미국 제38대 대통령인 제럴드 R. 포드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포드는 2차대전 당시 해군장교로서 항공모함에서 근무했던 바 있다.
포드급은 2016년 6월 기준으로 약 98% 정도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다. 당초 포드급을 전력화하기로 한 것은 2015년 9월 30일이었다. 신형 장비의 성능 시험을 완벽하게 하기엔 시간이 부족했기에 2016년 8~9월경으로 전력화시기를 연기했다. 그러고도 테스트 완성률은 89%에 그쳐 전력화시기를 다시 올해 11월로 연기해야할 상황에 이르렀다. 이 와중에도 후속함은 꾸준히 건조되어 2번함 CVN-79 ‘존 F 케네디’는 2015년부터 만들기 시작했고, 3번함 CVN-80 ‘엔터프라이즈’는 2018년에 건조가 완료된다. 초도함인 CVN-78 포드가 예정시간에 맞춰 실전 배치될 지는 미지수이지만, 첫배를 만드는 일은 어느 나라건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포드급이 지연되는 이유는 이보다 좀 더 복잡하다.
가장 커다란 문제는 동시진행(concurrency)이다. 해군은 포드급에 너무도 많은 신기술을 한꺼번에 구현하고자 했다. EMALS, AAG, DBR 등 이전에 다른 함정에서 한 번도 시험해본 적이 없던 기술을 10만 톤짜리 초대형항모에 적용하려 하니 13년의 시간에다가 60억 불이나 비용을 초과해버렸다. 2008년에 105억불로 예상되던 초도함 건조비용은 2016년 현재 129억불로 무려 23%나 상승했다. 미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메케인 의원은 포드급의 문제를 지적한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미국 최고의 돈 낭비(America's Most Wasted)'라는 제목까지 붙였다.
25% 적은 인원으로 25% 더 많은 출격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드급의 목표가 성공한다면, 이는 분명히 혁신이다. 문제는 그런 성공은 결코 쉽지 않다. 당연히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현용 기술력을 낙관하고 사업을 진행하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지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가 바로 포드급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미국은 포드급을 성공리에 취역시킬 것이다. 누가 뭐래도 포드급은 앞으로 반세기 동안 해양력을 통해서 미국의 국가 이익을 지킬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포드급은 F-35C 라이트닝II, F/A-18E/F 슈퍼호넷 등 타격임무기 45대,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5대, E-2D 조기경보기 5대, MH-60R/S 해상작전헬기 19대 등으로 구성돼 다양한 항공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원자력 추진항모는 ‘수퍼캐리어’라 불린다. 무려 80여 대에 가까운 항공기를 탑재하므로 기타 국가가 보유하는 항모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일반 중형항모와 비교해도 함재기 보유량이 2배 이상 차이가 나고 경항모에 비하면 4배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미국은 현재 10척의 항모를 보유하고 있으나,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는 강습상륙함 9척까지 합친다면 실제로는 19척의 항모를 운용하는 셈이다.
미국에게 항공모함이란 전방시현(Forward presence)능력이고, 전방시현능력이란 한 마디로 제일 앞단에 나와 있는 힘이다. 항모를 특정 지역으로 보내는 행위 자체가 자신이나 동맹에게 해를 가하는 일을 하면 반격 또는 선제공격하겠다는 명백한 의사표시이다. 미군의 항모가 등장하면 이해당사국들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9.11테러가 발생하자 빈 라덴이 있는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장 먼저 향한 것도 항모였고, 1996년 대만해협 위기 때도 2개의 항모전단이 배치되어 중국을 견제한 바 있다.
당장 얼마 전에도 항모의 출동이 있었다.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도발의 수위를 높여왔다. 이에 미국은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이 가능함을 밝히면서 로날드 레이건 항모전단을 파견했다. ‘불굴의 의지(Invincible Spirit)’ 훈련을 통해 막강한 항모전력이 배치되는 사이 북한 정권은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김정은의 행보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에 노출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만큼 항모 전력을 통한 강압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미국은 법률에 의해 11척의 항모를 운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포드급의 지연으로 현재 10척의 니미츠급만으로 해군력을 유지한다. 항모의 공백은 곧 힘의 공백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동북아, 특히 한반도를 지켜줄 항공모함은 언제나 전진 배치되어 있다. 10척의 항모를 가졌지만 전진 배치해 놓은 것은 미 제7함대가 유일하다. 위험이 있으면 즉각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이렇듯 항공모함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안보이다. 그리고 포드급의 등장은 우리의 안보에 청신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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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최영일 [yichoi48@hanmail.net]
